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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이혼 후의 꽃길: Chapter 161 - Chapter 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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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화

소예린은 이연우를 힐끔 쳐다보고는 얼굴에 도발적인 기색이 역력했다.그녀의 표정을 본 이연우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수완이 대단한 줄 알았는데 직장에서 왕따 노릇을 하고 자빠졌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고 담담한 표정으로 소예린의 도발에 맞섰다.서류 폴더를 닫은 후 이연우는 추호의 두려움이 없이 우아하고 대범한 자세로 말하였다.“소 부장님은 직원들 사이에 위신이 매우 높으신 것 같네요.”그녀는 곁눈질로 주변의 몇몇 직원들이 몸을 움츠린 것을 발견하였다.보아하니 소예린을 어느 정도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소예린은 정성껏 스타일링한 웨이브 헤어를 살짝 쓸어 넘기고는 와인색 매니큐어를 바른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가볍게 치면서 말했다.“이 비서님, 오해하셨어요. 내가 무슨 위신이 있겠어요? 그냥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한 거죠.”그녀는 일부러 말끝을 길게 늘이면서 얼굴에 득의양양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러고 나서 옆에 있는 몇몇 직원들에게 눈짓을 보내자 그들은 민망한 듯 일제히 머리를 떨구었다.이연우는 앞으로 반걸음 나아가서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한마디 하였다.“회사를 위해서라면 소 부장님도 최선을 다해 저의 업무에 지원하겠죠?”그녀의 목소리가 사무실 안에 또렷하게 울려 퍼졌고 원래 수군거리던 소리도 순식간에 사라졌다.이연우의 말에 소예린의 미소를 머금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는 이연우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을 몰아붙일 줄은 몰랐다.“이 비서님의 실력이 훌륭하시니 우리가 배울 것이 많겠죠. 무슨 필요가 있으면 언제든지 말씀하세요.”소예린은 위선적인 웃음을 날리고는 뒤돌아섰을 때 하이힐이 바닥에서 날카로운 마찰음을 냈다.그녀의 모습이 모퉁이에서 사라지자 이연우는 두려움에 침묵하고 있는 직원들을 일일이 살펴보았다.“여러분은 그동안 계속 소 부장님의 밑에서 일하고 있는 걸 알아요. 저는 막 직장에 들어왔기 때문에 여러분이 저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도 당연합니다.”그녀의 목소리는 갑자기 차가워졌고 사무실도 난방을 끈 것처럼 온도가 급격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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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화

방현준의 대표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이 불편해서 이연우는 스스로 강문서의 비서실을 잠시 사용하기로 요청했다.방현준은 그녀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서 결국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그녀가 핸드폰을 확인하자 남지혜의 카톡 대화창이 떴다.[내가 주미애에게 연락했는데 모레 오후에 시간이 비어 있대. 그때 네가 스텔라엔터테인먼트에 찾아가면 된다고 했어.]이 메시지를 본 순간, 이연우의 원래 긴장으로 뻣뻣해진 어깨가 바로 나른해진 것 같고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기뻐서 점프하고 환호하는 캐릭터로 만든 이모티콘을 남지혜에게 보내면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자기야, 네가 성공할 줄 알았어!]톱스타 주미애가 디자인 대회의 모델로 될 수 있다면 그녀의 막강한 영향력은 진양 그룹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것이다.이연우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면서 주미애와 만날 때의 세부 사항을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사무실 안의 정적을 깼다.“들어오세요!”그녀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허리를 곧게 펴면서 느긋하게 말하였다.사무실의 문이 천천히 열리면서 디자인팀의 직원 두 명이 조심스럽게 머리를 내밀었다.먼저 들어온 젊은 여자애는 낮게 묶은 포니테일을 하였고 긴장해서 그런지 손가락으로 옷자락을 비틀었고 목덜미에 땀방울이 촘촘히 나왔다.그녀의 뒤를 따라서 들어온 남자애는 디자인 원고 한 아름을 안고 있었다. 그는 많이 불안해서 그런지 이연우와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이 비서님, 저...”여직원이 막 입을 열자 긴장한 탓에 마른기침하였다.이연우는 두 사람의 품에 안은 디자인 원고를 본 후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누그러진 말투로 물었다.“디자인 원고를 제출하러 왔어요?”“네, 맞아요!”두 사람은 거의 이구동성으로 말하면서 서둘러 원고를 앞으로 내밀었다.이연우는 원고를 받은 후 손끝으로 표지를 어루만지면서 누군가 가장자리를 반복적으로 주물러서 생긴 주름을 느낄 수 있었다.원고 첫 페이지를 자세히 살펴보면서 이연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초고는 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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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이연우의 책상 위에 놓인 내선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이연우는 전화를 받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대표님.”“이 비서님, 사무실로 들어오세요.”방현준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다.그녀는 즉시 일어나서 대표 사무실로 향했다.문을 열고 보니 방현준은 고급 가죽 사무용 의자에 반쯤 몸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대표님, 말씀하실 일이 있으신가요?”이연우는 눈을 내리깔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입꼬리가 적절하게 올라간 업무용 미소였다. “말씀?”방현준은 손을 멈추더니 깊은 호수처럼 그윽한 눈동자가 요동쳤다.“회사에 있으니까 대표님께 예의를 갖추고 존중해 드려야죠.”이연우는 공손한 태도로 차분하게 말했다.방현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손으로 만년필을 가지고 놀았다.‘연우 씨가 억울할 일이라도 당했나?’방현준은 만년필을 책상에 툭 내려놓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머니가 오셨으니 이 비서님이 내려가서 마중하세요.”이연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나정윤이 왔다고?’지난번에 방씨 가문의 만찬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개성이 독특한 재벌가 사모님을 만났다.이번에도 그때처럼 귀한 선물을 받을 수 있는지 몰랐다.이연우의 눈 밑에 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고 즉시 답하였다.“알겠습니다, 대표님.”그녀가 나가기 직전에 참다못해 물었다.“대표님, 오늘 제가 대표님을 도와 연기해야 하나요?”그녀는 마치 앞에 떠 있는 돈다발을 본 것처럼 눈이 반짝거렸다.방현준은 이마를 짚고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지었다.“정말 돈구멍에 빠졌네요.”“10% 할인해 드릴게요!”방현준은 대꾸하지도 않았다.“절대 후회하시지 않을 거예요!”이연우가 다시 유혹해 나섰다.“알겠어요. 들키면 안 돼요.”방현준은 무심코 한마디 하고는 옆에 있는 서류를 집어 들었지만 입가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말하고 나서 이연우는 바로 사무실에서 뛰쳐나갔다.천천히 내려간 엘리베이터의 거울에 들뜬 이연우의 모습이 비쳤다.그러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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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4화

소예린이 말끝을 흐리자 성공적으로 나정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나정윤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면서 엄숙한 목소리로 다그쳐 물었다.“말하기 어려운 것이 뭐가 있어? 있는지 어서 말해.”소예린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천천히 말했다.“최근 대표님의 옆에 비서 하나가 더 생겼어요. 하지만 염려하지 마세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은 절대로 대표님의 시선을 끌 수 없어요.”그녀가 이렇게 말하면서 머릿속에 이연우의 득의양양한 얼굴이 떠올라서 눈빛 속의 질투가 독사처럼 꿈틀거렸다.통찰력이 있는 나정윤은 소예린의 얼굴에 나타난 표정의 변화를 모두 보았다.그녀는 소예린이 난감한 척하면서 실제로 고자질하고 있는 것을 알고 속으로 웃었다.지난번에 방현준이 한 말에 그녀는 더 궁금해졌다.‘설마 준이가 정말 이연우를 진양 그룹의 비서로 스카우트했다고?’나정윤은 소예린의 질투 어린 표정을 보며 방현준이 회사에서 이연우랑 염장질을 적지 않게 지르고 다녔다고 추측했다.“불순한 의도를 가진 사람? 그럼 어떤 사람인지 봐야겠다.”나정윤은 일부러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하면서 빌딩 안으로 들어갔다.기둥 뒤에 숨어서 모든 것을 지켜본 이연우는 손을 꼭 움켜쥐었다.그녀는 소예린이 나정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을 보자 마음속에 분노가 일어났다.“내가 불순하다고? 누가 더 엉큼한지 보자고.”이연우는 두 사람보다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서 방현준의 대표 사무실로 쳐들어갔다.방현준이 의자를 돌리면서 숨을 헐떡이는 이연우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이 비서님, 개한테 쫓기기라도 했어요?”“대표님의 졸개에게 쫓겼어요.”이연우는 방현준의 앞에 다가가서 아부한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대표님, 드릴 말씀이 있는데...”“말하세요.”이연우는 바짝 앞으로 다가가서 말했다.“이따가 저랑 같이 연기하시면 오늘의 비용은 50% 할인해 드릴게요. 어때요?”그녀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면서 뭔가를 꾸미고 있는 듯이 계산적인 눈빛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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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준이야, 지금 근무 시간인데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니?”나정윤은 다소 못마땅한 말투로 말하였다.회사의 다른 직원들이 보기라도 하면 이연우의 평판에 좋지 않으니까.방현준이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이연우가 괴로움을 당하면 절대로 안 되었다.“괜찮아요. 대표님의 수행 비서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이에요.”이연우는 웃으면서 말하고는 곁눈질로 소예린이 주먹을 꽉 쥐고 씩씩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이 비서님, 예의를 차리세요. 이분은 대표님의 어머님이세요!”소예린은 드디어 대화에 끼어들 기회를 찾아 이연우가 버릇이 없다고 비난했다.이연우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일부러 나정윤을 처음 본 듯이 바로 아부성 멘트를 날렸다.“어머나, 대표님의 어머님이세요? 저는 대표님의 누나인 줄 알았어요!”이연우의 말에 나정윤의 눈가에 웃음기가 짙어졌다. 그녀는 이연우의 의도를 파악하고 덩달아 연기에 동참했다.“아가씨가 말을 참 잘하네.”“사모님, 평소에 어떻게 관리하신 거예요? 노하우가 있으면 좀 알려주세요. 그런데 사모님은 타고나신 것 같아요.”이연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여린 목을 드러낸 모습이 애교 부리고 있는 고양이 같았다.이런 귀여운 모습에 나정윤의 웃음이 터져 나왔다.“관리는 무슨. 그냥 마음가짐이 좋아서 그런 거야.”“그럼 정말 타고난 미인이시네요.”소예린의 표정이 어두워졌고 손톱이 손바닥에 깊이 파고들었다.그녀는 이연우가 다정하게 나정윤의 팔짱을 끼고 있는 것을 보자 수많은 작은 비수가 자기의 마음을 콕콕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분명히 자신이 먼저 내려가서 나정윤을 맞이했는데 지금은 완전히 소외된 아웃사이더로 되었고 심지어 대화에 끼어들지도 못하였다.방현준은 옆에 앉아서 이연우와 나정윤의 서투른 연기를 차마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그녀들은 신인배우처럼 과장되고 자연스럽지 못한 연기력을 펼쳤다.자기가 사랑하는 가족과 여자가 아니었다면 벌써 쫓아냈을 것이다.하지만 이연우가 소예린을 이렇게 화나게 하는 것을 보니 이연우를 괴롭힌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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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6화

소예린은 무슨 힘이 자기를 부추기는 것처럼 마음속에 알 수 없는 충동이 일어났다.그녀는 자기를 위해 한번 시도해 보겠다고 다짐했다.“이 비서님이 예전에 다녔던 회사 동료가 연락이 왔어요. 비서님이 이혼한 후 어떤 물건을 두고 가서 시간이 있을 때 가져가라고 했어요.”소예린은 약간 도발의 눈빛으로 이연우가 이혼녀라는 사실을 강조하였다.나정윤이 못 들을까 봐 심지어 언성까지 높였다.‘지금 사모님은 아직 이연우가 이혼녀라는 사실을 모르시겠지? 이연우는 방현준과 같이 있을 자격이 없다고!’그녀의 말에 방현준의 안색이 곧 폭풍우가 오기 전의 하늘처럼 어두워졌다.그는 소예린을 꿰뚫어 볼 것 같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소 부장, 업무는 다 끝냈어요?”그의 목소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대표님, 저는...”방현준의 싸늘한 반응에 소예린은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고 입술까지 바들바들 떨었다.“여긴 소 부장의 일이 없으니까 그만 나가세요.”방현준은 그녀에게 더 이상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고 반박할 수 없는 명령을 내렸다.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소예린의 마음속에 분노와 억울함으로 가득 찼다.이연우는 활짝 웃으며 약 올리는 듯한 눈빛으로 소예린을 바라보았다.‘이것이 너에 대한 복수라고!’소예린이 나가자 이연우는 드디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방현준의 품에서 벗어났다.“연우야,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소 부장과 원한이 있어?”나정윤은 눈썹을 치켜세우며 궁금하면서도 걱정 어린 말투로 물었다.“원한이기보다는 그냥 복수하려는 거예요.”이연우는 차분한 목소리로 답하였다.“괜찮아. 소 부장이 싫다면 준이보고 해고하라고 하면 돼.”나정윤은 웃음을 머금었지만 눈에 날카로운 빛이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늘 자기 사람을 감싸며 특히 자신이 아끼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러했다.이연우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아니에요. 소예린은 확실히 능력이 좋아요. 회사에서는 대표... 현준 씨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요.”‘대표’라는 말이 튀어나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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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7화

사무실의 문이 닫히면서 이연우는 감전된 것처럼 방현준을 세게 밀어냈다.방현준은 뒷걸음질 쳤고 다소 무력감을 느꼈다.“연우 씨는 정말 필요할 때만 찾고 끝나면 모른 척하는 사람이네요. 내 마음이 너무 아파요.”그는 나지막한 소리로 농담조로 말했다.이에 이연우는 얼떨결에 반박했다.“아니에요. 저도 현준 씨의 어머님을 기쁘게 해드리려고 그런 거라고요!”“그래요?”방현준은 갑자기 한 걸음 다가서서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손목을 정확히 붙잡았다.이연우는 그의 손바닥에서 전해진 온기를 느끼자 깜짝 놀라서 호흡이 멈출 뻔했다.“일부러 나에게 스킨십을 시도하는 건 아니고?”그는 이연우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듯이 말하자 따뜻한 숨결은 그녀의 예민한 귓불을 스쳐 지나갔다.“아... 아니에요.”이연우의 목소리가 나지막하게 들렸고 속눈썹은 놀란 나비의 날개처럼 바르르 떨렸다.그녀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서 마치 찐 꽃게처럼 목덜미까지 핑크색이 감도는 것 같았다. 방현준은 낮은 소리로 웃으면서 이연우의 쑥스러운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다가 갑자기 화제를 바꾸었다.“저녁 7시에 벨라루체 호텔에 비즈니스 리셉션이 있는데 참석해야 해요.”“또 가요?”이연우는 고개를 번쩍 들고 의아한 표정으로 방현준을 바라보았다.지난번에 방현준이 약을 먹은 일이 생각났다. 만약 다시 이런 봉변을 당하면 그녀는 그를 다시 구할 수 있는 정력이 없었다.“걱정하지 마요.”방현준은 그녀의 생각을 꿰뚫어 보는 듯이 손끝으로 그녀의 손바닥을 살며시 어루만지면서 말했다.“이번에는 엄숙한 비즈니스 모임이에요.”그리고 일부러 뜸을 들이면서 말했다.“연우 씨는... 소예린과 같이 가야 참석해야 해요.”이에 이연우는 화가 난 고양이처럼 털이 곤두섰다.“방현준 대표님!”그녀는 방현준의 손을 뿌리치고 뒤로 두 걸음 물러서서 안전거리를 벌렸다.“저와 소예린의 관계가 안 좋은 걸 알면서 재미있는 구경거리로 내세우려는 거예요?”“쯧. 또 대표님이라고 부르네요.”방현준은 눈을 가늘게 뜨고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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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8화

방현준의 말에 이연우의 얼굴이 후끈 달아올랐다. 원래 이 드레스의 네크라인이 낮게 파였는데 방현준의 말을 들어보니 점점 불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심형빈과 이혼한 후 기분이 좋아서 입맛도 좋아져서 이래요.”그녀는 목을 뻣뻣이 세우고 말대꾸하였다. 곁눈질로 방현준의 올라온 입꼬리를 보자 분명 자기를 비웃고 있는 것이었다.“현장에서 드레스가 터진 장면을 기자가 찍으면 내일 뉴스의 헤드라인이 ‘진양 그룹의 비서가 심야에 거래처와 식사하다가 뜻밖의 노출이 논란을 일으켰다’이겠죠.”방현준은 갑자기 반걸음 가까이 다가오자 민트 향이 섞인 담배 냄새가 확 몰아왔다.이연우는 뒷걸음질 치다가 화장대에 부딪쳤고 거울에 방현준의 목젖이 굴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비친 것을 본 그녀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10분 이내에 갈아입어요.”방현준은 큰 선물 박스를 내밀었다.박스에 고급 브랜드의 빨간 드레스가 놓여 있는데 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보였다.이연우는 손끝으로 드레스를 어루만졌다. 벨벳 같은 섬세한 촉감에 365개 핸드메이드 주름이 숨어 있으며 겹겹이 겹친 치맛자락은 활짝 핀 장미처럼 풍성했다.그녀가 드레스를 갈아입고 전신 거울 앞에 서서 보니 마치 눈부신 빛을 발산하는 것 같았다.깊게 파인 브이넥은 쇄골 라인을 잘 살려주었고 허리라인을 잡아준 디자인은 아름다운 라인을 완벽하게 보여주었다. 치맛자락이 움직일 때마다 잔잔한 물결을 일으킨 것 같았고 은하에서 걷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이 드레스... 내 목숨도 살 수 있겠어.”그녀는 빙글빙글 돌면서 중얼거렸다.문에 기대어 있는 방현준은 그녀의 잘록한 허리에 시선을 고정했다.드레스의 빨간색은 그녀의 하얀 살결이 껍질 벗긴 리치처럼 더 돋보이게 하였고 조명 아래에서 반짝였다.방현준은 갑자기 타오르는 목을 가다듬고 시선을 돌리면서 어색한 듯 마른기침하였다.“계속 꾸물거리다가 구씨 가문의 사람들이 우리가 효성 그룹을 삼키려는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오해할지도 몰라요.”“알겠어요. 갑시다, 방 수다쟁이.”이연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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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9화

연회장에 세팅해 놓은 샴페인 타워 옆에 소예린은 효성 그룹의 비서 양기범과 낮은 목소리로 대화하고 있었다.“소 부장님, 이번에 왜 방 대표님과 같이 안 오셨어요?”양기범은 연회장의 입구를 바라보면서 손끝으로 무심코 와인잔의 가장자리를 어루만졌다.소예린은 미소를 지으며 살짝 벌린 붉은 입술은 조명 아래 매혹적인 빛을 발산하였다.“대표님은 워낙 바쁘셔서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구 대표님의 체면을 봐주실 겁니다.”그러나 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입구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강렬한 빨간 드레스를 입은 이연우와 먹색 정장을 입은 방현준이 나란히 걸어 들어왔다.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은 마치 어둠과 불꽃이 충돌한 것처럼 인상적이었다.방현준은 이연우의 여린 허리를 꼭 안았고 정장 안에는 버건디색의 셔츠를 입었는데 이연우의 드레스 색과 조화를 이루어서 마치 맞춤 제작한 커플룩처럼 보였다.소예린의 눈동자가 심하게 진동하였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술잔을 꽉 쥔 손이 약간 떨려서 샴페인이 몇 방울 튀어나와서 연한 황금색 카펫을 약간 적셨다.“방 대표님의 곁에 있는 여성분이 누구죠?”양기범의 목소리에 소예린은 충격에서 이성을 되찾았다.그는 이연우의 목에서 흔들리는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쳐다보았다.그것은 방현준이 지난달에 경매장에서 낙찰한 ‘밤하늘의 눈물’이란 매우 귀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소예린은 숨이 턱 막히다가 얼굴에 적절한 미소를 지었다.“양 비서님의 눈썰미가 정말 좋으시네요. 그분이 바로 우리 회사에 새로 부임한 수행 비서 이연우 씨예요.”“이연우 비서님?”양기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예전에 그가 심성 그룹의 송년회 때 냉정하고 전문성으로 유명한 여비서 이연우를 만난 적이 있었다.소문에 따르면 이연우는 심형빈의 아내라고 하는데 사실여부를 알 수 없었다.소예린의 입가에 미소가 짙어졌다.“이 비서님과 심 대표님은 이미 이혼하셨고 지금은 저희 진양 그룹에 없어서는 안 될 재원이죠.”멀지 않은 곳에 있는 홍운 그룹의 대표 오석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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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0화

방현준은 이연우가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지만 그녀가 소예린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기에게 아부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즐겼다.방현준은 엄지손가락으로 이연우의 허리 뒤쪽을 살며시 어루만지자 그녀는 짜릿한 느낌이 들어 몸을 움찔거렸다.이연우의 빨갛게 달아오른 귀끝을 본 방현준은 농담 섞인 어조로 물었다.“이 비서님, 전남편을 왜 그렇게 빤히 보세요?”이연우는 감전된 듯 뒷걸음질을 치다가 방현준의 그윽한 눈빛과 마주쳤다.붉은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그녀는 조심스럽게 한마디 했다.“대표님, 자꾸 함부로 스킨십하신다면 소 부장님이 우리에게 샴페인을 끼얹을 것 같아요.”심형빈은 그들로부터 세 걸음 떨어진 곳에서 멈췄다.이연우가 입은 빨간 드레스는 타오르는 불꽃처럼 그녀의 원래 하얀 피부를 거의 투명하게 보이게 하였다.안 본 사이에 더 예뻐진 것 같았다. 어쩌면 예전에도 예뻤지만 그때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었다.“연우야, 오늘 정말 예쁘다.”이연우는 심형빈의 열정적인 시선에 피식 웃었다.“심 대표님, 감사합니다.”고수영의 손톱이 심형빈의 팔에 깊이 파고들었다.오늘 그녀는 특별히 어깨가 드러난 드레스를 입었는데 심형빈의 시선은 완전히 이연우에게만 머물렀다.이연우의 도발에 그녀는 턱을 치켜들고 말했다.“이연우, 정말 수완이 좋아. 형빈과 이혼한 후 또 권세가 있으신 방 대표에게 들러붙었으니.”“말이 참 이상하게 들리네.”이연우는 싱긋 웃으면서 받아쳤다.“지금 나에게 4조 원의 재산이 있는데 굳이 권세가에게 들러붙을 이유가 있을까?”그녀는 고수영이 무슨 수로 계속 심형빈의 곁에 남아 있을 수 있는지 몰랐다.하지만 그 뒤에 심형빈의 어머니 임금영이 부추기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네 재산이 아무리 많더라도 다시 형빈이의 곁에 돌아올 수 없어!”고수영은 마치 약 올리는 듯이 심형빈의 팔을 다시 꽉 잡고 말하였다.이에 이연우는 어이가 없어서 웃고 싶었다.아직도 심형빈과의 관계를 자랑하다니!그녀가 이혼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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