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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78화

Author: 일설연우
소욱은 요사이 국사를 처리하느라 분주하였다. 혹여 이런 일들이 봉구안의 건강을 해치고, 부부의 정마저 해하지 않을까 은근히 근심하고 있었다.

그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

“궁 밖으로… 나가 있는 것도 좋겠구나. 자유각이 한적하니 말이다.”

자유각은 그가 사들여 그녀에게 하사한 궁 밖의 거처였다.

소욱은 그녀가 궁중에만 갇혀 지내기를 꺼린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다만, 자유각 또한 그의 손이 미치는 범위 안에 있었으니, 그곳이라면 그녀의 안위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었다.

봉구안은 담담하게 아뢰었다.

“서여국으로 가고 싶습니다.”

소욱의 가슴이 순간 무겁게 내려앉았다.

이내 그녀의 손을 가만히 잡으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

“동생이 그리운 것이냐? 굳이 이리까지 힘을 들일 필요는 없다. 남강이 평정되고 네가 아이를 낳으면, 내가 친히 함께 가 주마.”

봉구안은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갈 것입니다.”

“그래야 폐하께서 마음 놓고 정사에 전념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소욱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

“구안아, 어찌 그러느냐. 너희들이 모두 떠나면, 나는 더 마음이 쓰일 뿐이다. 뱃속의 아이만 생각한다면 자유각만큼 좋은 곳도 없지 않느냐.”

봉구안은 한 치 머뭇거림도 없이 답했다.

“아이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녀는 눈앞의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결연함이 어려 있었다.

소욱은 잠시 침묵하더니, 곧바로 물었다.

“혹 내가 머잖아 서여국에 군사를 일으킬까 염려하여, 미리 대비하려는 것이냐?”

“그렇습니다.”

허심탄회한 대답을 들은 소욱은 쓸쓸히 웃었다.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나직이 말했다.

“그리도 솔직해야 했느냐. 나를 속일 생각은 없었더냐? 혹 내가 너를 못 가게 막을까 두렵지도 않느냐…”

“그럴 리 없습니다.”

봉구안이 그의 말을 자르듯 답했다.

소욱은 그녀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 후,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

“좋다. 허락하마.”

“서여국의 앞날이 어찌 될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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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욱은 요사이 국사를 처리하느라 분주하였다. 혹여 이런 일들이 봉구안의 건강을 해치고, 부부의 정마저 해하지 않을까 은근히 근심하고 있었다.그가 나직이 입을 열었다.“궁 밖으로… 나가 있는 것도 좋겠구나. 자유각이 한적하니 말이다.”자유각은 그가 사들여 그녀에게 하사한 궁 밖의 거처였다.소욱은 그녀가 궁중에만 갇혀 지내기를 꺼린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다만, 자유각 또한 그의 손이 미치는 범위 안에 있었으니, 그곳이라면 그녀의 안위를 온전히 지켜낼 수 있었다.봉구안은 담담하게 아뢰었다.“서여국으로 가고 싶습니다.”소욱의 가슴이 순간 무겁게 내려앉았다.이내 그녀의 손을 가만히 잡으며 부드러운 음성으로 물었다.“동생이 그리운 것이냐? 굳이 이리까지 힘을 들일 필요는 없다. 남강이 평정되고 네가 아이를 낳으면, 내가 친히 함께 가 주마.”봉구안은 고개를 저었다.“이번에는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갈 것입니다.”“그래야 폐하께서 마음 놓고 정사에 전념하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소욱의 눈빛이 미묘하게 흔들렸다.“구안아, 어찌 그러느냐. 너희들이 모두 떠나면, 나는 더 마음이 쓰일 뿐이다. 뱃속의 아이만 생각한다면 자유각만큼 좋은 곳도 없지 않느냐.”봉구안은 한 치 머뭇거림도 없이 답했다.“아이 때문만은 아닙니다.”그녀는 눈앞의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그 시선에는 결연함이 어려 있었다.소욱은 잠시 침묵하더니, 곧바로 물었다.“혹 내가 머잖아 서여국에 군사를 일으킬까 염려하여, 미리 대비하려는 것이냐?”“그렇습니다.”허심탄회한 대답을 들은 소욱은 쓸쓸히 웃었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어루만지며 나직이 말했다.“그리도 솔직해야 했느냐. 나를 속일 생각은 없었더냐? 혹 내가 너를 못 가게 막을까 두렵지도 않느냐…”“그럴 리 없습니다.” 봉구안이 그의 말을 자르듯 답했다.소욱은 그녀를 오래도록 바라보았다.그리고 한참 후,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술에 조심스레 입을 맞췄다.“좋다. 허락하마.”“서여국의 앞날이 어찌 될지는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577화

    자진궁봉구안이 발걸음을 들이니, 두 황자는 곧장 봉구안의 품으로 달려들었다.허나 그 순간, 뒤에서 뻗어 온 ‘마수’가 아이들의 뒤깃을 덥석 움켜쥐고는 냉큼 들어 올려 버렸다.“어찌 나보다 먼저 네 어미에게 안기는 것이냐. 구안이는 나를 뵈러 온 것이다.”소욱은 두 황자를 유모에게 건네주며, 황자들을 편전으로 데려가게 하였다.봉구안은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며 걱정스레 눈길을 보냈다.소욱은 고개를 저었다.“어느 우매한 자가 이토록 소란을 피워, 너까지 놀라게 하였느냐?”“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봉구안이 미간을 좁혔다.소욱이 호탕하게 웃었다.“내가 그리 허약해 보이느냐? 염려 말거라. 멀쩡하니.”말을 마치고 그녀 앞에서 한 바퀴 빙 돌더니, 장난기 어린 눈빛을 띠었다.“아니면 이 옷을 벗어 보여 주랴? 구석구석 살펴보겠느냐?”봉구안은 그가 정말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마음을 놓았다.소욱이 그녀의 손을 잡고 자리에 앉혔다.“그 자객은 내 몸에 손끝 하나 대지도 못하였다. 지금 심문 중이나, 십중팔구 소황이 보낸 자일 게다. 그놈이 이제는 더 버티지 못하는 모양이야.”봉구안이 물었다.“어찌 그리 생각하십니까? 남강의 병력은 거의 다 그 자의 손아귀에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까?”소욱이 미소를 지었다.“지난달, 남강 쪽이 우리를 지나치게 압박하거늘, 내가 일부러 소문을 흘리게 하였다. 완부옥이 이미 남제에 투항하였다는 내용이었지.”“소황은 ‘만에 하나’를 두려워한 게다. 그놈이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고왕이 내 손에 들어오면, 약쟁이들로 성을 친다 한들 아무 소용 없다는 것을 말이다.”봉구안의 미간이 다시금 좁혀졌다.“정녕… 꾀가 많으십니다.”이내 그녀의 얼굴에 근심이 드리웠다.“완부옥이 대하로 가려면 반드시 남강을 거쳐야 합니다. 완부옥이 무사히 빠져나가게 하시려, 몸소 위험 속으로 들어가신 것이지요.”소욱은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완부옥이 아니라, 대하를 구하기 위함이었다.”“게다가 지금쯤이면 이미 대하에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576화

    대전 안 조신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남강이 대하를 공격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언제 우리 동산국으로 돌아온 것입니까?”“설마 대하가 이미 모조리 점령당한 것은 아닙니까?”“아닙니다! 남강이 대하 동쪽으로 돌아서서 우리 남방을 공격한 것 같습니다!”그 전령병이 땅에 무릎을 꿇고 조급한 목소리로 아뢰었다.“폐하! 빨리 병력을 파견해 주십시오! 늦으면 기회를 놓칩니다!”용상에서 황제는 침통한 얼굴로 노하며 꾸짖었다.“변경군은 어찌 적정을 살피는 것이냐! 남들이 문앞까지 쳐들어왔는데! 지금 지원군을 보낸들 이미 늦었도다!”그 병사가 괴로운 표정으로 말하였다.“폐하의 용서를 구합니다. 대하가 연이어 성을 함락당한 후부터 장군께서 정탐꾼을 파견하였습니다만... 하오나 아직 대하 경내에 있던 적군이 갑자기 우리 동산국에 나타날 줄 누가 짐작이나 하였겠습니까? 정탐꾼들이 전혀 추적할 수가 없었습니다...”그중 한 대신이 앞으로 나아왔다.“폐하, '거미줄'입니다! 저 남강 놈들이 틀림없이 '거미줄'의 비밀 통로로 행군하여 우리 정탐꾼들의 눈을 피해 은밀히 침입한 것입니다!”황제의 안색이 굳어졌다.“내 명을 전하라. 전국에 계엄을 선포한다!”……남제. 황성, 궁내.어느덧 섣달이 되었다. 궁중 안 모든 사람들에게 겨울옷이 하사되었다.각 궁은 모두 제사 준비에 바빴다.녕비는 자녕궁을 찾아 태후와 함께 자수를 놓고 있었다. 장공주의 혼사가 아직까지 성사되지 않아 태후는 하루 종일 근심에 잠겨 있었다. 그녀의 늘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녕비가 무심결에 말을 꺼냈다.“고모님, 계속 공주마마를 시집보내려 하시는데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저를 보십시오. 저는 시집을 갔지만 이 모양이니, 차라리 시집 안 간 이들만도 못합니다. 똑같이 이 궁에서 평생 홀로 지내고 있지 않습니까.”태후가 꾸짖었다.“너는 갈수록 네 분수를 모르는구나.”“궁 안에서 함부로 말을 내뱉으면 위험한 것을 어찌 모른단 말이냐!”두 사람이 말하고 있을 때 한 궁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5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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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574화

    완부옥은 순간 멈칫하더니, 방금 서왕이 한 말을 곱씹었다.그녀는 줄곧, 남강왕이 소황의 참소에 넘어가 자신의 몸속에 있는 고왕을 빼앗으려 한다고만 알았지, 정작 소황의 속셈이 무엇인지는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그전까지는, 약쟁이의 독을 푸는 해독제가 이미 만들어졌으니, 약쟁이는 더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고 여겨왔다.하지만 미처 생각지 못한 것은, 소황의 야심이 해독제가 나왔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었다.게다가 약쟁이의 독은 퍼지는 속도가 해독제를 만드는 속도보다 훨씬 빨랐고, 그러니 소황이 여전히 한 수 위였던 것이다.그가 그녀의 일을 망치지 못하게 하려고, 바로 그래서 그녀를 없애려 한 것이었다.완부옥은 서왕이 잡고 있던 손을 홱 뿌리치며 냉소를 지었다.“말씀해 보시지요. 어떻게 하실 계획입니까.”소황은 그들 둘의 공동의 적이었고, 손을 잡는 건 필연적인 귀결이었다.서왕은 황제가 내린 밀서를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 안에는 담대연, 소황 일당을 어떻게 반격할지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먼저 해야 할 일은, 담대연이 계속해서 대하를 침범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완부옥은 다 읽고 나서 코웃음을 쳤다.“정말 대단하시네요. 하지만 이 정도로 단순한 방법을 소황이 모를 리가 있습니까?”서왕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겉보기에 단순해 보여도, 이 일은 오직 너만이 해낼 수 있다. 소황도 분명 예상하고 대비하고 있을 터, 그래서 남강의 주력 군대가 모두 본토에 있는 것이다. 너를 포위해 없애고, 대하로 향하는 길을 끊기 위해서 말이다.”“그렇다면 이런 철통 같은 포위망 속에서, 제가 어떻게 대하에 간단 말입니까?”완부옥이 물었다.잠시 뒤, 서왕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폐하께서 이미 호위들을 보내 너를 호위해 대하까지 갈 수 있게 방도를 마련하셨다.”완부옥은 그가 마음이 다른 데 가 있는 것을 보고 웃었다.“왜요, 걱정되십니까? 그 호위들이 저를 지켜내지 못할까 봐요?”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서왕의 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573화

    원담은 그제야 깨달았다.오늘은 다름 아닌 그의 제삿날이었던 것이다.태자가 이미 자신이 원가 사람이요, 대주 황실의 혈맥임을 알고 있다면, 어찌 아무런 대비 없이 자리에 나섰겠는가.그는 씁쓸히 웃으며, 곧 스스로 무기를 내려놓고 두 손을 벌렸다.“전하, 신은 동산국에 절대 두 마음이 없습니다. 혹여 신과 소무, 담대연이 한패가 되어 대주를 부흥시키려 한다 의심하신다면, 차라리 신 한 몸만 가두시옵소서.”“원가의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무고합니다. 특히… 아직 혼례도 올리지 않은 제 부인 될 사람, 부디 전하께서 친히 혼약을 파해 주시옵소서!”그 누구도 이 일에 연루시키고 싶지 않았다.사현진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원담아, 너를 몇 해를 보아왔는데 어찌 네 속을 모르겠느냐.”“나는 네가 대주 잔당과 결탁했으리라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담대연이 너를 찾을까 두려운 것이다.”“그래서 부득이 너를 잠시 감옥에 두는 것이니 걱정하지 말거라. 이는 너를 보호하기 위함이다.”원담은 의아한 기색이 역력하였다.“담대연에겐 이미 소무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찌 저를 찾는단 말씀이십니까?”사현진은 숨김 없이 말했다.“예전에 이미 남제 황제께서 보내신 밀신을 받았다. 너를 경계하라는 말씀이었다. 혹여 네 마음이 굳세지 못하여 담대연에게 설득당하거나, 혹은 이간질을 당할까 우려하신 것이지.”“내가 원가와 대주 서양제의 내력을 살펴보니, 남제 황제의 염려가 공연한 것이 아니더구나. 네가 단순히 동산국의 원담이라면 결코 외적의 꾀임에 넘어가지 않을 터. 허나 너는 대주의 후예다.”“한편 담대연이 소무를 장악하고 있으나, 언젠가 소무가 그 손아귀에서 벗어날지도 모른다. 그때 그가 또 다른 꼭두각시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너를 찾게 될 것이다.”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진심을 담아 원담을 바라보았다.“아무튼, 나는 만일을 대비하여 이렇게 하는 것이다. 이미 아바마마께 이 일을 아뢰었고, 아바마마 또한 나와 같이 너의 결백을 믿고 계신다.”원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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