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hapter 381 - Chapter 390

438 Chapters

제381화

이경의 붉은 눈동자에는 어느새 증오로 가득찼다. 심상치 않은 그녀의 눈빛에 놀란 이서영은 자기도 모르게 두 걸음 뒤로 물러섰다. 영은은 웃는 듯 마는 듯, 분노로 인해 점점 통제력을 잃어가는 구공주를 주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자신이 손을 쓰지 않아도 이경이 스스로 알아서 불구덩이에 빠질 거라 생각했다, "너희들 죽여버릴 거야..." 나지막한 한마디와 함께, 이경은 서서히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놀란 이서영은 다시금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 그나저나 오라버니는 왜 아직도 오지 않는 거지? 이 상황에 오지 않으면, 이경이 암살하는 것을 보여줄 기회가 없을 텐데. 문정수도 이미 왔는데, 설마 오라버니가 안 오겠어? 틀림없이 그가 올 거라 믿은 이서영은 더 이상 당황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그녀는 이경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말했다. "이 아이가 먼저 나를 죽이려고 했어. 당연히 죽어야 했다고!" "널 죽여버릴 거야!" 이경은 이미 완전히 통제력을 잃어, 그 어떤 자극도 감당해 낼 수 없었다. 이서영의 한마디는 겨우 억누르고 있던 그녀의 감정을 단번에 폭발시켰다. 마침 이때, 이서영은 밖에서 들려오는 발자국 소리를 알아채고는 순간 눈빛이 밝아졌다. "오라버니..." 그러나 기뻐하기도 바쁘게, 그녀는 장풍에 의해 순식간에 쓰러져 버리고 말았다. "우욱..." "죽어!" 이경은 벌떡 일어나 새빨개진 눈동자로 이서영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가 뻗어낸 장풍은, 보기에는 그다지 강해 보이지 않았다. 하물며 그녀는 엄연히 고수도 아니다. 이내 영은이 나서서 장풍을 막아선 순간, 그저 가볍게만 보이던 그 장풍은 순식간에 엄청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서영의 앞을 가로막은 영은은 이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내력이라고는 전혀 없는 계집애가, 뜻밖에도 장풍만으로 이서영을 넘어뜨리다니!곧이어 펑하는 소리와 함께 멀지 않은 벽에 세게 부딪히게 됐다. 쿵! 목재 벽에는 큰 균열이 일어나게 됐고, 영은은 깨진 벽을
Read more

제382화

연지는 이경이 이서영을 죽이려는 것을 전혀 막지 않았다. 심지어는 남신이가 겨우 일어나 이서영을 도우려는 순간, 연지는 나서서 가로막기까지 했다. 그는 기꺼이 공주가 원하는 대로 도와주고 싶었다. 설령 자신의 목숨을 요구한다 하더라도 그는 망설일 생각이 없었다. "아…" 이경의 장풍은 다시금 이서영의 코 앞까지 다가왔다. 이 방에는 이경의 적수라 할 수 있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남신이가 도와준다 하더라도, 이 장풍만큼은 막아낼 수 없다. "아악..." 놀란 이서영은 연이어 실성하고 비명을 질렀다. 장풍이 그녀를 덮치려는 순간, 갑자기 웬 훤칠한 그림자가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안돼!" 윤세현의 한마디에도 이경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 윤세현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는 전혀 없었다. 이경의 장풍은 너무나도 강하여, 자신이 온 힘을 다한다 하더라도 막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이대로 이서영이 죽게 놔둘 수는 없었다. 그녀가 죽게 되면 이경도 살아남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남진 전체가 나서서 그녀를 죽이려 할 것이다. 이내 쾅하는 소리와 함께 이경의 장풍과 윤세현의 장풍이 부딪히게 됐다. 강한 장풍에, 연지와 남신이는 동시에 힘없이 날아가게 됐다. 이서영은 재빨리 윤세현의 뒤에 숨어서 피했다. 이경의 장풍은 매우 강하고 무섭긴 하지만, 사실 그녀는 자신의 체내의 진기를 제대로 통제할 줄은 모른다. 그래서 윤세현의 장풍의 영향을 받은 그녀는, 순식간에 진기가 역전되어 피를 토해내며 날아가게 됐다. "경아!" 윤세현은 자신의 장풍이 뜻밖에도 그녀를 다시 다치게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그는 이경이 이렇게나 강한 장풍을 내뻗을 수 있을 정도라면, 그녀 자신의 방어력도 틀림없이 매우 강할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번에 이경이 이성을 잃었을 때, 그때 흘러넘치던 진기 역시 바로 지금과 마찬가지로 매우 무서웠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하지만 이경은 이 내력을 전혀 통제할 줄 몰랐다. 어느새 이경의
Read more

제383화

그 순간, 고문우와 지천은 서로 눈이 마주치게 됐다. 전하가 놀란 나머지 바지에 오줌을 쌌다니... 남녀평등의 원칙이 존재하는 남진에서, 심지어 여성의 지위가 남성을 초월할 수 있는 남진에서 이건... 너무나도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지 장군과 고 성주는 바로 고개를 숙이며 밖으로 물러났다. 남용은 비록 이서영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앞으로 남진의 태자 전하가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이었기에, 이서영이 체면을 잃으면 황실 전체가 체면을 잃는 거라 생각했다. “여봐라!” 어서 전하를 도와 옷을 갈아입히거라. 정말 창피해 죽겠네. … 그렇게 한바탕 소동이 지나가고, 중상을 입은 구공주를 마주한 의사는 속수무책의 상태였다. "공주 마마는 체내의 진기가 역전되었고, 또 외력에 의해 심맥도 다치게 되었습니다. 만약 내일까지 깨어나지 못한다면 아마..." 의사는 전전긍긍하며 침대 옆을 지키는 윤세현의 모습에, 감히 말도 정확하게 내뱉지 못했다. 윤세현은 여전히 이경의 손을 잡고는, 끊임없이 진기를 그녀의 몸속으로 수송하였다. 그러나 이것도 겨우 그녀의 심신을 안정시킬 수 있을 뿐, 제대로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청지는 윤세현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지는 것을 발견하고는, 그의 체력이 끝에 다다랐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그를 도와 나서려 했지만, 정작 윤세현은 그 제안을 거절하였다. 한편 연지는 조용히 방 안을 지키고 있었고, 그 누가 그를 쫓아내든지 그는 떠날 기미가 없어 보였다. 공주를 제대로 지키려면 1초도 그녀의 곁을 떠나서는 안되니까. 초아가 이미 죽게 된 상황에, 그는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나쁜 사람들이라 간주했다. 그러니 지금 공주한테는 오로지 연지만이 남게 된 것이다. 그렇게 오늘 밤, 그 누구도 아무도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했다. 다들 하나같이 마음이 무거웠다. 그 시각 뒷산에서는, 문정수가 초아의 시체를 안은 채 계속 바닥에 앉아 있었다. 날이 밝아지려고 할 때 즈음, 그는 직접 무덤을 파 그녀를 매장했
Read more

제384화

"꺼져!" 정신줄을 놓은 문정수는 냅다 장풍을 날렸다. 청지는 그저 그를 말리고 싶었을 뿐, 그에게 손을 대고 싶지는 않았다. 비록 그의 무공이 문정수보다 한 수 위긴 했지만, 문정수의 공격을 당해내지 못한 그는 결국 힘없이 밀리게 됐다. 방심한 틈에 문정수로부터 두 대 맞기까지 했다. 한편 냉전은 지붕 위에 선 채, 뒤뜰에서 펼쳐지는 싸움을 똑똑히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크게 싸워도, 그들이 이서영의 방에 접근만 하지 않는다면 그는 전혀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차갑게 바라볼 뿐이었다. "문정수, 진정해! 흥분하지 마!" 충동이 불러일으킨 행동은 돌이킬 수 없는 후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성을 잃은 문정수를 상대로, 청지는 아무런 공격도 않고 계속하여 막아서기만 하다 보니 어느새 점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냉전이 허리춤에서 장검을 뽑아내며 방으로 다가오는 두 사람을 예의주시했다. 그는 언제든지 손을 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청지는 냉전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잠깐 정신을 판 사이에 그는 또 한번 문정수로부터 맞게 되었다. 곧이어 문정수는 이서영의 방으로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그러자 크게 당황한 청지가 재빨리 다가가 다시금 그를 막았다. "문정수, 내 말 들어봐. 지붕 위에 서있는 저 사람, 절정의 고수야. 너희 두 사람 방금 한판 제대로 붙었다는 소식 들었어. 하지만 방금 저 놈은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고!" "내가 아는 정보에 따르면, 저 놈의 무공은 나보다도 위야!" 일단 문정수가 나서기만 하면 냉전이 그를 살해할 거라 믿었다. 남진의 전하를 암살하려는 자를 죽이는 건, 냉전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그는 결코 문정수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차라리 나를 죽여. 나도 초아랑 같이 죽을게!" 문정수는 이를 갈며 청지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 인정 사정없이 조금도 봐주지 않는 모습이었다. 만약 청지가 피했다면, 문정수는 계속하여 앞으로 돌진하여 냉전과 맞서게 될 것이기에,
Read more

제385화

윤세현이 갑자기 쓰러진 이유는, 다름아닌 바로 진기를 지나치게 소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잠시 혼수상태에 빠지고 나서는, 깨어난 후 다시금 이경의 손을 잡고는 계속하여 진기를 수송했다. 이렇게 이틀 밤낮을 반복한 후에야, 이경의 호흡은 마침내 안정을 되찾게 되었다. 그렇게 셋째 날 아침이 되어서야 그녀는 깨어나게 됐다. 그녀의 시선 속에서는, 윤세현이 창백한 얼굴로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것을 마주하게 됐다. 방에는 의사도 있고 문정수도 있었다. 마찬가지로 창백한 얼굴을 한 문정수는, 분명히 다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얼핏 보면 자신보다도 더 약해 보였다. 이내 이경이 몸을 일으켜 앉으려고 하자, 윤세현이 그녀를 부축하였다. 그러자 이경은 손을 들어 그를 가볍게 밀어냈다. 생기라고는 전혀 볼 수 없는 그녀의 눈빛은 매우 평온해 보였다. 곧이어 그녀는 문정수에게 물었다. "어디에 묻었어?" 가슴이 찡해난 문정수는 낮은 소리로 대답했다. "뒷산에 있습니다." ... 잠시 후, 연지와 문정수는 이경을 부축한 채로 천천히 뒷산으로 걸어갔다. 윤세현은 조용히 그들의 뒤를 따랐고, 이경은 깨어난 후 단 한 번도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 다가가려 해도 이경이 무자비하게 밀어내려고 하니… 이경은 화내지도 않고 흥분하지도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그를 본체 만 체했다. 한편 뒷산에는 한 무덤이 차가운 바람 속에 외롭게 서 있었다. 그 무덤 앞에 새겨진 초아라는 두 글자를 보게 된 문정수는 가슴이 아팠다. 다시 한번 눈물이 쏟아질 뻔했다. 이경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으로 무덤 앞으로 다가갔고, 연지의 부축을 받아 천천히 바닥에 앉았다. 지금의 그녀는 매우 허약했다. 그저 앉아있기만 하는 간단한 동작조차도 힘들어 그녀는 크게 한숨 돌려야 했다. 이내 연지는 준비해 둔 종이돈을 꺼내어 그녀에게 건넸다. "공주 마마..." "이걸 태우는 게 무슨 소용이 있어? 사람이 죽고 난 후에 정말 그 한 가닥의 영혼이 저승에 남아있을 거라고
Read more

제386화

"넌 한 사람의 영혼이, 죽은 후에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 그 사람을 대신해 살 수 있을 거라 믿어?" 마차에 올라탄 이경은 벽에 기댄 채, 커튼을 사이에 두고 마차 앞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질문에 가슴이 아파진 연지는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어쩌면 초아의 영혼은 지금 누군가의 몸에 들어가서 살고 있지 않을까." 이경이 나지막이 중얼거리자, 연지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 "그럴 겁니다." "연지야, 너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그러나 이경은 혼낼 힘조차도 없었다. "아닙니다." 연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환생 혹은 영혼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게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는 진심이었지만, 환생하든 영혼이 다른 몸속에 들어가든, 이 세상에 더 이상 초아가 없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었다. 이경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앞을 바라볼 뿐이었다. 한편, 대오는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전방에는 커다란 그림자가 말을 타고 대오를 이끄는 모습이 보였는데, 매우 쓸쓸하고 외롭게 느껴졌다. 이경은 예전 같았다면 그 모습이 다소 마음이 아팠겠지만, 지금은 그저 하찮게 느껴질 뿐이었다. "연지야." "공주 마마, 말씀하시죠." 이경은 벽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네가 보기엔 이서영이 남성의 딸이라는 신분으로 돌아간 후에 부귀영화를 다 누리면서 평생 잘 살 것 같냐?" 그 말에 연지는 마음이 다시금 아파왔지만, 차마 공주를 속일 수는 없었다. 이내 그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남성의 딸이라는 신분만으로도 평생 빛을 받으며 살 겁니다." "그래서 짜증 나. 왜 악한 사람들은 평생 부유하게 살 수 있는 거고, 선한 사람들은 하나둘씩 죽어야 하는 건데?" "마마, 그만 생각하시죠." 연지는 그녀를 위로하고 싶었지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날 위로할 필요 없어. 그래도 난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약하지는 않아. 다만 지금은 내가
Read more

제387화

대오 속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다쳐서 그런지, 오늘따라 대오가 전진하는 속도가 그다지 빠르지 않았다. 심지어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윤세현은 뜻밖에도 잠시 멈추고는 임시 투숙까지 명령하였다. "공주 마마, 오늘은 이만 멈춘다고 합니다." 소식을 접한 연지가 돌아와 보고했다. 어느새 간편한 옷차림으로 갈아입은 공주를 보고 연지는 의아해했다. "마마, 외출하실 겁니까? 아직 몸 상태가..." "이미 다 나았어." 이경은 단 한 마디 내뱉는 것도 호흡이 가빠 기침을 연거푸 했다. 그 모습에 연지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마마, 몸이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것 같은데 함부로 움직여서는 안 됩니다. 어디로 가고 싶으십니까? 제가 같이 가드리겠습니다." "너는 여기 있어." "마마..." “나 반드시 한 번은 돌아가야 해. 네가 나 좀 도와줘.” ... 그렇게 연지 홀로 남겨지게 됐다. 비록 그도 이 상황이 내키지는 않았지만, 공주가 하기로 마음먹은 일에 대해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공주가 떠난 후 그는 문 밖을 홀로 지키며 조용히 뒷마당을 바라보았다. 그는 아직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공주가 혼자 외출하는 게 매우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신은 대체 어떻게 공주한테 설득을 당한 건지? 곧이어 멀지 않은 곳에서 청지가 접시를 들고는 나타났다. "장군님, 물건은 저한테 맡기시면 됩니다." 연지는 문 밖에 선 채 한 발자국도 떼지 않았다. "공주의 몸 상태를 확인하러 내가 의사를 데리고 왔어." 청지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지만, 연지의 태도도 무척이나 차가웠다. "필요 없습니다!" "난 세자 나리의 명을 받들어 의사를 데리고 공주의 상황을 보러 온 거야. 그러니 이렇게 가로막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비록 청지의 말투는 온화하고 예의 발랐지만, 뜻은 분명했다. 예전의 연지 같았으면 그의 말을 순순히 따랐을 것이다. 필경 이경한테도 좋은 일이기도 하니. 그러나 지금의
Read more

제388화

평생 용서하지 않겠다라. 이 한마디는 마치 저주와도 같았다. 그렇게 오후 내내 윤세현은 책을 보든 지형도를 보든 전혀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반 시간 전, 지 장군이 찾아와 계속하여 길을 재촉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윤세현은 거절하였다. 그렇게 또 반 시간이 흐른 후, 지 장군이 다시금 찾아왔다. "세자 나리, 폐하와의 약속으로 인해 제가 3일 후에 황도로 돌아가야 하는데 지금..."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계속 이렇게 멈추고만 있으면, 대오는 앞으로 3일 안에 돌아가기 힘들 겁니다." "그럼 장군님께서 먼저 본인의 대오들을 이끌고 먼저 귀국하여 여황 폐하한테 보고를 올리시지요?" 윤세현은 손에 병서를 든 채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그..." 지 장군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폐하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전하인데, 그가 지금 돌아가서 보고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싶었다. 전하는 당연히 세자의 대오를 따르려 할 테고, 자신들과 먼저 떠나고 싶지 않을 것이었다. 지 장군은 원래 세자가 잠시 여정을 멈춘 이유가 구공주의 상처가 채 낫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오늘 공주가 나와서 활동하는 것을 분명히 보았고, 비록 상처를 입긴 했지만 계속하여 마차에 앉아 움직일 수 없을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이거 정말 난처한 일이네, 폐하께 어떻게 보고를 해야 하지? "하실 얘기 없으시면 돌아가시죠." 윤세현은 곧바로 그를 내보냈다. 지 장군은 하고 싶은 말이 더 있었지만, 이내 청지가 다가와 그의 입을 막았다. "지 장군님,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이내 지 장군이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려 하자, 청지는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 그의 시선을 가로막았다. 결국 지 장군은 어쩔 수 없이 짧은 인사를 하고는 물러났다. 윤세현은 손에 쥐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는 문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세자님..." "그 여자한테 먹을 것 좀 더 가져다주고...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봐." 그는 이경이
Read more

제389화

한편 이경은 방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꽤나 심한 내상을 입어 진기를 건드릴 수 없었기에, 직접 말을 타고 외출하였다. 다행히도 오늘은 대오가 느리게 발걸음을 옮겼다. 비록 이경이 말을 타는 속도가 그리 빠르지는 않지만 그래도 단 한 시간 만에 어젯밤에 유숙했던 저택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곳은 바로 초아가 묻힌 곳이기도 했다. 이경은 곧바로 뒷산으로 향했다. 당시 그녀는, 유아의 시체가 뒷산에 버려졌다는 얘기를 어렴풋이 들었었다. 그 후로 사흘이나 지난 지금, 그 시체가 여전히 남아있는지 궁금해졌다.하지만 뒷산으로 향하니 온통 황량함뿐이었다. 그녀는 일단 말을 나무에 묶은 후, 홀로 시체를 찾기 시작했다. 전에 특수 부대에서 오랫동안 훈련을 거친 경험이 없었다면, 홀로 이렇게 음산하고 무서운 곳을 걷지 못했을 것이지만, 지금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게다가 초아의 영혼이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나아갈 수 있었다. 이로써 사람은 어쩌면 정말 모순된 존재라 볼 수 있다.이경은 전에 연지한테, 죽은 사람의 영혼을 믿지 않는다고 말한적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 그녀도 내심 초아의 영혼이 여전히 그녀의 곁에 머물고 있을 거라 믿고 싶었다. 그렇게 잠시 후, 마침내 난초 더미 속에서 그녀는 이미 부패하기 시작한 유아의 시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내 미리 준비한 장갑을 꺼내 끼고는, 코와 입을 가린 채 쪼그리고 앉아 옷을 풀기 시작했다. 시신은 이미 부패했지만, 가슴에 난 상처는 아직 잘 보였다. 두 갈래의 상처 중, 하나는 칼이 들어간 후 바로 뽑아 생기게 된 상처였지만, 다른 하나의 상처는, 칼이 들어간 후 심장의 위치에서 한 바퀴 돌아 생기게 된 상처였다. 이건 분명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살인 병기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상처였다. 몸에 꽂힌 단도가 심장을 베이게 되면, 피가 끊임없이 흐르게 될 테고 그 누구도 살려내 가 어려울 것이다. 유아는 결코 초아가 죽인 것이 아닌, 영은의 손에 죽게 된 것이었다. 그녀의
Read more

제390화

이경은 가슴이 너무나도 아팠다. 윤세현이 날린 그 장풍은 그녀의 심맥은 물론 오장육부마저 심하게 다치게 만들었고, 그로 인해 지금 진기를 조금만 건드려도 피를 토할 정도로 아팠다. 이경은 겨우 한숨을 돌리고 나서야 고개를 들어 무연을 노려보았다. "가면을 쓴 채 전방에서 줄곧 우리를 대신해서 길을 개척할 수 있는 사람이 너 말고 누가 있겠어?" 사실 청지 못지않게 정보통이었던 연지는 진작에 적지 않은 소식들을 알아보았다. 무연은 아무 말 않고 그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잠시 후, 이경은 휴식을 마치고 다시금 일어섰다. "미친년!" 무연은 참다못해 욕을 내뱉었다. 이경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바로 지붕 옆으로 걸어갔다. 지붕 아래는 바로 초아와 유아가 사고가 난 그 방이 있었는데, 안은 이미 다 정리된 상황이었다. 지금 내려가도 반드시 흔적을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일단은 그래도 한번 확인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겨우 두 걸음 걷자마자 그녀는 머리가 어지러워 하마터면 바로 굴러 떨어질 뻔했다. "낮에는 수비가 그다지 삼엄하지 않긴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는 무조건 발각될 수밖에 없을 거야." 그러자 그녀의 뒤에 선 무연이 한마디 했지만, 이경은 그저 무덤덤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갈 뿐이었다. 무연조차 지금 그녀의 마음이 어떤지 전혀 헤아릴 수 없었다. 더 이상 진기를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도 아래로 내려가려 하다니. 한 걸음만 잘못 발을 내딛어도 바로 떨어질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인데 말이다. 정말 미친 여자가 따로 없네! 무연은 이런 미치광이 여자를 무시하려고 했지만, 이경이 지붕 위에서 떨어지려는 순간, 그는 저도 모르게 손을 내뻗어 그녀를 받아냈다. 한편 정원에는 인기척이 없었다. 이경은 무연이 자신을 구한 게 전혀 놀랍지 않은 듯, 그를 가볍게 밀어내고는 저벅저벅 방 안으로 향했다. 한편, 그 방 안에도 사람은 없었다. 하긴 이미 두 명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게 됐으니 당분간은 아무도
Read more
PREV
1
...
3738394041
...
44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