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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Penulis: 금붕어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박하린은 거의 반사적으로 그 생각을 부정했다.

그녀의 시선이 최수빈에게 향했다.

최수빈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전화를 마쳤는데 이들이 숨 가쁘게 들이닥쳤다.

이건 분명 누군가가 무언가를 흘린 거다.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박하린의 목소리는 사뭇 단호했다.

“이곳은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에요.”

최수빈은 그저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다 아무 말 없이 돌아서려 했다.

그 순간, 박하린이 날카롭게 외쳤다.

“멈춰요. 언제부터 이 방에 계셨어요? 아까 남자 한 명 못 봤어요?”

그 목소리는 초조함으로 떨리고 있었지만 최수빈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

곧, 그녀는 짧게 대답했다.

“제가 왜 대답해야 하죠?”

그 한마디를 끝으로 최수빈은 아무렇지 않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질수록 공기 속엔 묘한 냉랭함이 흘렀다.

얼마 후, 진승우가 비웃듯 말했다.

“요즘은 사람 보는 눈도 없네요.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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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85화

    심종연의 발소리가 복도 끝으로 완전히 사라진 뒤, 병실 안은 적막하기만 했다.주민혁은 병상에 누운 채 천장의 형광등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눈 부신 빛에 눈 안쪽이 시큰시큰거렸다.가슴의 상처는 아직도 은근히 욱신거렸고 숨을 쉴 때마다 온몸의 근육과 뼈가 함께 당겨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 정도 아픔은 마음속을 태우는 초조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최수빈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딸 율이는 무사할까.심종연이 두 사람에게 손을 대지는 않았을까.‘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 심종연의 뜻대로 끌려다닐 수는 없다고.’주민혁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기력이 달려 손끝이 살짝 떨렸다.그러더니 그는 손등에 꽂힌 수액 바늘을 움켜쥐고 망설임 없이 힘껏 뽑아냈다.바늘이 혈관에서 빠져나오는 순간 따끔한 통증이 느껴졌고, 곧 바늘 자리를 따라 따뜻한 피가 배어 나왔다. 피는 하얀 시트 위로 뚝뚝 떨어지며 선명한 붉은 얼룩을 만들어 냈다.그는 팔에 힘을 주고 몸을 일으키려 했다.하지만 몸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겨우 조금 들썩였다 싶더니 가슴을 찢는 듯한 통증에 다시 침대 위로 내동댕이쳐지듯 쓰러졌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자 이마에는 금세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이를 악물고 다시 한번 버텨 보려 했지만 돌아온 건 더 격렬한 통증과 눈앞을 덮치는 새까만 어지럼증뿐이었다.그제야 깨달았다. 지금의 자신에게는 몸을 일으킬 힘조차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그때 병실 문이 열리더니 간호사 두 명이 치료 카트를 밀고 들어왔다. 뒤로는 담당 의사까지 따라 들어왔다.주민혁의 손등에 번진 피와 바닥에 떨어진 수액 바늘을 본 순간, 모두의 얼굴이 확 굳어졌다.“환자분, 이게 무슨 일이에요?”간호사가 급히 다가와 그의 손등에 있던 바늘 자리를 솜으로 눌렀다.“지금은 상처가 심해서 절대 안정을 취하셔야 해요. 함부로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의사도 다가와 상처 상태를 살펴보더니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지금 환자분 몸 상태로는 조금만 무리해도 안 됩니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84화

    장성훈이 말했다.“무엇보다... 아가씨도 저를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진 않으시니까요.”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돌려 이훈에게 짧게 지시했다.“아가씨 잘 모셔. 한순간도 혼자 두지 마. 무슨 일 생기면 즉시 나한테 보고하고.”“알겠습니다, 도련님.”이훈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마지막으로 장성훈은 강지안을 한 번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쉽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이 너무 많이 얽혀 있었다.하지만 끝내 그는 아무 말도 더 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 그리고 성큼성큼 복도를 빠져나갔다.발소리는 점점 멀어지더니 마침내 복도 끝 어둠 속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강지안은 텅 빈 복도를 바라보다가 가슴이 답답하게 조여 와 숨조차 쉬기 힘들어졌다.그녀는 헛웃음을 흘렸다. 너무 가벼워서 제 귀에만 들릴 만큼 작은 소리였다.“그럴듯한 핑계는.”강지안이 모를 리 없지 않은가. 장성훈은 결국 자신과 선을 긋고 싶었던 것뿐이었다.‘그 예쁜 약혼녀의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았겠지.’겉으로는 할 도리를 다하는 척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깔끔하게 관계를 정리하려 드는 모습이 참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그 시각, 다른 한편.소독약 냄새가 병실 구석구석까지 짙게 배어 있었다. 숨이 막힐 만큼 차갑고 날 선 공기였다.심종연은 병실 문가에 서서 병상 위에 누운 남자를 무거운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닷새째 되는 아침, 규칙적으로 울리던 모니터 소리 사이로 마침내 미세한 변화가 스며들었다.속눈썹이 가볍게 떨리더니 주민혁은 이내 천천히 눈을 떴다.흐릿하던 시야가 서서히 선명해졌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심종연의 얼굴이었다. 의미심장한 웃음을 띤 그 얼굴이 정면에서 주민혁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었다.심종연은 침대 옆 의자에 앉아 있었다. 손가락 사이에는 불도 붙이지 않은 시가 한 대가 끼워져 있었고 태도는 한없이 느긋했다.“깼어요?”심종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에서는 감정이 전혀 읽히지 않았다.“이제야 조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83화

    강지안은 잠시 스쳐 지나간 장성훈의 난처해 보이는 눈빛도 놓치지 않았다.그녀의 입가에 걸린 웃음은 한층 더 차가워졌다.입버릇처럼 자신을 ‘그냥 친구’라고 잘라 말한 남자가, 한밤중에 굳이 찾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그녀는 끝까지 확인해 보고 싶었다.장성훈은 문 안쪽에서 팔짱을 낀 채 서 있는 강지안을 바라봤다. 눈빛에는 복잡한 감정이 뒤엉켜 일렁이고 있었다.“여기 있으면 안 됩니다. 최대한 빨리 떠나세요.”그러자 강지안은 표정이 더 싸늘해지더니 턱을 살짝 치켜들고 한껏 거리를 둔 듯한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여기 왜 왔는지, 그건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잠시 말을 멈춘 그녀가 차갑게 덧붙였다.“애초에 우리 둘 사이는, 네가 말한 그냥 친구는커녕 그보다도 못한 사이잖아.”장성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가슴 한가운데가 무언가에 꽉 막힌 듯 답답해 옆으로 늘어뜨린 손은 어느새 저도 모르게 꽉 쥐어져 있었다. 목소리도 한층 낮게 잠긴 듯했다.“맞습니다, 아가씨.”‘아가씨’라는 한마디가 마치 닫혀 있던 과거의 문을 여는 열쇠 같았다.예전의 장성훈은 늘 강지안의 뒤를 따르며, 이처럼 공손하면서도 어딘가 다정한 투로 그녀를 불렀었다.하지만 지금 다시 들리는 그 호칭에서는 끝없이 거리를 두는 듯한 태도만 느껴졌다.“전 감히 아가씨와 친구가 될 처지는 아니죠. 그래도 아가씨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여기서 당장 떠나는 게 맞습니다.”“난 널 찾아온 게 아니야.”강지안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그의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그러고는 힘을 주어 또렷하게 한마디 한마디를 건넸다.“내 친구들, 주민혁이랑 최수빈 씨를 찾으러 온 거지. 두 사람이 지금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내가 어떻게 그냥 두고 가?”이에 장성훈은 순식간에 표정이 굳더니 주변 공기까지 단숨에 가라앉았다.그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이번 일의 내막은 생각보다 훨씬 깊습니다. 아가씨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괜히 충동적으로 아가씨 자신은 물론이고 강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82화

    장성훈도 알고 있었다. 방금 자신이 내뱉은 ‘그냥 친구’라는 말이 강지안의 마음을 얼마나 깊이 후벼팠을지.하지만 그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심종연의 세력은 뿌리 깊게 얽혀 있었다. 강지안이 아무런 대비도 없이 이곳까지 온 것 자체가 이미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때문에 여기서 그가 그녀와 조금이라도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간, 강지안은 순식간에 심종연의 눈엣가시가 될 게 분명했다....강지안은 택시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열몇 시간에 걸친 비행의 피로도 아직 다 가시지 않았는데, 가슴속을 짓누르는 답답함은 마치 불덩이처럼 타올라 그녀를 가만히 있지 못하게 만들었다.차가 골든 호텔 앞을 지나갈 때였다. 운전기사가 지나가는 사람을 피하려고 속도를 줄였고 강지안은 무심코 창밖을 흘끗 바라봤다. 그런데 그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호텔 현관의 따뜻한 노란 조명 아래, 장성훈과 민채영이 나란히 서 있는 것이었다.민채영은 그와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고개를 살짝 기울인 채 무언가를 속삭이고 있었다. 입가에는 달콤한 웃음이 번져 있었다.장성훈도 그녀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웬일로 미소가 번진 얼굴에 늘 날카롭고 냉랭하던 분위기마저 한결 부드러워 보였다.두 사람은 너무도 잘 어울렸다. 선남선녀라는 말이 딱 들어맞을 만큼 가까웠고 꼭 정성껏 그려 낸 다정한 한 폭의 그림 같았다.강지안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며 따끔한 통증이 번졌다.그제야 알 것 같았다.장성훈이 아무 말 없이 떠나버린 이유도, 자신을 그렇게 차갑고 멀게만 대했던 이유도, 그리고 그 정식 약혼녀라는 여자를 아무렇지 않게 인정했던 이유도...눈앞의 민채영은 화사하고 아름다웠고 집안까지 부족할 것 없는 여자였다. 이렇게 잘 맞는 혼사를 마다할 남자가 어디 있겠는가.그럼 강지안 그녀는 뭘까.그저 장성훈의 인생에서 스쳐 지나간 하찮은 과거일 뿐이었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쉽게 버릴 수 있는, 그런 옛사람 말이다.택시는 천천히 그 자리를 벗어났다. 눈을 찌르듯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81화

    민채영은 장성훈의 시선을 따라 강지안을 바라봤다. 눈꼬리에 번진 웃음에는 사랑스럽고 애교 어린 기색이 묻어 있었다.그녀는 장성훈의 팔을 감싼 손을 살짝 흔들며 물었다.“아, 두 사람 아는 사이었어? 아까 공항에서부터 눈에 띄더라고. 정말 예쁘시고 분위기도 좋으시던데, 두 사람은 어떤 사이야?”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이었지만 사실은 한마디 한마디가 전부 떠보는 질문이었다.민채영은 장성훈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원래도 차갑고 말수가 적은 데다 누구에게나 벽을 두는 남자였다. 그런 그가 저렇게 평정심을 잃고 직접 쫓아와 상대의 손목까지 붙잡았다면, 눈앞의 여자가 예사로운 존재일 리 없었다.장성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얇은 입술은 차갑게 굳어 일자로 다물어졌고 몇 초쯤 침묵하던 끝에야 겨우 입을 열었다.“그냥 친구야.”가볍게 던진 다섯 글자였지만 그 말은 무딘 칼처럼 강지안의 가슴을 깊게 훑고 지나갔다.캐리어 손잡이를 잡고 있던 그녀의 손가락에 힘이 확 들어갔다. 마디가 하얗게 질렸고 눈빛은 순식간에 빛을 잃었다.강지안은 장성훈을 올려다봤다. 스스로를 비웃는 듯한 그 눈빛에는 미처 감추지 못한 실망의 기색이 조금 섞여 있었다.‘그냥 친구라...’그렇게 오랜 시간 곁을 지키며 함께 버텨 온 세월도, 숱한 풍파를 같이 건너온 시간도, 장성훈의 눈에는 결국 그저 ‘그냥 친구’ 라는 한마디에 불과했던 것이다.민채영은 두 사람 사이에 내려앉은 무거운 기류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더 짙게 웃으며 장난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난 전여친인 줄 알았어.”이 말이 떨어지자 어색하던 분위기가 더욱더 짙어졌다.강지안은 한쪽 입꼬리를 씩 끌어올렸다. 씁쓸해 보이는 웃음이었다.곧 그녀는 장성훈을 쳐다보지도, 민채영의 말에 대꾸하지도 않은 채 그저 캐리어 손잡이를 더 꽉 움켜쥐고 몸을 돌려 공항 밖으로 걸어 나갔다.꼿꼿하게 서 있는 뒷모습에는 미련이 남은 기색이 없어 보였다.공항 밖은 바람이 거셌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80화

    강지안은 발걸음을 멈추며 얼른 뒤를 돌아봤다.멀지 않은 통유리창 앞에 한껏 꾸민 여자가 서 있었다.짙은 갈색의 롱 캐시미어 코트에 같은 계열의 머플러를 두른 채, 화장은 흐트러짐 하나 없이 완벽했다. 눈빛은 누가 봐도 안하무인의 눈빛이었다.시선이 마주친 순간에도 그 여자는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이를 본 강지안은 단번에 미간을 찌푸렸다.낯선 타국의 경유 공항,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이곳에서 그 여자의 시선은 지나치게 노골적이었다.그래서 그녀는 캐리어 손잡이를 더 세게 움켜쥔 채 숨을 한 번 고르고, 직접 따져 묻기 위해 발걸음을 떼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가 그녀의 손목을 덥석 붙잡았다.익숙한 힘, 살짝 서늘한 체온, 너무도 익숙해서 뼛속에 새겨진 듯한 그 기척...강지안은 온몸이 그대로 굳어 서서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역시나 장성훈이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검은 코트를 걸친 채, 그는 또렷한 눈빛을 띠며 꼿꼿하게 서 있었다.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어쩐지 초조한 기색도 엿보이는 듯했다.그는 화를 억누른 목소리로 물었다.“여기는 왜 왔어요?”강지안은 목이 턱 막혀 버린 것만 같았다.하고 싶은 말은 수없이 밀려오는데 정작 입 밖으로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그래서 그저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한때는 한순간도 떨어지지 않고 강지안의 곁을 지키며, 세상의 모든 비바람을 대신 막아 주던 그 남자를...“성훈 씨.”한 맑은 여자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곧 조금 전 창가에 서 있던 그 여자가 부드러운 미소를 띤 채 천천히 걸어왔다.그러고는 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장성훈의 팔에 팔짱을 꼈다. 몸까지 바짝 붙인 채 애교 섞인 말투로 웃기까지 했다.“안 올 줄 알았는데.”장성훈은 그녀를 내려다봤다. 그러자 차갑게 굳어 있던 눈빛이 눈 깜짝할 사이 누그러졌고 그 대신 강지안조차 처음 보는 다정한 기색이 번졌다.그는 손을 들어 제 팔을 감고 있는 여자의 손등을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73화

    “안녕하세요. 저는 주 대표님이 고용한 변호사, 하유준입니다.”주민혁 옆에 앉아 있던 남자가 공손하게 최수빈에게 인사를 건넸다.“서류 먼저 보시고 다른 의견이 없으시면 서명하시면 됩니다. 내일 구청에 가서 정식으로 등록하시면 되고요.”하유준은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변호사이자 진승우가 직접 소개한 인물이다.어제 병원에서 벌어진 일을 알게 된 주민혁은 곧장 가장 능력 있는 변호사를 불러들였다.최수빈이 드디어 이혼이라는 벽 앞에 섰으니 모두가 속으로는 기뻐했을 것이다.그동안 박하린의 자리를 차지해 온 여자가 이제는 물러나야 하니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1화

    주민혁이었다.그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손에는 하얀 국화를 들고 있었다.그리고 언제나처럼 표정은 무겁고 기세가 압도적이었다.최진식은 그를 보자 입을 다물었지만 얼굴에 놀라움은 없었다.주민혁이 온 것이 너무 의외는 아니었다.곧 그는 시선을 천천히 최수빈에게 돌리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너무 늦진 않았지?”그 말은 겉보기에만 다정했지만 최수빈은 살짝 놀랐다.조금 전까지 전화로는 박하린과 함께 있었는데 이렇게 금세 태도를 바꾸다니.주예린은 아버지를 보자 기뻐하며 달려갔다.“아빠!”“응, 착한 우리 딸.”주민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6화

    그때 주민혁이 느긋하게 사무실에서 걸어 나왔다.박하린은 그를 보자 벌떡 일어나 말했다.“민혁 오빠, 오늘 점심은 양식 먹으러 가자.”주민혁은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그녀를 향해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응.”최수빈은 육민성과 함께 자리를 뜨려던 찰나, 두 사람의 대화를 우연히 들었다.사실 주민혁은 양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집에서 자신이 해줬을 때도 단 한 번도 입에 대본 적이 없었다.어쩌면 아예 싫어하는 게 아니라 단지 그녀와 함께 먹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무엇이든 기꺼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23화

    박하린은 최수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태연하게 말을 이었다.“저 B구역에 자리를 하나 살까 해요.”그러자 최수빈의 표정이 단번에 굳어버렸다.그곳은 외할머니가 묻혀 있는 자리였다.조윤미는 어머니의 가정을 파괴한 불륜 상대였다.그런 사람과 자신의 외할머니를 같은 구역에 두겠다고?그것은 명백한 모욕이었다.외삼촌과 이혜정이 알게 된다면 분노할 것은 뻔한 일이었고 지금 이 순간조차 그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결국 이 모든 것은 주민혁이 박하린을 제멋대로 굴도록 방치한 탓이었다.최수빈의 손에 쥔 생수병이 덜덜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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