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대군은 밀림 입구 평지에서 야영을 시작하였다. 곧이어 청지는 순찰을 마친 후 윤세현을 찾아가 보고하였다. 그런데 오늘따라 세자의 모습은 여느 때와 좀 다른 것 같았다. “앞뒤 양 켠 모두, 네 부하들이 순찰하고 있다고?”윤세현의 앞에는 손 편지 한 장이 놓여 있었는데, 그는 마치 진지하게 보고 있는 듯했다. 청지는 들어온 지 한참이 됐지만, 그는 여태까지 제대로 세자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세자의 곁을 지키면서 이렇게까지 무시를 당한 건 처음이었다. 무엇보다도, 세자의 곁을 에워싼 그 한기가 오늘따라 매우 무겁다는 것이다. 순간 청지는 등골이 서늘해났고 약간의 압박을 느끼기도 했다. “나리, 대열 앞쪽은 문주영이 순찰을 돌고 있고, 뒤쪽은 문한구가 잘 지키고 있으니 아마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문주영과 문한구는 모두 그가 직접 양성해 낸 부하들이다. 그리하여 청지는 이 두 사람의 능력을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다. 수만 명의 적군은, 많다고도 할 수 없고 적다고도 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청지가 무슨 일이든 직접 나서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대오의 중심을 지키고 있는 몇 명의 거물들을 지키는 데에 있었다. 이러한 전략은 이미 몇 년 동안 계속해서 진행되어 왔지만, 여태 세자는 아무런 의견도 없었다. 그런데 오늘, 이상하게도 그는 듣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아마도?”청지는 순간 압박감을 받게 됐다. “세자님, 혹시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넌 내 수하의 제1 장군으로서, 감히 대군의 가장 중요한 방비를 다른 사람한테 맡겼다는 거야”옆에 서 있던 문정수는 순간 가슴이 벌렁거렸다. 그는 몰래 윤세현을 흘깃 보고는 이내 몰래 청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럼 세자의 뜻은, 청지더러 매일 대열의 앞면부터 뒤편까지 모두 순찰해라는 거야? 청지가 이런 일을 해낼 능력이 없는 게 아니라, 그에게도 해결해야 할 자신만의 일이 따로 있었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순찰을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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