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다가오자 이연우의 책상 위에 놓인 내선 전화가 갑자기 울렸다.이연우는 전화를 받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대표님.”“이 비서님, 사무실로 들어오세요.”방현준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다.그녀는 즉시 일어나서 대표 사무실로 향했다.문을 열고 보니 방현준은 고급 가죽 사무용 의자에 반쯤 몸을 기댄 채 앉아 있었다.“대표님, 말씀하실 일이 있으신가요?”이연우는 눈을 내리깔고 옅은 미소를 지었다. 입꼬리가 적절하게 올라간 업무용 미소였다. “말씀?”방현준은 손을 멈추더니 깊은 호수처럼 그윽한 눈동자가 요동쳤다.“회사에 있으니까 대표님께 예의를 갖추고 존중해 드려야죠.”이연우는 공손한 태도로 차분하게 말했다.방현준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손으로 만년필을 가지고 놀았다.‘연우 씨가 억울할 일이라도 당했나?’방현준은 만년필을 책상에 툭 내려놓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어머니가 오셨으니 이 비서님이 내려가서 마중하세요.”이연우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나정윤이 왔다고?’지난번에 방씨 가문의 만찬에서 그녀는 처음으로 개성이 독특한 재벌가 사모님을 만났다.이번에도 그때처럼 귀한 선물을 받을 수 있는지 몰랐다.이연우의 눈 밑에 묘한 빛이 스쳐 지나갔고 즉시 답하였다.“알겠습니다, 대표님.”그녀가 나가기 직전에 참다못해 물었다.“대표님, 오늘 제가 대표님을 도와 연기해야 하나요?”그녀는 마치 앞에 떠 있는 돈다발을 본 것처럼 눈이 반짝거렸다.방현준은 이마를 짚고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지었다.“정말 돈구멍에 빠졌네요.”“10% 할인해 드릴게요!”방현준은 대꾸하지도 않았다.“절대 후회하시지 않을 거예요!”이연우가 다시 유혹해 나섰다.“알겠어요. 들키면 안 돼요.”방현준은 무심코 한마디 하고는 옆에 있는 서류를 집어 들었지만 입가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말하고 나서 이연우는 바로 사무실에서 뛰쳐나갔다.천천히 내려간 엘리베이터의 거울에 들뜬 이연우의 모습이 비쳤다.그러나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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