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남편은 알고 보면 여우: Chapter 271 - Chapter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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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그래. 시간 맞춰서 갈게.”전화를 끊고 침대에서 일어난 민초연이 간단히 정리하고는 다채로운 저녁 생활을 준비하러 떠났다. 오랜만에 나갔으니 쇼핑은 필수였다.윤해준은 안다혜가 풍산을 떠나고 나서야 다시 사무실로 돌아갔다. 다만 자리에 앉자마자 차가운 표정으로 쏘아붙였다.“로비 직원들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다혜가 회사에 왔는데 왜 알리는 사람이 없어?”오정우가 이마에 난 땀을 닦아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대표님,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볼까요?”윤해준이 대답했다.“철저히 조사해. 그 어떤 것도 놓치지 말고.”“네. 걱정하지 마세요.”윤해준이 이제 나가서 조사해도 좋다는 의미로 손을 흔들었다. 오늘은 오정우가 옆에 있었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정말 넘어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오늘 안다혜가 아무 소식도 없이 왔다는 건 이미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는 의미였다. 아니면 이렇게 예고도 없이 들이닥치지는 않았을 것이다.윤해준은 살짝 걱정되기 시작했다. 이러면 신분이 들통나는 건 시간문제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렇게 피하는 것도 방법이 아니었다.‘기회를 찾아서 솔직하게 얘기할까?’윤해준은 마음이 불안해져 미간을 살살 주물렀다. 이러다간 정말 자아가 여러 개로 분리될 것 같았다.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일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오정우가 조사한 결과를 들려줬다. 안다혜는 정문으로 들어온 게 아니라 뒷문으로 들어왔고 의도한 건지는 몰라도 CCTV까지 몇 개 피해 갔다.이를 들은 윤해준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역시 내 여자라니까. 생각도 남다르고 실행력도 강하고.’윤해준은 안다혜게 또 어떤 색다른 면이 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다혜야, 나 도착했어. 넌 어디야?]펑크룩을 한 민초연은 과한 스모키 화장을 하고 카운터에 앉아 있었는데 짧은 치마가 원래도 우월한 비율을 더 확대했다. 전체적으로 자유로우면서도 편안한 모습이었다.술집에 있는 남자들은 민초연에게 눈빛을 보내며 남자 친구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민초연은 그런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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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민초연은 앞에 선 사람이 안다혜임을 확인하고 나서야 표정이 풀렸다.“다혜야.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잖아.”그러더니 리벳이 달린 재킷을 입은 채로 안다혜를 끌어안으려 했다. 이에 화들짝 놀란 안다혜가 얼른 이렇게 말했다.“민초연. 진정해. 지금 뭐 하는 거야?”안다혜가 달려드는 민초연을 귀찮다는 듯 밀어냈다. 민초연은 안다혜의 진지한 표정에 장난할 생각을 접어두고 정색하며 말했다.“그래. 알겠어. 장난 그만할게. 너는 왜 그렇게 장난에 약해?”민초연은 안다혜를 만난 뒤로 입이 터진 사람처럼 재잘거렸다. 안다혜는 민초연이 취하기 전에 용건부터 물었다.“됐어. 오늘 너를 불러낸 건 술 마시고 싶은 것뿐만이 아니야.”안다혜는 윤해준에 관해 묻고 싶었다. 혼자 조사해 봤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차라리 주변 사람에게 묻기로 한 것이다. 어쩌면 민초연에게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른다.민초연은 안다혜가 살짝 분위기를 깬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웃으며 말했다.“그래. 오늘은 특별히 질문도 받을게.”민초연의 말에 안다혜는 마음이 차분해졌다. 결국 믿을 사람은 친구밖에 없다는 생각에 묻고 싶었던 말을 한꺼번에 다 토해냈다.“초연아, 너희 사촌 오빠 말이야. 가문에서 무슨 사업하는지 알아?”말을 꺼낸 순간 안다혜는 가슴을 누르던 큰 돌을 내려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전보다 마음이 편해졌다.안다혜의 말을 들은 민초연도 정신이 번쩍 들어 진지한 표정으로 안다혜를 바라보는데 상대도 매우 엄숙했다. 미간을 찌푸린 민초연은 이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결국 이렇게 말했다.“그게... 다정아. 나도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모르겠다.”민초연의 말에 안다혜는 머리가 복잡해졌다.“그게 무슨 말이야?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니?”민초연이 난감한 표정으로 웃었다.“나도 오빠랑 그렇게 가까운 친척이 아니라서 자세한 건 잘 몰라.”“너도 알잖아. 내가 오빠 무서워하는 거. 그런데 내가 어떻게 먼저 알아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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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문자를 보낸 민초연은 친절하게 위치까지 보내줬다.오정우와 회사 일을 논하다 문자를 확인한 윤해준은 눈빛이 요동치더니 테이블에 올려놓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술집에는 왜 또 간 거야?’저번에 한 무리의 남자들에게 둘러싸인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선한데 정신 차리지 못하고 또 찾아간 것이다.오정우는 점점 어두워지는 윤해준의 얼굴을 보며 도착한 문자가 안다혜와 관련된 것임을 알아챘다. 아니면 윤해준이 이렇게 정서를 밖으로 드러낼 일도 없을 것이다.“대표님, 사모님 쪽에...”오정우는 행여나 불똥이라도 튈까 봐 조심스럽게 물었다.“차 준비해.”윤해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민초연이 보내준 장소로 향했다. 한시라도 지체했다가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이었다. 저번에 술집으로 데리러 갔을 때 안다혜를 보던 남자들의 눈빛이 생가나 윤해준의 표정이 점점 음침해졌다.‘왜 둘은 그렇게 정신을 못 차리지? 그런 데는 한번 갔으면 됐지 왜 또 가는 거야?’윤해준은 너무 답답해 숨이 잘 올라오지 않았다. 술집에 도착해보니 안다혜는 보이지 않고 짧은 치마를 입은 민초연이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얼핏 봐도 많이 마신 것 같았다.어두운 표정의 윤해준이 온몸으로 섬뜩한 기운을 뿜어내며 그쪽으로 걸어갔다. 민초연은 윤해준이 도착했음을 눈치채지 못했고 안다혜가 언제 자리를 비웠는지도 기억하지 못했다.윤해준은 아직도 술을 마시려 드는 민초연을 보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민초연, 다혜는?”머리가 복잡한 민초연은 윤해준의 말을 듣고도 반응하지 못했다.“다혜?”민초연이 탁한 눈빛으로 주변을 빙 둘러봤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기 있었는데. 어디 갔지...”민초연이 진지한 표정으로 안다혜를 찾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뒤뚱뒤뚱 문 쪽으로 걸어가는 민초연을 보고 모든 상황을 눈치챈 윤해준이 오정우에게 얼른 잡으라고 눈짓했다.그랬다. 사실 윤해준이 입을 연 순간부터 민초연은 정신을 차렸지만 후환이 두려워 일부러 취한 척했을 뿐이다. 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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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윤해준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 다혜는 어디 갔는데?”“내가 도착했을 때 나가는 거 못 봤는데. 잘 생각해 봐. 어디 갔는지.”참다못한 민초연이 중얼거렸다.“오빠가 여기 있으니까 다혜가 가버린 거잖아요. 다시 돌아올 일 없어요.”이 말에 윤해준의 마음이 철렁했다.“왜 내가 보기 싫대?”민초연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그건 나도 몰라요. 그건 두 사람의 일이니까 직접 가서 물어봐요.”이 말을 뒤로 민초연이 몸을 돌리자 윤해준도 더는 막지 않았지만 이렇게 경고했다.“한 번만 더 너희 새언니 데리고 이런 곳에 오면 그냥 안 넘어가.”앞으로 걸어가던 민초연이 파르르 떨었다.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누가 누굴 데려왔는데?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이라고.’술을 사준다고 해서 나왔을 뿐인데 결국 욕은 혼자서 다 먹었으니 민초연은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친구는 하늘이라는 원칙 하에 민초연은 모든 책임을 떠안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곳에 안다혜를 데려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윤해준은 그제야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며 민초연을 보내줬다. 민초연이 떠나고 오정우가 앞으로 다가가 윤해준에게 물었다.“대표님, 이제 어떡하죠? 사모님 찾아볼까요?”시간이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안다혜를 찾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리고 민초연과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이미 술집을 떠나 다른 어디론가 가버렸을지도 모른다.윤해준이 고개를 저었다.“됐어. 다음에 보자.”안다혜가 술집을 나섰다 해도 돌아갈 곳은 집밖에 없었다. 안다혜와 지내면서 윤해준도 안다혜를 어느 정도 파악한 것이다. 게다가 사실도 그러했다.민초연과 술을 마시기 위해 나왔던 안다혜는 민초연이 술을 조금 마셨다고 윤해준에게 문자를 보내겠다고 할 줄은 몰랐다. 막으려 했지만 민초연이 한발 빨랐고 안다혜가 반응했을 때는 이미 문자를 보낸 상태였다. 게다가 실수로 삭제까지 하는 바람에 리콜마저 할 수 없게 되자 안다혜도 포기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곧 아수라장이 될 이곳을 벗어나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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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음침하던 윤해준의 얼굴이 안다혜를 본 순간 다시 밝아졌다. 자세히 관찰하면 남자의 입꼬리가 올라간 것도 보아낼 수 있다.침대맡으로 다가간 윤해준은 잠이 든 안다혜의 얌전한 얼굴을 보며 마음이 따듯해졌다.“다정아, 나 떠나지 마. 응?”윤해준이 안다혜의 머리를 뒤로 넘겨주며 여자의 정교한 얼굴을 감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자의 눈동자에 애정이 가득 차오르는 게 보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해 체온을 나눴다.이튿날.잠에서 깬 안다혜가 느긋하게 기지개를 켜는데 팔을 채 뻗기도 전에 뭔가에 걸리는 게 느껴졌다. 그것이 뭔지 확인하려고 고개를 돌린 안다혜의 눈앞에 무진장 확대된 잘생긴 얼굴이 보였다.윤해준을 눈을 뜨지 않았지만 매우 정확하게 안다혜의 오른손을 잡아 뽀뽀했다.“좋은 아침.”남자의 매혹적이면서도 나지막한 목소리에 안다혜가 정신을 차리고는 밀어내더니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언제 들어왔어요?”윤해준이 만족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당연히 어제저녁에 들어왔지.”안다혜를 안고 자서 그런지 푹 잔 윤해준은 기분마저 상쾌해졌다. 고개를 숙여 옷을 확인한 안다혜는 자기 전에 입었던 옷이 그대로인 걸 확인하고 나서야 한시름 놓았다. 윤해준이 그런 안다혜를 보며 얍삽한 표정으로 말했다.“뭐 확인해? 우리 결혼한 지가 얼만데 내가 무슨 짓을 한다고 해도 합법이지.”순간 안다혜는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라 손을 도로 빼며 말했다.“말이라도 못하면. 그만해요. 이제 출근해야 해요.”윤해준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 그래. 걸리적거리지 않을게.”안다혜는 얼른 침대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었다. 아니면 귀까지 빨개진 걸 윤해준에게 들킬 것만 같았다. 윤해준의 잘생긴 얼굴은 봐도 봐도 설레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상형에 완전히 들어맞는 얼굴을 보고 설레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숨을 크게 들이쉰 안다혜는 상태를 잘 조절하고 회사로 향했다.회사에 거의 도착해서야 안다혜는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윤해준이 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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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쏟아지는 칭찬에 김미진의 입꼬리는 내려갈 줄을 몰랐다. 안다혜가 풍산 그룹의 칭찬을 받으니 김미진의 체면도 한껏 올라갔다. 자식 농사가 크게 성공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기분이 좋아진 김미진은 안다혜에 대한 칭찬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다 대답했다.“아이고, 황 팀장님, 과찬입니다.”“아직 어려서 더 성장해야 합니다.”“아직 그 정도는 아닌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애가 도전 정신도 있고 야망도 큽니다. 아니면 우리가 아무리 뒤에서 밀어줘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니까요.”김미진의 대답은 중복이 없었다. 이는 안다혜를 칭찬하는 사람들에 대한 예의기도 했지만 태안의 미래를 위해 기반을 닦는 것도 있었다.마침 오늘 회사에 나온 안소현은 옆에서 모든 걸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악어가죽으로 만든 클러치만 꽉 움켜쥐었다. 매니큐어를 새로 하지 않았다면 손톱이 그대로 부러졌을지 모른다.안소현은 이를 악물고 눈앞의 상황을 뚫어져라 쳐다봤다.‘왜. 왜 안다혜는 모든 사람의 주목과 사랑을 받는 거야?’‘왜 엄마마저 안다혜만 바라보는 거냐고.’‘나는?’‘나도 엄마 딸인데 왜 이렇게 차이 나는 건데?’‘왜 엄마는 내게 건강한 몸을 주지 않을 걸까...’‘이렇게 태어날 줄 알았으면 애초에 낳지 말았어야지.’김미진은 안소현의 정서를 눈치채지 못했다. 하긴 끝도 없이 들리는 칭찬에 맞장구를 치기도 어려운데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 따윈 없었다.안다혜를 칭찬하던 사람들이 안소현도 칭찬했지만 방식이 조금 달랐다.“큰 따님인가요?”“아이고, 벌써 이렇게 컸어요? 시간도 참 빠르지.”“이렇게 예쁘게 잘 자라주니 얼마나 좋아요.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네요.”김미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딸이 둘인데 다 너무 효녀예요.”그러자 사람들은 김미진이 자식 농사를 잘해서 두 딸이 이렇게 살가운 거라고 칭찬했고 김미진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외모 칭찬이라 김미진도 무슨 말로 맞장구를 쳐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하지만 안소현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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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김미진도 순간 안다혜가 예의 없다고 생각해 안소현을 위로했다.“별거 아니야. 너무 신경 쓰지 마. 다혜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랬을 거야.”이 말에 안다혜는 너무 어이가 없었지만 딱히 설명하지 않았다. 어차피 안소현이 생각하는 목적과 목표와는 아예 달랐기 때문이다.“회장님, 저는 이만 풍산 그룹 사람들 배웅하러 가볼게요.”안다혜가 이간질에 별로 반응하지 않자 광대가 된 건 오히려 안소현이었다. 풍산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안다혜를 보는 김미진의 표정이 또 달라졌다.“그래. 너도 나가봐. 태안 그룹은 네가 신경 쓸 거 없으니까 너는 네 몸만 잘 챙기면 돼.”안소현은 이 말에 가시가 돋쳐 있음을 알아채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더는 이렇게 가만히 있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 집도 절도 다 뺏기고 몸 둘 곳 하나 없어질 게 뻔했다.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복잡했지만 안소현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떠났다.안다혜는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 필요를 느끼지 못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 영양가도 없는 곳에 공을 들이는 건 시간 낭비였다.안다혜가 나가고 나서야 김미진이 안소현에게 말했다.“다혜에게 불만이 많다는 거 안다...”“엄마, 아니에요. 나는...”안소현이 눈을 부릅뜨며 반박했지만 김미진이 손을 저으며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무슨 뜻인지 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잘 알고.”이 말에 안소현이 침묵했다.‘속내를 들키면 어때서?’어차피 지금은 회사고 아무런 득도 보지 못했으니 그동안 마음속에 담아왔던 걸 김미진에게 톡 까놓고 얘기해 도대체 누구의 문제인지 가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굳게 먹은 안소현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그래서요? 엄마?”“다 같은 딸인데 정말 공평하다고 생각해요?”김미진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가 싶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너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당연하죠. 엄마. 나 지금 매우 말짱해요.”안소현은 이제 될 대로 되라는 마인드였다.“너는 내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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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그중 한 명이 안다혜에게 이번 프로젝트를 잘 끝내면 대표가 다음 협업도 긍정적으로 고민해 볼 거라고 슬쩍 귀띔해 줬다.이 말에 안다혜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했다.“황 팀장님, 정말 믿어도 되는 거죠?”상대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안다혜를 인정했다.“걱정하지 말아요.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간다고 하잖아요. 다른 사람이었다면 내가 이런 말을 할 일도 없었을 거예요.”안다혜는 상대가 무슨 뜻으로 이런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챘다.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중요한지 대놓고 암시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안다혜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어떻게든 잘 추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다들 안다혜의 능력을 인정하니 더 말할 것도 없었다.그 뒤로 안다혜는 프로젝트 추진에 열을 올렸다. 그러면서도 몰래 안소현을 감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모든 걸 알고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어떻게 안다혜의 프로젝트에 제동을 걸지 고민하던 안소현의 머릿속에 문득 로비에서 길을 막아섰던 서진우가 생각났다.‘잘만 하면 서진우가 돌파구가 될 수도 있겠는데?’안소현의 입꼬리가 묘한 각도로 올라갔다.“안다혜.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전 남자 친구가 너의 사업이 이렇게 잘되는 걸 알면 너를 또 찾아오지 않을까?”“그렇게 애틋했는데 언니로서 다시 이어주는 게 맞지. 너무 고마워하지는 마.”안소현이 이렇게 중얼거리며 서진우의 연락처를 찾아내 바로 전화를 걸었다.서진우는 요즘 아버지에 의해 집에 갇힌 상태였다.저번에 경찰서에 잡혀들어가 서림 그룹의 주가를 떨어트리는 바람에 반성하라는 의미로 집에 가둔 것이다. 심서아는 서진우 이름으로 된 집에서 지내며 전화로만 연락했다.서진우의 아버지는 심서아를 탐탁지 않아 했다. 출신이 보잘것없는 심서아는 서진 그룹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심서아도 자신이 서진우에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한편으로 서진우를 구슬리며 한편으로 새롭게 기생할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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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안소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역시 서진우 씨는 통쾌한 사람이라니까요.”“특별한 건 없어요. 그저 요즘 다혜가 얼마나 잘 지내는지 알려주고 싶어서요. 프로젝트가 너무 잘돼서 돈을 거의 쓸어 담고 있어요.”“이런 말을 해주는 의도는 뭔데요?”원래는 느긋하게 침대에 누워있던 서진우가 안소현의 말을 듣고 벌떡 일어나더니 눈동자가 이글거리기 시작했다.“들리는 대로에요.”안소현은 당장이라도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왜요? 전 여자 친구가 이렇게 능력자인 거 몰랐어요?”“설마 예전에 사귈 때 숨기고 사귄 거예요?”“신분을 속인 것도 모자라 능력까지 숨겼다니. 쯧쯧.”쉴 새 없이 얘기하는 듯 보여도 안소현은 한 글자 한 글자 아주 또박또박 얘기했다. 안소현의 말이 길어질수록 서진우가 씩씩거리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안다혜, 역시 전에는 나를 속였던 거였어. 헤어진 뒤에 갑자기 능력이 일취월장했을 리도 없잖아.’서진우의 거친 숨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지만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안소현이 한 말을 전부 들었다는 의미였다. 아니면 이렇게 흥분할 리가 없었다.“내가 뭘 했으면 하는데요?”한참 지나서야 이 말을 들은 안소현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역시. 서진우가 이 말을 듣고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지. 성인군자가 세상에 어디 있어? 그저 그런 척하는 거지.’순간 안소현은 기분이 좋아졌다.“간단해요. 이렇게 대단한 여자를 그냥 놓치긴 아깝지 않아요? 당연히 집에 데려가야죠. 다시 만나보는 건 어때요?”이 말에 서진우는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전에도 안다혜를 따라다녀 봤지만 결국 구치소라는 결말을 거뒀다. 서진우도 일을 그렇게 크게 만들고 싶은 생각은 없었는데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웃음거리로 남았다.“그 방법은 써봤는데 소용이 없었어요.”서진우는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한번 들어갔다 왔는데 이젠 정신을 차릴 때도 된 것이다.하지만 안소현은 자신감이 넘쳤다.“걱정하지 말아요. 전에는 방법이 틀려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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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너희 아버지랑 약속했어. 절대 나가지 못하게 잘 지키겠다고.”“어머니, 정말 급한 일이 있어서 그래요.”서진우가 다소 다급한 말투로 어머니에게 설명했다. 요즘 아버지의 감시가 심해 집에서 나가지 못한 동안 안다혜가 그렇게 많은 돈을 벌었는데 서진우는 한 푼도 가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다 누가 안다혜를 먼저 채가면?’생각만 해도 서진우는 속이 뒤틀렸다.“네가 나간다 해도 할 일이 뭐가 있다고 그래?”서진우의 어머니가 덤덤하게 물었다.“너희 아버지가 그러더라. 집에서 너 잘 지키라고. 그러니까 말 들어.”이 말에 서진우는 망설여졌지만 안소현이 해줬던 말이 자꾸만 귀에 맴돌았다. 주먹을 불끈 쥔 서진우는 오늘 무조건 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다만 이대로는 어머니가 절대 내보내 주지 않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들은 소식을 어머니에게 들려줬다.“엄마, 안다혜가 누군지는 알죠?”서진우가 검색창에 태안 그룹을 입력하고는 어머니에게 보여줬다.“여기. 태안 그룹에서 금방 대외로 소개한 작은 아가씨가 얼마 전에 대표 자리까지 올라갔거든요.”서진우가 인터넷에서 사진을 찾아 어머니에게 보여줬지만 어머니는 그 사람들이 자기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 대충 눈길만 주고는 고개를 돌렸다.“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서진우가 어머니를 구슬리기 시작했다.“어머니, 태안 그룹의 상업 가치는 어머니도 잘 아시잖아요. 우리 서림 그룹은 따라갈 수도 없을 만큼 높다는 거.”“이 작은 아가씨가 내 전 여자 친구였어요.”“정말이야?”서진우의 어머니가 허리를 꼿꼿이 펴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아들을 바라봤다. 그러자 후자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당연하죠. 근데 사소한 일로 싸워서 성질부리는 중이에요. 빨리 달래서 데려와야죠.”“그러면 서아는 어쩌고.”서진우의 어머니도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게다가 심서아에 관한 소문도 얼핏 들어서 알고 있었다.어머니의 뜻을 모를 리 없는 서진우가 그 뜻에 맞춰 이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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