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세컨드는 이제 그만! 새 사랑 시작: Bab 881 - Bab 886

886 Bab

제881화

“뭐야. 재미없어.”안리영이 입을 삐죽이며 투덜댔다.조시언은 그녀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순식간에 차 지붕 위에 올랐다.안리영은 피식 웃으며 그의 이마에 손바닥을 살짝 얹었다.“삼촌 진짜 착하단 말이야.”“완전히 취했네.”조시언은 혹시라도 그녀가 미끄러질까 봐 곁에서 손으로 그녀를 붙잡아 주었다.안리영은 그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나지막이 말했다.“삼촌, 아무 얘기나 해줘...”조시언은 익숙한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옛날에 한 소녀가 있었는데 그 애는 매일 밤 달을 보며 언젠가 꼭 가보고 싶다고 소원을 빌었어. 그러던 어느 날, 달에 사는 선녀가 그 소녀의 간절한 소원을 듣고...”“이거 말고. 어릴 때부터 맨날 들었잖아. 이젠 질렸다고.”안리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불만을 드러냈다.“그럼 무슨 이야기 듣고 싶은데?”조시언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는 밤공기 속에서 더욱 깊이 스며들었다.안리영은 눈을 살짝 감으며 조용히 말했다.“삼촌 연애 얘기 듣고 싶어.”“진짜?”조시언이 조심스럽게 되물었다.“응. 삼촌을 좋아하는 여자들 많잖아. 삼촌 첫사랑은 누군데?”안리영은 졸린 듯 목소리가 낮아지기 시작했다.조시언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난 첫사랑 그런 거 없어. 왜냐하면 지금까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었거든. 정말 예쁘고 사랑스러운 친구인데 처음 본 날부터...”이야기가 끝날 즈음, 안리영은 그의 어깨에 기대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조시언은 미소를 머금고는 조심스레 그녀를 안아 집으로 데려갔다.안리영이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자신의 부드럽고 넓은 침대 위에 누워 있었다.몸을 뒤척이자 문득 어젯밤의 기억이 조금씩 떠올랐다. 그녀는 이불을 확 끌어당겨 얼굴을 덮었다.‘아, 망했다... 술에 약한 건 알았지만 주사가 이렇게 심하다고? 무대에서 춤추고 삼촌한테 안기고 차 위에서 난동을... 쪽팔려서 어떡해!’그녀는 살금살금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을 열었다.다행히도 거실엔 조시언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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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2화

진정우는 나를 바라보며 눈동자에 놀람과 불안이 뒤섞인 감정을 드러냈다.그의 마음이 어떤지 나는 알 수 있었다.“일단 상황부터 파악하자. 소영이를 믿어야 해.”지금 그들이 있는 곳은 산부인과였다. 미혼인 진소영이 여기 있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니 친오빠인 진정우가 불안해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여기로 돌아오고 나서 진정우는 진소영을 보러 다녀왔었다. 하지만 나는 따라가지 않았다. 그 애가 나를 좋게 보지 않았기에 내 쪽에서 굳이 먼저 나설 필요는 없었던 것이다. 적어도 내 쪽에선 떳떳했으니 말이다.진정우는 진소영이 서울여대에서 잘 지내고 있는 줄로만 알았기에 그녀가 지금 이런 곳에 있다는 게 납득이 되지 않았다.진소영은 우리가 있는 걸 눈치채지 못한 듯했고 표정은 한껏 긴장되어 있었다. 그저 자꾸만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초조하게 앉아 있을 뿐이었다.그러다 너무 지루했던 건지 가방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하지만 집중이 안 되는 듯 이내 책을 신경질적으로 엎어버렸다.나와 진정우 모두 그녀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지만 일단 사실부터 파악하자는 생각에 섣불리 다가가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안리영이 병원에 도착했다.나는 서둘러 그녀에게 다가가 옆으로 끌고 갔다. 그러자 내가 말도 꺼내기 전에 그녀가 먼저 입을 열었다.“쓸데없는 생각 마. 그냥 술 너무 마셔서 늦잠 잤을 뿐이야.”나는 어이가 없어서 코웃음을 쳤다.“나 아직 말도 안 했거든? 그렇게 찔려?”그리고 나서 나는 손가락으로 진소영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정우 씨 동생이 산부인과에 왔는데 우리가 직접 다가가긴 좀 그래서... 네가 가서 뭐 좀 알아봐 줄래?”“알겠어. 가서 인사만 할게. 근데 굳이 다른 의사한테 진료 예약한 거 보면 우리한테 들키기 싫은가 봐.”안리영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그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기 위해 나와 통화 상태를 유지한 채 진소영이 진료받는 의사에게 휴대폰을 살짝 맡겼다.덕분에 나는 진료실 안의 모든 대화를 실시간으로 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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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3화

의사는 잠시 멈칫했다.“왜 그 검사를 받으려는 거죠? 최근에 에이즈 환자와 접촉한 적이라도 있나요?”“접촉한 적 있어요.”진소영의 목소리는 아주 작고 가라앉아 있었다.“처음엔 몰랐어요. 이틀 전에야 알게 됐거든요. 그래서 지금 너무 불안해요.”“그 사람이 확진 받은 게 확실한가요? 어떤 방식으로 접촉했는지도 말해줄 수 있나요?”의사는 말하다가 잠시 숨을 골랐다.“에이즈는 물론 무서운 병이지만 단순한 접촉으로는 감염되지 않아요.”의사는 기본적인 에이즈 감염 경로와 위험성에 관해 설명해 주었고 곧이어 조심스럽게 말했다.“사실대로 말해주면 감염 가능성에 대해 판단할 수 있어요. 검사가 정말 필요한지도요.”“그 아이는 여자예요. 형편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알바를 하고 있거든요. 한 달 전쯤부터 좀 아팠고 그래서 제가 며칠 동안 간호를 해줬어요. 최근엔 같이 밥도 먹고 같은 화장실도 썼고요.”“일주일 전에 갑자기 열이 나기 시작하더니 병원에 가보니까 에이즈에 걸렸다는 판정을 받았더라고요. 그랬더니 저도 갑자기 아래쪽이 간지럽고 불편해서 혹시 감염된 게 아닌가 의심돼요.”그 말을 들은 순간, 나와 진정우의 가슴은 한없이 무거워졌다.에이즈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으니 말이다.의사는 이후에도 에이즈에 대한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의심이 든다면 검사를 받아보는 게 맞아요. 하지만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에이즈는 혈액, 성관계, 혈육에게만 전염되거든요. 단순한 접촉으로는 감염 확률이 극히 낮아요. 거의 없다고 봐도 돼요.”“그래도 검사받고 싶어요.”진소영이 단호한 말투로 말하자 의사가 물었다.“혹시 그 여자애 말이에요. 그런 불건전한 일을 하는 건 아니죠?”“아니에요!”진소영은 빠르게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착실한 아이거든요. 근데 1년 전에 성폭행을 당했어요...”의사는 몇 초간 침묵하다가 조용히 말했다.“그 친구한테도 꼭 치료받으라고 하세요.”진소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진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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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4화

나는 진소영이 그 심장을 포기하려 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예전에 그녀는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이 심장이 누구 거였는지는 상관없어. 내 몸 안에서 뛰고 있으니까 이제 내 거야.”그렇게 말하던 진소영이 이제 와서 마음을 바꾸다니... 나는 그녀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건지 알 수 없었다.다만 마음이 아팠다. 그 심장은 이 세상에 남아 있는 내 유일한 혈연인데 진소영은 그것조차 남기고 싶지 않은 듯했다.하지만 이건 그녀의 권리였다. 그 심장은 지금 그녀의 것이기에 그녀가 어떻게 하든 나는 관여할 수 없다.진정우는 내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그냥 한번 물어본 것뿐이야. 소영이가 그 심장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거야.”그가 한숨을 길게 쉬며 말했다.“혹시라도 자기가 정말 에이즈에 걸린 거라면 자기 수명이 길지 않다고 느껴서 그 심장을 더 필요한 사람에게 다시 주고 싶었을지도 몰라. 그렇게 되면 희연 씨도 계속 살아 있을 수 있으니까.”진정우의 이 한마디에 나는 생각에 잠겼다.‘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왜 소영이를 오해하고 의심부터 했을까?’그 순간, 나는 내가 너무 속이 좁고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마음속 응어리가 풀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사실 진소영이 나를 어떻게 대하든 이제는 정말 괜찮은 것 같았다. 그녀는 진정우가 세상에서 가장 아끼는 동생이었다.‘전에 그 일이 일어나기 전에는 나를 졸졸 따라다녔는데...’나는 지금까지 항상 잘못은 그녀에게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나라도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가 원망하는 건 내가 거짓말을 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나를 가장 믿고 의지했는데 그 믿음을 내가 저버렸기 때문일 것이다.마음속 응어리라는 건 참 웃긴 것 같았다. 복잡한 듯해도 알고 보면 종이처럼 얇아서 그걸 터뜨리고 나면 갑자기 모든 게 맑아졌다.복잡한 감정이 풀리고 나니 나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참 시원하고 후련했다.“정우 씨, 이번 주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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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5화

조시언은 검은색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는데 금방 샤워를 해서 그런지 머리는 낮처럼 단정하지 않았고 콧대에는 테 없는 안경을 걸치고 있어 고급스럽고 지적인 분위기를 풍겼다.예전부터 조시언이 잘생겼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왠지 오늘따라 지나치게 잘생겨 보여서 안리영은 순간적으로 그를 소유하고 싶다는 충동까지 느꼈다.그 생각은 순식간에 그녀의 머리를 스쳐지나갔지만 그녀는 얼굴이 붉어져서 급히 눈을 내리깔고 괜히 다른 생각을 하려 애썼다.“방에 불이 켜져 있어서 왔는데 왜 아직도 안 자? 시간이 늦었어.”조시언의 목소리는 부드러우면서도 약간 허스키했는데 아주 매력적이었다.“잠이 안 와서...”안리영은 그렇게 말하며 방에서 나와 소파 쪽으로 걸어갔고 조시언도 그 뒤를 따랐다. 그는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았지만 안리영이 알아서 털어놓았다.“내일 좀 중요한 수술이 있거든.”조시언은 고개를 끄덕이며 티 테이블 쪽으로 가서 찻잎을 꺼냈다. 그리고는 찻잔에 담았다.“긴장해서 그래?”“긴장한 건 아닌데... 그래도 걱정돼.”안리영은 소파에 틀고 앉아 귀여운 곰 인형을 품에 안았다. 차가 끓기 시작하자 안리영은 조시언을 바라보며 물었다.“삼촌, 아이들 좋아해?”조시언은 차 끓이는 기계를 작동시키며 말했다.“그렇게 좋아하진 않아. 너무 시끄러워서 말이야.”“뭐가 시끄러워? 말랑말랑하고 얼마나 귀여운데.”지금까지 수많은 아기를 봐온 안리영은 누구보다 아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너도 어릴 땐 시끄러웠어.”조시언의 말에 안리영은 말문이 막혔다.‘삼촌이 아기를 싫어하게 된 것도 나 때문인가?’안리영은 피식 웃었다.“왜? 나 때문에 트라우마라도 생겼어?”“그런 셈이지. 평생 쓸 인내심을 너 하나 달래는 데 다 써버렸거든. 그래서 이젠 싫어.”조시언이 말하는 사이에 차는 이미 끓고 있었고 그 향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조시언, 왜 맨날 뭐만 하면 다 내 탓인데!”안리영은 대담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조시언은 미소를 지으며 차 끓이는 것에 집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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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6화

태아에게 심장 수술을 해주는 건 처음이었기에 병원 전체가 관심을 보였고 지어는 언론 기자들까지 몰려들었다.조시언 역시 그 자리에 빠지지 않았다.안리영은 병원 원장님과 함께 서 있는 그의 모습을 보고 그제야 조시언의 지위가 보통이 아님을 실감했다.‘근데 어떻게 한 거지?’그녀는 수술이 끝나면 반드시 집에 가서 물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안리영은 이미 수술용 격리복으로 갈아입은 상태였고 같은 색깔의 수술 모자, 수술용 마스크까지 착용했다. 그래서인지 유일하게 드러난 눈동자만이 더욱 돋보이고 빛나 보였다.“수술 꼭 성공하길 바랍니다!”수술실에 들어가기 직전, 원장님이 대표로 모두의 마음을 전했다.수술 집도의인 구안석도 안리영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둘은 병원장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곧장 수술대로 향했다.“조 대표님은 모르실 수도 있지만 구안석 교수랑 안리영 선생이 어릴 때부터 소꿉친구라고 하더라고요. 학교 다닐 땐 서로 좋아했다는 말도 있고요. 이번 프로젝트를 우리 병원에서 진행하자고 한 것도 다 안리영 양 때문이라는 소문도 있어요.”원장님은 마치 자신이 성사한 일처럼 자랑스럽게 말했다.조시언의 시선은 투명한 유리 벽 너머 수술실 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리영과 구안석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보며 그의 눈빛이 서늘해졌다.“원장님의 덕분인 줄 알고 이번 수술 성공하면 원장님을 표창할 생각이었는데 아쉽네요.”조시언의 말에 원장님의 입꼬리가 바들바들 떨렸다.한편, 수술실 안에 있는 안리영과 구안석은 눈빛 교환을 했다. 그렇게 수술은 드디어 시작됐다.모든 의료진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바깥의 참관실은 숨소리 하나 없이 긴장감이 감돌았다.이 수술이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의료적 시도 때문만이 아니었다.수술을 받는 임산부의 외할아버지가 해동 지역의 고위직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당사자가 매우 조용히 행동해 온 탓에 아무도 몰랐던 사실이었다.조시언이 귀띔해 주지 않았다면 원장님조차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이번 수술이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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