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영이 탄 마차가 부러지게 됐다. 아예 산산조각이 나버린 것이다. 바퀴 중간의 주축이 순간 끊어져 버리게 되면서,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던 마차는, 와르르 쓰러져버려 차벽과 차문까지 부서지게 됐다. 마차가 쓰러지는 순간, 안에서 이서영은 마침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몸이 휘청이게 되면서 그녀는 땅에 굴러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세게 넘어져 얼굴이 멍들고 코까지 붓게 됐다. 그 몸은... 어깨와 팔, 그리고 허벅지는 선명하게 드러났고 새하얀 가슴 역시... “아앗! 현주님!”몇몇 궁녀들은 혼비백산하여 미처 반응하지도 못했다. 마차 주변을 지키던 병사들은 한 번 보고 나서는 얼른 고개를 돌려 다시는 쳐다보지 못했다. 세자가 한 번도 얘기한 적은 없지만, 시위들은 현주 역시 공주와 마찬가지로 세자의 여인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렇게 현주의 몸을 보게 됐다니. 비록 은밀한 부위는 보지 못했지만, 이러한 노출을 보게 된 건 세자에게 일종의 모독과도 같았다. “현주님!”궁녀들은 마침내 정신 차리고는 이서영에게 옷을 걸쳐주려 허둥지둥 분주해했다. 이내 갑자기 웬 두루마기가 날아와 이서영의 몸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겁에 질린 이서영은 바로 두루마기를 잡고는 단단히 자신을 감쌌다. 말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한 잘생긴 사내를 보자마자, 그녀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세현 오라버니, 왜인지 모르겠는데 너무 아픕니다.”그녀의 다리는 널빤지에 상처가 한 줄 긁히게 됐다. 두루마기를 통해서도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아 출혈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윤세현은 무표정으로 그녀를 부축하고 일어섰다. 이서영은 일어서자마자 다리와 몸이 나른해나더니, 바로 그의 몸에 쓰러졌다. 그녀는 윤세현이 자신을 품에 안기는 건 거절하더라도, 최소한 그녀를 부축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윤세현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는 가볍게 밀어냈고, 그녀를 문정수의 곁으로 보냈다. 그는 여전히 이 여자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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