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hapter 131 - Chapter 140

161 Chapters

제131화

이서영이 탄 마차가 부러지게 됐다. 아예 산산조각이 나버린 것이다. 바퀴 중간의 주축이 순간 끊어져 버리게 되면서,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던 마차는, 와르르 쓰러져버려 차벽과 차문까지 부서지게 됐다. 마차가 쓰러지는 순간, 안에서 이서영은 마침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몸이 휘청이게 되면서 그녀는 땅에 굴러 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세게 넘어져 얼굴이 멍들고 코까지 붓게 됐다. 그 몸은... 어깨와 팔, 그리고 허벅지는 선명하게 드러났고 새하얀 가슴 역시... “아앗! 현주님!”몇몇 궁녀들은 혼비백산하여 미처 반응하지도 못했다. 마차 주변을 지키던 병사들은 한 번 보고 나서는 얼른 고개를 돌려 다시는 쳐다보지 못했다. 세자가 한 번도 얘기한 적은 없지만, 시위들은 현주 역시 공주와 마찬가지로 세자의 여인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렇게 현주의 몸을 보게 됐다니. 비록 은밀한 부위는 보지 못했지만, 이러한 노출을 보게 된 건 세자에게 일종의 모독과도 같았다. “현주님!”궁녀들은 마침내 정신 차리고는 이서영에게 옷을 걸쳐주려 허둥지둥 분주해했다. 이내 갑자기 웬 두루마기가 날아와 이서영의 몸에 정확하게 떨어졌다. 겁에 질린 이서영은 바로 두루마기를 잡고는 단단히 자신을 감쌌다. 말에서 천천히 내려오는 한 잘생긴 사내를 보자마자, 그녀는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세현 오라버니, 왜인지 모르겠는데 너무 아픕니다.”그녀의 다리는 널빤지에 상처가 한 줄 긁히게 됐다. 두루마기를 통해서도 피가 흘러나오는 것을 보아 출혈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윤세현은 무표정으로 그녀를 부축하고 일어섰다. 이서영은 일어서자마자 다리와 몸이 나른해나더니, 바로 그의 몸에 쓰러졌다. 그녀는 윤세현이 자신을 품에 안기는 건 거절하더라도, 최소한 그녀를 부축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윤세현은 그녀의 어깨를 잡고는 가볍게 밀어냈고, 그녀를 문정수의 곁으로 보냈다. 그는 여전히 이 여자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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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2화

윤세현이 다가왔을 때, 이경은 이미 차에서 내려 한쪽 땅에 앉아있었다. 안 그래도 오후에 약을 달이려 했던 문백훈은 대오가 멈춘 틈을 타 약을 가져와 공주에게 먹였다. 초아 역시 이경을 도와 약을 먹이고 있었다. “문백훈 선생이 말하길 남은 약재가 많지 않다고 하네요. 공주마마, 이 약은 더 이상 토해서는 안됩니다.”이경은 그저 웃을 뿐이었다. 그녀 역시 약을 얼른 마시고 싶었다. 약을 마시지 않으니 병이 전혀 완쾌되지도 않았으니까. 그녀 자신 역시 의사이기에 이런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지금 대오가 멈췄으니 마마 얼른 마시세요. 대오가 언제 또 출발할지 모르잖아요. 나중에 또 마차가 흔들리게 되면 공주마마 토할까 봐 두려워요.”이경은 고개를 숙인 채 약 사발을 머금고 있었다. 초아는 비록 매우 말이 많긴 하지만, 이경에 대한 마음은 한결같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이경의 입술이 약에 닿자마자 윤세현이 손바닥을 휘둘렀다. 쾅하는 소리와 함께 약이 땅에 떨어졌고, 약사발마저 깨져버렸다. “안돼!”초아는 수습하려 달려들었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약이 땅에 떨어져 순식간에 황토로 스며들게 됐다. “세자님!”초아는 눈앞의 이 남자가 무섭긴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매우 분노했다. “공주마마께서 여태 약 한 모금 못 마시다가 방금 마신 약은 토해버렸고, 이 그릇이 유일하게 마실 수 있는 약이었다고요!”죽음을 두려워하던 그녀는 윤세현 앞에서 이렇게 큰 소리로 말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공주가 잘못될까 봐 그게 더 무서웠다. 세자,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그러나 윤세현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그녀를 전혀 안중에 두지 않았다. 그는 바닥에 앉아 있는 이경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빨간 줄 하나를 냅다 그녀의 얼굴에 던졌다. “네가 한 짓이야?”그 줄은 매우 작았으나, 윤세현이 힘껏 내리치자 이경의 얼굴이 화끈거리고 아파났다. 순식간에 붉은 자국이 부풀어 올랐다. 그녀는 줄을 주워 들고는 고개를 들어 윤세현을 쳐다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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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3화

구공주가 지금 세자더러 꺼지라고 한 거야? 감히 세자를 상대로 그런 말을 할 수 있다니! 이 세상에 감히 세자한테 망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의 황제조차도 감히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런데 평범하기 그지없는 공주가, 초나라에 그 어떤 공헌이나 기여도 한 적 없는 공주가 감히 세자에게 폭언을 퍼붓다니. 공주의 배짱에 감탄하던 청지는 순간 당황해났다. 이건 단순히 배짱의 문제가 아니야, 분명히 죽음을 자초하는 꼴이야. 반면 윤세현은 한마디도 않고 침묵하면서, 눈동자에는 보이지 않는 살기가 배어 있었다. 그는 조용히 주먹을 꽉 쥘 뿐이었다. 이내 청지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수습했다. “나리, 공주님께서는 단지...”“넌 공주랑 뭔 사이인데? 네가 왜 대신해서 해명하는 거지?”윤세현의 차가운 눈빛이 쓸려 왔다. 그러자 청지는 순간 당황했다. 이번에는 단순히 놀란 게 아니라, 그는 세자의 내력을 아주 생생하게 느끼게 됐다. 그를 향한 세자의 분노는 공주를 향한 분노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그제야 그는 불길한 예감을 하게 됐다. 원호 도련님이 개인적인 사정으로 먼저 모성을 떠난 상황에, 지금 이곳에는 아무도 세자를 말릴 수 없었다. “세자님, 공주마마께서 무심코 실수하신 것뿐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연지가 초아가 달려들어 윤세현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초아는 그의 몸에서 흘러넘치는 내력에 거의 기절할 뻔했고, 연지 또한 자신의 가슴에서 혈기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끼게 됐다. “세자님, 이번 일은 공주마마와는 무관합니다. 현주님 마차가 쓰러지기 전까지 공주마마께서는 이 마차 안에 계셨고 한 번도 나간 적이 없으십니다. 그런데 공주마마께서 어떻게 현주의 마차를 통제할 능력이 있겠습니까?”“정말입니다. 세자님 냉철하게 판단해 주십시오!”초아도 얼른 절을 올렸다. “공주마마께서는 정말 마차 밖을 반 발자국도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제가 제 목숨을 걸고 장담합니다. 확실합니다!”“세자님, 저 간악한 자한테 속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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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좋아, 내가 보기엔 이번 일이 공주랑 연관 있는 것 같은데 공주가 기어코 인정하려 하지 않는 이상 난 네 주변 사람들로부터 손을 댈 거다.”“윤세현, 당신 뭐 하려는 거야?”이경은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일어나자마자 현기증이 나 다시 나른하게 주저앉게 됐다. 윤세현의 차가운 눈동자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그 마차, 원래는 너희들 것이잖아. 뜯어고쳐도 너희들만이 고칠 줄 알지.”손을 댄 사람이 공주가 아니라면 이 두 노비가 한 짓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바로 그 순간, 그는 갑자기 손을 흔들었다. “여봐라!”“나리!”이내 청지가 바로 앞으로 나섰다. 윤세현이 고개를 숙인 채 이경의 창백한 얼굴을 천천히 훑었다. 연약하지만 단호한 척하는 그녀의 안색이, 어떻게 조금씩 무너지는지 감상하고 싶었다. “당장 이 두 노비를 떼어내고, 곤장으로 때려!”“윤세현!”이경의 얼굴의 평온은 금이 가게 됐다. 그녀는 아무런 증거도 없는 상황에서 윤세현이 이렇게 몰아붙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윤세현은 이젠 그녀를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의 차가운 목소리는 순식간에 주위 사람들을 간담 서늘하게 만들었다. “마구 때리거라. 사람들이 모여들 때까지 때리거라!”“세자님...”청지는 이 상황이 난감했다. 필경 연지와는 죽기 직전까지 함께 했던 의리 깊은 형제였으니까. 산꼭대기에서의 그 생사를 오고 가는 전투는 지금까지도 그의 눈에 선했다. 그런데 지금 중상을 입은 그 연지에게 곤장을 때리라고? 이는 자칫했다가는 정말 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연약하기 그지없는 그 시녀는, 곤장 세대만 맞아도 목숨을 잃을 것이다. “왜? 너도 나를 거역하려는 것이냐?”윤세현의 목소리는 마치 차가운 화살처럼 순식간에 청지의 가슴을 찔렀다. “그럴 리가요.”청지는 십여 년 동안 세자를 따랐기에 그의 운명 역시 세자의 것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감히 거역하지 못했다. 세자가 무엇을 시키든지 그는 그저 따를 뿐이었다. 설령 그의 목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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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5화

“공주마마! 안 한 짓을 했다고 인정하지 마세요!”연지는 주먹을 불끈 쥔 채 윤세현을 노려보았다. “공주마마, 저희는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단지 하지도 않은 짓을 했다고 누명을 입게 된 게 달갑지 않을 뿐입니다.”“맞아요, 공주마마. 저도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저 놈들이 때리는 곤장도 두렵지 않습니다. 그러니 공주마마, 절대 인정하지 마십시오. 공주마마의 잘못이 아닙니다!”그러나 이경은, 느린 발걸음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윤세현에게 다가갔다. “제가 인정한다고요. 모든 게 다 저 혼자 꾸민 소행입니다. 다른 사람은 무관한 일입니다. 하지만 세자, 전 엄연히 황조의 공주입니다. 오직 저희 아버지만이 저를 때릴 수 있습니다. 당신은 자격이 없어요.”그녀는 자신이 죄를 인정하더라도 자신의 몸에 곤장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적어도 연지와 초아는 구해낼 수 있다. “공주마마, 이러시면 안 돼요!”제대로 화가 난 연지는 두 눈을 붉혔다. 우릴 이용해서 공주마마더러 죄를 인정하라고 강요하다니! 파렴치한 놈들! “넌 정말로 이 공주가 그렇게 무고하다고 생각하는 거냐?”윤세현의 눈동자에는 조금의 온기도 없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이경을 바라보았다. “네가 이왕 인정한 이상 너만의 방식으로 네 부하들한테 한번 보여주거라. 네가 얼마나 악독한 사람인지 보여주라고!”“허.”이경은 코웃음과 함께, 몸을 구부려 땅 위에 떨어진 그 붉은 선을 주워 들고는 손으로 가늠하기 시작했다. 이내 그녀는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직접 시범을 해주는 거야 어렵지 않지요. 하지만 그걸 보고도 제 부하들이 절 악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저를 더욱 숭배하게 될 겁니다.”이내 멀지 않은 곳에 서있던 문백훈이 손에 알약 하나를 들고는 나타났다. “공주마마, 이건 제가 여태 줄곧 몸에 지니고 있던 약입니다. 당장 병을 치료하는 데는 쓸모가 없지만 짧은 시간 내에 체력을 응집시킬 수 있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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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6화

“너 무슨 수직을 부리려는 것이냐?”이상한 그녀의 행동은, 윤세현도 납득이 가지 않았다. 그는 이 붉은 선이 바로 흉기이고 이경이 필연적으로 진범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대체 어떻게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그 자신조차도 깊게 생각해보지 못했다. 사실 그가 이경더러 죄를 인정하라고 강요하는 근본적 원인은, 지금 그는 매우 화가 나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조차도 생각해내지 못했던 방법들을 이경이 생각해 낼 수 있었던 게 너무 화가 났다. 그리하여 윤세현은 이경을 전혀 꿰뚫어 볼 수가 없었다. 이 기분은, 전쟁 당시 손실을 입는 것보다도 더욱 답답했다. “전 아무런 수작도 부리지 않았습니다. 세자가 알아보지 못한 건 세자가 어리석은 이유뿐이죠.”이경은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그 웃음은 다소 병약한 기운을 띠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남자들은, 공주의 웃음기에 모두 괜히 긴장하게 됐다. 윤세현 역시 가슴이 조마조마 해났다. 그녀가 이렇게 무심하게 웃는 것이 가장 미웠다. 모든 것을 개의치 않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풍자하는 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종잡을 수 없는 무력감이 있었다. 이경은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도 않고 차바퀴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창백한 긴 손가락을 내밀어, 바퀴에 걸린 또 다른 붉은 선을 가리켰다. “선을 직접 바퀴에 묶으면 대군이 출발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마차가 바로 사고 나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모든 사람들이 당연히 마차에서 내린 저를 의심할 수밖에 없게 되지요.”모두들 숨을 죽이인 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 구공주가 이렇게 치밀한 사람이었다니, 정말... 무서웠다. “그럼 제가 일단 선을 바퀴에 걸겠습니다. 그럼 선과 바퀴 사이에는 약간의 마찰이 생기게 될 테고, 시간이 지나면 바퀴에 말려들어가겠지요.”“그때 만약 마차에 또 사고가 일어나면 저한테는 알리바이가 있는 거네요? 필경 전 줄곧 마차를 떠나지 않았으니까요.” 윤세현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흥미진진하게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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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7화

“멋있네!”그 순간, 눈치 없는 누군가가 결국 참지 못하고는 박수를 칠 뻔했다. 윤세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그러자 형제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는 감히 숨을 내쉬지도 못했다. 그나저나 구공주는 정말 용감하고 똑똑해, 대단한 여자야! 그 누구도 탄복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사람을 해치는 것조차도 이렇게 멋지게 해내다니! 이런 묘책은 아무나 생각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녀가 말하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생각해내지 못했을 것이다.윤세현은 조용히 이경을 주시하였다. 이경도 고개를 들어 당당하게 그와 눈을 마주하였다. “세자님, 제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저희 황실 딸들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에 굳이 세자님이 개입하고 싶으신가요?”황실 딸들의 갈등이라. 그녀는 윤세현과 이서영 사이에 무슨 필연적인 관계가 있다고는 인정하지 않았다. 동시에 자신과 윤세현의 관계도 인정하지 않았다. 윤세현의 얼굴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청지는 감히 아무 말도 못 했다. 지금 이 순간 세자의 안색은, 그가 지난 십여 년동안 본모습 중 처음 보는 안색이었다. 그는 세자가 이렇게까지 미간을 찌푸리는 걸 본 적이 없다. 구공주는 그야말로 신선이었다. 세자가 정말 구공주를 처리할 생각이 있는 건가? 사람들이 말했듯이, 이건 단지 처녀들 간의 갈등이자 황족 내부의 일이다. 한창 난감한 분위기 속에서 한 궁녀가 갑자기 총총히 달려왔다. “세자님, 현주님께서 말씀하시길 지금 몸이 매우 편찮으시다고 합니다!”윤세현의 시선은 여전히 이경의 얼굴로 향했다. 이경은 하찮게 웃을 뿐이었다. “세자의 여자께서 몸이 편찮다는데 얼른 보러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내 여자?”그러자 윤세현은 실눈을 뜬 채 차가운 눈빛으로 물었다. “질투하는 게냐?”“세자는 정말, 누구보다도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흥!”윤세현은 차가운 콧방귀와 함께 긴소매를 털었다. “다시는 내 앞에서 수작을 부리는 모습 보이지 말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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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8화

문정수가 자신을 가로막자, 초아가 쉰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문 선생님, 제발 세자께 말씀 전해주세요. 공주마마께서 지금 병이 너무 중하셔서, 약도 마실 수 없는 상황이라고요. 게다가...”그녀는 공주가 피를 토한 사실 역시 말하고 싶었지만, 공주가 원하지 않을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초아는 그저 에둘러 말할 뿐이었다.“공주마마께서는 더이상 몸이 견딜 수 없는 상황입니다. 세자께서 부디 대오를 멈추고 공주마마가 좀 더 쉬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힘들게 달려오는 그녀의 모습에, 문정수는 어쩔 수 없이 발걸음을 멈추었다.하지만 행렬은 계속하여 앞으로 나아갔고 세자는 점점 멀어져갔다.초아는 윤세현의 차가운 뒷모습을 보면서 더욱 초조해졌다.“선생님, 저희 공주마마께서 정말 괴로워하십니다. 제발 세자님께 말씀해 주십시오.”문정수는 잠시 생각에 잠긴 뒤 말했다. “그래. 일단 기다리고 있거라.”이내 그는 말에 올라타 바로 윤세현을 쫓아갔다.초아는 일단 멈추지 못하고 계속하여 대오를 따라 달릴 수밖에 없었다.곧이어 문정수가 돌아왔고, 그는 이미 지쳐 숨을 헐떡이는 초아를 보며 물었다.“혹시... 공주마마가 세자더러 더이상 멈추라고 직접 요구한 거야?”어안이 벙벙해난 초아는 옳다고 인정하려 하였으나, 결국 아무말도 내뱉지 못했다. 공주의 성격으론, 괜히 이 사실을 알렸다가는 공주가 더욱 화가 날게 뻔했다. 문정수는 당황한 초아의 모습을 보고 눈치 챘다. 그는 옅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일단 돌아가서 공주랑 같이 있어.”“설마 공주마마가 기어코 고개를 숙여야만 세자가 동정해줄 생각이 있다는 건가요?”초아는 눈까지 붉힌 채 입술을 깨물며 거의 절망에 빠지게 됐다.문정수는 무슨 말을 내뱉으려 했지만, 결국에는 그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일단… 돌아가서 공주마마 좀 말려봐.”자신의 상전의 뜻을 그가 의심할 수는 없었다. 이내 그는 다시 말을 이끌고 윤세현의 뒤를 따랐다. 행렬은 여전히 앞으로 가고 있었고, 마차는 여전히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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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공주는 역시나 통찰력이 강했다.대군이 여기서 밤을 보내게 될 거라고 예상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역시나 청지가 야영을 통지하였다.오늘은 유독 날이 어두워, 밤이 되기도 전에 이미 어둑어둑해졌다.당장이라도 비바람이 몰아칠 것 같았다.초아는 일찍이 이경을 데리고 죽도 먹고 다과도 먹었다.식사 후에는 더 이상 마차가 흔들리지 않아서인지, 이경은 더 이상 토하지 않았다.좀 나아진 셈이다.이내 밤이 되자 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한편 연지는 약사발을 들고는 텐트 밖을 지키고 있었다.“문백훈 선생은?”초아가 밖을 내다보며 물었다.평소에는 문백훈 선생이 직접 약을 보내왔었다.그러자 연지가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선생님께서 좀 바쁜 일이 있다고 나더러 약을 가져가라고 하셨어.”그는 가림막을 사이에 두고는 초아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선생님께서 그러시던데, 밤에 마실 약도 준비해놨으니 나중에 네가 직접 약을 데우고나서 공주가 마시게 해라고 하셨어.”“문백훈, 무슨 일이 있는거냐?”호기심 가득한 이경이 물었다.연지는 연신 고개를 가로저었다.“저도 잘 모르겠습니다.”“그래. 일단 초아한테 약을 들여보내. 그리고 일단 가서 쉬어. 곧 폭우가 내릴거야. 오늘 밤은, 내가 부르지 않는 이상 여기 찾아올 필요 없다.”“공주마마...”공주의 텐트 밖을 지키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연지는 막상 떠나라고 하니 정말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비가 이렇게나 많이 내리는데, 네가 이 텐트 밖에서 잘 수 있겠느냐? 가서 형제들이랑 놀고 좀 쉬어.”연지는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비록 공주는 군대에서 권력도 세력도 없지만, 이곳은 엄연히 세자의 대군이다.그렇기에 세자가 압력을 주지 않고서야, 이경은 군에서 위험할 일은 없었다. 곧이어 이경은 약을 마신 뒤 초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너도 쉬어.”이틀 동안 앓으면서, 초아는 잠도 자지 않고 그녀를 돌보았다.눈가가 붓고 다크서클마저 짙어진 초아의 모습을 보면, 누가 봐도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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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화

남자는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짚고는,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손에서 떨어진 우산을 잡아 그녀를 보호해주었다.몇 방울의 빗물이 얼굴에 떨어지기도 바쁘게, 눈 깜짝할 사이에 큰 비를 피하게 됐다.상대가 연지인 줄 알았던 이경은 그를 살짝 밀어냈다.“너한테 시킨 적 없...”그러나 그는 손을 놓지 않았다.뒤에 선 남자는 연지가 아니었다. 감히 그녀에게 이렇게 무례하게 굴 연지가 아니었다.이내 고개를 돌리자 빗물에 젖은 그 얼굴이 눈에 들어온 이경은 잠시 당황했다.곧이어 더욱 힘껏 밀어냈다.그러나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도리어 자신의 두루마기를 벗어 그녀의 몸을 감쌌다.엄청 따뜻했다.이 남자의 몸이 이렇게 따뜻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경은 더이상 발버둥 치지도 않았다. 너무 피곤했던 탓에 싸울 힘도 없었다.고개를 들어 확인한 문백훈은 다소 놀라긴 했지만 이내 냉정해졌다.다시 고개를 숙이고 일을 계속하였다.일단 스프링을 차륜축에 끼워야 확실히 흔들림을 줄일 수 있다.얼마 지나지 않아 문백훈은 마침내 일을 마쳤다.공구를 정리 마친 그는 일어서서 옆에 선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그럼 전 이만 먼저 돌아가서 쉬겠습니다.”곧이어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이경도 뒤따르고 싶었지만 첫걸음을 내디디기도 바쁘게, 남자는 냅다 그녀의 허리를 잡고는 안았다.다행히 발이 빗물에 담기지 않아 그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그나저나 이경은 이 남자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낮에는 괴롭히지 못해서 안달이던 사람이 저녁에는 이렇게 따뜻한 척 한다고? 뭔 약이라도 잘못 먹은건가?이내 두 사람이 돌아가려는 순간, 우산 떨어지는 소리에 초아가 놀라 깨었다.고개를 들어 공주 뒤에 선 남자를 본 초아는 깜짝 놀라 바로 벌떡 일어나게 되면서 쿵 하고 머리를 부딪쳤다.“세자님, 공주마마와는 상관없는 저의 잘못입니다! 용서하십시오!”아무 말 않는 윤세현의 안색은 다소 어두웠다.이경이 입을 열었다.“여긴 더이상 네가 할 일 없어. 내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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