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Chapter 871 - Chapter 8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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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1화

“그럼 왜 그 사람 사진이 네가 찍은 거랑 똑같은 거야?”내가 따져 물었지만 안리영은 그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내 말의 뜻을 알아챈 안리영이 SNS를 열어보자 조시언이 올린 사진이 보였다. 놀랍게도 그 사진은 안리영의 사진과 똑같았다. 그 아래 몇 개의 댓글이 달려 있었는데 그중 그녀의 어머니께서 단 댓글도 보였다.[너 리영이랑 같이 있는 거야?]엄마가 분명 오해 같은 건 하지 않으실 테지만올린 댓글이 좀 애매했다.‘엄마는 왜 이렇게 센스가 없지. 엉뚱한 댓글이나 달고.’안리영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댓글을 열었다. 이 댓글에 조시언의 답글이 달려 있었다.[어디 가든 데리고 다녀요. 잘 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누나.]안리영은 정말 어이가 없었다. 이 남매는 하나 같이 눈치가 없었다.엄마는 중년 아줌마라서 이런 것들을 잘 모르신다고 넘어갈 수 있지만 조시언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댓글을 달아놓으면 친구들 모두가 볼 텐데.안리영은 얼른 조시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삼촌, 엄마랑 삼촌 댓글 차단해줘.]조시언이 바로 답했다.[남들이 못 보게 하려는 거야?][오해 살까 봐!]안리영은 메시지를 작성했지만 보내기 직전에 또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지웠다.몇 번이나 입력하고 지우기를 반복했지만 자신의 기분을 표현할 적절한 말을 찾지 못했다. 나도 조시언과 안리영 엄마의 SNS를 알고 있어서 그 댓글들을 봤다. 나는 진정우를 끌어 잡으며 신이 나서 말했다.“저 남매 댓글 밑에 안리영이 한마디만 더 하면 진짜 재밌겠다.”내 말이 끝나자마자 안리영의 답장이 떴다. 그녀는 화난 이모티콘으로 답장을 했다.이건 정말 너무 재미있었다. 나는 이 남매가 이 정도면 끝났겠지 했는데 곧 안리영의 어머니가 피 묻은 칼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렸다.[내일 칼 들고 갈 거야.]조시언도 댓글을 달았다.[겁주지 마세요. 그러면 무서워서 절대 안 올 거예요.]안리영의 어머니가 또 답했다.[그럼 내가 칼 들고 찾아갈게.]댓글 창이 완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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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2화

검은색 차가 밤길을 미친 듯이 달렸다. 운전사가 발을 연료통에라도 들이댈 기세였는데도 조시언은 더 빨리 가라고 재촉했다.“그렇게 급할 필요 없어. 안전이 최우선이지.”안리영은 의사로서 기본적인 의학 상식은 알고 있었다. 조금 전에 그녀를 문 뱀은 아마 그냥 평범한 뱀일 뿐 독이 없을 거로 생각했다.그녀가 이렇게 말했음에도 조시언은 온몸이 긴장된 상태였고 운전사 역시 최대 속도로 병원을 향해 달렸다.운전사는 처음으로 조시언이 여자를 안는 모습을 보았고 그가 이렇게까지 긴장하는 모습도 처음이었다.보통 2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8분 만에 주파했다. 기사가 차를 멈췄을 때는 다리가 후들거릴 지경이었다. 처음으로 극한의 스피드를 체험한 것이다. 스릴 넘쳤지만 동시에 간담이 서늘해지는 경험이었다.조시언은 안리영을 안고 곧장 응급실로 뛰어들었다.“의사 선생님, 이 사람 뱀에 물렸어요.”“안 의사님?”당직 의사가 안리영을 알아봤다. 현재 안리영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상처가 아프거나 독이 퍼진 것 때문이 아니라 그저 너무 무서워서였다.조시언의 품에 안겨 병원에 도착했음에도 그녀는 여전히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뱀에 대한 공포와 미친 듯한 차 속도 모두가 그녀를 무섭게 했다.“뱀에 물렸지만 아마 독은 없을 거예요.”안리영이 응급실 의사에게 상황을 설명했다.“독이 있는지 없는지는 환자가 판단할 일이 아니니 검사부터 합시다.”조시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응급실 의사는 안리영을 보고 서둘러 채혈 검사와 상처 처치 처방전을 작성했다. 채혈 준비를 마친 안리영이 팔을 내밀자 조시언은 손을 들어 그녀의 눈을 가려줬다.“안 의사님, 남자친구가 참 잘 챙겨주네요. 어쩜 이렇게 세심할 수 있나요?”간호사는 채혈하면서도 말을 멈추지 않았다.그 말을 들은 안리영은 할 말을 잃었다. 간호사의 오해가 이상할 건 없었다. 이런 오해가 처음도 아니어서 그녀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마디 했다.“오해하셨어요. 이분은 제 삼촌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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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3화

구안석은 안리영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녀의 표정과 행동으로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했지만 그래도 물었다.“발목을 물렸다며? 상처를 좀 볼게.”그는 말하며 몸을 굽혔지만 안리영에게 손이 닿기도 전에 그녀가 옮겨졌다.구안석은 고개를 들어 조시언을 바라보았다.“시언 씨, 독이 없는 뱀이라고 해도 이빨에는 많은 세균이 있습니다.”“그래서요? 안석 씨가 세균을 보고 대화를 하면서 꺼지라고 할 수 있는 건가요? 아니면 맨손으로 그 세균을 다 없앨 수 있나요?”조시언의 한 마디에 구안석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말을 마친 조시언은 구안석에게 대답할 시간을 주지 않고 안리영을 품에 안은 채 걸어갔다.구안석은 잠시 멍하니 쪼그려 있다가 일어나 발걸음을 재촉해 그들을 뒤따랐다.안리영이 의자에 앉자 의사가 그녀의 다리를 들어 올렸다. 구안석이 그녀의 바지 끝을 걷어 올려주기 전에 조시언이 먼저 해버렸기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내렸다.의사가 소독약으로 상처를 청소하는 동안 조시언은 손으로 안리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아프면 말해.”안리영은 조금 쑥스러웠다. 의사인 자신이 평소 환자들에게 해주던 처치를 돌려받으니 어색하기 그지없었다.“삼촌, 선배 둘 다 먼저 나가 있어.”안리영은 참다못해 둘을 내쫓았다.게다가 구안석이 여기서 아주 어색해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몇 번이나 그녀를 돕고 싶어 했지만 조시언이 그를 가로막았다.그를 안쓰럽게 여긴 게 아니라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생각기 때문이다.“두 분은 밖에서 기다리세요. 여러분이 여기 있으면 저도 긴장돼서 감시받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의사도 농담을 던졌다.조시언은 구안석을 힐끗 보더니 발걸음을 옮겼고 구안석도 의사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떠났다.두 사람은 복도에 마주 서 있었지만 아무도 말이 없었다. 몇 초의 침묵 후, 구안석이 먼저 입을 열었다.“시언 씨, 지금 저를 굉장히 싫어하시죠?”“안석 씨, 안석 씨와 리영이는 이제부터 연인이 아니라 동료일 뿐이에요. 지켜야 할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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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4화

조시언은 구안석에게 정확한 답을 주지 않았지만 그의 침묵이 곧 답이었다.얼마 뒤 안리영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다행히 몸 안에서 독성물질은 발견되지 않았고 상처도 처리되어 모두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미안해. 내가 캠핑을 망쳤어.”뱀에게 물렸을 때 안리영의 비명소리가 모두를 놀라게 했고 안리영이 걱정된 그들은 급히 짐을 챙겨 캠핑장을 떠났다. 한창 좋았던 캠핑이 결국 엉망으로 끝나버렸다.“그럼 나중에 시간 되면 우리한테 보상해 줘야지.”조시언의 대답을 정상적인 인간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다.지금 이 상황에서 안리영을 위로해 줘야 하는 게 맞지 않나?그의 예상치 못한 대답에 안리영도 평소와 다른 태도를 보였다.“보상할 생각 없어. 오히려 삼촌이 나한테 보상해야 할 것 같은데.”“어떻게 보상해 주면 좋을까?”조시언의 정상적인 물음에 안리영은 눈을 깜빡이며 대답했다.“아직 생각 못 했어. 일단 빚으로 남겨둘게.”말을 마친 그녀는 한숨을 쉬며 한마디 더 했다.“아마 이번 생에는 다시 캠핑 안 할 것 같아.”조시언의 맑은 눈빛 속에 이상한 흐름이 감돌았다.“한 번 뱀에 물렸다고 평생 밧줄도 무서워할 거야?”“그건 상황에 따라 다르지.”안리영은 한 번 실패했다고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성격이 아니었지만 뱀과 관련된 일만큼은 자신이 겁이 많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며칠 휴가 내줄 게 푹 쉬어.”조시언이 병원장과 어떤 관계인지 모르지만 그가 휴가를 내준다면 문제없을 거다.하지만 안리영은 거절했다.“안 돼. 지금 과에 일이 많고, 임산부 수술도 곧 있어. 내가 주치의라 꼭 있어야 해.”일에 대한 그녀의 태도는 조시언이 가장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설득하지 않았다.“그럼 몸조심해. 몸이 안 좋으면 휴가 내고, 내가... 사람을 시켜서 지켜보게 할 거야.”“알았어.”안리영이 장난스럽게 대답했다.“내일 내가 데리러 갈게.”조시언의 한마디에 안리영은 그의 SNS에 달린 긴 댓글이 떠올랐다. 댓글 속 엄마의 말투를 생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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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5화

“안 아파. 다 나았어.”안리영이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오늘 새로 생긴 문제나 뭐 발견된 거 있어?”“없어.”구안석이 그녀를 바라보는 어두운 눈빛은 복잡한 감정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안리영은 이를 알아챘지만 모르는 척했고 물어보지도 않았다.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일을 시작하자 구안석도 시선을 돌렸다. 퇴근 시간까지 구안석은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의 이런 태도는 평소와 달랐다. 이번에 연구 홍보를 위해 돌아온 이후 구안석은 항상 안리영 앞에서 미안한 마음에 용서를 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오늘의 그는 그냥 평범한 동료처럼 완전히 달라 보였다.비록 그 모습이 안리영이 바라던 바였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의심이 들었다.‘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안리영은 어제 상처를 치료하며 구안석과 조시언을 내쫓았던 일을 떠올렸다. 혹시 조시언이 구안석에게 뭔가 말한 걸까? 조시언이 그녀를 집에 데려다줄 때 안리영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삼촌, 어제 선배한테 뭐라고 했어? 그 사람 오늘 좀 이상해.”하얀 폴로 셔츠를 입은 조시언은 반짝이는 손목시계를 바라보며 대답했다.“뭐가 이상해?”“나랑 거리를 두고 예전처럼 죄책감에 사로잡힌 모습이 아니야.”안리영이 간단하게 대답했다.검은색 핸들은 조시언의 손아래에서 부드럽게 돌아갔다.“네가 적응이 안 돼? 아니면 불안한 거야?”“그런 건 아니야. 그냥 너무 이상해.”안리영은 그를 뚫어지라 쳐다보며 물었다.“삼촌이 진짜 뭐라고 한 거 아니야? 설마 겁준 거야?”“겁주긴 뭘 겁줘.”“삼촌!““그럼 네가 직접 물어봐.”“그 사람이 날 무시하는데 어떻게 물어봐? 게다가 물어보는 것도 이상해.”앞만 바라보던 조시언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빛이 반짝이는 듯한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놈이 그렇게 행동하니까 불편하고 기분이 안 좋아?”그의 눈길에 안리영은 많이 당황한 눈치였다.“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그래. 난 그 사람이랑 이미 끝난 거고 다 잊었어.”“그럼 구안석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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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6화

“리영아, 왔구나. 시언이도...”조민영은 곧장 안리영을 향해 손을 흔들며 얼른 오라고 했다.안리영은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발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마침 조시언이 다가와 그녀 곁에 섰고 주위를 한번 훑어보았다.그의 옷자락이 안리영의 손등을 스치며 우연히 닿았고 그 작은 접촉에 안리영은 불현듯 용기가 생겼다.‘뭘 두려워해... 어차피 삼촌이 옆에 있는데. 엄마가 또 뭐라고 하면 삼촌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안리영은 어릴 때부터 그렇게 믿고 살아왔다. 조시언만 곁에 있으면 엄마도 무섭지 않았다.사실 안리영도 이해할 수 없었다. 조시언은 친자식이 아닌데도 어째서 다들 그에게 유난히 신경을 쓰는 건지 말이다.그가 뭐라고 한마디만 하면 아무도 거절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조시언 덕분에 안리영도 어깨를 펴고 서 있을 수 있었다.“여 회장님, 사모님...”조시언은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도 여성민 회장님과 현진영 사모님, 그리고 그 아들인 여준에게 정중히 인사를 건넸다.안리영은 조시언 옆에 바짝 붙어 있었는데 여전히 어린 애 같은 모습이었다.그걸 본 조민영은 답답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네 삼촌도 인사했는데 너는 왜 그러고 있니? 여기는 여 회장님네 가족이야. 준이 기억 안 나? 어릴 때 널 업고 다니기도 했었는데...”안리영은 속으로 불쾌했지만 예의상 가볍게 인사를 했다.조시언은 자리에 앉으면서 안리영을 불렀다.“칠칠아, 이리 와.”그 말에 안리영은 얼른 그쪽으로 다가갔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조민영한테 잡혀서 끌려갔을 테니 말이다.“리영이 말이에요. 정말 예뻐졌네요. 밖에서 보면 못 알아보겠어요.”현진영은 안리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히 훑어보며 만족스러운 눈빛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팔꿈치로 몰래 여준을 툭툭 건드리며 신호를 보냈다.다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안리영은 벌써 눈치챈 듯했다. 조민영이 왜 그렇게까지 해서 자기를 집에 데려오려 했는지 말이다.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그녀로 하여금 여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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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7화

“네!”안리영과 조시언이 입을 맞춰 동시에 대답했다.현진영의 얼굴이 순간 굳더니 곧 억지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두 사람은 외삼촌과 조카 사이니까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겠지만 이제는 다 컸으니 각자 공간이 필요하지 않나요? 시언 씨가 여자 친구라도 데려오면 불편하지 않겠어요?”그녀는 쓸데없는 걱정까지 하면서 말했다.“여자 친구 없습니다. 불편해할 것도 없고요.”조시언은 딱 잘라 대답했다.“그래도 남자랑 여잔데 거리를 둬야죠.”여준은 안리영을 보는 눈빛부터 벌써 달라져 있었다.“그렇게밖에 생각을 못 하시니까 그렇게 보이는 거죠.”안리영은 바로 그의 말을 받아쳤다.두 사람이 번갈아 가며 짜증을 내자 여씨 가문 사람들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다.그러자 조민영이 어쩔 수 없이 나섰다.“며칠 전 병원에서 진상 환자가 리영이한테 시비를 걸었거든요. 그게 걱정돼서 잠시 시언이 집에 머물게 한 거예요.”“그런 거군요.”현진영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그 말 속뜻을 정확히 알아챈 안리영은 갑자기 짜증이 나서 입을 열었다.“저 앞으로도 삼촌 댁에서 살 거예요.”그녀의 한마디에 분위기는 다시 얼어붙었다. 그러자 현진영은 굳은 미소를 지으며 대꾸했다.“지금은 시언 씨한테 여자친구가 없으니 괜찮겠지만 생기면 그땐 곤란해질 수도 있어요.”“칠칠이가 언제까지 우리 집에 살든 간섭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조시언은 마치 릴레이라도 하듯 안리영의 말을 바로 이어받았다.이쯤 되자 여씨 가족도 두 사람의 생각을 알아챘다. 안리영은 맞선을 볼 생각조차 없다는 것도 말이다.더군다나 안리영이 조시언과 함께 산다는 말을 듣고선 아무리 삼촌과 조카라 해도 성인 남녀가 함께 지내는 것이었기에 그들은 영 껄끄러웠다.“시언 씨가 리영 씨를 참 잘 챙기시네요. 두 사람 관계를 아는 사람이라면 괜찮겠지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연인 사이인 줄 알겠어요.”현진영은 입이 아주 독했다.조시언의 눈빛이 어두워지고 표정에도 싸늘한 기운이 돌았다.“그 말 들으니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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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8화

조민영은 그 질문을 받고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곧바로 말을 이었다.“시언아, 그게 무슨 말이야? 리영이는 내 딸이야. 내가 낳고 내가 키운 아이인데 내가 어떻게 걔를 해치겠니?”“그럼 오늘 왜 그러셨어요?”조시언의 말투와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웠다.“네 누나도 리영이가 구안석한테서 벗어나지 못할까 봐 걱정돼서 그런 거야.”이번엔 안성수가 나섰다.“맞아, 시언아. 네 누나랑 형부가 리영이를 해치려고 그러겠니? 사실 여씨 집안도 조건이 나쁜 집안은 아니잖아. 근데 오늘 왜 인지 안색도 안 좋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가시가 돋혀있으니...”지금껏 말이 없던 조시언의 아부지인 조수현도 입을 열었다.그러자 당사자인 안리영도 더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엄마, 다 알아요. 다들 절 걱정해서 이러시는 거... 그런데 전 아직 연애할 생각 전혀 없어요. 그렇다고 옛날 감정에 빠져 있는 것도 아니에요. 제가 연애를 하든 말든 그냥 자연스럽게 두시면 안 될까요?”“그래, 네 마음만 편하면 됐다. 우리도 더는 안 간섭할게.”최진희가 나서며 말하자 안리영은 환하게 웃었다.“그럼 됐어요. 럼 오늘 일은 없던 걸로 해.”최진희가 웃으며 핀잔을 줬다. 그러다 시선을 조시언 쪽으로 돌리며 말했다.“그리고 넌 오늘 좀 심했어. 어쩜 그렇게 참을성이 없니?”“전 뭐가 잘못됐는지 모르겠어요.”조시언은 당당하게 말했다.“그래, 너는 늘 옳지. 여자 안 만나는 것도 말이야. 전에 소개해 준 사람은 다 마음에 안 든다며? 네가 직접 고른다더니...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 네가 고른 여자는 도대체 어디 있어?”조시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아직 찾는 중이에요.”“또 그러네. 맨날 그렇게 넘어가려고!”최진희의 언성이 높아졌다.“할머니!”안리영이 나섰다. 아까는 외삼촌이 자신을 지켰으니 이번엔 자신이 나설 차례였다.“그만하세요. 외삼촌이 아무 여자나 데려와서 힘들게 사는 거 보고 싶으세요?”“데려오기만 하면 행복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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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9화

안성수가 조경태에게 술을 따르자마자 잔을 들기도 전에 잔소리가 날아들었다.“술잔 들 땐 누구보다 재빠르네...”“시언아, 너 나중에 결혼하더라도 절대 네 누나랑 어머니 같은 여자는 만나지 마라. 평생 잔소리 듣고 살고 싶지 않으면 말이야.”그 말에 온 가족이 폭소를 터뜨렸다.비록 집에 돌아왔을 때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점점 풀렸고 결국 모두 웃으며 마무리되었다.식사 후, 조민영이 말했다.“오늘 둘 다 그냥 집에서 자고 가.”“그건 안 될 것 같아요.”“저도 해야 할 일이 있어요.”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하자 식탁 위 시선이 일제히 두 사람에게로 몰렸다.안리영은 정면을 응시하며 침착한 얼굴로 말했다.“요즘 임산부 수술을 준비 중이라 할 일이 많아요. 사실 오늘도 야근하려다가 호출받고 온 거거든요. 이따 가서 다시 일해야 해요.”조시언은 딱 한 마디만 했다.“저는 칠칠이 데려다줘야 돼요.”“됐어, 편한 대로 해. 다 큰 어른들이고 각자 일이 있는 거지.”조경태가 쿨하게 허락했다.주씨 가문 본가에서 나오자 안리영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제 삼촌도 내가 왜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지 이해되지?”“다시 병원 가?”조시언이 묻자 안리영이 웃으면서 대답했다.“아니, 그냥 핑계였어.”“집에 들어가기 싫은 거지?”조시언은 그녀를 꿰뚫는 듯한 눈빛으로 물었다.안리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동자가 반짝이고 있었다.“술 한잔하고 싶어요.”그녀는 의사였기에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해 술은 거의 입에 대지 않는 편이었다. 게다가 술은 신경을 둔하게 만들어 손끝의 감각을 무디게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오늘만은 예외였다. 오늘은 그저 다른 사람들처럼 살아보고 싶었던 것이다.예전 같으면 나를 불렀겠지만 지금 나는 임신 중이었기에 안리영은 나를 불러내는 걸 조심스러워했다.“그래, 같이 가자.”조시언은 담담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는 안리영이 원하는 거라면 뭐든 함께 해줄 사람이었다.밤은 깊어지고 술집의 열기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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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0화

“저기요, 다른 곳으로 가서 더 신나게 놀까요?”무대 중앙에서 한 남자가 안리영에게 말을 걸었다.안리영은 드물게 풀어 헤친 긴 머리를 휘날리며 말했다.“그쪽 집 침대에서 신나게 놀자는 건가요?”“저야 좋죠. 그쪽만 원한다면...”남자는 슬쩍 몸을 그녀에게 들이밀었다.그 순간, 안리영은 손가락으로 남자의 이마를 꾹 눌러 거리를 벌리며 말했다.“아뇨, 제 침대가 더 적당할 것 같은데요?”“전 어디든 상관없어요.”남자가 능글맞게 웃으면서 말했다.그러자 안리영이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속삭이듯 말했다.“진짜요? 제가 말한 건 수술대인데... 저 의사거든요.”남자는 그걸 장난으로 받아들였다.“심장 수술? 아니면 간 수술?”“뭐든.”그녀가 정확히 심장과 간이 있는 부위를 콕 찌르자 남자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안리영은 그 틈을 타 그를 멀리 밀어냈다. 그러고는 지친 듯 무대 아래로 내려오려 했다.밑에서 보던 사람들은 휘파람을 불었고 몇몇 남자들이 그녀에게 손을 내밀며 내려오라 손짓했다.하지만 안리영은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두 팔을 쫙 벌려 무대 아래 앉아 있는 조시언을 향해 외쳤다.“안아줘!”조시언은 꼬고 있던 다리를 풀고 일어나 느긋한 걸음으로 무대 앞으로 걸어갔다.그가 손을 내밀자 안리영은 망설임 없이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그녀는 그의 목에 팔을 감고 바짝 안기며 말했다.“나 너무 피곤해.”조시언은 그녀를 두 팔로 단단히 안고 사람들의 야유 속에서 그녀를 데리고 나갔다.“취했어?”그가 조용히 물었다. 이 정도로 정신을 못 차리는 걸 보면 확실히 좀 마신 듯했다.사실 어릴 땐 조시언이 안리영을 자주 안아줬었다. 하지만 어느 날, 조민영이 그 모습을 보고 안리영에게 한마디 툭 던졌다.“리영아, 너도 이젠 다 컸잖아. 네 삼촌한테 그렇게 안기고 그러면 안 돼.”그날 이후로 안리영은 더 이상 조시언에게 안기지도, 업히지도 않았다.“삼촌, 나 오늘 기분이 너무 좋아.”그녀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드디어 나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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