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리영은 나를 보러왔다가 눈앞의 광경을 보자마자 세글자를 내뱉었다.“미쳤네.”모든 사람이 아마 내가 2억이라는 거금을 주고 이런 낡은 마당에 벽 하나, 심지어 지붕도 온전하지 못한 흉가와 다름없는 집을 샀다고 알리면 분명 똑같은 소리를 했을 것이다.“사서 고생한다는 말을 들어보기만 했지, 이렇게 눈앞에서 직접 목격하게 될 줄이야.”안리영은 한껏 실망스러운 얼굴로 나에게 다시 말을 이었다.“그렇게 돈 쓸 곳이 없으면 차라리 필요한 사람한테 기부나 해.”나도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지금은 이래도 딱 한 달 뒤면 아주 새롭게 변할 테니까 어디 두고 봐.”그러자 안리영은 다시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집을 다시 지을 예산이면 차라리 좀 괜찮은 거라도 고르던지. 하필 다 쓰러져가는 집을 다시 고쳐 쓰겠다는 이유가 뭐야?”“좀 낡았어도 다시 새롭게 지으면 느낌이 다를 거야. 됐고, 나중에 새집 보고 놀라지나 마.”나는 매우 자신 있게 말했다.안리영은 내 고집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입씨름해 봤자 헛수고라 생각했다.그러다가 문득 내 배를 바라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뱃속의 소중한 아이는 절대 다치면 안 되니까 조심해. 난 분명히 말했다?”“알겠습니다, 안 주임님.”그리고 안리영의 팔짱을 끼고 물었다.“삼촌네 집에서 지내보니까 어때? 재밌는 일이 있으면 말해봐.”“왜, 금욕기간이라 자극적인 게 당기나 봐?”안리영은 나랑 같이 놀면서 많이 뻔뻔해졌다.“맞아! 혹시 있어?”“미쳤어? 그분은 내 삼촌이야, 그런 것도 내가 구분하지 못할까 봐? 내가 뭐 짐승이야?”나의 호기심에 어린 눈빛을 바라보던 안리영은 버럭 화를 내기 시작했다.사실 나도 그저 해본 말이다.아무리 두 사람이 혈연관계가 아니라고 해도 연인 사이로 발전한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물론이고 가문의 모든 사람이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안리영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아들이 없었기에 대를 이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서 조시언을 입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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