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Bab 81 - Bab 90

100 Bab

제81화

송미연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최수빈을 바라보았다.주씨 가문에서 오랜 세월을 보낸 만큼 최수빈은 권세의 힘이 어떤 건지 잘 알고 있었고 그 본질도 꿰뚫어 보고 있었다.다만 주민혁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줄곧 기대를 버리지 못했다.최수빈은 그들 사이엔 사랑스러운 딸도 있었고 주민혁의 부탁으로 친구의 아이까지 돌봤으니, 언젠가는 그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그러나 그녀의 순수한 마음은 주민혁의 냉담함 앞에서 한낱 어리석은 희망으로만 비칠 뿐이었다.몇 년에 걸친 감정과 결혼 생활은 결국 한 편의 어이없는 희극으로 끝났다.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자 앞에서 모든 마음을 다해 사랑을 고백해 봤자, 그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최수빈이 퇴근 시간을 앞두고 있을 때, 경비실에서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최수빈 씨, 남편이라는 분이 회사 정문에 와 있어요.”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자신에게 남편이 없다고 말하려던 최수빈은 문득 무언가를 깨닫고 전화를 끊은 뒤 이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회사 정문에 도착한 최수빈은 주민혁의 마이바흐가 나무 그늘에 조용히 주차된 모습을 발견했다.그녀는 입술을 가볍게 깨물며 걸어가 차 문을 두드렸다.뒷좌석 차 문이 내려가자, 주민혁의 무표정한 얼굴이 드러났다.그는 담담하게 최수빈을 바라보며 말했다.“타.”“무슨 일이에요?”주민혁은 무릎 위에 손을 올려놓고 우아하게 옷자락을 정리하며 느릿한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원하던 물건.”불필요한 말은 하기 싫다는 듯 그는 간결하게 대답했다.최수빈은 잠시 생각하더니 결국 차에 올라탔다.주민혁이 특별히 찾아왔다는 건 진짜로 브로치를 가져왔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시간을 낭비하며 여기까지 올 필요가 없었다.최수빈이 차에 오르자, 운전기사는 눈치 빠르게 차에서 내려 두 사람한테 사적인 대화 공간을 마련해 주었다.두 사람만 남아 있는 차 안은 서로의 호흡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비록 한 좌석이 떨어져 있지만, 최수빈은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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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화

최수빈은 미련 없이 차에서 내렸고 운전기사가 차에 오르자마자 차는 떠나갔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손에 든 상자를 꽉 움켜쥐었다.브로치를 되찾으니 마음 한구석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브로치를 들고 사무실로 올라가자, 송미연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그냥 이렇게 돌려준 거야?”주민혁이 브로치를 빌미로 최수빈한테 뭔가를 더 요구할 거로 생각한 송미연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이런 건 그들 눈에 값어치도 없는 거야.”최수빈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들에겐 아무 의미도 없는 물건인데 내가 계속 귀찮게 구니까 돌려준 거겠지.”하지만 의외라고 생각한 건 최수빈도 마찬가지였다.어제 주민혁은 최수빈의 말을 귀담아듣지도 않는 듯했고 전혀 개의치 않는 듯한 태도를 내비쳤다.하지만 오늘 순순히 브로치를 내줬다는 건 그녀와 계속 부대끼느니, 차라리 바로 돌려주는 게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그것보다 더욱 의외였던 건 박하린이었다.“너무 순조로워서 오히려 소름이 돋을 정도야.”송미연이 몸을 떨며 말을 이었다.“두 사람 다 좋은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최수빈은 웃으며 말했다.“조심할 게 뭐가 있어. 이제 곧 이혼할 텐데.”최수빈은 박하린도 주민혁의 이혼을 바라리라 생각했다.따라서 이혼 절차는 최수빈이 재촉하지 않더라도 주민혁이 직접 서둘러 처리할 거라고 여겼다.결국 그가 그렇게 소중히 여기는 박하린을 계속 내연 관계로만 둘 수는 없을 테니 말이다.“무슨 얘기 중이야?”육민성이 커피잔을 들고 다가오며 최수빈을 바라보고 말했다.“오늘 밤에 협력사와 저녁 약속이 있는데 같이 가자. 기술적인 문제도 논의해야 하니까 문제가 있으면 즉시 피드백할 수 있도록.”최수빈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하지만 먼저 예린이 데리러 가야 해요.”최수빈은 이혜정을 부르고 싶었지만, 그녀도 너무 바쁜 터라 부탁하기에 미안했다.송미연이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앞으로 이런 모임이 많을 텐데, 조건이 나아지면 주예린을 위해 육아 도우미를 찾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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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술자리가 끝나갈 무렵.육민성이 최수빈의 과음을 막기는 했지만, 이미 상당량을 마신 그녀는 가슴이 답답해지며 머리가 어지럽더니 점점 방 안이 답답하게 느껴졌다.오랫동안 술을 마시지 않아, 이제는 주량도 많이 줄어든 상태였다.그녀는 화장실을 간다는 핑계로 밖에 나가 숨을 돌렸다.오늘 이 자리에는 조윤미뿐만 아니라 많은 협력사도 와 있었는데 모두 천공연구원의 몇 가지 특허를 노리고 온 거였다.물론 육민성도 좋은 가격에 팔고 싶었다.수입이 있어야 회사의 연구팀이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할 수 있었다.연구는 돈이 많이 들었고 연구에만 전념하는 것보다는 수입원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했다.511연구소처럼 국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다면 훨씬 나을 테지만, 육민성이 독립해서 일하는 이상 고생은 감수해야 했다.밖의 밤공기는 살짝 쌀쌀했다.시원한 공기를 몇 번 들이마시자, 최수빈은 어지럼증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다.“오빠, 그럴 필요 없어. 나는 낙하산으로 들어갔다는 소리 듣기 싫어.”멀지 않은 곳에서 박하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환청인 줄 알고 고개를 돌리자, 주민혁이 진승우와 남이준과 함께 음식점으로 들어오고 있었다.남이준도 주민혁의 친구였지만, 회사 일에 바빠 자주 모이지는 않는 편이었다.박하린의 말에 진승우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무도 낙하산이라고 못할걸요? 운상의 문은 항상 열려있으니까 언제든지 와요.”박하린은 살며시 미소를 짓고는 주민혁을 향해 말했다.“오빠, 내가 직접 회사를 차리는 건 어떨까?”“너라면 당연히 그럴 능력이 있지.”박하린은 팔을 비비며 말했다.“초여름인데 좀 쌀쌀하네.”“감기 들지 않도록 조심해.”주민혁은 자기 외투를 벗어 박하린에게 걸쳐주며 다정하게 말했다.최수빈은 시선을 돌리며 눈썹을 찡그렸다.이 장면은 그녀가 한때 늘 바라고 상상했던 장면이었다.그녀는 다른 연인들 못지않게 그녀와 주민혁 역시 허물없는 사이가 될 거라고 믿었고 그 역시 그녀에게 잘해줄 거라 망상했다.최수빈은 몇 번이고 겨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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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저녁에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주민혁은 박하린을 향해 다정하게 물었다.“먼저 룸으로 가서 먹고 싶은 걸 시켜.”주민혁의 태도는 최수빈과 그의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전혀 얼굴도 모르는 사이라고 오해할 정도였다.박하린은 주민혁이 걸쳐준 외투를 단단히 여미며 미소를 짓고 말했다.“좋아.”최수빈 역시 주민혁을 모르는 척했다.그들이 어깨를 스치며 지나갈 때, 진승우는 최수빈한테서 나는 진한 술 냄새를 맡고 비웃듯 말했다.“형을 떠나서 이제 접대녀로 직업을 바꾼 거예요?”최수빈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냉담하게 바라보며 말했다.“아침에 변기 물로 양치했나 봐요? 입에서 악취가 진동하네.”육민성이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더 이상 진승우와 입씨름을 하기 싫었던 최수빈은 육민성의 팔을 잡고 그 자리를 떠났다.무엇보다 최수빈은 육민성이 주민혁의 일행과 충돌하는 게 싫었다.얼굴이 굳어진 진승우는 떠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정말 대단한 여자라니까. 결혼 중에 바람을 피우면서 이렇게 당당하다니. 이번이 두 번째 아니에요? 형, 상관 안 할 거예요?”주민혁은 무표정으로 침묵을 지켰다.이때 조윤미가 자신의 물건을 챙겨 룸에서 나오고 있었다.이런 곳에서 엄마를 마주칠 거라 예상도 못 했던 박하린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발걸음을 멈췄다.박하린은 귀국 후 업무로 인해 가족과 시간을 보낼 기회가 적었다.주민혁은 조윤미에게 함께 식사하자고 권했다.“괜찮아. 방금 이미 먹었어. 하린이랑 잠깐 이야기 좀 할게.”그들은 모녀의 시간을 방해하지 않고 룸으로 들어가 음식을 주문했다.조윤미는 박하린에게 이번 천공연구원과의 거래 목적을 설명했다.그녀의 설명을 듣고 있던 박하린이 말했다.“천공은 꽤 거만하던데요. 제 입사 지원서를 거절했어요.”“뭐? 왜 말을 안 했어?”조윤미는 딸을 바라보며 위로했다.“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어. 너와 민혁이 사이가 좋은 만큼 그를 통해서 들어갈 수 있는 회사는 많을 거야. 네 실력이면 두 팔 벌려 환영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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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5화

조윤미는 직접적으로 질문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속내는 명백히 드러나 있었다.박하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조윤미는 두 사람 사이에 분명 무언가 있으리라 확신했다.박하린은 문득 화제를 돌렸다.“요즘 투자자를 찾는다고 그러지 않았어요? 갑자기 왜 천공과 협력할 생각을 하신 거예요?”조윤미의 얼굴색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이혜정도 그 투자를 노리고 있어. 지금 경쟁 중이야. 안 그래도 이 문제에 대해서 너랑 상의하려던 참이었어. 지금 이혜정과 나 모두 그 투자자를 만나보지도 못했거든. 정말 행적을 파악하기 어려워.”박하린은 곰곰이 뭔가를 생각하더니 담담한 표정으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볼게요.”조윤미는 딸의 뛰어난 능력을 잘 알고 있었고, 비즈니스에 해박한 점도 인정하고 있었다.“그래. 민혁이 기다릴 테니 이만 들어가 봐. 전화로 연락하자.”다음 날, 천공연구원.육민성은 서류를 들고 송미연을 찾아가 협력 연장을 논의했다.주상 그룹과의 협력 관계 중 일부 시스템 특허 사용권이 만료되어 재협상이 필요했다.사업은 사적인 감정과 별개였다.주상 그룹의 특허는 업계 최고 수준이었고 이런 기회를 놓치는 건 바보 같은 일이었다.송미연은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수빈이한테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요? 수빈이가 알면 분명히 신경 쓸 거예요.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그 나쁜 놈을 죽이고 싶다고요.”“공사는 구분해야지. 우리한테 유리한 협상이야.”두 사람이 한창 이야기하고 있는데 최수빈이 문을 열고 들어오며 말했다.“주상 그룹은 이 분야에서 선두 주자야. 같은 업계라면 언젠가는 마주칠 수밖에 없어. 내 개인적인 관계 때문에 계속 피할 순 없잖아.”송미연이 최수빈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지만...”최수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미소를 지었다.“어린애도 아니고 왜 이런 일로 감정 소모해? 돈을 거부하는 건 바보나 하는 짓이지.”유리한 협상은 해야 하는 거고 돈을 벌 기회는 잡는 게 마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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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유현서의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었고 경멸과 열기가 뒤섞인 그 눈빛을 마주한 최수빈은 모른 척하려 해도 도저히 무시할 수가 없었다.주상 그룹에 다니던 시절, 유현서와 같은 다른 동료들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제대로 바라본 적이 없었지만 그녀는 그의 눈빛이나 싸늘한 태도에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데 유현서는 마치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하겠다는 듯한 최수빈의 반응이 기분 나쁜지 눈을 흘겼다.‘얼굴이 예쁜 거 말고는 아무 능력도 없는 주제에 도대체 뭐가 잘났다고 저렇게 잘난 척이야?’회의실 안에서 최수빈은 육민성과 함께 기다리고 있었고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박하린이 들어왔다.그녀를 본 순간 최수빈은 잠시 멈칫했다.“수빈 언니?”박하린은 전혀 놀라지 않았다는 듯 부드럽게 웃었다.“오면서 혹시 언니가 육 대표님이랑 같이 오는 거 아닐까 생각했는데 정말 같이 오셨네요.”자리에 앉은 그녀는 육민성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육 대표님, 안녕하세요. 원래는 기술팀 총책임자가 직접 와서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게 맞지만 오늘 그분이 출장을 가셔서 제가 대신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그러자 육민성이 물었다.“지금 주상 그룹에서 일하고 있어요?”“아니요, 그건 아니지만 제가 민혁 오빠랑 어릴 때부터 같이 자라서요. 민혁 오빠의 일이 곧 제 일이죠. 이 정도는 제가 결정할 수 있어요.”최수빈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고 표정은 차분했다.예전에 그녀가 회사에 있을 때 주민혁은 그녀에게 핵심 프로젝트는 절대 맡기지 않았고 하물며 기술팀 일은 손도 대지 못하게 했다.그런데 지금 박하린이 입사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주상 그룹 전체를 대표해 그들과 직접 협상하고 있다니, 이건 누가 봐도 ‘사모님’ 같은 위엄이었다.박하린은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태도로 매우 전문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 결국 재계약 협의는 성사됐지만 계약서는 따로 날을 잡아 다시 만나 서명하기로 했고 일부 조항들도 다시 조율해야 했다.협상이 마무리되는 듯하니 박하린은 자리에서 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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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화

육민성은 최수빈을 바라보다가 갑자기 가슴 한쪽이 저릿했다.“지금까지 저 사람이 너한테 이렇게 대했던 거야?”주민혁은 아예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대놓고 다른 여자와 나란히 걸어 나갔는데 그 뒷모습을 보고 있자니 기가 찰 정도였다.박하린이라는 여자는 심지어 주상 그룹에 정식으로 입사한 것도 아닌데 협상 자리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사모님이라는 타이틀 덕분이었다.조금 전 박하린이 보였던 당당한 태도와 말투를 떠올리자 육민성은 새삼 감탄했다.‘수빈이가 아니면 저걸 참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편애받는 사람은 늘 거리낌이 없다.하지만 최수빈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시선을 거두고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협력이라는 건 원래 주고받는 거고 제가 주민혁 씨와 결혼한 사이인 걸 빼고 보면 선배도 그렇게까지 화낼 일은 아니잖아요. 맞죠? 저 주민혁 씨랑 곧 이혼할 거예요. 이제 그 사람이 누구랑 만나든 저와 상관없는 일이에요.”...요즘 최수빈은 연구에 몰두하느라 하루 종일 노트북을 붙잡고 있거나 팀원들과 회의하고 있었다. 주상 그룹에 다녀온 뒤로 그녀는 곧바로 다시 연구에 집중했고 퇴근하면 집에 돌아가 주예린을 돌봤다.그런데 그날 밤 아홉 시, 최수빈의 휴대폰이 울렸고 노트북을 보고 있던 그녀는 하던 일을 내려놓고 휴대폰 화면에 뜬 이름을 보자마자 눈빛이 굳어졌다.발신자는 주민혁이었고 최수빈은 원래 전화를 받고 싶지 않았으나 그가 먼저 전화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오늘은 무슨 급한 일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 할 수 없이 전화를 받았다.최수빈은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일이에요?”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목소리는 예상보다 무뚝뚝하고 차분했다.“시후가 열이 난대. 네가 병원에 가서 좀 봐줘.”하지만 최수빈은 싸늘하게 대답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요?”“최수빈.”주민혁의 목소리 톤이 살짝 낮아졌다.“시후는 네가 키운 애야. 어린애가 열 나는 거 그냥 놔두면 큰일 날 수도 있어. 이럴 때는 감정싸움 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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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화

“의사 선생님이 해열 주사도 놨는데 열이 안 떨어져요. 어떡하죠... 이러다가 혹시 열 때문에 뇌를 다치는 거 아니에요?”장수미는 어쩔 줄 몰라 발만 동동 굴렀다. 만약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중에 주민혁이 따지고 들 텐데, 그땐 정말 어쩌나 싶었다.그러자 최수빈이 담담하게 말했다.“알코올 가져오세요. 그리고 의사 선생님께 이 약도 하나 더 처방해 달라고 해 주세요.”최수빈이 정확한 약 이름을 불렀다.주시후가 열이 날 때마다 꼭 이 약이 필요했는데 이건 최수빈이 직접 주시후를 키우면서 쌓은 경험이었다.주시후는 조산아였고 아기 때부터 잔병치레가 심해서 그만큼 예민하고 유별나게 돌봐야 했다. 특히 음식 알레르기가 심해서 조금이라도 잘못 먹으면 곧장 고열로 이어졌는데 그럴 땐 해열제만으로는 부족했고 반드시 항히스타민제를 함께 써야 했다.최수빈은 손수 알코올을 적신 솜으로 주시후의 몸을 닦기 시작했고 약을 먹인 뒤 십 분쯤 지나 체온계를 다시 재보니 다행히 열이 서서히 내려가고 있었다.그제야 장수미는 안도한 듯 한숨을 살짝 내쉬었다. 병원에서는 매뉴얼대로 약을 쓰지만 아이의 체질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결국 부모였다.침대 옆에 앉아 조용히 아이를 바라보는 최수빈의 눈빛은 복잡했다. 사실 그녀는 주시후를 미워하는 건 아니었다.사실상 쉽게 마음을 끊어낼 수도 없었다. 최수빈은 주시후가 태어났을 때부터 젖병을 물려 주었고 주시후가 처음으로 그녀를 ‘엄마’라고 부를 때까지 단 한 순간도 그녀의 손을 거치지 않은 적이 없었다.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피붙이보다 더 오래 함께했고 더 많이 정이 들어 주시후는 최수빈에게 친아들과 다름없었다.심지어 주시후가 몸이 약하기 때문에 주예린보다 더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생각해 보면 오늘 밤 그녀가 병원에 오지 않았다면 주시후는 정말 위험했을지도 모른다.그날 밤 최수빈은 결국 병실을 떠나지 못했다.그리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주시후는 천천히 눈을 떴고 최수빈이 옆에 엎드린 채 잠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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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화

주시후의 눈에 모든 게 다 최수빈의 탓이었다. 애초에 그녀가 평소에 그런 음식들을 먹게만 해줬더라면 자신이 이런 음식에 알레르기가 생기지도 않았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최수빈은 그런 주시후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고 자신이 예전에 괜히 그런 말을 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녀는 4, 5년 동안 자신의 손으로 직접 키운 아이가 이 정도로 배은망덕할 줄은 몰랐다. 이제는 도와주려는 마음도, 책임지려는 의무감도 내려놓을 때다. 남의 인생을 대신 짊어질 필요는 없는 거니까.“앞으로 먹고 싶으면 먹어.”최수빈은 더는 미련을 두지 않고 바로 뒤돌아서 병실을 나가버렸다.하지만 병실 안에서 그녀가 떠나든 말든 신경 쓰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그녀가 화를 내든 상처를 받았든 관심을 두지 않았다.“아빠...”주시후는 안절부절못하며 주민혁을 올려다보면서 박하린을 대신해 변명했다.“하린 엄마한테 뭐라고 하지 마세요. 다 제 잘못이에요. 제가 원래 몸이 안 좋아서 아픈 거니까요...”박하린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미간을 찌푸린 채 주시후를 달래 주었고 이내 주민혁을 복도로 불러냈다.복도에 선 그녀는 죄책감에 눈을 살짝 내리깐 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오빠, 내가 사실 애를 키워본 적이 없잖아. 외국에서 살 때도 늘 혼자였고 아이랑 접할 기회도 없었고... 그래서 그런지, 시후 같은 어린애를 어떻게 돌봐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 게다가 내가 성격도 좀 거칠잖아. 여자로서 섬세한 면도 부족하고 가끔 나도 내가 너무 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물론 시후는 내가 낳은 친자식이지만 솔직히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겠어.”그녀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반성했다.주민혁은 그런 그녀를 차분하게 바라보면서 말했다.“누구나 처음엔 서툴러. 너무 자책하지 마.”박하린은 그의 눈을 마주보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떨궜고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그래도 난 엄마로서 내 역할은 하고 싶어... 지금껏 제대로 못 했지만 더 이상은 이대로 가면 안 될 것 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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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화

박하린의 그 말은 참 뻔뻔하고도 웃기는 소리였다.최수빈과 주민혁 사이에 무슨 감정이 있었다고 자신이 부부 사이에 영향을 미칠까 봐 걱정한다는 것일까?최수빈은 주민혁이 새삼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에 그는 주시후가 그의 친구 송지훈의 아들인데 송지훈이 사망했으니 친구로서 자신이 책임지고 아이를 키우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했었다.그녀는 주민혁과 송지훈이 어릴 때부터 생사고락을 함께한 친구, 아니, 거의 형제 같은 사이였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송지훈은 고아여서 그 대신 주시후를 돌봐줄 가족이 없었다. 그래서 최수빈은 주시후를 외면할 수 없었고 마음을 다해 아이를 아껴줬었는데 어느 날 주시후가 박하린의 아들이라는 걸 알게 됐고 그 순간부터 상황은 달라졌다. 최수빈은 분노했고 주민혁과 격하게 다퉜다.하지만 주민혁, 박하린, 송지훈 세 사람은 은산시에서 소문난 형제 같은 친한 사이였고 주민혁은 주시후가 송지훈과 박하린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라고 했었다.그때 최수빈은 정말 바보처럼 그 말을 믿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주시후는 주민혁과 박하린의 아이가 틀림없었다. 주민혁은 그 사실을 감춘 채 뻔뻔하게 최수빈에게 5년 동안 주시후를 키우게 했다.그렇지 않고서야 왜 주민혁은 주시후에게는 ‘아빠’라고 부르라고 하면서 주예린에게는 단 한 번도 ‘아빠’라고 부르지 못하게 했을까?그리고 그는 박하린을 해외로 유학 보내고 무려 5년 동안 최수빈을 가사도우미처럼 부려 먹었다.참 아이러니하고 우습게도 이제 박하린은 학업을 마치고 돌아왔고 아이도, 커리어도 다 가지게 됐다.지난 삶에선 그저 흐릿하게 지나쳤던 진실들이 이젠 너무도 선명하게 보였다.“연기 좀 그만해요.”최수빈은 차가운 표정으로 박하린을 바라보며 날이 선 말투로 말했다.“지금 박하린 씨는 혼자 좋은 건 다 챙기고 착한 척 연기하는 거잖아요. 너무 역겨워요.”그 말에 박하린은 얼굴이 창백해졌고 변명하듯 말했다.“언니, 왜 그런 말을 해요... 전 언니가 시후를 이렇게 키워줘서 진심으로 감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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