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891 - Chapter 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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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1화

그의 품성은 숱한 생애의 고난과 성처를 겪으며 단련된 것이다.그를 닮는다는 것은, 결코 좋은 것이 아니지 않은가.최지습의 말에 김단의 손이 움찔거렸다. 그저 한 마디에 불구했지만, 김단은 그 속에 이루 말 못할 속내가 느껴졌다.이전에 최지습이 침상 앞에서 해준 말이 떠올랐다.그는 자신의 손으로 형제 다섯 명을 죽였지 않는가.결코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이다.반 시진이 지나고 나서야, 김단은 침을 다 놓았다.흑색의 피가 최지습의 상처 부위로부터 흘러내렸다.붉은 피로 변하고 나서야, 김단이 상처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쌌다.때는 이미 해가 점차 밝아졌다.숲속에는 새소리가 들려왔다.최지습은 소리를 듣고는 날이 밝았다는 것을 눈치챘다.곧이어 자리에서 일어났다.“움직이시오.”그는 발걸음을 옮겼다.김단이 서둘러 그를 따라갔다.그의 팔을 잡고는 자신의 어깨에 올렸다.아무 말 하지 않고, 그를 부축하며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최지습의 몸이 살짝 굳은 듯했다.허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아담한 몸에 기대어, 앞으로 향했다.숲 밖에는 시체가 가득했다.김단은 자객들의 상처를 살펴보았다.자신이 자리를 피하고 나서, 최지습이 치열한 싸움을 벌였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었다.허나 자객 모두 최지습에게 죽었지만, 그는 허리 쪽에 작은 상처를 입었을 뿐이다.만일 상대방의 검에 독이 묻어있지 않았다면, 최지습이 대승을 거머쥐었을 것이다.한편, 두 마리 말은 여전히 나뭇가지에 묶여 있었다.허나 최지습은 눈 앞이 보이지 않았기에, 말을 탈 수 없었다.김단은 건장한 말을 하나 골랐다.말 등을 탁탁 치며, 최지습에게 말했다.“저와 같은 말에 올라타시지요. 앞에 있는 마을에 도착하거늘, 마차를 하나 빌리는 게 좋겠습니다.”최지습의 눈을 치료하기 위해서라도, 발걸음을 늦출 수는 없었다.변방에는 수많은 군사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김단의 제안에 최지습도 동의했다.빠르게 가기 위해서라도, 말에 같이 올라타는 것이 옳았다.그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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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2화

줄곧 바람을 가르며 달려왔다.두 사람은 정오 즈음에 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김단은 최지습을 주막 안으로 부축한 뒤, 약을 고르기 시작했다.비록 작은 마을이지만, 필요한 약재는 충분히 구할 수 있었다.김단은 약재를 잘게 부수고는, 최지습의 눈꺼풀에 붙였다.곧이어 흑색의 천을 꺼내어 최지습의 눈을 가렸다.“도령께서는 이틀간은 눈을 뜨지 마시 옵소서.경과를 지켜보도록 하지요. 날이 아직 밝으니, 이곳에서 잠시 쉬고 계시 옵소서. 저는 빌릴 수 있는 마차가 있는지, 마을을 둘러보겠나이다.”김단의 부드러운 목소리를 최지습은 가만히 듣고 있었다.그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조심하시오.”어젯 밤에 자객들을 모두 멸살했다.만일 또 다른 자객들이 온다 하여도, 이곳까지 따라오지 못했을 것이다.그리하여 김단이 홀로 행동하는 것에 큰 위험은 없을 것이다.최지습은 침상에 올라가고, 김단은 문 밖으로 나갔다.주막의 하인에게 묻자, 손쉽게 마차를 빌릴 수 있는 곳을 알아낼 수 있었다.최지습의 상황을 생각하면, 며칠 동안은 김단비 말을 끌어야 할 지도 모른다.이러한 생각에 그녀는 큰 마차를 빌리기로 했다.최지습이 마차에서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지 않은가.주막으로 돌아올 때 즈음에는, 최지습은 잠을 자고 있었다.낮은 숨소리가 들려왔다.김단은 깊게 잠든 그의 얼굴을 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평소에는 사납게 생긴 얼굴이지만, 잠에 들고 나서야 비로소 평온한 기색이 보였다.그녀는 불쑥 손을 내밀고는, 그의 얼굴에 난 흉터를 가려 보았다.이 흉터만 없었다면, 출중한 미남 이었을 터.이러한 생각에 김단이 다시 웃음을 터뜨렸다.미남 최지습.전혀 관계가 없는 호칭이 아닌가.김단이 손을 내렸다.그제야 눈에 익숙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최지습은 어젯밤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을 것이다.김단은 그를 깨우지 않기로 했다.몸을 돌려 차를 마시려 했지만, 자신의 몸에서 나는 땀 냄새에 미간을 찌푸렸다.고개를 들어 최지습을 한 번 보고는,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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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3화

계속 잠에 든 척 해야 한다.김단이 모른다면, 그녀가 머쓱해하지도 않을 것이다.어느 새, 반 시진이 지났다.이 반 시진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시간 이었다.한편, 김단은 시원하게 씻고 나왔다.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고, 머리를 수건으로 닦고 나서야, 침상에 길게 뻗어 누워있는 최지습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깨어나셨습니까?”그리고는 최지습을 향해 걸어갔다.손을 뻗어 최지습의 이마에 갖다 대었다.그녀의 손은 부드럽고, 달달한 향기가 베여있었다.김단의 행동에 최지습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깜짝 놀란 듯이 몸을 일으켰다.“깼소.”침착한 모습을 유지하려 했지만,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김단이 미간을 찌푸렸다.“어찌 얼굴이 이리 벌겋게 달아 오르셨나이까,허나 열은 없는 것 같습니다.”“덥기는 하오.”그는 자신의 눈이 천에 가려져 있는 것에 감사했다.그 덕에 자신의 당혹스러움도 가릴 수 있지 않는가.김단은 여전히 미간을 찌푸렸다.목욕을 한 탓에 수증기가 방 안의 온기를 올렸기 때문이다.곧이어 김단이 미소를 지어 보였다.“방금 목욕을 했사옵니다. 아직 깨끗한 물이 남아있사온데, 도령께서도 목욕을 하시겠사옵니까? 하인을 불러오겠나이다.”허나 최지습은 남의 손을 빌려 목욕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그는 고개를 저었다.“사양하겠소. 군영에 도착하면 씻겠소.”그리고는 침상에서 내려왔다.김단은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최지습을 부추기고는 밖으로 향했다.김단의 몸에는 목욕을 한 뒤의 향기가 남아있었다.그 탓에 최지습의 머릿속에는 여러 장면이 떠올랐다.아랫 배에 힘을 꽉 쥐고는, 머릿속을 비우기 위해 노력하기 바빴다.이때, 김단이 무엇인 가 알아챈 듯 물었다.“도령께서 몸이 굳으셨나이다. 혹여 어디 불편하신 곳이 있사옵니까?”그녀는 말하는 도중에, 최지습의 맥을 짚었다.허나 최지습이 뱀을 피하는 것 마냥, 서둘러 손목을 빼는 것이 아닌가.“아무렇지도 않소. 걱정할 필요 없소.”그는 혹여 ‘신의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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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김단은 최지습을 부축하여, 마차에 태웠다.마차 안에는 필요할 약과 음식이 구비되어 있었다.또한 최지습이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푹신한 베개까지 넣어 두었다.최지습은 눈앞이 보이지 않았어도, 마차 안은 여인의 기운으로 가득한 것을, 냄새만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은은하게 퍼지는 향기에, 기분마저 좋았다.이후 이틀간, 김단이 마차를 몰았다.마차의 속도는 말보다 느렸다.허나, 마차는 도중에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그 덕분에 사람도, 말도 힘들지 않았다.여정을 떠난 지, 삼일 째 되던 날.갑자기 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밖에서 부슬부슬 빗소리가 들려왔다.최지습은 서둘러 천을 거두었다.“우선 비를 피하는 게 좋겠소, 들어오시오.”김단은 고개를 끄덕였다.“예, 마차를 옆에 세우고 나서 들어가겠나이다.”곧이어 그녀는 마차를 길가에 멈춰세웠다.말 고삐를 나무에 묶고 나서야, 서둘러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그 잠깐 사이에, 옷이 이미 흠뻑 젖고 말았다.최지습이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잠시 나가 있겠소. 풍질이 걸리기 전에, 서둘러 옷을 갈아입으시오.”곧이어 김단이 그를 잡았다.“밖에 비가 작지 않습니다. 도령께서 나가시면 풍질에 걸릴 수 있사옵니다. 그저 몸만 돌아 주시 옵소서.”최지습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는, 몸을 돌렸다.김단은 최지습의 뒷모습을 보고 나서야, 옷을 벗었다. 마차 밖으로는 비가 거세게 내리고 있다.김단은 보따리 안에서 깨끗한 옷을 꺼냈다.옷을 입으려고 하자, 마차 구석에 가느다란 뱀이 눈에 들어왔다.김단이 뱀과 눈이 마주치자, 뱀이 붉은 살구를 뱉어 냈다.“아!”비명 소리가 마차를 가득 채웠다.최지습이 깜짝 놀라, 김단을 향해 손을 뻗었다.“왜 그러시오?”“뱀! 뱀이 있습니다!”김단은 살면서 벌레나, 쥐도 무서워한 적이 없었다.허나 미끌거리는 것을 가장 무서워했다.그녀는 앞뒤도 돌아 보지 않고, 최지습에 몸에 기대어 뱀을 피하기 바빴다.허나 그의 눈은 천에 가려져, 앞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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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5화

자신이 빌려 온 마차에 뱀이 숨어 있었다는 생각에, 김단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그녀의 질문에도 최지습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허나 최지습이 마차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이 아닌가.김단은 깜짝 놀랐다.비가 아직 내리고 있으니, 나가지 말라고 하고 싶었다.그녀는 그제서야 무언가를 알아 차린 것 같았다.자신의 가슴 가리개를 보고는, 순식간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그녀는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다.심장은 미친 듯이 뛰어서, 정상적으로 돌아 오기 쉽지 않았다.한편, 비는 멈출 줄 몰랐다.최지습이 계속 비에 맞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그녀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당황스러움과 부끄러움을 억누른 채로, 마차 천을 걷고, 최지습을 부르려 했다.허나 마차 밖에는 최지습의 머리카락조차도 보이지 않았다.김단도 최지습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부끄러운 탓에, 어딘 가 숨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비록 길을 떠나는 중에, 뜻밖의 일이 있기 마련이다.허나 모르는 척 하고 여정을 이어 나간다면, 어쩔 수 없이 어색함 만이 남게 될 것이다.혹여 최지습은 그러한 이유로, 몸을 숨긴 것이 아닐까.김단은 그를 기다렸다.허나 서둘러 가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오래 기다리지는 않았다.최지습은 몸이 빠르고,눈이 보이기 때문에 아무 탈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잠시 뒤, 그녀는 홀로 남은 길을 떠났다.마차를 버리고, 말에 올라 탔다.초반처럼 마을에 도착하면, 말을 바꾸었다.이렇게 사흘을 달렸다.그녀는 그제야 변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허나, 김단은 알지 못했다.지난 사흘 동안, 최지습은 줄곧 어두운 곳에서 그녀를 따라오고 있었다.병영이 눈앞에 다다른 것을 확인한 뒤에야, 그녀보다 한 발 먼저 병영 안으로 들어왔다.병영 안의 상황은 그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가장 먼저 독에 걸린 이들은 누워서 일어나지도 못했다.한편, 군의관은 머리가 아파왔다.최지습이 돌아온 것을 보고, 서둘러 그를 맞이했다.곧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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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6화

병영의 상황은 김단이 생각한 것 보다 더 심각했다.병사들이 설사 때문에 침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김단은 서둘러 처방전을 쓴 후, 사람을 시켜 약을 끓이게 했다.그리고는 다시 군의관을 데리고, 셋째 도령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이미 탈진해 있었다.연이은 설사 때문에 온몸에 힘이 모두 빠진 것이다.김단과 눈이 마주쳐도, 한 마디를 내뱉지 못했다.심지어 놀라움조차 표정으로 표현하지 못했다.이때, 김단이 군의관에게 입을 열었다.“병영의 병사들에게 역병이 돈 것이 아니라, 모두 독에 중독된 것입니다. 우선 병사들의 설사 증상부터 완화해야 하오니, 제가 침을 놓아야 하는 혈자리와 수기를 잘 보시옵소서.”곧이어 셋째 도령의 몸에 침을 놓았다.침을 하나 놓는 데, 반 시진이나 걸렸다.군의관은 옆에 서서, 행동 하나 모두 책자에 적기 바빴다.김단이 침을 다 놓자, 셋째 도령의 안색이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군의관이 깜짝 놀랐다.“이리 효과가 좋을지 몰랐소. 나도 서둘러 다른 병사들에게 침을 놓겠소!”그가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김단이 그를 막았다.“중독 된 자가 많습니다. 증상이 가벼운 자들은 약을 먹으면 금방 나아질 것이옵니다. 허나 증상이 심각한 자들은 이미 장에 구멍이 뚫리고, 입에서 악취가 나서 약으로도 치료하지 못하옵니다. 우선 셋째 도령과 비슷한 증상을 가진 자들부터 침을 놓으시옵소서.”“알겠소!”병영에는 군의관이 총 열 명, 모두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자들이다.김단은 회복이 된 셋째 도령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곧 약을 드리겠나이다. 염려하지 마시 옵소서,금방 나아질 것이옵니다.”셋째 도령이 고개를 끄덕였다.곧이어 김단이 몸을 숙여, 그의 이불자리를 정리했다.그제야 미소를 지어 보였다.“일곱째 도령을 살피겠나이다, 휴식을 취하시옵소서.”그리고는 자리는 떴다.김단의 뒷모습을 보며, 셋째 도령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최지습이 물불 가리지 않고, 그를 적에게서 구해냈을 때와 같은 따스함이었다.그때는 다들 그녀의 기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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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7화

김단은 깜짝 놀랐다.작은 하졸 하나가 김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는, 욕을 퍼부었다.“사람을 살리려 온 것이 아니오? 어찌 허기를 채울 생각을 하는 것이오! 제 형님은 죽기 일보 직전인데, 어찌 형님을 구하지 않는 것이오!”주위의 사람들이 그를 말리기 시작했다.허나 그는 발버둥 치기 바빴다.벌겋게 달아오른 눈가와 눈물이 콧물과 함께 흘러내렸다.“어찌 내 형님은 살리지 않는 것이오? 하졸 목숨은 목숨도 아니오? 어찌 내 형님은 아무도 손을 쓰지 않는 것이오! 어찌 약 한 그릇도 형님께 주지 않는 것이오, 어째서!”하졸이 울부짖는 모습에 김단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친애하는 이들이 세상을 떠난다는 것이, 얼마나 아픈 고통인 지 알고 있었다.하물며 그녀는 두 번이나 경험하지 않았는 가.허나 어찌 하졸에게 설명을 해주어야 할지 몰랐다.어쩌면 곧 세상을 떠날 병사들에게 침을 놓아야 했을 지도 모른다.소용이 없다고 하여도, 결국 죽는 다 하여도, 적어도 병사들의 친족들은 마음이 편하지 않는가.허나 그리하면 결국 더 많은 이가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이때, 상황을 중재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엇이 이리 소란스러운 가.”사람들이 길을 비키자, 곧이어 최지습이 어두운 안색을 하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상위자의 위엄을 느꼈는지, 하졸은 그를 보자마자 더는 소란을 피우지 않았다.그저 훌쩍거리며 입을 열었다.“제 형님이 죽게 생겼습니다..”최지습의 두 눈은 차갑기 그지없었다.그는 묵묵히 하졸을 바라보며,한 마디를 내뱉었다.“그리하면 누가 자네의 형과 죽어야 하겠는 가.”그의 말에 하졸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최지습이 이러한 말을 할 줄 몰랐다.누가 형님과 같이 죽어야 한단 말인 가.그는 주위를 한 번 둘러보았다.설사 때문에 자리에 있던 병사들의 얼굴을 초췌하기 그지없었다.모두 미간을 찌푸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돌고 돌아 김단의 얼굴에 닿았다.사실 하졸은 그녀가 누군 지 알고 있었다.대군자가의 의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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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8화

낮게 울린 소리였음에도, 마치 칼날처럼 느껴졌다.그 칼날이 김단의 마음을 찢기는 것 같았다.“독이라도 할지 언정, 그나마 덜 고통스럽게 떠날 수 있게 할 수 있지 않소?”장에 구멍이 뚫리고, 배속이 뒤틀려 칼로 도려내는 고통과도 비슷할 터.자신이 직접 장을 꺼내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그는 자신의 형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기 힘들었다.김단은 그의 말에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그리고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육 군의관이 김단의 뒤를 쫓았다.혹여 그녀의 마음이 상할 것 같아, 위로를 하러 온 것이다.“방금 그 자식 이름은 석두라 하오. 본디 고아 였는데, 그 자식 형이 주웠다가 키웠다 하오. 그래서 어렸을 때 부터, 두 사람 사이가 저리 지극한 것이오. 나쁜 자는 아니오. 여기에서는 가장 어려서, 철이 덜 들었다 생각하시오. 의녀도 그저 넘어가주시오. 헌데... 이것이 무엇이오?”육 군의관은 김단이 손에 쥔 처방전을 보고는,깜짝 놀라 물었다.김단이 덤덤하게 대답했다.“독 이옵니다. 피 한방울만 닿아도, 목숨을 잃게 되지요.”석두라는 하졸 병사의 말이 맞다.장에 구멍이 뚫려,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고통스럽지 않은가.대정을 위하여 싸우고, 나라를 지켜낸 용사들을 어찌 비참하게 죽음을 내몰 수 있는가.결말이 같다면, 바꿀 수 없는 운명이라면, 한 번의 고통으로 삶을 끝내는 것이 낫지 않은가.처방전을 든 육 군의관의 손이 떨렸다.허나 알고 있었다.어쩌면 이 독약이 죽어가고 있는 병사들에게, 가장 큰 약일 수도 있다.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막사를 나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병영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각기 다른 막사에서도 울음소리가 퍼졌다.때로는 비통하게, 때로는 억누르며 흘러 나왔다.김단은 최선을 다해, 울음소리를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더는 지체해서는 안 된다.허나 마음이 저릿 아파왔다.자신의 행동이 옳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물 자국으로 가득한 석두의 얼굴을 떠올리자, 죄책감이 밀려왔다.혹여 스승님이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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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9화

막사는 안에는 이미 식사가 준비되어 있었다.최지습은 김단을 자리에 앉혔다.젓가락을 손에 쥐어 주더니 입을 열었다.“식사부터 하시오. 다 먹고, 반 시진은 눈을 붙이시오.”“아니 되옵니다, 저는…”김단은 식사에 달리 다른 뜻은 없었지만, 반 시진이나 잠을 자는 것은, 너무 오래 지체를 하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허나 그녀가 말을 다 하기도 전에, 최지습이 입을 열었다.“반 시진. 겨우 병사 하나 밖에 살릴 수 없소. 이대로 쓰러지면, 더 지체되지 않겠소?”최지습의 말은 육 군의관의 말과 비슷했다.김단도 그의 뜻을 알아채고, 고개를 끄덕였다.막사 밖의 울음소리는 여전히 사방으로 울려 퍼져, 김단은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결국 반 그릇만 먹고, 더 먹을 수 없었다.최지습도 그녀에게 강요하지 않았다.곧이어 자신의 침상을 가리켰다. “가서 눈 좀 붙이시오.”김단은 소박하지만 단정한 나무 침상을 발견했다.평소라면 누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터.허나 병영에 있기 때문에, 그리 고집을 피울 수는 없었다.침상 앞으로 다가가, 그대로 누웠다.이불은 얇았다.모두 최지습의 체취가 가득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하만촌의 작은 나무 침상을 떠올렸다.익숙한 기분이 밀물듯이 밀려와, 밖의 울음소리마저 작게 들렸다.주위가 잠시 조용해지자, 김단은 빠르게 잠에 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막사 밖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장군!”김단이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비몽사몽한 눈으로 천장을 바라보았다.제정신을 차리고 나서야, 이불을 걷어치우고 몸을 일으켰다.최지습은 멀지 않은 곳에서, 탁자 앞에 앉아 병무를 처리하고 있었다.김단이 잠에서 깬 것을 보고 나서야,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들어오거라.”하졸 병사 하나가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병사는 무릎을 꿇어 인사를 전했다.그는 침상에 누워있는 김단을 한 번 보고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 “장군, 의녀, 자상초가 다 떨어졌나이다!”그의 말에 김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예? 다 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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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0화

하늘이 어두워졌다.김단은 마지막 중증상인 병사를 치료 나서야,막사를 나갔다.곧이어 안도의 한숨을 깊게 뱉었다.마치 몸에 지닌 짐을 모두 내려놓은 것 같았다.역병처럼 병영을 휩쓴 독이, 드디어 그녀와 군의관들의 노력으로 겨우 잠잠해졌다.마음이 한결 편안해질 즈음, 그녀의 시선이 몇 사람의 그림자에 닿았다.석두가 다른 병사들과 함께, 시체를 병영 밖으로 옮기고 있었다.김단은 자신도 모르게 그들을 따라갔다. 멀지 않은 곳에는 커다란 구덩이가 파져 있었다.석두는 다른 병사들과 함께, 시체 몇 구를 조심스럽게 구덩이 안으로 넣었다.그리고는 다시 덮었다.구덩이는 어느 새 큰 묘로 변했다.옆에 서 있는 병사들은, 모두 붉어진 눈으로 묘를 바라보았다.표정은 비참하기 그지없었다.석두가 주위를 둘러보자, 계속 쫓아오던 김단을 발견했다.석두는 잠시 멈칫했다.곧이어 김단이 그에게 다가갔다.다른 병사들이 김단을 보고 서둘러 허리를 숙였다.“의녀 나리.”석두도 같이 허리를 숙였다.허나 ‘의녀 나리’ 라는 말은 내뱉을 수 없었다.김단이 먼저 말을 걸었다.“무엇을 찾고 계시옵니까?”석두가 고개를 숙였다.그리고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큰 돌을 찾고 있었소. 비석으로 세울 생각이오.”김단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녀도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허나 해가 떨어진 탓에, 찾기는 쉽지 않았다.이내 다른 병사들도 석두의 말에 같이 찾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병사 하나가 소리를 높였다.“이 돌은 어떻소?”사람들이 병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큰 돌 이었다.곧이어 힘을 합쳐 돌을 묘 앞에 세웠다.“글을 쓸 줄 알아?”“몰라.”“나도 내 이름 밖에 쓸 줄 몰라.”“나는 쓸 줄은 아는데, 형제들 중에 누구의 이름을 써야 해?”묘비는 하나였다.허나 묘 안에는 수 많은 병사들이 묻어있다.김단은 잠시 생각하고는, 자신의 비녀를 빼내어 묘비 앞에 쭈그리고 앉았다.그리고는 묘비 위로, 글을 새기기 시작했다.허나, 비녀는 쓰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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