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다시 태어난 구공주, 그녀의 당찬 인생: Chapter 491 - Chapter 500

545 Chapters

제491화

구공주의 의술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이경의 말대로 이언은 정말로 해가 질 때 즈음에 서서히 깨어나게 됐고, 그 후 하루 내내 무진전에 머물며 그의 곁을 지켜왔다. 반면 윤세현은 잠시 자리를 비웠다. 사실 이곳의 경비는 삼엄하다고 볼 수 없었다. 거주하고 있는 사람이 따로 없었기에 창고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궁중은 결코 안전한 곳이 아니었기에, 윤세현은 이언을 데리고 미리 밖으로 나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한편 청지가 이언이 깨어나자마자 윤세현에게 곧바로 소식을 전하려는 순간, 이언은 침상 옆에 앉은 이경을 발견하고는 벌떡 일어났다. "주인님! 주인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이경은 저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언은 몸부림치며 침상에서 내려와 그녀에게 예를 갖추었다. "이제 막 열이 내렸는데, 몸이 아직 많이 허약하다고요!" 이경은 그의 어깨를 붙잡고는 다시 도로 눕히려 했다. 하지만 잔뜩 흥분한 이언은, 그녀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자신이 마치 무례라도 범한 것처럼 급히 몸을 피했다. "주인님! 주인님, 드디어 돌아오셨군요!" 이경이 계속해서 그가 침상에서 내려오지 못하게 하자 아예 침상 위에서 무릎을 꿇고는 이경을 향해 머리를 조아렸다. "이 장군님! 진정하십시오!" 하지만 청지와 이경은 감히 언성을 높이지 못했다. 무진전 뜰에는 시위들이 없고, 은거 고수들도 철수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들이 여기서 마음대로 떠들어도 되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장군님, 진정하십시오. 이 분은… 구공주 마마십니다!" 청지가 급히 말했다. 방금 이언은 계속하여 구공주를 찾고 있었기에, 어쩌면 구공주라는 단어를 꺼내면 그를 진정시킬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그때, 누군가 소리 없이 나타났다. 윤세현의 기운에 익숙했던 청지는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나리!" 이내 고개를 돌아보니, 문이 열린 채 문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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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2화

이언은 여전히 이경을 바라보고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난… 현비랑만 아는 사이야.” 그의 목소리에는 병석에서 금방 일어난 사람 특유의 허약함이 묻어있었다. 현비. 이경의 뇌리에는, 이 두 글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곳으로 시간을 회귀해 온 이후로, 아무도 그녀에게 현비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바로 떠올렸다. 현비, 그 사람이 바로 자신의 생모라는 것을. “장군님께서… 어찌 저희 어머니를 아십니까?” 그러나 이언의 눈빛에서는 그 이상의 숨겨진 무언가가 있는 듯했다. 방금 전 그의 의식이 또렷하지 않았을 때, 이경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에는 분명 많은 것들이 숨겨져 있었다. 하지만 윤세현이 오고 나서는, 그의 눈빛 속에 있던 것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됐다. 그는 윤세현을 신뢰하지 않았지만 이경은 곧바로 자신이 이언에게 있어서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을 직감하게 되었다. 얼마 뒤 이언은 마침내 안정을 되찾고 이경의 얼굴을 똑똑히 보게 됐다. 그는 저도 모르게 천천히 주먹을 움켜쥐고는 쉰 목소리로 말했다. “현비께서는… 전에 내게 큰 은혜를 베푸신 적이 있으셔서 맹세했었지. 이후 반드시….” 그는 다시금 이경을 바라보았다. 최대한 자신의 감정을 감추려 애썼지만, 눈빛 속의 흥분은 여전히 감춰지지 않았다. 이내 그는 쉰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내가 살아있는 한 반드시 현비의 아이를 잘 돌볼 거라고 맹세했었지.” 그래서, 깨어나자마자 줄곧 구공주를 찾았던 걸까? 한편 윤세현은 어떠한 감정의 변화도 없었기에, 아무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이언은 윤세현은 좀처럼 속이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처지였다. 그리하여 하고 싶은 말은 굴뚝 같았지만, 구공주에게조차 털어놓을 수 없었다.그는 나지막이 이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현비께서는… 잘 계시는가?”그러나 이경은 이 질문에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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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3화

한편 이언은 약을 복용한 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경은 그의 약에 수면을 돕는 약초를 조금 넣었기에, 적어도 그가 이른 새벽까지는 잘 수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렇기에 이서영과의 만남도 이른 새벽까지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까지는 몰랐기에, 일단은 윤세현과 함께 다시 돌아가기로 했다. 두 사람이 함께 걷는 길에 괜히 묘한 기운이 감돌았다. 이경의 마음은 여전히 가라앉지 못했다. 이른 아침 영화전 침실에서, 윤세현이 자신에게 했던 모든 행동들이 다시금 머릿속에 떠오르게 됐다. 동시에 그의 강한 힘에 짓눌려 당하게 된 치욕도 떠올랐다. 그게 치욕이었는지 아니면 설렘이었는지 그녀조차도 이젠 분간할 수 없게 되었다. 그저 그와 멀어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윤세현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그녀의 뒤를 따랐다. 결국 이경은 참지 못하고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그를 노려보았는데… “당신이랑 나…” “누군가 오고 있어.” 그는 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미 알았기에, 굳이 듣고 싶지 않았다. 이경이 말하려던 것은 이제는 더 이상 서로 얽히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녀는 지금 매우 화가 나 있었다. 오늘 윤세현이 그녀한테 한 몹쓸 짓에 비해, 그녀가 지금까지 꾹 참고 있는 것은 충분히 대단한 일이었다. 이경은 윤세현한테 분명히 얘기하고 싶었다. 두 사람은 이제 아무런 관계도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바로 그때, 정말로 누군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이경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한상궁이 나타나 냅다 그녀에게 물었다. “구공주 마마… 세자 나리랑 함께 계신 겁니까?” 한상궁의 표정은 다소 이상했다. “우연히 만난 것일 뿐, 함께 한건 아닙니다.”이경은 자신의 이름이 윤세현과 계속 엮이는 것을 원치 않았다. “한상궁님, 무슨 일이시죠?”그러나 두 사람을 바라보는 한상궁은 많은 감정이 교차하게 됐다.조금 전 멀리서 바라보았을 때, 두 사람은 나란히 걷지는 않았지만 앞뒤로 벌어진 거리에는 변함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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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4화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지금 폐하의 기분이 매우 불쾌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윤세현은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폐하의 불쾌함을 눈치채지 못한 건지, 아니면 애초에 그의 기분을 신경 쓰지 않는 건지. 이내 그가 담담히 말했다. "저랑 현주가 정이 깊긴 하지만 그저 소꿉친구의 관계뿐입니다. 그러니 제가 굳이 시시각각 현주의 곁을 지킬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뭐라고?" 그 순간 남경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한상궁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달랬다. "폐하, 노여움 푸시옵소서. 세자께서 아마도… 아마도 오해가 있는 듯하옵니다." 윤세현은 바로 그녀의 말을 받아쳤다. "안 그래도 오해가 있긴 합니다. 사실 전 현주한테 사적의 감정은 없습니다. 그리고 경이야말로 제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지목당한 이경은 순간 골치가 아파났다. 평소에는 애정이 있다고 한 번도 인정하려 하지 않더니. 폐하께서 의도적으로 이서영과 맺어주려 하는 상황에서 뻔뻔하게 나한테 마음이 있다고 말하다니. 상식대로 굴지 않는 윤세현의 모습에, 이경은 어리둥절할 지경이었다. "경아, 너랑 세자…" 남경은 정말 몹시 화가 났다. 그러나 그녀는 이경 앞에서 내색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에게 유독 편안한 느낌을 안겨준 이경을 남진에 남게 하고 싶었다. 곧이어 이경이 바로 해명했다. "폐하, 세자께서는 그저 농담을 던지신 겁니다. 저랑 세자는 이미 오래전에 이혼했습니다…" "이혼 합의서는 제가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얼떨결에 누군가가 대리로 서명한 것입니다. 경이 너, 합의서 위에 내 친필 서명이 있는 거 정말 봤어?" 그의 말에, 이경은 머리 한 방 크게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본인이 직접 서명한 게 아니라고? 합의서에 그의 도장뿐만 아니라 그의 지문까지 있었기에 그녀는 단 한 번도 의심을 한 적이 없었다. 그 합의서가, 그의 의지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몰랐다. 하지만 내가 본인의 어머니한테 그런 일들까지 저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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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5화

초나라의 세자가, 감히 남진의 수도에서 남진의 황궁에서 남진의 여황 폐하와 정면으로 충돌할 거라는 사실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이곳은 엄연히 남진의 땅이다. 윤세현의 무공이 매우 출중해 일당백의 실력을 갖췄다 한들, 타지에 널린 천군만마를 아예 두려워하지 않는단 말인가? 평소에는 절대 충동적인 면을 보이지 않던 윤세현은, 오늘 제대로 이성을 잃게 됐다. 이경은 깊게 숨을 내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녀는 더 이상 윤세현을 신경 쓰지 않고, 남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 "폐하, 세자께서는 저를 괘씸히 여기실 뿐입니다. 제가 삼황자와 함께 있는 것을 못마땅해하시거든요." 남경은 눈썹을 추켜올린 채 그저 그녀의 얘기를 조용히 들을 뿐이었다. 윤세현은 사납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이경의 얼굴을 주시했다. 이경은 지금 자신이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가, 어쩌면 그를 또 미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남진의 황궁에서, 남진의 여황과 맞서는 게 현명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확실히, 윤세현과도 더 이상 얽히고 싶지ㄷ 않았다. "저랑 남백훈은 서로 뜻도 맞고..." "어디서 헛소리를!" "나리, 대체 왜 받아들이지 못하시는 겁니까? 전 당신이 과거에 버린 여자일 뿐입니다. 당신의 손에 버림받은 여자가, 다른 사람한테 넘겨지는 것은 허락하지 않는다는 겁니까?" 이경은 아예 몸을 돌려 그를 노려보았다. "나리, 어찌 그리 포악하게 구시는 겁니까!" 내가 버린 여자라… 저 여자는 그동안 나의 모든 행동이 정말 그저 버린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는 건가? 미친 여자... "나리, 이혼 합의서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작성되었든 저희 두 사람이 이미 이혼한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나리께서 아무리 억울하다 하셔도, 제가 제 행복을 찾아가는 것을 막으셔서는 안 됩니다." "게다가, 나리께서도 이미 아름다운 여인을 얻지 않으셨습니까!" 윤세현의 표정이 급격히 굳어졌다. 남경 또한 윤세현을 주시하며 그의 눈빛을 살폈다.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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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6화

남경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필경 여자는 스스로 강해져야만 하는 존재이니, 초나라의 공주로서 자신의 신분을 명심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남경의 뜻을 눈치챈 한상궁이 이내 입을 열었다. "그럼 구공주 마마께서는, 저희 삼황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폐하께서는, 마마께서만 마음에 들어 하신다면 초나라 폐하께 친서를 보내 혼사를 청할 계획이십니다." 이경은 그들이 이렇게까지 직설적일 줄은 전혀 몰랐다. 그동안 남백훈과 함께 연기를 한 것은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혼사에 관한 건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이 일은, 먼저 남백훈의 의견을 물어봐야 할 것 같습니다만…" "마마께서는 지나치게 염려하시는군요. 마마께서만 마음에 들어 하신다면, 남백훈도 이의를 제기할 리 없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남경의 눈빛에는 그제야 희미한 웃음기가 나타났다. 방금까지만 해도 윤세현의 태도에 화가 나 가슴 한편이 욱신거렸는데, 이제야 그 답답함이 조금은 풀린 듯했다. 한편 이경은 매우 당황했다. "이 일은, 당연히 남백훈이 우선 받아들여야 됩니다." "저희 남진에서는 남자한테 그렇게 큰 권한이 전혀 없습니다. 마마께서 마음에 들어 하시기만 하면, 바로 초나라 폐하께 친서를 보내여 일을 진행시킬 겁니다." 한상궁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마마께서 저희 남진에 머무르시기를 원하시고 훗날 폐하의 곁에 계신다면, 이후 자연스레 높은 지위와 신분을 얻게 되실 겁니다." 한상궁은 이경이 남경 곁에만 머무른다면 남양 정도는 쉽게 제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했다. 그러자 이경은 자신이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르는 듯한 눈치였다. 그 모습에 한상궁이 다시 부드럽게 그녀를 달래듯 말했다. "마마께서도 분명히 잘 아실 겁니다. 예로부터 초나라에서는 여자의 지위가 남자보다 못하다는 것을. 마마께서 초나라로 돌아가시게 되면, 훗날 시집을 가게 된다 하더라도 황실과는 멀어지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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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7화

한편 방 안에서는 우당탕탕하는 소리가 났다. 자세히 들어보니, 찻잔이나 주전자가 깨지는 소리나, 탁자나 의자가 부서지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러자 문 앞에 선 칠조는 덜덜 떨며 매우 난처한 표정을 보였다. 이내 이경이 돌아온 것을 보고는 급히 다가갔지만,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결국 한 마디 했다. "세자가 화가 났어…" 칠조는 이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정말 감이 잡히지 않았다. 게다가 그녀는 평소에는 차갑기 그지없던 세자가 이렇게까지... 유치하게 구는 것은 본 적이 없었다. 정말 예상치 못한 일이고 매우 충격적이었다. 이경은 눈썹을 찌푸렸다. 윤세현이 오늘 자신한테 저지른 짓들만 봐서는, 도리여 자신이 난리 치며 화를 내야 마땅한데, 어쩌다 본인이 눈치를 보게 된 것인가.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남자였다. 잠시 후, 방 안에서 들리던 요란한 소리가 마침내 잦아들며,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와!" 안 들어갈 거야! 이경은 곧바로 자리를 떠나려 했다. "안 들어오면 네 주변 사람들을 다 죽여버릴 거야!" "…" 너무나도 화가 나 그를 당장이라도 찢어버리고 싶을 심정이었다. 하지만 결국은 그저 입술을 깨물고는 다시 몸을 돌려 태연하게 방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방 안에 들어서자마자 하마터면 욕을 뱉을 뻔했다. 완전 정신병자네! 방 안에 멀쩡한 물건이라곤 전혀 없었다. 유일하게 멀쩡하게 남아 있는 거라고는… 이경의 약상자 뿐이었다. 다행히 상자는 멀쩡했다. 그녀는 여전히 화가 풀리지 않은 윤세현을 바라보며, 내심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이성이 풀린 채 단단히 화가 난 상황에도, 그는 이경의 약상자만큼은 잘 보관해 두었다. 이 남자… "남경한테, 그 녀석이랑 결혼하겠다고 약속한 거야?" 윤세현이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화가 난 그는 이젠 품위까지 잃어버린 상황이다. 이경은 애써 그를 무시하고, 그가 잠시 미친 척하게 내버려 두려 했지만, 그의 시선이 자신의 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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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8화

윤세현은 진심이었고, 그 진심은 이경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곳을 떠나겠다는 건 정말 모든 것을 다 포기하겠다는 건가? 아니, 윤세현은 그럴 리 없다. 떠난다 하더라도,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이 짊어져야 할 짐이 있고, 자신의 책임이 있듯이, 누구에게나 자신이 원하는 것도 따로 있었다. 이경 역시 마찬가지였다. "난 안 갈 거야." "왜? 이곳에 남고 싶은 이유는 남진이란 곳이 좋아서인 거야, 아니면 여기 있는 누군가 때문인 거야?" 화가 난 윤세현은 말을 가리지 않고 멋대로 내뱉기 시작했다. 평소의 그는 이렇게 충동적인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이경과 관련되는 일이라면 그는 항상 이성을 잃게 된다. 그녀의 앞에만 서면 자제력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것이다. 이경은, 마치 태생적으로 그를 제압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았다. 마치 윤세현이 전생에 그녀에게 큰 빚이라도 진 것처럼. "떠날 수 없는 이유를 나한테 대. 만약 나를 납득시킬 수 있다면, 나도 더 이상 막지 않을 거야!" 애초에 남진에 오려한 것도 이경이 스스로 선택한 일이었다. 대체 숨겨진 비밀이 무엇이기에, 이렇게까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에 계속 남으려 하는 건지? 보통 여자라면 단지 재미를 위해서일 수도 있겠지만, 이경은 아닐 거라 믿었다. 그녀도 보통 여자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억지로라도 남으려 하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터인데, 그녀는 결코 윤세현에게 털어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자신이 원하는 답을 얻지 못했기에, 이곳을 떠날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엄청난 진실이 곧 수면 위로 떠오를 거라는 예감이 든다는 것이었다. "뭐가 됐든 난 당신이랑 같이 떠나지 않을 거야. 당신도 정작 모든 걸 내려놓고 이곳을 떠나긴 힘들 테니까." 이경의 눈빛은 점점 차가워졌다. "세자, 더 이상 유치하게 굴지 마. 당신이나 나나 이 곳을 떠날 수 없어."윤세현을 이경을 바라보며, 두 주먹을 꽉 쥐었다.사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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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9화

한 사람의 진심이 앞으로 대체 몇 번이나 더 짓밟혀야 되는 걸까? 세자는 말할 것도 없고, 방금 전 옆에서 듣고 있던 칠조 또한 마음이 아파왔. 보통 사람이라면 결국엔 포기를 할 것이다. 자신의 산산조각 난 자존심을 주워 올려 남의 발아래 짓밟히길 원하지 않으니까. 하물며 오만하기 짝이 없는 세자라면 더욱 그렇지 않겠는가? 칠조는 윤세현이 이토록 진심일 줄은 몰랐다. 번번이 거절당하고 상처받으면서도,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니. 이 세상에 과연 또 누가 이렇게까지 지독한 정을 품을 수 있을까? "반드시 후회할 거야." 제자리에 우두커니 선 채 얼굴에 미동도 없는 이경의 모습을 보고는 알 수 있었다. 그녀는 쫓아갈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을. 이 세상 모든 여인들이 탐내는 그 뛰어난 남자를 홀로 상심에 잠기게 놔두고, 절망까지 빠뜨리게 만든 상황에 칠조는 구공주가 반드시 후회할 거라고 믿었다. "네가 뭘 알아?" 겨우 시선의 초점을 되찾은 이경은 그제야 엉망이 된 바닥을 바라보며, 멍하니 침상에 걸터앉았다. "난 다는 모르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아. 당신은 정도 모르고 사랑도 모르는 그저 허수아비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순간적으로 화가 난 칠조는 깨진 도자기를 힘껏 잡았다. 그 순간, 따끔하는 통증과 함께 손가락이 베이고 말았다. 으악! 너무 아파! 방금 세자가 자리를 떠날 때 눈동자에 생기가 전혀 없었던 모습을 떠올리게 된 칠조는, 저도 모르게 따라서 심장이 아파났다. 손가락 상처보다 훨씬 더 아픈 느낌이 들었다. 너무 아파 죽어 버릴 것만 같았다. "줍지 마. 날 도와 가서 약재나 좀 찾아와." 이내 이경은 구석으로 걸어가, 종이와 붓을 집어 들고는 몇 가지 약재 이름을 적어 내렸다. "이 중 어떤 약재는 매우 희귀한 거라 구하기 어렵긴 하겠지만 반드시 모두 구해내야 해." 그러고는 은표와 약재 목록을 칠조의 손에 쥐여주었다. "알겠어." 칠조는 물건을 챙기고는, 여전히 주저앉아 깨진 조각들을 치우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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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0화

남자가 그녀를 얼마나 좋아하면, 극도로 분노한 와중에도 건드리지 않는걸까? 남백훈은 그동안 구공주를 향한 윤세현의 마음을 얕잡아 봤었다. 그런데 초나라의 전신이자 일대의 영웅 역시, 미인의 유혹을 피하지 못할 줄이야! 무적의 세자라 불리던 그에게, 이제 치명적인 약점이 생긴 것이었다. 남백훈은 이경을 바라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물었다. "정말, 단 한 번도 마음이 흔들린 적 없어?" "날 좋아한다며? 그런데 지금 다른 남자 편을 들겠다는 거야?" 이경은 그를 노려보며 비꼬았다. "허, 내 사랑은 진심이야." 이내 남백훈은 몸을 돌려 문을 나섰고, 잠시 후 주전자와 찻잔을 들고는 돌아왔다. 곧이어 미지근한 차 한 잔을 따르고는 이경의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 "널 좋아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네 앞에서 타인을 헐뜯고 싶진 않아." "다른 사람에 대한 오해가 생긴 상황에 나를 선택한 거라면, 난 그 선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 과연 진심일까?" 이경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진작에 감정 같은 건 마음에 두지 않았기에 남백훈과 말다툼할 생각은 없었다. 감정 따윈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았다. "네가 선천적으로 냉정한 성격은 아닌 것 같고, 다만 남자한테 속고 상처받아 섣불리 남자의 정을 믿지 못하는 것 같은데." 그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은 이경은 남백훈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에, 남백훈의 입가에 맺힌 미소가 굳어버렸다. 마음 한편에는 서늘함이 스쳤다. "정말 속은 적이 있는 거야?" "너랑 무슨 상관인데?" 이경은 그를 흘겨보며 코웃음 쳤다. "오지랖쟁이." "하." 정확한 대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눈치챌 수는 있었다. 이경 같이 무심하기 그지없는 여자도, 한때는 상처받은 적이 있었다니… 어쩌면 그 상처 때문에, 지금까지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일지도 몰랐다. "난 단지 네가 스스로 마음을 분명히 알기 바랄 뿐이야. 만약 그 남자가 정말 너한테 특별한 존재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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