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Bab 21 - Bab 30

100 Bab

제21화

연우가 차에서 내리는 순간 주변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핑크빛 금색 섀도우는 워낙에 예쁜 연우의 눈을 반짝반짝 빛나게 했고, 같은 색의 드레스는 조명 아래에서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했다. 그 옆에 있는 남자 역시 이토록 아름다운 미인과 함께 서 있는데도 뒤처지지 않았다.검은색의 화려한 정장을 입고 카리스마를 내뿜는 승현은 연우와 함께 서 있으니 마치 아름다운 그림 같았다.이토록 아름다운 장면을 봤으니 사람들이 놀랄 만도 했다.준범 역시 살짝 넋을 놓은 채로 연우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연우는 예쁜 눈꼬리를 살짝 올린 채 이런 시선을 즐기는 듯 만족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었다.연우는 사람들에게 주목되는 걸 좋아했다.계단에서 그 모든 걸 눈에 담은 유하는 피식 냉소를 짓고는 뒤돌아 다시 입장하려 했다. 하지만 준범이 또다시 그녀를 막아섰다.“안 보여요? 태씨 가문뿐만 아니라 승현도 그쪽 안 반겨요. 그러니까 당장 나가요. 눈에 거슬리지 말고.”유하는 너무 어이없어 속으로 준범을 째려봤다.‘하연우한테 반해 넋을 잃었으면서 나는 여전히 괴롭히네.’‘누구는 뭐 참석하고 싶어서 참석했나?’‘위험하고 속내를 알 수 없는 네 형을 거절할 수만 있었어도 여기 안 왔어.’유하는 더 이상 준범과 논쟁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미치광이와는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유하는 결국 핸드폰을 꺼내 현재 난처한 상황이라 모임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고 문자를 보냈다.‘그쪽 동생이 시비 거는 거니까 모임에 안 나왔다고 나를 탓하지나 마요.’사실 유하는 처음부터 오고 싶지 않았다. 그 때문에 문자를 보내자마자 바로 떠나려고 뒤돌아섰다.하지만 연우가 그녀를 보고 눈을 반짝이더니 치맛자락을 들고 천천히 걸어왔다.“유하 동생도 왔네요.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요? 그랬다면 승혁이더러 유하 씨 데리러 가라고 했을 텐데요.”‘구역질 나.’유하는 연우의 가식에 토할 것만 같았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걸어오는 승현을 흘긋 보고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동생?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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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화

유하가 넘어지려고 하자 승현의 눈에는 일순 당황함이 언뜻 지나갔다. 무의식적으로 손을 내밀어 부축하려는 찰나, 귓가에 갑자기 연우의 비명이 들려왔다.연우도 넘어지려 하자 승현은 얼른 손을 거두고 실수로 치맛자락을 밟아 넘어질 뻔한 연우를 부축했다.유하가 앞으로 내민 손은 허공에 굳어버리더니 몸은 계단 아래로 기울었다.계단 아래에서 꼭 끌어안고 있는 승현과 연우를 빤히 쳐다보면서 이 순간 느낀 감정을 가슴에 새겼다. 그러다 이를 악물고 곧 느껴질 아픔을 참으려 할 때, 허리에 둘려진 힘 있는 팔이 그녀를 위로 끌어 올렸다.“조심해요.”다정하고 나지막한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지더니 등이 두툼한 가슴에 부딪혔다.계단 아래로 떨어져 피를 흘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유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자기 손바닥과 등이 식은땀에 흥건히 젖었다는 게 느껴졌다.“고마워요.”잠시 진정한 유하는 고개를 돌려 자기를 구해준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그러다가 상대를 본 순간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유하를 구해준 사람은 다름 아닌 준혁이었다.그는 보라색 양복을 입고 여상스러운 미소를 띤 채 부드럽게 유하를 바라봤다. 그러다 유하가 진정하자 그제야 그녀를 바르게 세우고 손을 놓더니 뒤로 물러났다. 그야말로 다정하고 매너 있었다.“혀... 형?”준범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놀란 듯 소리쳤다.준혁은 동생을 담담하게 훑어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윽고 잿빛이 된 승현에게 시선이 멈췄다.“오랜만이네. 어머니는 건강하셔?”오씨 가문과 태씨 가문은 대대로 친하게 지내는지라 두 사람도 당연하다는 듯 인사를 건넸다.“건강해요.”승현은 대충 대답하고 유하에게 시선을 돌렸다.승현의 시선과 마주친 유하는 입꼬리를 씩 올렸다. 입은 분명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웃음기가 하나도 없는 채 말이다.그러다가 보기도 귀찮다는 듯 이내 시선을 돌렸다.눈빛을 주고받는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기운이 흐른다는 걸 준혁이 모를 리 없었다. 다만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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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2층, 휴게실.찰싹!문이 닫히기 무섭게, 유하는 입을 떼기도 전에 눈앞의 광경에 얼어붙고 말았다.평소엔 항상 온화하게 웃던 준혁이 방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준범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소리가 너무 커서 준범의 잘생긴 얼굴은 순식간에 붉게 부어올랐다.유하는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저렇게 점잖은 사람이, 손을 그렇게 쓴다고?’한 대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아무리 동생이라지만, 망설임 없이 그렇게 때리는 모습은 충격적이었다.그런데 이상하게도, 유하의 속은 조금 후련했다. ‘잘 때렸어!’하지만 유하는 어쨌든 이 집안의 외부인일 뿐이고, 준혁이 이토록 단호하게 행동했어도 결국은 준범을 지키려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계단에서 사람을 떠민 게 어떤 일인지 모를 리 없을 텐데...’‘하필 모두가 보는 앞에서...’이건 단순한 싸움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다.유하는 문가에 조용히 서서 아무 말 없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형, 지금 뭐 하는 거야!”준범은 벌겋게 부은 뺨을 감싸 쥐고, 울분이 섞인 목소리로 거의 비명을 질렀다.“멍청한 자식.”준혁은 동생의 어이없는 표정을 보며 또 한 번 분노에 치를 떨었고, 반대편 뺨을 다시 후려쳤다.찰싹!소리와 함께 준범은 뒤로 휘청였다.“내가 해외에 있는 동안 너를 너무 방치했더니 이따위 짓을 하고 다녀? 가족 모임에서 초대한 손님을 계단에서 밀어? 우리 집안 체면을 말아먹고 싶었냐?”준범은 양쪽 볼을 감싸며 씩씩댔다. 눈엔 눈물이 맺히고 입술은 부르르 떨렸다.“소유하가 뭐 어쨌다고 손님이야, 손님은! 내가 부른 것도 아니고, 스스로 기어들어온 천한 X이야! 연우 괴롭히길래 혼낸 건데, 뭐가 어때서! 떨어져 죽었어도 자업자득이야!”말할수록 감정이 격해졌고, 급기야 억울함까지 폭발했다.“형이, 형이 그런 X 편을 들어?! 날 때려?!”준범이 입만 열면 ‘천한 X’을 입에 달고, 정작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는 전혀 모르는 모습에 준혁은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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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준범은 순간 폭발했다.“나도 나갈 거야! 나도 우리 어머니 찾을 거라고!”쿵!준혁이 무표정하게 야구 배트로 바닥을 한 번 툭 쳤다. 말 한 마디 없이.방 안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우리 형, 진짜 무섭지.’같은 핏줄이긴 해도, 준범은 형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겉으론 늘 점잖고 이성적인 척하지만, 실은 웃는 얼굴로 사람을 조용히 무너뜨리는 그런 인간.이제 부모님도 곁에 없는 상황에서, 이 형이 본격적으로 손보기 시작하면 자신은 진짜 끝장일지도 모를 일이었다.‘이쯤에서 입 닫는 게 살길이야...’조용히 입을 닫은 준범을 보며, 준혁은 팔 한쪽으로 동생을 끌어올렸다.그리고 유하 앞에 데려다 놓고는 간단히 한 마디를 내뱉었다.“사과해.”준범의 시선이 유하에게로 향했고, 그 눈빛엔 분노가 서려 있었다.‘다 이 여자 때문이야.’예전엔 자신이 유하를 가지고 놀았는데, 오늘은 이 여자 앞에서 이렇게까지 망신당했다.이를 꽉 문 준범은 형 손에 들린 배트를 곁눈질로 보고, 마지못해 입을 열었다.“미안...”유하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그저 준범을 내려다볼 뿐이었다.준혁은 조용히 준범의 옷깃을 움켜쥐고,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손에 들린 배트가 살짝 들렸다.준범은 곧장 목소리를 높였다.“죄송합니다! 제가 밀면 안 됐는데 밀었어요! 앞으로 절대 그런 일 안 할게요!”목소리 끝엔 굴욕감이 가득 배어 있었고, 눈가까지 벌겋게 충혈되었다.유하는 속이 다 시원했지만, 겉으론 평온한 표정만 지었다.‘하... 진짜 속이 뻥 뚫리네. 근데 참아야지. 지금 웃으면 분위기 깨지잖아.’그저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것으로 사과를 받아주는 제스처를 취했다.준혁은 그걸로 됐다는 듯 준범을 툭 내던졌다.“그리고, 한 가지 더.”준혁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준범을 다시 한번 내려다봤다.“하씨 집안 그 딸... 그래, 하연우였나? 앞으로 걔랑은 거리를 좀 둬.”“뭐? 왜 내가...”이번엔 준범이 반응했다. 지금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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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준혁의 말을 들은 유하는 그저 예의 바르게 웃어 보일 뿐,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그는 행동이 무분별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준범은 그저 제멋대로인 수준이 아니었다.과거에 승현이 연우 생일에 맞춰 해외 출장을 잡았던 일만 봐도, 유하가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 하나로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일주일 넘게 가택에 가둔 놈이었다. 미친 인간이지, 진심으로.하지만 유하는 누구보다도 선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다.누가 가족이고, 누가 타인인지는 아주 명확히 구분했다.겉으로 보기에는 오늘 준혁이 마치 동생을 제대로 혼내주고, 유하에게 사과까지 하는 모양새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저 판을 깔고 선수를 친 것일 뿐.먼저 형인 준혁이 손봐놨으니, 다른 사람이 준범에게 뭐라 하기도 애매할 터였다.결국, 저 둘은 같은 피를 나눈 형제였다.준범과 얽힌 과거는 어디까지나 유하 스스로 풀어나가야 할 일이었다.유하는 형식적으로 웃으며 말했다.“태준혁 대표님의 공정한 판단에 감탄했습니다.”“공정이라 하기엔 부족하죠.”준혁은 가볍게 웃으며, 늘 그렇듯 단정한 말투로 이어갔다.“어찌 됐든 유하 씨께서 놀라셨을 테니, 이 정도로는 부족하겠지요. 추후 별도의 보상을 드릴 겁니다. 분명 만족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그 말은 흠잡을 틈이 없었다.정중하고, 치밀하고, 도무지 감정의 틈을 주지 않았다.준혁은 정말 영리한 사람이고, 말 하나 행동 하나 허투루 하는 게 없었다.이야기는 이쯤에서 일단락되었고, 마침내 유하는 오늘의 진짜 목적을 꺼냈다.“제가 대표님과 특별히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가족 모임에 초대해 주신 이유, 무엇인가요?”며칠째 마음속에서 맴돌던 의문이었다.며칠 전.태씨 가문에서 보낸 초대장을 받은 직후, 유하는 과거 자신과 준혁을 처음 연결해 준 지인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사적인 질문은 자제하려 했지만, 이번 일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유하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물었다. 이 의뢰가 어디서 어떻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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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화

유하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꽉 쥐었다.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을 보며, 자신도 감정을 억누르고 있다는 걸 느꼈다.“그 사람, 국내에 돌아왔어요?”유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대부분의 사람에게 떳떳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딱 한 사람... 단 한 사람에게만큼은, 정말 미안한 일이 있었다.그 사람은 7년 전 해외로 떠났다. 그리고 한 번도 소식이 없었다.정확히 말하면, 유하가 그 사람에 대한 모든 정보를 의도적으로 피했다. 의도적으로 외면했고, 일부러 묻지 않았고, 감정의 흔적조차 마음 한구석에 밀어 넣었다.그 사람만큼은 아직도 똑바로 마주할 자신이 없으니까.그 사람은, 유하가 살아오며 단 한 번 진심으로 상처 준 사람이다.그리고 그 죄책감은 지금까지도 그녀를 붙잡고 있었다.그런데 그런 사람이, 지금 이 타이밍에 돌아왔다.그녀의 결혼이 산산조각 나고 있는 이 시점에... 그 사람은 무슨 생각으로 돌아온 걸까?그저 비웃기 위해서였을까?과거에 오승현과의 결혼을 끝까지 밀어붙인 그녀가, 결국 이렇게 된 모습을 조롱하려는 건가?하지만 유하는 후회하지 않았다.사랑했고, 또 사랑했다.비록 끝이 바랐던 모습이 아니었더라도, 그때의 마음은 진심이었고, 그 모든 시간은 거짓이 아니었다.사랑했고, 미워했고, 그렇게 지나간 건 그냥 하나의 고비였다.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그 기억에 사로잡혀 살기엔 인생은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유하는 이제 그것을 내려놓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새로운 삶을 시작할 준비도, 이미 되어 있었다.유하는 할 수 있었다.“그 사람, 그동안 잘 지냈나요?”그녀는 결국 그 말을 꺼내고야 말았다.쿵!준혁의 대답이 채 나오기도 전, 거실 문이 요란하게 열렸다.문 앞에 선 사람은 다름 아닌 승현이었다.남자의 얼굴엔 짙은 그늘이 깔려 있었고, 눈매는 차갑게 날카로웠다.그가 언제부터 듣고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승현은 곧장 안으로 들어왔고, 놀라 반응도 못한 유하의 팔을 거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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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유하는 부드럽게 가라앉은 소파 위에 눕혀져 있었다.은은하게 빛나는 진주색 드레스 자락이 사방으로 퍼져 있고, 하얗고 가녀린 팔은 승현의 길고 단단한 손가락에 잡힌 채 소파 옆에 눌려 있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승현은 위압적으로 그녀를 덮치고 있었고, 핏빛이 스민 남자의 입술은 유하의 입술을 강하게 짓눌렀다.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지는 데엔 꽤 시간이 걸렸다.유하의 눈은 초점 없이 흔들렸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겨우 정신을 수습한 그녀는, 붉게 물든 눈꼬리로 승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오, 승, 현!”승현은 조금의 죄책감도 없는 얼굴로, 피가 밴 입술을 슬쩍 손등으로 훑었다.여우처럼 가늘고 긴 눈을 반쯤 내리깔며 나른하게 웃었다.“은근히 독하네.”“내려가요!”유하의 가슴은 격한 분노로 오르내렸고, 목소리엔 거친 숨이 섞여 있었다.몸 위의 남자를 밀쳐내려 했지만, 손목은 여전히 단단히 붙잡혀 있었고, 힘을 줄수록 아프기만 했다.떨리는 몸은 더 이상 저항할 힘조차 남지 않았다.‘소용없어... 이 사람한텐 말도, 힘도 안 통해.’유하는 결국 힘을 빼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그리고 마치 한숨처럼, 조용히 중얼거렸다.그 안엔 오래 쌓인 피로와 체념이 녹아 있었다.“당신... 그만해요. 나 정말 지쳤어요. 이제... 당신이랑 사는 거... 더는 못 하겠어요.”“하...”승현은 낮게 웃었다. 그 얼굴이 다시 가까워졌고, 눈빛은 점점 짙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나랑은 못 살겠다니... 그럼 누구랑 살겠단 건데?”‘이 사람, 대체 뭘 원하는 거야.’유하는 지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지금 그런 말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나한테 온갖 차가운 말 던지고, 매일 벽처럼 굴던 사람이... 이제 와서 감정 있는 척해봐야... 웃기지도 않는다고요.”여자의 목소리는 한없이 낮고 담담했지만, 안에 담긴 단어들은 날이 서 있었다.“당신이 내게 관심 있는 건 나라는 사람 때문이 아니라, 당신 손에서 벗어난 ‘소유물’이 맘대로 안 돼서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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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유하는 이런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너무 비참해 보이니까. 그리고 승현은 어차피 신경도 쓰지 않을 테니까.7년의 결혼 생활. 상대가 뭐든, 누구든 유하보다 중요했고, 유하보다 더 챙겨야 할 사람이 있었다. 그게 승현이 처음부터 지금까지 지켜온 원칙이었다.이런 상황에서 승현이 뭐라 해봤자, 결국 자기 얼굴에 침 뱉기였다.문 밖에서 갑작스레 다급한 노크 소리와 함께 부드럽고 초조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승현아, 안에 있지? 나 들어갈게.”하연우였다.‘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유하는 속으로 냉소를 지으며, 앞에 앉아 있는 승현을 비웃듯 바라봤다.“생각 좀 해봐요. 당신이 이혼 서류에 도장만 찍으면, 당신 마음속 그 사람, 드디어 ‘합법적인’ 신분 얻을 수 있잖아요?”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더욱 거세졌다. 하지만 문이 안에서 잠겨 있는 탓에 쉽게 열리지 않았다.“승현! 승현아? 괜찮아? 대답 좀 해봐!”연우는 문을 두드리며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꼭 이 안에서 승현이 쓰러져 있기라도 한 것처럼. ‘와, 연기력 하나는 진짜... 아카데미 상감이네.’유하는 비꼬듯 속으로 웃었다.승현은 자기 품 안에 갇힌 유하를 내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밖에서 연우의 울음 섞인 목소리가 점점 커지자, 그는 결국 유하를 놓아주었다.“잠깐 나갔다 올게. 하지만 이혼은 절대 없어. 그런 기대는 하지 마.”말을 끝내자마자, 승현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문이 열리자, 계속 문을 두드리던 연우가 안으로 뛰어들려 했다.하지만 승현은 그녀를 가로막았다.그 순간 연우의 시야에 들어온 건, 소파에 반쯤 누워 있고 치맛자락이 흐트러진 유하의 모습이었다.“화장실 다녀온다더니 안 돌아와서 무슨 일 있는 줄 알았어. 직원한테 물어봤더니 여기 있다고 해서... 다행이야, 정말.”연우는 안쪽을 다시 한번 힐끗 바라보고는, 애써 걱정스러운 얼굴로 승현의 손을 붙잡았다. 그리고 손등 이곳저곳을 살피다가, 남자의 입술이 터진 걸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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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화

연우가 ‘자주기로 했다’는 말을 저렇게까지 대놓고 할 줄은, 유하도 미처 예상 못 했다.‘내가 아직도 너무 순하게 생각했나 봐. 이젠 부인을 대놓고 앞에 두고도 저러네.’연우의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승현의 얼굴이 새까맣게 변했다.“여기서 기다려. 비서 불러서 널 데려다줄게.”차갑고 짧은 한마디를 내뱉은 승현은 연우의 손목을 붙잡고 방을 나갔다.유하는 그 자리에 조용히 앉아 있다가, 피식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구겨진 원피스를 정돈하고, 핸드백을 챙기고는 그대로 나가려 했다.그런데, 문 앞에 다다랐을 때.문이 열리지 않았다.손잡이를 아무리 돌려도, 잠금이 걸려 있었다.‘설마...?’유하의 표정이 순간 싸늘하게 굳어졌다.‘지금 나를 여기 가둔 거야? 오승현, 제정신이야?’‘...’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도 없이 문이 열리고 정장을 말끔히 차려입은 남자가 나타났다.“사모님, 대표님께서 모셔다 드리라고 하셨습니다.”나태건이었다.유하는 아무런 말도 없이 곧장 걸음을 옮겼지만, 태건이 먼저 몸을 가로막으며 문을 틀어막았다.남자의 크고 단단한 체격은 틈 하나 없이 문을 가려버렸고, 유하는 조용히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노려봤다.“나 비서님, 이게 무슨 짓이죠?”“대표님께서 저더러 사모님을 직접 댁에 모셔다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괜히 저를 곤란하게 하지 마세요.”태건은 유하의 허리 라인을 따라 몸에 딱 붙는 드레스를 스치듯 보고는 곧장 시선을 거두었다.딱딱한 말투, 무표정한 얼굴. 철저하게 감정이 배제된 태도.“됐어요. 저는 제가 갈 집이 있어요.”유하는 단호했다.‘이혼하기로 결심했는데, 왜 그 집으로 돌아가?’ ‘그린힐의 그 집은 이제 내 집이 아니야.’“비켜요.”하지만 태건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어릴 때부터 오씨 가문 밑에서 자라, 실전 훈련까지 받은 인물이었다.외국 용병단에서 피를 봤다는 소문이 괜히 도는 게 아니었다.그는 그저 서 있기만 해도, 마치 거대한 철벽처럼 버티고 있었다.‘지난번엔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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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화

태건은 문가에 서서 곧게 선 채, 차갑게 입을 열었다.“오늘 일, 어떤 후폭풍이 올지... 대표님도 아실 겁니다.”준혁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았다. 그리고 손수건을 다시 접어 안주머니에 넣고는 유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유하 씨, 모셔다드릴게요.”그렇게 두 사람이 함께 자리를 떠났다.그제야 태건은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대표님, 사모님이 태준혁 대표님과 함께 가셨습니다. 죄송합니다. 막지 못했습니다.”전화기 너머로 잠시 정적이 흘렀고, 곧 낮고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상대가 태준혁이라면, 못 막는 게 당연하지. 신경 쓰지 마.]“그럼, 사모님은 어떻게 할까요?”[사람 붙여서 움직임만 파악해. 관여는 하지 마. 소유하... 진심으로 그 태준혁이랑 태씨 가문이 자기 편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네, 알겠습니다.”주차장.차에 올라타기 전, 유하는 고개를 숙여 감사 인사를 전했다.“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곧 떠오른 건, 아까 태건이 했던 말. 그 말이 머릿속에 다시 맴돌며 걱정이 일었다.“오늘 이렇게 도와주셔서... 혹시 오씨 가문 쪽과 불편해지진 않을까요?”준혁은 가볍게 웃었다.“유하 씨, 본인이 아주 중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는 모양이네요. 이건 유하 씨 한 명이 휘저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그저, 태씨 가문과 오씨 가문의 일일 뿐입니다.” ‘이 사람, 여전히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직설적이네.’“그렇다면 다행이네요.”유하는 그 말에 마음이 살짝 놓였다.‘그래, 누구든 솔직하게만 말하면 돼.’‘나한테 상처 주든 말든, 적어도 숨기지만 않으면 된다.’그런데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 ‘태씨 가문하고 오씨 가문은 원래 어른들끼리 친분 있다고 들었는데...‘후계자들끼리는 하나같이 전혀 친한 기색이 없네.’‘더군다나 태씨 가문의 둘째는 오승현이랑 어릴 때부터 친구라던데...’‘장남인 태준혁은... 오승현이랑 눈빛만 봐도 전쟁 같더라.’‘뭐 어쨌든, 그 집안들 싸움이야 내가 신경 쓸 일도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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