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부자의 배신, 이혼만이 답이다!: Chapter 691 - Chapter 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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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1화

하지율이 강병주를 바라봤다. “선배, 왜요?”강병주가 물었다. “네가 연씨 가문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그쪽의 모든 것과는 앞으로 상관이 없어질 거야. 너... 괜찮겠어?”하지율은 강병주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생각 못 했다. 강병주는 이상주의자다. 돈 같은 건 크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다. 그렇지 않았으면 예전에 강수로의 제안도 거절하지 않았을 것이다.하지율은 솔직히 말했다. “내 것이 아닌 건, 애초에 욕심내고 싶지도 않아요.”강병주가 다시 물었다. “그럼, 원래 네 몫이어야 하는 건?”하지율이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내 게 아니면 안 가져요. 그런데 제 것이라면... 누구도 빼앗아 가지 못하게 할 거예요.”강병주는 속으로 시간을 가늠했다. 연말이면 하이현이 남겨 둔 지분의 만기가 돌아온다. 그때가 되면 변호사와 회사의 주주들이 반드시 하지율에게 연락할 것이다. 한쪽은 가장 사랑하는 음악, 다른 한쪽은 하이현이 남긴 지분. 하지율은 무엇을 택할까.하이현이 임종 전에 남긴 지분에 대해서는 강병주 말고 아무도 모른다. 하지율 본인 말이다.연씨 가문 역시 모를 것이다. 만약 알고 있었다면, 처음부터 하지율을 내쫓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지분 만기가 돌아오면 그들 역시 사실을 알게 된다. 연씨 가문의 그 아버지와 세 아들 꼴을 보면, 분명 하지율을 다그쳐 지분을 넘기라 할 게 뻔하다. 지금의 하지율은 아주 화려해 보이지만, 노련하고 영악한 그 넷을 상대로 싸우기엔 아직 힘들 것이다.음악회가 끝나면 강병주는 서둘러 강씨 가문으로 돌아가, 필요할 때 하지율이 지분을 되찾을 수 있게 도울 생각이었다. 지금은... 하지율이 마음 편히 대회에만 집중하게 해 주고 싶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용화가 도착했다. 모두 주문을 하고, 떠들썩하게 식사를 마쳤다.식사 뒤, 하지율은 작업실에 두고 온 물건이 생각났다. 하지율은 유소린에게 정시온을 먼저 집으로 데려가 달라 부탁했다. “시온이랑 조금만 같이 있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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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둘은 함께한 시간이 너무 길었고 아는 친구도 많았다. 그래서 차연지는 친구들한테서 단진서와 그 첫사랑에 관한 소식도 줄줄이 들었다.다들 말했다. 단진서가 정말 아끼는 건 차연지고, 그 여자한텐 눈길 한 번 제대로 안 준다고.친구들은 차연지한테 단진서에게로 돌아가라고 했다. 단진서가 가장 힘들 때 그 곁을 지켜준 사람이 차연지인데, 왜 그 결실을 다른 사람한테 내주냐고 하면서 말이다.친구들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그래도 차연지는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그건 잘난 척도, 편한 삶을 위하는 것도 아니었다.애초에 단진서에게 일이 터지지만 않았다면, 단씨 가문에서 차연지를 받아들이지도 않을 테니까 말이다.차연지는 한때 생각했다. 단진서의 바람에도 눈 딱 감고 모른 척하며 돈이나 벌자고.하지만... 결국 견디지 못했다.역겨웠다. 뼛속까지.아무리 돈 때문이라고 해도 얼굴만 봐도 메스꺼운 사람과 어떻게 같이 살겠는가.하지율과 지내며, 차연지는 하지율의 집안 내력을 어느 정도 알게 됐다.그래서 하지율의 어머니, 하이현이 왜 연씨 가문을 떠났는지, 충분히 이해가 갔다.그건 나약함도, 사랑도 아니었다. 그저 역겨움이다.그 일을 떠올리기만 해도 몸이 먼저 거부한다.조금이라도 참을 수 있었더라면, 왜 아이를 두고까지 도망치겠는가.차연지는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본인과 키스하던 그 입술로, 또 다른 여자를 키스했다는 사실이 끔찍했다.그런 남자를 평생 곁에 두고 산다니, 차라리 삶을 포기하라는 말과 다름없었다.“차연지.”단진서가 차연지를 보자마자 다가왔다. “얘기 좀 하자.”차연지는 본능적으로 몇 걸음 물러서며 경계했다.“우리 사이에 무슨 할 얘기가 더 남았다고?”차연지의 경계심을 발견한 단진서는 눈을 크게 떴다.“왜 그러는 거야? 내가 널 해치기라도 할 까봐 그래?”그러다가 문득 뭔가 떠올랐는지, 단진서가 고개를 홱 돌려 하지율을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보며 얘기했다.“당신이지? 당신이 연지한테 뭐라고 불어넣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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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말을 끝낸 차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채팅 화면을 열었다.거기에는 사진 한 장이 있었다.남녀가 다정히 맞붙어 있고, 남자는 술에 곯아떨어진 듯 눈을 감았으며, 여자는 그의 볼에 입술을 갖다 대고 있었다.차연지의 눈가에 비웃음이 번졌다.“이제 왜인지 알겠어? 단진서?”단진서는 잠시 표정이 굳더니, 이내 변명을 시작했다.“그거 다 사실 아니야. 내가 취했을 때 지서희가 몰래 찍은 거야. 나 주량이 약한 거 너도 알잖아. 그때 친구들도 많았고, 다 증언해 줄 수 있...”차연지가 차갑게 단진서의 말을 끊었다.“그 여자랑 같이 있지 않았으면, 애초에 이런 사진을 찍힐 리가 없겠지.”단진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서희가 그 클럽에서 일해. 우린 우연히 마주친 거고...”“우연? 매일 우연히 만난다는 거야?” 차연지가 확 쏘아붙였다.지서희가 돌아온 뒤로, 차연지의 핸드폰에는 지서희의 메시지가 끊이지 않고 들어왔다.남자 친구 좀 잘 단속하라느니, 더는 괴롭히지 말아달라느니.예전 잘못의 대가로 이미 충분히 벌을 받았으니 이제 그만 복수하라며 애걸복걸하는 말투였다.마음이 여린 차연지는 처음에 정말 지서희를 동정했다.그래서 지서희의 편을 들어주기도 했다. 단진서가 친구들을 데리고 지서희를 괴롭히러 온다는 문자에 직접 달려가기도 했다.정말 한 양아치가 지서희를 곤란하게 굴고 있었고, 단진서는 그저 차갑게 바라볼 뿐이었다.하지만 그 양아치가 지서희의 손목을 덥석 잡자 단진서의 눈이 살기로 번쩍였다.단진서는 손에 든 잔을 던져버리고, 그 양아치의 턱에 주먹을 꽂았다.오랫동안 함께했지만, 차연지는 단진서가 이렇게 이성을 잃고 충동적으로 사람을 치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회사를 맡은 뒤로는 더더욱 침착했고, 감정도 좀처럼 드러내지 않았다.주먹질? 그건 철 안 든 소년들이나 하는 짓이었다.그 순간 차연지는 깨달았다.지서희의 애원은 다른 형태의 도발이었다는 걸.단진서는 지서희 때문에만 이성을 잃는다.그걸 과시하고 있었던 거다.그때 단진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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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바닥에 내팽개쳐지는 순간, 하지율은 본능적으로 손을 감싸안았다. 그래서 손은 괜찮았고 팔만 다쳤다.이 모습을 본 차연지는 얼굴이 새파래져 달려왔다.“지율 씨, 손은 괜찮아요?”음악가에게 손은 목숨보다 소중하다. 차연지는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라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게다가 하지율은 지금 대회에도 나가고 곧 음악회도 연다.혹여 손이라도 다쳐 경기에 지장이 생긴다면...차연지는 죄책감 때문에 죽어버릴지도 모른다.‘단진서, 용서 못 해!’하지율은 차연지의 부축을 받아 일어섰다.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요.”차연지는 붉어진 눈으로 하지율의 손부터 살폈다.백옥처럼 고운 손등엔 긁힌 자국이 드문드문 보였고 팔에는 길게 긁힌 핏자국이 선명해 보기만 해도 섬뜩했다.단진서는 차연지가 자신을 바라보던 그 눈빛을 문득 떠올렸다.한때는 저런 연민이 자신에게도 향했는데 지금 차연지의 눈엔 차갑기만 한 한기뿐이다.알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 오른 단진서는 성큼 다가가 차연지의 손목을 움켜쥐었다.“나랑 가자. 그러면 하지율은 놓아 줄게. 끝까지 버티겠다면... 연지야, 굳이 내 밑바닥까지 봐야겠어?”차연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차연지는 누구보다 단진서의 밑바닥을 잘 알았다. 단진서가 화가 나면 어떻게 나올지도 말이다. 입술을 바르르 떨던 차연지가 이내 입을 열었다.“지율 씨, 저 먼저 갈게요. 꼭 병원 가서 상처 치료해요... 나중에 봐요.”단진서는 비열한 남자다. 그런 남자와 엮이는 건 차연지 한 사람만으로도 충분했다. 차연지는 하지율을 더 이상 휘말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하지율이 차연지의 손을 꽉 잡았다. “연지 씨, 걱정하지 마요. 단진서는 나 못 건드려요. 건드릴 힘도 없어요.”하지율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단진서 씨, 여기는 S시예요. 단씨 가문 구역이 아니란 말이에요.”단진서는 비웃듯 눈을 가늘게 떴다.“고지후랑은 이미 이혼했잖아요. 고지후가 설마 전처 하나 때문에 우리 단씨 가문을 상대로 싸우겠어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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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단진서가 그렇게 말했다. “연지야, 난 퇴근하고 집에 오면 네가 있는 삶에 익숙해. 돈이 필요하면 말만 해. 갖고 싶은 거, 다 사줄게. 내일 비서한테 카드 한도 2천만 원 더 올리라 할게. 나가지 말고 일 그만해. 내가 널 먹여 살리면 되잖아?”그땐 달콤한 말에 흔들리면서도, 차연지는 겨우 정신을 붙잡았다.“나 돈 때문에 일하는 거 아니야. 피아노 치는 게 정말 좋아서 그래.”단진서는 차연지를 와락 끌어안았다. “연지야, 피아노가 나보다 중요해?”그때는 정말 피아노보다 단진서가 더 중요했다. 그래서 결국, 차연지는 타협했다.그리고 지금... 단진서의 의미심장한 눈빛과 마주한 차연지는 간담이 서늘해졌다.‘혹시 미쳐서 내 손을 망가뜨리려는 건가?’차연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단진서는 공포에 질린 차연지의 눈을 바라보며 모든 걸 손에 쥔 사람처럼 천천히 웃었다.“연지야, 넌 내 여자야.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널 다치게 하진 않아.”차연지는 말하고 싶었다. ‘네가 다치게 한 게 벌써 얼마인데?’몸을 다치는 것만 상처인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단진서를 더 자극할 때가 아니었기에 하려던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단진서는 곁눈질로 하지율을 보더니 경호원에게 툭 지시했다.“저 여자가 손 못 쓰게 만들어.”냉혹하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차연지는 등이 오싹해졌다.“안 돼!” 차연지는 하지율 앞을 막아섰다. “단진서, 그러지 마! 우리 일은 지율 씨랑은 아무 상관도 없어. 억울한 사람 건드리지 마!”단진서는 차연지가 무너지는 걸 즐기는 듯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난 저 여자가 억울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하지율이 널 받아주지 않았으면 네가 이렇게 오래 버틸 일도 없었겠지. 우린 진작 화해했을 거고.”지금은 단진서의 첫사랑 이야기를 꺼내선 안 된다는 걸, 차연지는 알고 있었다.“어르신이랑 지율이 관계 알잖아. 지율이를 건드리면, 어르신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단진서는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그분은 내 친할아버지야. 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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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눈물이 차연지의 눈가를 따라 또르르 굴러떨어졌다.차연지는 온몸이 힘이 빠져 무력감에 휩싸였다. 차연지는 너무 약했다.“진서야, 내가 그동안 네 곁에서 얼마나 오래 간호했는지 알잖아. 제발 지율 씨만은 다치게 하지 마. 부탁할게... 나, 지금 당장 너랑 같이 갈게. 다시는 헤어지자고 안 할게.”단진서의 눈동자에 차가운 기운이 서렸다.“넌 고작 그런 하찮은 여자 하나 때문에 나한테 빌어?”차연지가 얼마나 자존심 강한 사람인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안다.그때처럼 사면초가였던 때에도 차연지는 단 한 번도 굽히지 않았으니까 말이다.조금만 고개를 숙이면 단진서가 풀릴 걸 알면서도, 차연지는 차라리 노숙을 택했고, 심지어 단진서를 차단했다.그런데 지금, 그런 여자를 위해 무릎을 꿇는다고?분노와 놀라움이 한꺼번에 치밀었다.단진서가 실명했을 때, 차연지가 이렇게 했던 적이 있었지만...단진서와 하지율은 다르다.차연지의 마음속에서 단진서와 견줄 수 있는 존재라니. 절대 남겨둘 수 없다.단진서의 눈에 살기가 드리웠다. 그러나 입꼬리는 부드럽게 올라갔다.“연지야, 네가 다른 사람을 더 아끼고, 다른 사람을 위해 빌수록... 난 그 사람부터 부숴버리고 싶어져.”그 사이 경호원 두 명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한 명이 손쉽게 차연지의 팔을 꺾어 제압했다.차연지는 미친 듯 몸부림쳤지만, 훈련된 사람 앞에서는 역부족이었다.“단진서, 넌 은혜를 원수로 갚는 인간쓰레기야! 평생 용서 못 해!”단진서는 미동도 없이 차연지를 내려다봤다.약자의 독설과 증오는, 그의 눈엔 그저 무력한 헛발질일 뿐이다.차연지는 그의 여자 친구였다. 그러니 여기서 선을 넘지 않는 게 맞았다.하지만 잠깐의 자유만으로 차연지의 마음은 이미 달아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달래는 방법은 효과도 미미했다.하지율을 치는 게 가장 빠르다. 하지율을 본보기로 삼아 앞으로도 두려움 속에 살게 하면 된다.차연지가 다른 사람한테 기댈수록, 그 사람을 불행하게 만들면 된다.그리하면, 단진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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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하지율이 가볍게 숨을 고르며 말했다. “전 괜찮습니다.”하지율은 차연지를 한 번 바라보고, 낮은 목소리로 주용화에게 말했다. “화야 씨, 연지 씨부터 이쪽으로 데려와 주세요. 절대로 저 사람들에게 끌려가게 두면 안 됩니다.”주용화는 무심한 웃음을 입꼬리에 걸었다. “네, 하지율 씨.”주용화는 느긋하게 차연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단진서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저 여자 지켜. 저 자식이 절대 못 데려가게 해.”주용화가 눈썹을 들어 올렸다. “지킨다고요? 단진서 씨, 차연지 씨한테 한 번 물어보시죠. 그런 보호를 원하냐고요.”단진서가 낮게 쏘아붙였다.“그럼 연지가 직접 고르게 하지.”단진서가 차연지를 바라봤다. “연지야, 나랑 갈 거야, 아니면... 저쪽을 택할 거야?”말끝은 흐렸지만, 담긴 위협은 분명했다.차연지의 눈에 망설임과 불안이 스쳤다. 단진서를 못 잊어서가 아니라, 자신 때문에 하지율이 더 휘말릴까 걱정돼서였다.그때 하지율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울렸다. “연지 씨, 나 때문에 걱정하지 마요. 저 사람, 어차피 나 못 건드려요. 내 작업실까지 쳐들어와 사람을 다치게 하고 납치하겠다고 했으니...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예요.”하지율은 잠깐 숨을 고르고 덧붙였다. “지금 굽히면 다음에도 계속 굽혀야 해요. 정말 그런 삶을 원해요?”차연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듯했다. “하지만...”하지율은 차연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기에 목소리를 낮췄다. “여긴 S시예요. 단진서가 멋대로 군다고 다 통하는 곳 아니에요.”그때 주용화가 조용히 말을 받았다. “하지율 씨, 저 사람이 이렇게 날뛰는 건 우리가 만만해 보인다고 생각해서예요. 오늘 본때를 보여주지 않으면, 다음은 정말로 선을 넘겠죠. 오늘은 쳐들어와서 하지율 씨를 다치게 하고 차연지 씨를 끌고 가려 하고... 내일은 그 이상도 할 겁니다.”하지율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의해요. 그럼 화야 씨는 어떤 식의 교훈이 좋다고 보세요?”주용화가 몇 초 생각하는 시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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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헬스클럽을 다녀온 뒤로, 주용화는 다트에 푹 빠졌다. 돌아오자마자 연습 전용 장비까지 사서, 짬만 나면 꾸준히 던졌다. 배우는 것이 빨라 하루만 연습했을 뿐인데도 투척률이 꽤 정확해졌다.유소린이 야구를 좋아해 캐치볼을 같이 하자고 했고, 주용화는 그마저도 금방 잘 해냈다. 주용화는 뭐든 배우면 금세 익히는 타입이었다. 유소린은 그런 주용화에게 운동 재능이 있다고 연신 칭찬했다.하지율이 웃었다. “잘했어요. 내일부터 월급 올려 드릴게요.”주용화가 환하게 웃었다. “감사합니다, 하지율 씨.”말이 끝나기도 전에 주용화는 차연지를 붙잡고 있던 경호원의 팔을 비틀어 꺾어 버렸다.풀려난 차연지는 곧장 하지율 쪽으로 달려갔다.주용화는 표정이 굳은 단진서를 힐끗 보더니 물었다. “하지율 씨, 이 사람... 그냥 보낼 건가요?”“그럴 리가요.” 하지율의 대답은 단호했다.하지율 손에는 어느새 야구 배트가 들려 있었다. 전날 유소린이 연습 후 문 앞에 두고 가서 아직 가져가지 못한 바로 그 배트였다. 방금 전 뒤로 물러서면서 이미 손에 잡아 둔 것이다. 만약 주용화가 오지 않았다면, 하지율은 호신용 스프레이로 시야를 막은 뒤 이 야구 배트로 경호원을 먼저 쓰러뜨릴 생각이었다.옅은 미소를 지은 하지율의 눈동자는 싸늘하기만 했다.하지율은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는 사람도, 명예를 짓밟으려는 사람도, 누명을 씌우려는 사람도 봐왔다. 심지어 목숨을 노리는 자들도.그동안 장하준과 단보현을 최악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오늘 그 순위에 변동이 생겼다.단진서가 당당하게 가장 밑바닥에 랭킹 되었다.하지율은 폭력으로 해결하는 걸 추구하진 않는다.하지만...이 인간은 용납할 수 없었다.목숨은 잃어도 손은 잃을 수 없다.하지율은 배트를 들고 한 걸음, 한 걸음 단진서에게 다가갔다.주용화는 하지율의 의도를 눈치챘다. 밤보다 깊은 눈동자에 불꽃이 켜지며 묘한 빛이 돌았다. 피가 뜨겁게 끓었다. 이건 같은 부류를 만났을 때의 쾌감이었다.하지율이 단진서에게 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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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네가 말하는 잘해준다는 기준이, 내 감정은 하나도 안중에 없고 내 친구 손을 못 쓰게 만들겠다는 거야? 정말 그런 거라면... 넌 너무 끔찍한 거야.”차연지는 둘 사이에 한때 오갔던 사랑 타령이나 맹세 따위는 말하지 않았다. 사랑이 식으면 약속은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니까.차연지는 단진서를 차갑게 내려다봤다. 눈빛에는 더 이상 어떤 감정도 없었다. 혐오만 남아 있었다.“단진서, 난 너한테 빚진 적 없어. 빚진 건 너야. 그러니 오늘 이 한 방이면... 우리 얽혔던 모든 걸 끝내자.”말을 마친 차연지는 주용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작해 주세요.”주용화가 단진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단진서는 비웃음을 흘렸다. “네까짓 게 감히 날 어쩌겠...”말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정면에서 주먹이 날아들었다. 훈련받은 단진서가 반사적으로 팔을 들어서 막았지만, 단진서는 잊고 있었다. 자신의 손바닥은 이미 칼에 꿰뚫려 힘을 받을 수 없다는걸.그런데 주용화의 표적은 얼굴이 아니었다.주용화는 단진서 손에 박힌 칼자루를 움켜쥐고, 입가에 잔혹한 웃음을 띠더니 손목을 비틀며 칼끝으로 손바닥 살을 원을 그리듯 훑어 냈다.순간, 단진서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이를 악물고 신음을 삼키는 것이 할 수 있는 최대치였다.반격하려는 찰나 정강이에 망치로 때린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주용화의 발끝이 가장 취약한 정강이뼈를 정확히 갈겼다.버티지 못한 단진서는 한쪽 무릎을 꿇었다.숨 돌릴 틈도 없이, 주용화의 킥이 얼굴을 강타했고 단진서는 그대로 나가떨어졌다. 그리고 그런 단진서를 밟은 건, 값싼 운동화 밑창이었다.주용화가 무심히 말했다. “이 정도면 되죠? 제가 기절까지 시켜 버리면, 두 분이 복수하실 맛이 안 나잖아요.”단진서의 뺨은 몇만 원짜리 싸구려 운동화에 짓눌렸다. 금수저로 자라 최고만 누려 온 단진서는 그 운동화가 싸구려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런 싸구려 운동화 밑에 깔리다니. 이런 모욕은 악몽 그 자체였다.차연지가 무표정하게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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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하지율의 시선이 차연지에게서 주용화에게로 옮겨 갔다.단진서는 주용화한테 제대로 반격 한번 못 하고 완전히 제압당했다. 주용화는 아예 빈틈 자체를 주지 않았다.힘만 센 게 아니라 머리까지 비상했다. 마치 모든 변수를 끝까지 계산해 둔 듯했다.차연지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우둑.뼈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단진서의 손뼈가 배트에 맞아 부서진 모양이었다.차연지의 눈빛은 전혀 떨리지 않았지만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이런 일을 처음 해 보는 터라 손이 살짝 떨렸지만... 오늘만큼은 해야 했다.하지율을 위한 응징이자, 앞으로 하지율을 지키기 위한 경고였다. 복수를 하려거든 차연지한테만 하라는.하지율은 주용화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차연지의 얼굴을 바라봤다.“됐어요, 연지 씨. 이 정도면 충분해요.”단진서 같은 인간은 사라져도 아쉬울 게 전혀 없다고 생각했지만, 여긴 어디까지나 법치 사회다. 선은 지켜야 했다.“화야 씨, 구급차 좀 불러 주세요.”“알겠습니다.” 주용화가 고개를 끄덕이며 전화를 걸었다.주용화도 잘 알고 있었다. 단진서를 죽게 놔두면 안 된다. 더구나 여기서 죽게 만들면 절대 안 된다.부상과 사망은 차원이 다르니까.전화가 끝나자 하지율이 차연지를 돌아봤다.“연지 씨, 오늘은 연습하지 말고 쉬어요. 집에 가서 푹 쉬어요.”방금 일을 겪은 차연지는 기력이 쭉 빠진 듯,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네... 알았어요.”하지율은 스튜디오에 들러 악보를 챙긴 뒤 말했다.“화야 씨, 먼저 연지 씨부터 집에 데려다주세요.”주용화가 운전해 차연지를 무사히 집까지 데려다주었다.내리기 전, 하지율이 당부했다. “혹시라도 돌발 상황이 생기면 바로 저한테 전화하세요.”차연지가 씁쓸하게 웃었다. “네, 그럴게요.”연지가 들어간 뒤 주용화가 물었다. “지율 씨, 병원에 먼저 가실래요?”“아니요. 먼저 단종건 어르신 댁으로 가 주세요.”지난번 단보현 일은 양쪽 다 크게 다치지 않아 흐지부지됐지만, 이번에는 단진서가 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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