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모두가 프로젝트에 매달려 밤낮 없이 달려왔기에 휴식이라고는 제대로 가져본 적도 없었다.그래서 이번 단합 대회는 말 그대로 숨 돌릴 기회였다.회의가 끝난 최수빈은 이혜정에게서 걸려 오는 전화를 받았다.투자 문제와 관련해 주민혁과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자리를 마련하라는 것이었다.투자금이 들어온 이상, 세부 실행안은 투자자와 맞춰가야 했다.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주민혁의 번호를 블랙리스트에서 해제했다.그리고 오랜만에 통화 버튼을 눌렀다.상당히 오랜 시간 연결음이 울린 끝에야 주민혁이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귀에 익으면서도 여전히 싸늘하고 무심한 목소리.이제는 익숙해진 태도였으니 최수빈은 간단히 요점을 말했다.“내일 시간 돼요? 저희 엄마가 투자 건으로 이야기 나누고 싶어 하세요.”“바빠. 나중에 얘기하자.”단칼에 한 거절에 최수빈은 미간을 찌푸리며 구체적인 시간을 물어보려 입을 열었다.그런데 그 순간, 전화기 너머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민혁 오빠, 물 받아놨어요. 씻으러 안 오세요?”곧 그는 낮게 대답했다.“응.”뚝!통화는 그대로 끊겼고 휴대폰을 쥔 최수빈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그리고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같이 씻는 건가?’‘그러니까 나한테 그렇게 건조하고 무심했구나. 괜히 내가 방해꾼처럼 끼어든 셈이네.’최수빈은 전화번호를 이혜정에게 넘겨주며 직접 연락해 약속을 잡으라고만 전했다.다음 날.최수빈은 주예린를 데리고 회사 단합 대회에 참석했다.요즘 일에 치여 아이와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터라 이번 기회가 소중했다.주말조차도 연구실에서 밤을 지새우던 날이 많았다.‘앞으로는 아이의 일상을 지켜줄 수 있는 균형을 찾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예린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또다시 놓치게 되겠지.’단합 대회 장소는 휴양에 탁월한 리조트였다.승마, 암벽, 온천, 실내 스키장까지 갖춘 호화로운 시설.마침 햇살은 따사롭고 잔디는 푸르게 물들어 아이들과 연을 날리기에 제격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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