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1131 - Chapter 1140

1140 Chapters

제1131화

이내 중전의 말을 들은 서원 공주는 눈가가 붉어지더니, 억울한 듯 중전의 품에 와락 안겼다.“흑흑, 아뇨, 아뇨… 아프지 않았어요. 그냥… 어머님이 너무 보고 싶었을 뿐이에요!”어머니와 딸은 서로를 꼭 안은 채 한동안 울음을 삼켰다.한참 후에야 서원 공주는 중전의 품에서 떨어졌고, 손등으로 뺨에 맺힌 눈물을 닦아냈다.그러고 나서야 그녀는 김단을 바라보았다.두 시선이 맞닿은 그 순간, 김단은 이미 서원 공주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고 있었다.이내 서원 공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김단을 향해 느릿하게 걸음을 옮겼다.“짝!”맑고도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서원 공주의 손바닥이 김단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서원 공주는 이를 악문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천한 것! 그날 본공주를 모함할 때, 이런 날이 올 줄은 몰랐느냐!”김단은 혀끝으로 입술 끝에 맺힌 핏방울을 살짝 훔쳤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승자는 군주가 되고, 패자는 죄인이 된다.오늘 이 자리에선 자신이 패자일 뿐, 변명은 사치였다.그러나 아무 말 없이 침묵을 지키는 김단의 태도가 더욱 서원 공주의 화를 돋웠다.이번엔 팔을 들어 다시 손을 휘두르려는 찰나, 중전의 목소리가 방 안을 울렸다.“그만하거라. 김 낭자는 본궁의 사람이다. 이미 한 대 때리고 욕도 했으니, 그만 지난일은 덮어라.”중전의 말에 서원 공주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어머님! 저 아이는 배신자입니다! 어머님께서 어찌…”“말 안 들을 것이냐?”짧은 한마디였지만, 그 말속에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위압이 실려 있었다.서원 공주는 입술을 꾹 다물었고, 끝내 하고 싶은 말을 꿀꺽 삼켜야 했다.중전은 다시금 침착하게 말했다.“하늘도 밝았겠다, 나으리는 이제 내의원으로 가서 직무를 이어가시지요.”“예.”김단은 마침내 입을 열고 대답한 뒤 공손히 인사를 올렸다.그러고는 일어서려 했으나, 밤새 무릎 꿇고 있던 탓에 두 다리는 이미 감각을 잃은 상태였다.김단은 다리에 힘이 풀려 일어나지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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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2화

사람을 곁에 두는 것은 곧 의술을 곁에 두는 것과 다름없었다.김단의 성정으로 보아, 자신과 원한이 깊지 않은 이라면 언제든 손을 뻗어 구해줄 것이다.서원 공주는 여전히 마음이 풀리지 않았다. 거의 일 년 가까운 시간을 냉궁에서 지냈건만, 이제야 나와 김단에게 고작 따귀 한 대 날린 것뿐이라니, 그걸로는 도저히 분이 풀리지 않았다.입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그래도 어머님께서 그 아이를 곁에 붙잡아둘 수 있을까요? 그 아이, 여간 교활한 게 아니라니까요!”그러자 중전은 손을 뻗어 서원 공주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며 부드럽게 웃었다.“어미는 그 아이를 얌전히 붙잡아둘 방법이 있단다.”“무슨 방법인데요?” 서원 공주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중전은 그저 신비한 미소만을 지을 뿐이었다.“비밀이야.”“아이 참, 어머님! 말씀 좀 해 주세요!”서원 공주는 다시금 어리광을 부렸다.중전은 곁에 서 있던 나인을 바라보았다.나인은 바로 눈치를 채고 앞으로 나섰다.“공주마마, 마마께서는 어제 자객을 만나시고, 또 김단과 밤새 대면하셨으니 지금은 몹시 지치셨습니다. 부디 마마께서 편히 쉬실 수 있도록 도와주시지요.”그 말을 들은 서원 공주도 어머니의 휴식이 급선무라 생각되어,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나 중전에게 예를 올렸다.“그럼, 어머님께서 푹 쉬시고요. 저는 이따가 다시 올게요.”그렇게 말하고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중궁전을 나섰다.그 시각, 예종원군 관저.고지운의 두 눈은 이미 퉁퉁 부어 있었다.문가에 서서 바라보니, 이각이 얼마 지나지 않아 피가 담긴 대야를 들고 또 나오는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그토록 애원하여 간신히 소하를 천옥에서 꺼내왔건만, 이런 참혹한 상태로 돌아오다니.마침내 이각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자 고지운은 참지 못하고 그를 붙들었다.“소하는… 소하는 괜찮은 거죠? 제발… 아무 일 없는 거죠?”이각은 미간을 찌푸린 채 고개를 끄덕였다.이 돌궐 공주가 성정이 어질고 진심으로 대공자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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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3화

그래, 누구도 뵈러 올 수 없다는 거지……“그, 그럼 저는 약을 구하러 갈게요. 단이 손엔 약이 많으니, 틀림없이 소하를 살릴 수 있는 약도 있을 거예요!”고지운은 그렇게 말하며 고집스레 밖으로 나가려 했다.비록 왕명을 어기고 사람을 들이지는 못한다 하나, 그녀가 약을 구하러 나가는 것까지 금한 건 아니지 않은가!하지만 두 걸음도 채 못 가 이각이 서둘러 다가와 길을 막았다.“예정빈께선 어젯밤, 김 낭자를 못 보셨습니까?”그 말에 고지운은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멍하니 이각을 바라보았다.“무슨 말이에요?”이각의 미간이 깊이 찌푸려졌다.“김 낭자께서 예정빈께서 입궁하신 걸 들으시고 곧장 궁으로 향하셨습니다. 소인은 직접 눈으로 확인했지요. 김 낭자께서 궁문 밖에서 해시가 되도록 기다리다 간신히 들어가셨습니다. 그런데 예정빈께서 나오실 때까지 김 낭자는 끝내 나오지 않으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고지운은 문득 무엇인가 떠오른 듯한 얼굴이 되었다.그녀가 궁을 나설 땐, 무릎을 너무 오래 꿇고 있어 정신이 아찔했고, 이각과 향근의 부축을 받아 나왔다.그때 분명, 궁문 밖에 마차가 한 대 서 있었고,그 마차 곁에 낯익은 사내가 서 있었다.생각해보니, 평양관저의 경씨가 아니었던가!그제야 모든 게 연결되었다.고지운은 중얼거리듯 말했다.“나는 내가 간절히 주상께 청해 얻은 기회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단이…… 중전께서 어째서 밤이 깊은 시각에야 그녀를 들이셨을까, 또 왜 내보내지 않으셨을까…… 혹시, 단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김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고지운의 심장은 덜컥 내려앉았다.소하는 온몸이 중상을 입고 생사조차 장담할 수 없는데.만약 단이마저…… 무슨 일이 있었다면……그녀는 더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눈물이 다시 뚝뚝 떨어졌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향근도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그러면서도 애써 타이르듯 말했다.“예정빈, 지금 예종원군 관저는 당신께서 중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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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4화

김단은 이른 아침 내의원 원사로 부임한 뒤, 해가 질 무렵에야 내의원에서 나왔다.오늘 하루 종일 내의원의 사무를 인계받느라 정신이 없었다.물론 사무 자체가 복잡해서가 아니었다. 분명히 한 번에 설명할 수 있는 일들이었건만, 내의원 사람들은 꼭 서너 번에 나누어 이야기를 전하곤 했다.김단은 속으로 알고 있었다. 이들이 홀린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것임을.중전일 수도, 서원일 수도 있겠지. 누가 알겠는가?그래도 다행히 이제야 돌아갈 수 있었다.내의원의 어의들은 김단과는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기에, 그녀를 곤란하게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음에도, 무릎의 상처만큼은 정성을 다해 치료해주었다. 오늘 내내 인계받는 동안에도, 앉아 있을 자리는 꼭 마련해주었고, 그녀를 서 있게 하지 않았다.덕분에 이젠 걸음걸이도 아침처럼 비틀거리지 않았다.경씨는 여전히 궁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김단이 천천히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자, 밤낮으로 조마조마했던 마음이 그제야 놓였다.그녀의 걸음이 조금 어긋나는 것을 눈치챈 경씨는 황급히 다가가 김단을 부축해 마차로 이끌었다.김단의 상태를 묻기보다는 먼저 상황을 전했다.“예종원군 쪽 사람이 왕부에 다녀갔습니다. 숙희가 의원에게서 약을 많이 받아 그 사람 손에 예종원군 관저로 보냈습니다.”김단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잘했어요.”스승의 약은, 자신의 것보다 훨씬 뛰어날 것이므로 소하는 분명 무사할 것이다.경씨는 김단을 마차에 태워 주었다.자리에 앉자마자 김단은 그간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마음이 순식간에 풀리는 것을 느꼈다.중전이 왜 자신을 내의원 원사로 세우려 한 건지, 주상의 약점이 그녀 손에 들어가 이 궁중의 권세가 온전히 중전에게 쏠린 것인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결국 소하를 대전옥에서 구해냈고, 고지운도 예종원군 관저로 돌아가게 했으니, 그녀가 궁에 들어온 목적은 이루어진 셈이었다.전날 밤을 새우고 오늘 하루 종일 고단하게 움직였던 탓에, 김단은 마차에 기대어 어느새 스르르 눈을 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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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5화

그 말을 들은 임학은 충격에 찬 얼굴로 되물었다.“정말이야? 정말 중전의 노여움을 사지 않은 것이냐?”김단의 미간이 서서히 좁혀졌다.결국 그녀의 얼굴에 노기가 떠올랐다.“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임학의 두 눈동자가 끊임없이 흔들리더니, 끝내 김단을 마주보며 다급하게 말했다.“궁에서 사람이 왔어. 어머님을 궁으로 모셔갔단 말이다.”그 말에 김단은 순간 굳어졌다.“…뭐라고요?”“중전의 의지가 담긴 조서를 내보인 자가 어머님을 데려갔어. 아버지와 나는 감히 막을 수 없었지. 지금 아버지는 주상께 진상을 여쭈러 궁에 들어가셨고, 나는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에게 묻고자 이렇게 달려온 거야.”진산군 댁은 이제 예전의 진산군 댁이 아니었다.진산군은 조정에서 실권이 없었고, 조참에 나가더라도 늘 행렬의 중간쯤에 서서 고개 한 번 들지 않았으며, 한 마디 말조차 입에 올린 적이 없었다.사람들 앞에서는 여전히 그를 ‘진산군’이라 불렀지만,뒤에서는 조롱조의 말만 쏟아냈다.그런 말에 진산군은 이미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그저 조용히 남은 여생을 살아가기를 바랄 뿐이었다.진산군이 어떤 실수를 저질러 누군가의 노여움을 샀다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임학 또한 군영에서 낮은 직책을 맡고 있었고, 늘 연병장에서 병사들과 어울리다 보니, 어떤 권세가와 엮일 틈조차 없었다.무슨 일을 저질렀을 리 만무했다.결국 남은 이는 오직 김단뿐이었다.그 옆에서 경씨가 조심스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우리가 나올 때, 다른 마차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떠난 후에야 벌어진 일인 듯합니다.”김단의 심장이 쿵 하고 요동쳤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나올 때는 황혼 무렵이었고, 붉은 노을이 하늘을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고 있었다.“단이, 너 정말 중전의 노여움을 산 것이 아니라는 말이지?”임학이 참지 못하고 다시 한 번 물었다.김단은 그제야 정신을 가다듬고 임학을 바라보았다.“이미 말했잖습니까.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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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6화

얼마 지나지 않아 경씨가 돌아왔다.그는 다가와 김단에게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 “임 도령이 왔소.”그 말을 들은 숙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임 도령이 오다니요? 그 분이 관저에는 어째서 온 것입니까?”아씨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왜 이리 갑자기 온 것일까?김단은 그제야 살짝 한숨을 쉬었다. “중전 마마께서 사람을 시켜 임씨 부인을 궁으로 모셔갔다.”그 말을 들은 숙희는 깜짝 놀라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임씨 부인께서 그렇게나 편찮으신데, 중전 마마께서는 왜 부인을 궁으로 모셔간 것입니까? 게다가 시간이 벌써 늦었는데, 설마 임씨 부인을 궁에서 묵도록 하시려는 건 아니겠죠?”김단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나도 중전 마마의 속셈이 뭔지 모르겠구나. 다만 어쩐지 나 때문인 것 같다.”임학이 이토록 급하게 자신을 찾아온 것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지금 진산군 가문에서 중전의 비위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은 그녀뿐일 것이다.그녀 때문임이 분명함에도 그녀는 이토록 매정하게 굴었다.김단은 경씨를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경 오라버니는 제가 너무 매정했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예상 외로 경씨는 고개를 저었다. “만약 임씨 부인이 정말 낭자 때문에 궁으로 불려간 것이라면, 낭자는 매정하게 굴수록 좋을 것이오.”그 말을 들은 김단은 마침내 미소를 지었다.그녀도 그렇게 생각했다.어찌 되었든 임씨 부인은 그녀의 친어머니였고, 아마 중전도 그녀들 사이의 이러한 관계성 때문에 임씨 부인을 궁으로 데려간 것일 것이다.비록 중전의 목적이 무엇인지 여전히 모르겠지만 말이다.하지만 그녀가 무관심한 태도로 나온다면 중전은 더 이상 임씨 부인으로 그녀를 위협할 수 없을 것이다.이용할 수 없게 된다면 자연히 곁에 두지 않을 것이다.그러므로 김단의 매정함이 임씨 부인에게 가장 좋은 보호 장치가 되는 셈이었다.경씨는 김단과 자신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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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7화

“아버님께서 주상 전하를 노하게 하여 곤장 서른 대를 맞고 피투성이가 되어 관저로 실려 가셨소.”유 어의의 말이 끝나자마자 김단의 손동작이 순간 멈칫했다.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그녀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보았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녀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하고 말했다. “진산군은 진작에 주상 전하의 신임을 잃은 사람입니다. 마땅히 조심하고 또 조심했어야 할 터인데, 감히 전하를 노엽게 하다니, 살기 싫은 것이 분명 합니다.”유 어의는 김단이 이정도로 냉혈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진산군은 당신의 어머니… 아니 임씨 부인 때문에 그런 것이오. 듣자 하니, 중전 마마께서 어젯밤 임씨 부인을 궁으로 모셔와 덕빈 마마가 생전에 머물던 침전에 안치하셨다고 하오. 알다시피 임씨 부인의 병은… 내 내시 몇 명을 통해 듣자 하니, 어젯밤 임씨 부인이 밤새도록 귀신처럼 울부짖었다고 하오. 진산군은 임씨 부인을 걱정하여 주상 전하의 명에 거역한 것이오.”중전이 병든 사람을 이렇게 대하는 것은 잔인하게 보이기도 했다.하지만 김단은 변화 없는 표정으로 유 어의를 올려다보았다. “그래서, 유 어의께서 아침 일찍 저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그 말을 들은 유 어의는 순간 멈칫하였다. 김단이 화살을 자신에게 돌릴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그러나 김단은 차가운 비웃음을 보였다. “제가 진산군 가문과 오래 전에 의절한 것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진산군이든 임씨 부인이든, 저와는 아무 상관없는 일임에도 제 앞에서 떠벌리는 것은 무엇을 위해서 입니까?”“제가 진산군과 임씨 부인을 걱정하여 주상 전하에게 거역하는 것을 보고 싶은 것입니까, 아니면 제가 무관심한 모습을 보이거든 뒤에서 저를 냉혈하고 무정하다고 욕하고 싶어서 이십니까?”김단의 질문들은 유 어의의 더러운 본심을 낱낱이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었다.유 어의의 표정은 일그러졌고, 황급히 손을 저으며 말했다. “아, 아니오. 그런 것이 아니오. 내 말실수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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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8화

옆에 서 있던 나인은 중전의 미소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채고 몸을 숙인 채 앞으로 나아가 물었다. “마마, 그 정신 나간 여인을 부르시겠습니까?”중전은 나인을 곁눈질하며 말했다. “정신 나간 여인이라는 걸 다 알면서, 내 앞으로 데려온다 한들 무얼 할 수 있겠느냐?”중전의 입가에는 비릿한 웃음이 번졌다. “그러고 보니 희단 공주를 본 지 오래되었군.”이 말을 들은 나인은 순간 중전의 뜻을 이해하고 곧장 그녀에게 절하며 말했다. “소신이 당장 공주 마마를 불러오겠습니다.”그녀는 말을 마치고 물러갔다.반 시진 후, 김단이 손에 든 일을 내려놓자 마자 어느 환관이 다급히 달려왔다. “의원님, 의원님! 큰일 났습니다!”김단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화했다. 그녀는 속으로는 임씨 부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했다.속으로는 당장 뛰어 가고 싶었지만,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무슨 일 이거늘 그리 호들갑인 것이오?”“공, 공주 마마가…”환관은 숨을 헐떡이며 제대로 된 문장 하나조차 말하지 못했다.김단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공주 마마가 어찌 되었단 말이오? 제대로 말해보시오.”“공주 마마께서 덕빈 마마의 침전을 지나시다가, 어찌 된 영문인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셨습니다. 그 울음소리가 침전에 있던 부인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고, 부인이 뛰쳐나와 공주 마마를 납치하였습니다!”덕빈의 침전에 묵고 있는 부인이라면, 임씨 부인이 아닌가?김단의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것 같았다.그녀는 앞에서 초조해하며 애써 진정하려는 환관을 바라보았다.낯선 얼굴이었다. 전에 본 적이 없었거나, 한두 번 밖에 본 적이 없는 듯하여 그가 누구를 모시는 사람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환관이 이곳에 이토록 다급히 달려온 것은 분명 누군가의 지시를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그리고 지시한 사람은 십중팔구 중전일 것이다.공주가 갑자기 덕빈의 침전을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는 것도 그렇고, 갑자기 그곳을 찾아갔다는 것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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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9화

궁녀는 김단이 도착해서 제일 먼저 공주를 걱정하는 것이 아닌, 자신들을 질책할 줄은 예상치 못했는지 순간 어찌할 바를 몰랐다.그러나 김단을 따라온 환관이 다급히 말했다. “의원님께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임씨 부인은 한번 미치면 혈육도 알아보지 못하고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부인을 설득하여 내려오도록 하고 공주 마마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입니다.”그 말을 들은 김단은 코웃음을 쳤다. “이제 와서 공주 마마의 안전을 챙기려는 것이오? 부인이 공주 마마를 빼앗으려 했을 때, 너희는 전부 하나같이 나 몰라라 했을 것이 분명하다. 부인이 아무리 제정신이 아니라 한들 너희를 죽이기라도 한단 말이냐? 반면 공주 마마께서 떨어지신다면, 너희 목숨이 남아 날 것이라 생각하느냐?”그녀의 말 한마디에 궁녀 무리가 벌벌 떨었다.그럼에도 환관은 꿋꿋이 한마디 덧붙였다. “의원님의 말이 지당하시다만,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공주 마마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지 않겠소! 어서 금군을 불러오지 않고 뭐 하는 것이오!”김단의 호령에 환관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녀가 자신들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생각할 뿐이었다.하지만 김단의 말은 반박할 수 없었기에, 그는 옆에 있던 궁녀에게 손짓하여 금군을 불러오라 할 수밖에 없었다.바로 그때, 처마 위에 있던 임씨 부인이 휘청거렸다.아래에 있던 궁녀들은 깜짝 놀라 연달아 소리쳤다.“꺅! 떨어지겠습니다!”"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의원님, 어서 방법을 생각해 보십시오!”김단의 가슴은 분노로 가득 찼다. 그녀는 곧장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다들 입 다물거라! 이미 저렇게 높이 올라가 있거늘, 무슨 방법이 있겠느냐? 너희는 일이 터지면 가장 먼저 금군을 부르고, 주상 전화와 중전 마마께 알려야 한다는 것도 모르는 것이냐? 이 궁궐의 주인이 대체 누구인지 다 잊은 것이냐!”그녀는 말을 마치고 옆에 있던 환관을 노려보며 말했다. “어찌 나를 찾아 어의원으로 온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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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0화

환관은 그제야 자신감을 찾은 듯 황급히 중전을 향해 무릎을 꿇고 말했다. “중전 마마를 뵙습니다.”김단도 이어서 예를 올리며 말했다. “중전 마마를 뵙습니다.”그러나 중전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단이 옆에 있는 환관을 가리키며 말했다. “중전 마마, 부디 들어주십시오. 이 어리석은 자는 중한 일이 발생했음에도 마마께 해결을 청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어의원으로 달려와 미천한 소신을 불러왔습니다! 지금 임씨 부인이 공주 마마를 안고 저렇게나 높은 곳에 올라 있거늘, 소신은 날지 못하여 지붕 위로 올라가 공주 마마를 구할 수도 없으며, 몇 마디 말로 부인의 광증을 고쳐 정신을 차리게 할 능력도 없습니다. 정말이지 어찌 이토록 무능한 소신을 불러낸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정신이 나간 것이 분명하옵니다!”김단의 이 말은 언뜻 환관을 꾸짖는 듯했지만, 사실은 중전을 꾸짖는 것이었다.하지만 중전은 김단이 대체 누구를 꾸짖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아 순간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으나, 미간을 찌푸린 채 태연한 척 말했다. “정말이지 어리석은 선택이군. 공주가 위험에 처하면 금군에게 통지하는 것이 마땅하거늘, 어찌 김 낭자를 찾아간 것이오?”환관도 눈치가 있는지 다급히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소신이 백번 잘 못하였습니다. 다만, 임씨 부인은 어찌 되었든 김 의원님의 생모이시기에, 소신은 혹 의원님의 말이 통할까 싶어 그리했습니다, 그래서…”“일리가 있군.”중전은 담담하게 웃으며 환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단에게 말했다. “금군은 부른 것이오?”김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에 불렀습니다.”“알겠네.”중전은 천천히 김단의 곁으로 걸어가 지붕 위의 임씨 부인을 올려다보았다.“저 부인은 속이 참 편할 것이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고, 그 무엇도 개의치 않으니 말이오. 내가 왔는데도 알지 못하는 것을 보시오.”그 말과 함께 중전은 다시 김단을 돌아보며 말했다. “부인이 무슨 노래를 흥얼거리는 것이오?”김단은 고개를 저었다. “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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