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영의 얼굴은 심하게 부어 있었고 뺨에는 다섯 손가락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임수연은 아직도 침상 곁에 쓰러진 채, 가슴이 미어지도록 울고 있었다.“당신의 명예를 지키지 못해 정말 미안합니다. 제가 죄인입니다...”그녀가 본 진정호의 심장 부근 상처는 기묘한 모양으로 꿰매어져 있었고 얼굴빛은 전보다 더 창백해 보였다. 튼튼하던 몸도 옷이 흐트러져 이미 이경에게 속속들이 들키고 만 듯했다.임수연은 온통 절망에 사로잡혀, 갑자기 이를 악물더니 침상 기둥을 향해 머리를 들이받으려 달려들었다.“서방님, 곧 사죄하러 가겠습니다!”“마님!”문정수가 재빨리 다가가 머리가 침상 기둥에 닿기 직전, 임수연을 가까스로 붙잡았다.“놓으세요, 제발 저를 죽게 두세요! 서방님 곁으로 가야 합니다, 놓으세요!”임수연의 죽고자 하는 의지는 너무나 강했다. 기둥에 머리를 박을 수 없다 싶자 이번에는 문정수의 허리춤에 찬 검을 뽑으려 들었다.“마님, 정신을 차리십시오! 이런 어리석은 짓은 하시면 안 됩니다!”뒤에서는 여러 사람이 만류했고 문정수도 어쩔 수 없이 그녀를 힘껏 붙잡아 두었다.자해라도 할까 싶어, 단단히 몸을 구속할 수밖에 없었다.임수연이 죽으려 드는 광경에, 윤세현의 시선은 어느새 이경에게로 향했다. 그 눈에는 노기와 함께 깊은 원망이 서려 있었다.“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을 해쳐야 네가 만족하겠느냐.”“저는... 누굴 해친 게 아닙니다...”이경은 숨쉬기조차 힘들어 제대로 말을 잇지도 못했다.“전... 구하려 했을 뿐... 놓으세요...”이때 이서영이 곧장 말을 이었다.“세현 오라버니, 전에 듣기로, 경이가 정기를 가진 사내의 심장 피로 단을 만들어 먹으면 늙지 않는, 사악한 술법을 쓴다고 합니다...”이서영은 눈 속의 미소를 감추며 불안에 떠는 척 연기했다.“세현 오라버니, 어서 진 장군부터 살펴보세요.”그 말에, 윤세현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가 손을 힘껏 내젓자 이경은 끊어진 연처럼 바닥에 툭 쓰러졌다.이경은 막 숨이 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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