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hapter 111 - Chapter 120

161 Chapters

제111화

문백훈이 등장하였다. 이경은 뜻밖에도 그가 정말 하룻밤의 시간을 들여 그녀가 원하는 물건을 만들어 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직침, 원침, 삼각침. 이것들만 있으면 나중에 상처를 봉합할 때 도구가 없어도 걱정할 일이 없었다. 심지어 가루를 갈 수 있는 기구도 있었다. 정말 그녀가 그려낸 도면 속 물건과 똑같았다. “바늘통!”이경은 한바탕 격동하여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너... 너 정말 대단하네. 이런 건 어떻게 만들어낸 거야? 나는 진작에 포기했었어.”차갑기만 하던 문백훈의 눈빛은, 이경의 아낌없는 칭찬에 그제야 부드러워졌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공주마마의 설계가 너무나도 교묘하여, 제가 스스로의 실력을 돌파할 수 있게 된 겁니다.”이러한 도면들이 있지 않았다면 그 또한 만들어낼 방법이 없었을 것이다. 엄청 섬세하고 복잡할 일일 줄 알았는데 이제 와 보니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그 자신도 매우 놀랐다. “바늘! 너... 네가 이렇게나 가는 바늘을 만들 수 있을 줄이야! 너무 소름인데!”아무리 그래도 현재는 고대시대인데. 이경의 머리 위로 뜨거운 피가 솟구쳤다. 고대에 어떻게 바늘이라는 것이 나올 수가 있는 거지? 가느다란 은바늘에, 심지어 안은 텅 비어 있다니. “말도 안 돼! 난 맘대로 그린 건데. 난 그냥... 그냥... 절대 말이 안 돼. 이렇게 간단히 해낼 리 없어. 네가 해낸 거라면 넌 정말 신선 그 자체야. 그런데 그럴 리가...”이때 갑자기 그녀의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나른하던 몸이 갑자기 쓰러지게 됐다. “공주마마!”방금까지 흥분한 공주가 갑자기 쓰러질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이렇게 바로 기절할 줄이야. 연지는 곧바로 그녀를 부축하여 의원을 부르려 했다. 그때 문백훈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주는 바람맞은 거야.”“문백훈, 너 의술 알아?”“좀 알긴 해.”이내 연지와 초아가 공주를 부축하여 차에 올랐고, 문백훈이 그 뒤를 따라가 얇은 외투를 깔고는 공주의 맥을 짚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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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문정수는 세자를 맞이하게 됐다. 곧바로 그는 마중을 나갔다. “나으리, 공주님께서... 쓰러지셨습니다.”그러나 윤세현의 표정은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문정수는 아무 미동 없는 그의 태도가 의아했다. “방금 초아를 찾아가 직접 알아봤는데,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데다가 바람까지 맞게 되어 열도 난다고 하더군요...”“문정수 장군님, 밖에 웬 훤칠한 남자 한 명이 와있다고 하던데, 지금 공주마마의 마차 안에 타있다고 하더군요.”마침 그때, 유아가 이서영을 부축하고는 양막 아래에서 나왔다. 매우 창백한 얼굴을 한 이서영은, 그들이 하는 말을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듯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그리하여 유아가 그녀를 대신하여 불평을 털어놓게 됐다. 이내 유아가 입을 열었다. “그 남자 대체 정체가 뭐길래 감히 공주마마랑 같이 마차에 탈 수 있는 건지...”순간 그녀는 멈칫하였다. 그 이유는 방금 윤세현의 차가운 눈빛이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그 눈빛은 보기에는 맑은 물처럼 평범했지만, 이상하게도 보면 볼수록 두피가 저릿해나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그전에 있었던 궁녀의 죽음은 벌써 잊은 거야?”그때 문정수가 비웃으며 물었다. 멍청한 여자 주제에 감히 세자 앞에서 시비를 걸다니. 그 말을 듣고 놀란 유아는 순간 얼굴빛이 어두워나더니 바삐 무릎을 꿇었다. “세자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전 단지 제가 들은 사실을 전달했을 뿐, 절대 구공주님을 모독할 뜻은 없었습니다!”“입을 함부로 놀리는 것도 잘못이지! 여봐라!”문정수는 윤세현의 눈치만을 보며 일을 처리하는 성격이었는데, 그는 지금 세자의 표정이 어두운 것을 바로 읽어내게 됐다. 이내 어두운 표정으로 명령을 내렸다. “무례하게 시비를 거는 이 천한 년을 끌고 내려가 곤장으로 스무 대 때리거라!”“예!”곧이어 시위 두 명이 즉시 나타나 유아를 끌고 가려했다. 잔뜩 초조해난 유아는 이서영을 보며 땀을 뻘뻘 흘렸다. “현주님,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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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구공주는 기절해 버렸다. 그러나 다행히도 아주 빨리 깨어나 의사를 부르지는 않았다. 문백훈과 초아는 함께 마차 앞에 앉아 그녀가 깨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구공주의 체질이 이렇게 좋을 줄은, 이렇게 빨리 깨어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공주마마, 어떠신가요?”초아는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눈썹을 찌푸린 이경은 몸이 좀 뜨거워나긴 했지만 머리는 그렇게 무겁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나갈 거야.”그녀는 겉옷을 걸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초아는 조급 해났다. “공주마마, 아직 몸이 편찮으시니 나가지는 마세요.”마부의 자리에 앉은 문백훈도 그녀를 말렸다. “공주마마, 밖에 바람이 아직 셉니다. 이미 감기에 걸린 몸이시니 더 이상 바람을 쐬면 안 됩니다.”“감기 걸렸으니까 나가서 바람 좀 쐬려는 거야.” 사실 이경은 감기에 쉽게 걸릴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필경 전생에 체질이 매우 강했으니까. 지금의 이 몸도 사실 약하지는 않지만, 그에 비해 강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 “바람맞은 상황에, 또 바람 쐬게 되면 몸의 뼈가 더 약해지지 않을까요?”초아는 어떻게든 말리려 했다. 그러나 이경은 단호하게 커튼을 걷어 올렸다. “보통 사람들도 감기에 걸리면 당연하게 밖에 나가 바람 쐬려고 해. 난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거야?”“공주마마!”공주는 기어코 차에서 내리려 했고, 결국 초아도 그녀의 뒤를 따르며 겸사겸사 옷을 챙겨주었다. 마차에서 내린 이경은 뜻밖에도 청지가 마차 옆에 서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마치 그녀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았다. “허, 날 왜 관심해? 내가 또 너한테 집착이라도 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청지는 한껏 가라앉은 안색으로 말했다. “공주마마, 아무리 세자의 관심을 받고 싶다 하더라도 이렇게 자신의 몸을 막 써서는 안 됩니다!”이경은 옷을 주섬주섬 챙기며 말했다. “전엔 계속 날 겨냥하더니. 누가 보면 네가 일부러 물러서는 척하면서 이런 방식으로 나의 주의를 끌려는 줄 알겠어.”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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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4화

“저더러 공주님께 솜씨 좀 가르쳐 주라고요?”청지는 자신의 앞을 향해 걸어오는 아가씨를 보고는 크게 놀랐다. “그래.”이경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는 단지 그에게 겁을 줄 생각뿐이었지만, 문백훈이 어떻게든 보답을 받아내라고 한 이상, 이경은 자신이 원하는 조건을 걸어 그 보답을 받고 싶었다. “전에 청지 장군의 경공을 본 적 있어. 아주 내 마음에 쏙 들더라고.”마음에 쏙 든다는 말에, 청지는 저도 모르게 반걸음 물러나 그녀와의 거리를 벌렸다. 이경은 그가 무슨 꿍꿍이를 하고 있는 건지 아예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왕 배우게 된 이상 그의 마음속에 응어리를 품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이내 그녀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걱정 마, 난 너한테 관심 없어. 설마 네가 세자만큼 잘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그 말에 청지는 말문이 막혔다. 결국 그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좋아요. 공주마마께서 다른 요구를 내밀 일은 없을 거라고 약속만 하시면 저도 자연히 따를 겁니다.”자신의 생명을 구한 은혜의 보답을, 경공을 가르치는 것으로 갚는 거라면 매우 쉬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가 미리 드릴 말이 있습니다. 만약 배우는 과정에 공주마마께서 재미없게 느껴지거나 더 이상 배우고 싶지 않으시다면....”“제대로 가르칠 자신이 없나 보네.”이경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제가 공주님의 요청을 받아들인 이상 절대로 공주님이 포기하게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이건 제가 장담합니다.”“하지만 공주마마께서 배우고 싶지 않다 하더라도 제가 말리지는 않을 겁니다. 과거의 은혜는 갚으면 된다고 생각하니까요.”그는 진심으로 은혜를 갚고 싶은 간절함이 가득했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낼 자신 있었다. 이경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별개로. 이경은 비웃으려 했었는데, 사실 문백훈이 한 말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은혜를 갚지 않으면 그는 아마 계속하여 마음이 불편할 것이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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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화

“그 남자를 좋아하냐고?”이경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지만, 굳이 해명하고 싶지는 않았다. 사실 그녀는 방금 청지를 바라본 게 아니라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비록 21세기에도 고대 무예가 전해지긴 했지만, 필경 이 시대 사람들보다는 공력이 깊지 못하다. 그녀에게 있어서도, 경공과 내공이 현재 가장 부족했다. 초아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가 아직도 실의에 빠진 듯 뭔가 작당 모의를 하려는 모습에 당황했다. “공주마마, 절대 청지 장군을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그리고 방금 세자께서 오셨습니다.”윤세현이 왔다고? 뭐 하러 온 거지? 이경이 고개를 돌렸지만, 마차 주위에는 그의 그림자가 전혀 없었다. 초아가 다급하게 말했다. “세자님께서는 공주마마께서 쓰러지셨다는 얘기를 듣고는 보러 찾아오셨는데... 그런데...”초아는 조급한 나머지 눈물마저 나올 지경이었는데, 반면 공주는 이 일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한 평온한 모습이었다. “내가 청지랑 함께 있는걸 본거야?”이경은 정말 개의치 않는 듯 자연스레 몸을 돌려 마차로 걸어갔다. “공주마마, 초조하지 않으세요? 그리고 마마님이랑 청지 장군, 두 분... 손까지 잡으셨잖아요.”초아의 마지막 몇 마디는,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목소리가 매우 낮았다. 필경 이 사실은 다른 사람들이 들어서는 안 됐다. “손잡는 게 뭐 어때서? 세자라고 해서 다른 여자의 손을 잡아본 적이 없겠어?”이내 이경은, 마차 옆을 지키고 문백훈에게 걸어갔다. 초아는 마음 같아서는 뭐라고 싶었지만 결국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도 자리에 있었기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남자랑 여자의 생각은 다른 거잖아? 세자도 이후에 다른 여자가 절대 없었다고 할 수는 없다. 나라의 관공 서권은 여야로 기울어져 있었기에, 설령 그가 부마나리라 하더라도 그는 일반 공주들에게 종속된 다른 부마나리들과는 달랐다. 세자는, 곧 현주를 두 번째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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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화

저녁 무렵, 대군은 밀림 입구 평지에서 야영을 시작하였다. 곧이어 청지는 순찰을 마친 후 윤세현을 찾아가 보고하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세자의 모습은 여느 때와 좀 다른 것 같았다. “앞뒤 양 켠 모두, 네 부하들이 순찰하고 있다고?”윤세현의 앞에는 손 편지 한 장이 놓여 있었는데, 그는 마치 진지하게 보고 있는 듯했다. 청지는 들어온 지 한참이 됐지만, 그는 여태까지 제대로 세자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세자의 곁을 지키면서 이렇게까지 무시를 당한 건 처음이었다. 무엇보다도, 세자의 곁을 에워싼 그 한기가 오늘따라 매우 무겁다는 것이다. 순간 청지는 등골이 서늘해났고 약간의 압박을 느끼기도 했다. “나리, 대열 앞쪽은 문주영이 순찰을 돌고 있고, 뒤쪽은 문한구가 잘 지키고 있으니 아마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문주영과 문한구는 모두 그가 직접 양성해 낸 부하들이다. 그리하여 청지는 이 두 사람의 능력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다. 수만 명의 적군은, 많다고도 할 수 없고 적다고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청지가 무슨 일이든 직접 나서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대오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몇 명의 거물들을 지키는 데에 있었다. 이러한 전략은 이미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진행되어 왔지만, 여태 세자는 아무런 의견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상하게도 그는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아마도?”청지는 순간 압박감을 받게 됐다. “세자님, 혹시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넌 내 수하의 제1 장군으로서, 감히 대군의 가장 중요한 방비를 다른 사람한테 맡겼다는 거야”옆에 서 있던 문정수는 순간 가슴이 벌렁거렸다. 그는 몰래 윤세현을 흘깃 보고는 이내 몰래 청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세자의 뜻은, 청지더러 매일 대열의 앞면부터 뒤편까지 모두 순찰해라는 거야? 청지가 이런 일을 해낼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그에게도 해결해야 할 자신만의 일이 따로 있었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순찰을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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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화

그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문정수는 당연히 말할 수가 없었다.오늘 구공주가 병 때문에 쓰러지게 된 소식을 듣고 나서, 세자는 바로 그녀를 보러 갔었다.당시 문정수는 세자의 곁을 지켰다.그러나 그들이 마주한 구공주는 병약한 모습은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그녀가 청지와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게 됐다.설마, 이것 때문에?게다가 지방관에 있을 당시, 그날 밤 그와 나리는 공주가 청지를 자신의 사람으로 받아들이려 한다는 것을 직접 듣게 됐다. 정말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세자가 청지를 싫어하는 거라면, 세자의 차갑고 시크한 이미지에 금이 가는 건데. 문정수는 감히 세자의 명성을 훼손시킬 수가 없었다.결국 그는 곰곰이 생각한 후 담담하게 말했다.“아마… 네가 여러 여자들로부터 관심을 많이 받아서 나리가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아... 버릇없다고 생각할 수도.”“내가?”여자들이 좋아한다고? 청지는 경악을 금치 못했고, 그는 도무지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그는 자신의 얼굴에 대해 조금의 자신감도 없었다. 그동안 여러 해 동안 밖에서 행군을 하면서 그는 자신이 어떻게 생겼는지 곧 잊어버릴 지경이었다.그러나, 군대 전체에서 세자가 가장 아름다운 얼굴의 남자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아니, 초나라 전체를 봐도 세자의 얼굴은 제일이었다.심지어 아리따운 처녀들조차도 세자 앞에만 서면 부끄러워했다.그런데 자신과 무식한 부하가 어떻게 세자와 비교될 수 있는 건지 납득이 가지 않았다.세자가 고작 이런 이유로 날 못마땅하게 여긴다고? 너무 웃기잖아. “헛소리하지 마!”청지는 차가운 눈빛으로 문정수를 바라보았다.“두 번 다시 감히 허튼소리로 나리의 명성을 망치려 하면, 내가 널 죽일 거야!”이내 그는 몸을 돌려 말에 올라 탔다.그는 순찰 대오를 지휘하며 자신의 대오 앞으로 달려갔다.문정수는 깊이 숨을 내쉬었고, 온 얼굴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참, 내가 한 말이 거짓말도 아닌데.그날 밤 구공주가 청지를 받아들이려 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 세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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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화

윤세현은 오늘따라 왠지 모르게 초조해났다.이서영과 이별을 한 후, 그는 곧이어 문정수와 함께 직접 주위를 순찰하였다.그 후 문정수와도 헤어지고는 밀림 입구까지 혼자 걸어갔다.왜 이곳까지 오게 된 건지 그조차도 알 수 없었다.그러나 저 멀리 누군가가 밀림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본 그의 눈동자는 무거워졌다.오늘따라 청지는 매우 분주해 보였다. 어찌나 빨리 걷는지 걷는 내내 바람이 부는 것 같았다.그의 뒤를 따르는 이경은 숨이 턱턱 막혔다.감기가 아직 낫지도 않았는데, 밤이 되니 다시 열이 반복되었다.해열에는 서방 약의 효과가 가장 빠르긴 하지만,이 시대에는 그런건 없었다.한참 걷고 나서야 청지는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겨우 뒤따르는 여자를 돌아보았다.“죄송합니다만, 저한테는 지금 향 두 개를 피울 시간밖에 없습니다. 향 두 개를 피우고 나서는 순찰을 가야 합니다.”“네가 직접 순찰하러 간다고?”이경은 보기에는 가만히 지내면서 거의 활동을 하지 않는 것 같지만,그녀는 군대의 모든 것에 대해 여전히 손금 보듯 잘 알고 있었다.“오늘부터? 왜 갑자기 변동이 생긴거야?”이 질문에 대해 청지는 대답하지 못했고 그저 담담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그건 기밀입니다.”이경은 그런 그를 흘깃 보고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겨우 숨을 크게 들이쉬면서 자신의 호흡을 조절하고서야 그를 바라보았다.“시작해.”향이 두 개밖에 없는 이상, 그녀는 1분 1초를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청지는 그런 그녀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구공주의 사생활에 대한 혐오감을 떠나, 그는 눈앞의 이 여자의 기질과 행군 사유에 매우 감탄했다. “좋아요. 오기 전에 구결은 이미 설명해 드렸으니 이젠 제가 직접 시범을 보여 드릴게요.”이내 그는 덤덤한 표정으로, 단전으로부터 온몸의 기운을 끌어올렸다.스텝을 일부러 천천히 밟는 건, 이경이 똑똑히 보아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이렇게 느린 발걸음도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게 됐다.이경은 온 집중력을 모아 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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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화

이경의 이 수법은, 자세히 어떠한 수법이라고 표현할 수도 없었다.사실 이것은 그녀가 특수부대에서 훈련할 당시 스스로 연습해 낸 실력이었다.21세기 전투부의 총지휘관으로서,그녀는 아무것도 부족하지 않았지만, 21세기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경공과 내공이 부족하였다.만약 제대로 붙게 되면 윤세현도 감탄할 정도의 실력이긴 하지만, 이 시대에서는 내공과 경공 없이는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었다.그녀는 청지의 손바닥에서 높이 뛰어올라 무사히 땅에 착지하였다.이내 앞으로 나아가려 첫발을 내딛는 순간,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지더니 가녀린 그녀의 몸은 나른하게 곤두박질쳤다.청지는 그녀가 무사히 착지한 상황에서 뜻밖에도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것은 절대적으로 조건 반사의 현상이다. 재빨리 긴 팔을 뻗어 그녀를 붙잡았다.그러자 뜻밖에도 두 사람은 몸이 붙게 되었다.순간 청지의 얼굴이 붉어졌고 그는 이경을 즉시 자신의 품에서 밀어냈다.그러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이경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결국 청지는 어쩔 수 없이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짚고는 똑바로 서게 부축할 수밖에 없었다.“공주마마?”그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의 체온이 높은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는 공주가 자신을 유혹하는 거라 오해했을 수도 있었다.이경은 가까스로 몸을 세우고는, 손을 내밀어 자신의 어깨에 놓인 큰 손을 밀어냈다.“잠간 우연찮게 일어난 일이야.”아마도 처음으로 진기를 연마하면서 혈기가 심하게 들끓어 기절할 듯한 느낌이 든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청지는 그녀에게 있어서 아주 좋은 스승이었다. 그러나 그에게는 향 두 개만을 피울 수 있었기에 지금 이 시간은 매우 귀중했다.결코 낭비해서는 안 됐다.“방금 내가 나무 위에 서 있었을 때, 조금만 멈추면 몸이 심하게 가라앉더라고.”“그건 공주마마의 공력이 매우 얕기 때문입니다. 몸을 움직일 때 진기는 공주마마의 속도와 같이...”“알겠어. 바로 관성 호흡이라는거네.”이경은 바로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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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화

뜻밖에도 나뭇가지 끝에 서 있을 줄이야.이게 어떻게 가능해?이 여자,그야말로 괴물이야!청지는 제대로 크게 놀랐다.멀지 않은 곳에서 이 장면을 지켜보던 윤세현 역시 실눈을 뜬 채 보고 있었다.이 여자는 정말 기이한 사람이었다.그러나 이경이 자신의 모든 능력을 다 동원하여 나뭇가지 끝에 서 있게 된 거라고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왜냐하면 그녀는 여전히 고열이 나고 있었고, 이미 40도에 가까울 정도로 몸이 뜨거워났다.“청지야. 나 몸이 좀 불편한 것 같은데, 떨어질 것 같아.”“...”청지는 어안이 벙벙했다. 떨어질 위험에 직면한 상황에도 어떻게 이렇게 침착할 수 있는 건지. 그녀는 정말로 떨어지게 됐다.마치 줄 끊어진 연처럼.청지는 재빨리 손을 벌려 그녀를 받으려 했다.구공주의 몸은 더 이상 힘이 없었다. 이젠 웬만한 바람조차도 당해내지 못할 정도로 허약해졌다. 아까처럼 자신의 손바닥에서 몸을 돌려 내려갈 수는 없는 상태였다.청지는 과연 어떤 자세로 공주를 안아야 두 사람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이 가득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찬 기운이 스치는 것을 느끼게 됐다.누군가가 나타난 것이다.이렇게 가까이까지 다가왔음에도 정체를 발견할 수 없는 사람은 온 세상에 몇 안 된다. 바로 세자였다.청지는 내민 손을 재빨리 거두었다.순간 머리가 하얗게 빈 듯 했다.이경은 흐리멍덩한 기색으로 누군가의 품에 안기게 됐다.그런데 이 품은 이상하게도 추웠다.하지만 그녀는 지금 눈꺼풀이 무거워 눈을 뜨는 것조차 힘들었다.온몸이 오싹하고 열이 나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로웠다.게다가 너무 피곤했다.“청지야, 나 좀 내려줘. 나 쉬게 싶어.”그녀는 좀만 쉬면 몸이 회복될거라 생각했고,이따가 다시 연습할 수 있을거라 믿었다.그녀는 이미 진기를 응집시키는 핵심 기교를 장악했고, 몇 번만 더 연습하면 나무 꼭대기에 안정적으로 설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이것만 해내면 바로 물 위에 서는 연습도 시작할 생각이었다.그런데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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