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난 이 소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Chapter 611 - Chapter 620

622 Chapters

제611화

이육진은 충격을 받았다.그녀가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도망친 뒤 죽을 각오로 그녀의 손발을 부러뜨렸다는 걸 그는 알고 있었다. 이는 분명 덕빈의 소행이었다.그녀는 그에게 시신을 수습해 줄 것인지 물었다.처음에는 그가 그녀의 시신을 수습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심지어 도망친 왕비를 한 번이라도 더 보거나 떠올리지 않을 생각이었다.하지만 이는 그녀가 바로 그를 구해낸 소녀라는 것을 몰랐을 때의 일이었다. “우연아...” 그는 그녀를 품에 안았다. 그는 소우연의 시신을 수습해 줄 것이고, 그녀가 말했던 악몽, 전생, 이 소설 속 세계까지 모두 사실일 것이다.소우연은 웃으며 남자의 등을 두드렸다. “저는 괜찮습니다.”“전부 다 지난 일이고 현실은 지금이니, 우리 모두 잘 살아보아요.”소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가 물었다. “그럼 전생에는 이민수가 황제가 되었겠군.”“네. 원작에서는 그가 주인공으로 활약했고, 소우희가 그의 황후였습니다. 그 둘은 그 이후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꿈과 현실 사이, 어느 것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이육진은 깊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과거 우연이 그렇게 불안해하며 소우희, 이민수가 죽은 뒤에야 안심했던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우리도 이제 행복한 날들만 보낼 것이다.”그는 그녀의 이마에 애정 어린 입맞춤을 하며 기쁜 표정을 지었다.소우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그날 밤.소우연이 다시 꿈에서 깨어났다.이번에는 꿈속에서 이민수와 소우희를 보았는데, 그들은 격앙된 모습으로 자신들이 주인공이라고 말했다.그들은 그녀와 이육진 같은 자들은 인과응보를 겪어야 한다며 저주했다.“우연아...”이육진이 말하자, 소우연은 그를 안고 말했다. “용강한을 만나야겠습니다. 아직 왕야께서 모르시는 것이 있습니다.”“그게 무엇이냐?”“용강한도 환생한 자입니다.”“뭐라고?”소우연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용강한도 환생한 자입니다. 저와 정반대의 기질을 타고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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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2화

방 안의 불빛이 깜빡였다. 마치 그의 마음처럼 어느 순간 밝아졌다가, 다시 근심에 잠기는 듯했다.그가 어찌 느끼지 못하겠는가. 우연의 체온이 그보다 훨씬 높았다.새근새근 숨을 내쉬는 아내를 보며 이육진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우리 세 식구 모두 행복할 것이다.”그는 커다란 손으로 소우연의 배를 부드럽게 쓰다듬고는 편안한 자세를 찾아 사랑하는 여인을 안은 채 잠이 들었다.다음 날.소우연은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정연, 당안과 함께 흠천감으로 향했다. 흠천감 입구 앞.소우연은 마치 도관에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과거 용강한도 자신이 도사이며 도가의 가르침을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마마를 뵙습니다.”그녀가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흰 수염의 노인이 도관 문을 열며 말했다. 소우연은 고개를 숙여 답례했다. “정 도사, 만나 뵙게 되어 반갑소.”정 대인은 소우연을 자애로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과거 활기찬 모습은 온데 간데없었다. “이쪽으로 드시지요.”소우연은 입을 뻐끔거렸다. 이육진이 흠천감은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소우연이 정연, 당안과 함께 앞으로 나서자 정대인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마마. 마마 한 분만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정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저는 반드시 마마를 모셔야 합니다.”그녀는 불안했다.정 대인이 말했다. “제가 일부러 훼방을 놓으려는 것이 아닙니다. 흠천감은 진법이 많아 부주의하면 무고한 사람에게 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그런 연유로 저희 흠천감에는 청소하는 하인 한명조차 없습니다.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정연과 당안은 할 말을 잃었다. “둘은 편한 곳에서 쉬고 있거라.”소우연은 말을 마친 뒤 발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 정 대인이 말했다. “저쪽에 정자가 있으니 두 분은 그곳에서 쉬고 계시면 됩니다.”그는 도관 밖에 있는 정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정연은 기운 빠진 듯 한숨을 쉬며 당안을 바라보았다. 당안이 말했다. “가시지요.”“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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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3화

어쩌면 그들은 모두 도를 통달한 고수들일지도 모른다.“정 도사, 내 운명이 남다르다는 걸 어찌 안 것이오?”소우연이 물었다.정 대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마마의 기운이 용 공자와 매우 흡사합니다.”“무슨 기운을 말하는 것이오?”“용 공자는 과거 업보로 추위를 심하게 타는데, 마마께서는 몸에 열이 많으십니다. 다만 마마의 업보가 용 공자만큼 심하지는 않습니다.”“내가 업보를 겪고 있다는 것이오?”소우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그녀의 심장은 쿵쿵 뛰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표정조차 자연스럽지 못했다. 정 대인은 입술을 깨물었다. 용강한은 줄곧 일을 신중하게 처리해 왔다. 그런데 자신의 어설픈 실수로 큰일을 당하게 할 수 없다고 생각하여 말을 얼버무렸다. “제가 헛소리를 했습니다.”헛소리?정 도사가 그렇게 막 말하는 사람이었나?정 대인은 불안해하며 말했다. “사실 저와 경문 정도의 자들은 흠천감을 청소하는 종에 불과합니다. 마마께서 저를 정 도사라 부르실 필요 없습니다.”그는 그저 거두어져 온 사람으로써, 별다른 재능이 없었다. 하지만 수년간 많은 것을 배우면서 스스로 일반 도사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이에 그는 스스로 정 도사라는 칭호를 받을 만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지금, 마마가 마음을 먹고 캐물으면 분명 문제가 생길 터였다.일을 크게 벌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기에, 서둘러 자리를 피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소우연은 할 말을 잃었다. 마치 누군가에게 농락당한 듯한 허무함이 느껴졌다.끼이익…방문이 열렸다.소우연이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용강한이나 다른 어떤 이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정 대인은 이 틈을 타 공손히 물러났다.소우연은 청소하는 정중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정중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도사님은 은월각에 계십니다. 저쪽으로 드시지요.”그는 이어서 청소를 계속했다. 그는 스승님이 외부인이 왔을 때 스승님을 도사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 소우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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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4화

“그럼 왜 오라버니가 저보다 심하게 겪고 계신 겁니까?”용강한이 말했다. “천기누설로 업보를 겪고 있다는 것 역시 거짓이 아닙니다.”소우연은 그 말 뜻을 이해했다. 즉, 용강한은 환생의 업보뿐만 아니라 천기누설의 업보까지 겪고 있다는 것이다.“앞으로는 함부로 점을 보지 마세요.”“그러지 않을 것입니다.”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미소 지었고, 소우연이 물었다. “오라버니께서는 전생 이야기를 한 번도 해준 적이 없으십니다.”용강한은 담담하게 웃었다.소우연이 말했다. “물론 오라버니께서 원하지 않으신다면 강요하지 않을 겁니다. 그것이 최소한의 예의니까요.”하지만 그녀는 용강한에게 더 많은 비밀이 숨겨져 있을 거라고 의심했다. 그러나 용강한은 그녀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 듯했다.말을 하던 소우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사실 제가 제일 궁금한 것은, 제가 왜 환생한 것일까요?”용강한은 그녀를 보지 않은 채 문밖을 바라보았다.“그리고 이육진, 왕야도 업보를 겪고 있는 것 아닐까요? 요즘 너무 이상하십니다.”그녀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묻어 있었다.그가 환생 이야기를 하지 않으니, 남편 이야기라도 할 생각이었다.용강한이 물었다. “왕야께서는 요즘 어떠십니까?”“요즘 너무 이상하십니다. 고기 비린내도 맡지 못하시고, 드시지도 못합니다. 선황께서 돌아가신 뒤 지금까지 채식만 하고 계십니다.”용강한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다른 증상은 없습니까?”소우연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아마 없을 겁니다.”“맥은 짚어보셨습니까?”“짚어봤습니다. 모든 것이 정상이었죠. 마치 예전에 오라버니와 제 맥이 그랬던 것처럼, 겉보기엔 정상이나 실제로는…”그들의 맥은 이상을 숨기고 있었다. 당시 이육진의 맥을 짚을 때, 그녀는 이육진의 상황이 자신과 용강한과 같을까 봐 두려워 유난히 오래 진찰했다.“왜 그러십니까?”그녀가 말없이 있자 용강한이 물었다.소우연은 고개를 들어 용강한을 바라보았다. “맥은 매우 정상적이었습니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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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5화

그렇기에 흠천감은 더욱 신비롭게 보였다.흠천감은 책 전체 내용을 관통하고 있으며, 특히 그곳과 연관된 감정들은 하나같이 비범했다.그런데 감정인 용강한이 이렇게 병약한 모습을 보이자 소우연은 책에서의 묘사가 사실과 다르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환생으로 인해 생긴 오차일지도 모른다.“사실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현명루가 매우 신비롭고 신성하다고 들었는데, 제가 한번 볼 수 있겠습니까?”소우연은 용강한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물었다. “괜찮습니까?”그는 거절하고 싶었다.“방금 전 노인이 한 말이 저의 궁금증을 키웠습니다. 오라버니와 저 사이에 어떠한 공통점이 있다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않습니까?”이 말에는 소우연의 깊은 의심이 담겨 있었다. 용강한은 거짓말에 능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소우연의 눈을 피했다. 이로 인해 소우연은 자신이 추측하고 있던 몇 가지 사실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가졌다.“제가 오라버니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오라버니의 능력이 놀라울 것이라 확신하는 겁니다.”“그 노인이 보통 사람은 이곳에 들어올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정연과 당안도 문 앞에서 막혔습니다.”“그리고 왕야께서도 그렇게 확신을 가졌는데, 제가 오자마자 오라버니께서 저를 들여보내 주셨습니다.”소우연은 용강한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 “오라버니, 오라버니와 저의 환생이 서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아직도 부정하실 겁니까?”용강한은 자신감에 가득한 여인을 바라보았다.결국 그는 고개를 숙이고 웃으며 말했다. “모셔드리지요.”“좋습니다.”소우연이 대답하자 용강한은 무릎을 치며 평상에서 내려왔다.그는 이미 두껍게 입고 있었지만, 나갈 때는 털이 북슬북슬한 큰 외투를 하나 더 걸쳤다.여러 안채과 복도를 지나 드디어 처음에 보았던 높은 건물에 앞에 도착했다. 소우연이 건물 앞에 서서 고개를 들고 층수를 세어보니, 무려 9층이었다.용강한은 대문 앞에 서서 검지를 모아 결인을 만들고, 소우연이 알아듣지 못하는 '무량천존' 같은 구결을 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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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6화

세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았다.용강한은 순간 손을 들어 소우연을 잡았다. 그가 손을 한 번 휘두르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며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정신을 차려보니 소우연은 이미 현명루 안에 들어와 있었다.밖에서 들리는 정 대인의 목소리가 희미해지다가 점차 사라졌다.그야말로 신의 경지에 다다른 것이다.소우연은 병약해 보이는 남자의 손에 잡힌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분명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지만, 그 힘은 너무나 강력했다. 그녀가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강했다.“이곳이 현명루 1층입니다.”용강한은 소우연의 손을 놓으며 담담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그는 위층으로 올라가는 곳을 가리켰다. 계단은 보이지 않고 천장이 뻥 뚫려 있었으며,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온통 위패들뿐이었다. “걸려 있는 것은 역대 감정들의 죽은 영혼을 기리는 위패들입니다.”소우연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한동안 말을 잃었다.주위에는 은은한 불빛이 감돌았다. 마치 허공을 떠도는 반딧불이처럼, 아니, 유성처럼 흐르는 듯한 빛이 보였다.그녀가 서 있는 곳에 있던 도가의 음양팔괘도가 은은한 빛을 발하며 그녀와 용강한을 감싸고 있었다.그녀의 심장은 쿵쾅거리기 시작했고, 불안한 예감이 들어 용강한의 소매를 잡았다. “왜 인지 꺼림직한 곳입니다.”심지어 알 수 없는 두려움마저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용강한을 믿었다.용강한은 옆에 선 여인을 흘깃 바라보았다. 분명 소녀의 모습이었지만, 그녀는 곧 엄마가 될 사람이었다. 그는 그녀를 사랑하며, 이 짝사랑을 묵묵히 지켜왔다. 꿈속에서 수없이 그녀의 손을 잡았고, 수없이 그녀를 안았지만, 그저 꿈일 뿐이었다.하지만 지금, 그녀의 손을 잡고 있으니 그의 내면에선 기쁨과 경계심이 강하게 충돌하며 그를 기쁘게도 하고 슬프게도 했다. 이곳에는 이육진이 없었다.황후 마마도 없었고, 오직 소우연과 용강한만이 존재했다.그는 손을 뒤집어 그녀의 가느다란 손을 잡았다. “조심하십시오. 제가 모시고 가는 곳에 가시게 되시면 아마 이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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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7화

“걱정마십시오, 괜찮을 겁니다.”용강한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에 늘어진 푸른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겨주며 애틋한 눈빛을 보였다.이에 소우연은 흠칫 놀랐다. 방금 그가 한 행동이 너무나 친밀해 보였기 때문이다.그러나 상대는 개의치 않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왜 그러십니까?”“아, 아무것도 아닙니다.”그제야 그녀는 용강한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다.그가 방금 전까지 입고 있던 두꺼운 망토와 옷은 언제 어디서부터 인지 모르게 보이지 않았다.그는 흰색의 산수화가 그려진 도포를 입고 있었다. 그의 몸은 가냘퍼 보였지만 무한한 힘이 느껴졌다. 그들은 음양쌍어의 눈 위에 마주 앉아 옅은 미소를 보였다.왠지 모르게 소우연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용강한을 바라보며 무어라 말하고 싶었으나,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주위는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오직 팔괘도만이 빛을 발하며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 소우연은 그 위에 차분하게 앉아 있었다. 처음의 두려움은 사라졌고, 마치 솜털 같은 구름에 싸여진 듯 춥지도 덥지도 않아 매우 편안했다.“눈을 감으십시오.”용강한이 담담하게 말했다. 소우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말에 따랐다. 눈을 감자 희미하게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슬쩍 눈을 떴다. 용강한은 애정 어린 미소를 지으며 하얀 손가락으로 그녀의 눈꺼풀을 가르켰다. “눈으로 보지 마시고, 마음으로 들으세요.”“무엇을 들으란 말씀이십니까?”“마음 속으로 원하시는 모든 것에 대한 답을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아…”소우연은 다시 눈을 감고 더 이상 꼼수를 부리지 않았다. 그녀는 부드러운 구름 속에 있는 듯했다. 주위는 어둡지도, 밝지도 않았으며, 햇살과 미풍이 느껴지는 매우 평화로운 곳이었다.용강한은 결인을 맺으며 금술로 건곤문을 열었다. 그의 검지가 소우연의 미간을 찍었지만, 그녀는 아무런 감각이 없는 듯 그가 자신의 손을 잡는 것을 내버려 두었다.“이, 이곳은 어디입니까?”눈 깜짝할 사이, 소우연은 현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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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8화

용강한의 두 눈은 팔괘도 위 백발 남성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무엇을 하고 있는 겁니까?”“역천개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누구를 위해 역천을 하고, 누구를 위해 운명을 바꾸는 것입니까?”소우연은 고개를 돌려 용강한을 바라보았다. 용강한도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팔괘도 위 백발의 용강한이 갑자기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어, 어떻게 된 겁니까?”소우연이 물었다.용강한은 그녀의 손을 잡고 현명루를 나오며 담담하게 말했다. “역천개명이 실패했습니다.”소우연은 입술을 달싹였다. 빛나는 글자들 중에서도 그녀의 사주가 유독 선명하게 빛났다. 용강한이 누구를 위해 역천을 하고, 누구를 위해 운명을 바꾸려는 것인지 뻔하지 않은가? 소우연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밖은 날씨가 맑았다.“답을 얻었습니다.”용강한이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제 돌아가지요.”소우연이 말했다.“지금은 안 됩니다.”“어째서 입니까?”“역천개명이 성공하는 날까지 기다려야만 돌아갈 출구를 찾을 수 있습니다.”소우연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때까지 얼마나 더 걸립니까?”“여기 기준으로는 하루, 밖으로는 두 시간 정도 걸립니다.”하루가 두 시간이라니, 그 마저도 너무 촉박했다.용강한은 그녀의 손을 잡고 산책을 나섰다. 그들은 어화원을 지나가다가 화려하고 우아한 봉황 옷을 입은 소우희를 보았다. 그녀는 고양이와 놀며 궁녀들이 나비를 잡는 것을 보고 환하게 웃고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조정에서 나온 이민수가 용포를 입고 돌아와 멀리서 소우희와 궁인들이 꽃을 감상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는 소우희를 감상하고 있었다.소우연은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얘졌다. “저들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알겠습니다.”용강한은 소우연의 손을 잡고 계속 걸었다.“이것이 바로 전생, 책의 본 모습이군요.”소우연은 좋지 않은 기분으로 말했다.“맞습니다.”“방금 전, 흰 머리를 한 오라버니께서 팔괘도에서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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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정 대인이 떠났다.백발의 용강한은 종이 한 장을 꺼냈고, 그 위에는 소우연의 사주가 적혀 있었다. 이어서 그는 주사와 부적을 꺼내 소우연의 사망 시기를 적었다. 그러자 부적들은 마치 생명을 얻은 것처럼 그의 주문 아래 벽을 형성했다.그로부터 며칠 뒤.백발의 용강한은 이 일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소우연은 지루해질 지경이었다. 결국 용강한은 그녀를 데리고 단숨에 경성으로 이동했다. 그는 진원 장군의 눈을 피해 그녀와 한가롭게 산책을 즐겼다.용강한은 그녀가 분명 돌아가고 싶어 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오로지 자신과 보내는 시간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바랐다. 그렇게 위험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두 사람은 길을 걷고 있었다.소우연은 낯익은 얼굴을 보았다. “저 자는 아령이 아닙니까?”용강한이 보니, 정말 이아령이었다. 아령은 평범한 복장을 하고 있었고, 옆에는 이지윤과 비슷한 어린 소년이 함께 있었다. 그들은 시장에 나와 생필품을 사고 있었다.소우연이 물었다. “이 시기는 이민수가 평춘왕 이종대가 소우희를 희롱했던 것을 빌미로 집안 전체를 몰수하고 유배 보냈던 때가 아닙니까?”“맞습니다. 평춘왕 이종대, 세자 이지윤, 이 둘은 유배를 떠나는 길에 도적들에게 살해당했습니다.” 용강한은 순간 멈칫하더니 말했다. “허나 어떤 도적이 유배를 떠나는 사람에게 강도질한 단 말입니까?”“책에서는 이민수가 복수를 한 것이라 하였습니다.”용강한은 고개를 끄덕였다.소우연이 다급히 말했다. “아령이 떠나려고 합니다.”그녀는 매우 궁금해진 나머지 아령을 바짝 쫓아갔다.아령은 소년을 데리고 작은 집으로 들어갔다. 그 안에 들어서니, 그들 모자가 살기에는 충분히 넓었다.아령이 음식을 하는 동안 어린 소년은 마당에서 홀로 놀았다. 그는 칼을 휘두르고 창을 던지며 미래에 대장군이 될 것이라고 소리쳤다.모자는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문 앞에는 커다란 누렁이가 지키고 있었다. 그들의 평범한 일상은 그럭저럭 괜찮아 보였다.소우연은 한숨을 쉬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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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네, 갈색이었어요, 어머니.”소년은 확신에 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누렁이가 갈색 콩알을 먹었어요. 흑흑, 누렁이, 누렁이가 움직이지 않아요. 어머니, 누렁이가 죽었어요.”“그건 어미가 며칠 전 만든 귀시단이다.”아령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녀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찮다, 두 시진 뒤면 깨어날 것이다.”“정, 정말입니까?”소년은 눈물을 닦으며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어머니를 바라보았다.이아령은 웃으며 말했다. “그럼, 물론이지. 못 믿겠으면 두 시진 뒤에 확인해 보거라.”“믿습니다! 어머니는 세상에서 제일 대단하신 분이시니, 어머니의 말씀이라면 믿을 수 있습니다.”소년은 그렇게 말하고 눈물을 머금은 채 웃어 보이며 콧방울을 불었다.아령은 손수건을 꺼내 그의 코를 닦아주고 마저 음식을 하러 갔다. 소년은 누렁이의 곁을 지켰다.소우연과 용강한은 아령이 자리를 뜨는 것을 보고 손을 잡은 채 누렁이 쪽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누렁이를 자세히 살폈다. 개는 이미 죽은 것처럼 보였다.일반인이 보았을 때는 어떠한 생기도 느낄 수 없었겠 지만, 의원인 그녀는 개에게서 아주 미세한, 실낱같은 숨결이 붙어 있음을 발견했다. 미약한 숨결에 의원인 그녀가 보았을 때도 죽음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그때 소우연은 문득 과거 위진규가 아령이 갓 태어난 아이를 직접 죽였다고 말했던 것을 떠올렸다.“하지만…”“왜 그러 십니까?” 용강한은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다급히 물었다.“아령은 방금 전 누렁이가 귀시단을 먹어 두 시진 후에 깨어날 거라고 했습니다. 이 개는 죽지 않았습니다.”용강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가사 상태로 만드는 단약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아령이 정말 그런 것을 만들 수 있단 말입니까?”소우연이 말했다. “그녀의 변장술은 신의 영역에 가까웠습니다. 과거 선황에게 양고기탕을 올렸던 것만 보아도 의술에도 능통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의술이 기황의 경지에 올랐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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