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Kabanata 721 - Kabanata 730

812 Kabanata

제721화

심종연의 시선이 천천히 주민혁에게로 옮겨졌다.잠시 후, 그는 얼굴에 온화하면서도 느긋한 미소를 띠었다.“바라던 바입니다. 주 대표님께서만 괜찮으시다면요.”이 한마디로 심종연의 입장은 충분히 드러났다.마치 그와 주민혁 사이에는 아무런 앙금도, 불편한 과거도 없다는 것을 모두에게 노골적으로 보여주듯 했다.최수빈은 심종연이 이렇게까지 시원하게 답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너무도 망설임이 없어서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하지만 이런 국면에서 주민혁이 동의할 리는 없었다.그는 심종연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에는 늘 그랬듯 침착하고 여유로운 기색을 유지한 채 차분하지만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심 대표님의 호의는 감사히 받겠습니다만 주상 그룹은 이미 하반기 사업 계획에서 협력 파트너를 확정한 상태입니다. 이 시점에서 변경하게 되면 공정이 지연될 뿐 아니라 최종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요.”말을 마친 그는 잠시 멈췄다가 최수빈을 한 번 바라본 뒤, 다시 심종연에게 시선을 돌려 미소 지었다.“이번 프로젝트에는 참여할 계획이 없습니다. 다만 심 대표님의 결단력만큼은 인상 깊군요. 다음에 더 적절한 프로젝트가 있다면 그때 협력해도 늦지 않겠지요. 공사는 무엇보다도 때와 균형이 중요한 법이니까요. 무리는 금물입니다.”그의 말은 흠잡을 데 없이 정중했고 거절치고는 지나치게 매끄러울 정도였다.심종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이번 프로젝트 입찰에 참여할 생각이 없으시다면... 주 대표님께서는 왜 이 자리에 오신 거죠?”그러자 주민혁이 느긋하게 웃으며 답했다.“구경 삼아 왔습니다.”심종연은 더 말하지 말고 곁에서 줄곧 침묵을 지키고 있던 최수빈에게 다시 시선을 옮겼다.“주 대표님께서는 협력 의사가 없으시다는데 수빈 씨의 생각은 어때요? 이 프로젝트를 함께 따낼 의향 없으세요?”분명한 답을 듣고 싶은지, 그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끝까지 물고 늘어질 기세였다.평소의 심종연은 언제나 신사적이고 예의 바르며 선을 지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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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그의 말은 빈틈없이 맞아떨어졌고 흠을 잡을 구석이 없었다.결국 주선웅을 부축해 자리에 앉힌 사람은 주민혁이었다.“몸이 불편하면 병원에 가서 쉬는 게 맞아. 굳이 버틸 필요 없어. 정말로 원하는 프로젝트라면 내가 나서서라도 도와줄 수 있고. 병원에서 마음 편히 쉬어.”말투는 차분했지만 만약 형인 주선웅이 오늘 이 프로젝트를 원한다면 자신이 반드시 손에 쥐여주겠다는 확신이 묻어 있었다.주선웅은 고개를 들어 주민혁을 바라보았다. 잠시 동안 눈빛이 고요하게 가라앉는 듯하더니 이내 옅은 미소를 지었다.“굳이 네 도움까지 받을 필요 없어. 나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주민혁은 담담하게 말했다.“괜히 무리할 필요는 없어. 우리는 가족이잖아.”그저 듣기 좋은, 전형적인 빈말이었다.“아버지도 우리 둘이 협력하길 바라셔. 주상 그룹이 한 단계 더 도약한다면 형이나 나나 체면이 서는 일이지. 동생 입장에서 굳이 형이랑 무언가를 다툴 생각도 없어. 원하는 게 있다면 그냥 나한테 말만 해.”그러자 주선웅은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형, 형하는데 내가 어떻게 네가 피땀 흘려 일궈 온 걸 쉽게 가져갈 수 있겠어? 네가 가진 모든 것도 다 그동안 스스로 쌓아 올린 거잖아. 내가 공짜로 가져갈 수는 없지.”얼굴에 여전히 흠잡을 데 없는 미소를 띤 채, 주민혁은 느긋하고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가족끼리는 그런 말 하면 안 되지. 형이 그렇게 말하는 건 나를 동생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뜻으로 들리네?”이 한마디에 주선웅은 더 이상 할 말을 찾지 못했다.주민혁은 이어서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동생으로서 형한테 한 가지는 꼭 말하고 싶어. 내 전처랑은 거리를 좀 두는 게 어때? 괜한 소문이 돌면 주씨 가문에 좋을 게 없잖아. 그 이야기가 아버지 귀에 들어가면 아버지께서 어떻게 생각하시겠어? 이미 아버지한테 최수빈과의 결혼 이야기를 꺼냈다가 명확하게 거절당했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집을 부린다면 그건 아버지의 역린을 건드리는 거랑 같아. 그때는 나도 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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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최수빈이 물었다.“만약 정말 그렇다면 왜 저한테 그런 말을 했을까요? 그 사람에게 무슨 이득이 있죠?”육민성이 낮게 웃었다.“반드시 이득이 있어야만 하나? 널 돕는 건 그 사람의 선택이었을 수도 있지. 이미 아들은 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주씨 가문에서 내쳐졌고 지금 그 사람에게 남은 건 친딸 하나뿐이야. 앞으로 다시 결혼해서 아이를 가질지도 미지수고.”그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덧붙였다.“너는 그 친딸의 친엄마잖아.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설령 너에게 개인적인 감정이 전혀 없다 해도,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걸 모른 척할 수는 없었을 거야.”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마음속에는 결국 남아 있는 게 있는 법이었다. 핏줄이라는 건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게 아니니까.최수빈은 더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어쨌든 주민혁이 경고해준 거였어요. 오늘 심 대표님은 계속해서 이번 프로젝트 협력을 받아내려고 했잖아요. 어쩌면 정말 안에 큰 문제가 있는 걸 수도 있어요. 태도가 너무 비정상적이었으니까.”늘 온화하고 예의 바르며 함께 있으면 편안한 인상을 주던 사람이 그렇게 집요해진다는 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사업가는 결국 이익을 우선시하지. 하지만 정부 프로젝트 자체가 문제인 게 아니라 문제는 함께하는 파트너일 가능성이 커.”육민성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이번 프로젝트는 난도가 높아. 따내기만 하면 우리에게도 큰 도전이 되겠지만 협력사를 고르는 데서는 정말 신중하고 또 신중해야 해.”그는 최수빈을 바라봤다.“은산시를 떠날 생각은 그대로인 거야? 떠나기 전에... 한 번 크게 해볼 생각은 없어?”최수빈의 머릿속에 주민혁이 했던 말들이 스쳤다.‘아직 누가, 왜 그 사람을 노리고 있는지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모든 걸 정리하고 떠나버린다면...’최수빈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떠날 거예요.”떠나는 것이 가장 나은 선택이었다.어머니인 이혜정은 성인이었기에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었다.그리고 떠나기 전까지, 그녀는 할 수 있는 한 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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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요즘 밖에서는 주씨 가문의 가풍이 문란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주기훈은 냉랭한 얼굴로 주민혁을 바라봤다.“나는 원래 주씨 가문을 네게 안심하고 맡기면 네가 모든 걸 깔끔하게 정리해 나갈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지금 여론이 이렇게 흘러가는데도 넌 수습은커녕, 오히려 직접 그 안에 뛰어들어 판을 키우고 있잖아. 최수빈 하나 때문에 네가 대체 몇 사람을 적으로 돌렸는지 알아? 체면을 지키며 해결할 수 있는 일도 많았을 텐데 굳이 신분과 지위를 앞세워 강경하게 밀어붙여야 했나? 주상 그룹을 이끌어 온 세월이 얼만데 이제는 회장이라는 사람이 인간관계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잖아. 아니, 그냥 아예 처리할 생각이 없는 거지?”주민혁의 능력이 부족해서일 리는 없을 테니 남은 가능성은 하나뿐이었다. 일부러 손을 놓고 있었고 이 소문과 여론이 어디까지 커지는지 지켜보고 있는 것이었다.주민혁의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고 목소리 역시 담담했다.“소문은 결국 분별력 있는 사람 앞에서 멈춥니다. 전 제 행동과 처신은 바로잡을 수 있지만 남의 입까지 막을 수는 없어요.”눈빛이 깊게 가라앉더니 분노로 인해 주기훈의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다.두 아들 모두 하나같이 속을 썩이는 존재였다.“너희 둘 말고도 내가 기댈 데가 없다고 생각하니?”주기훈은 주민혁을 노려보며 말했다.“이혼했으면 깔끔하게 끝냈어야지, 더 이상 상대를 옭아매서는 안 돼. 그 결혼에서 가장 큰 잘못을 한 쪽은 주씨 가문이었다. 그걸로 이미 충분히 논란거리가 됐어. 네 마음이 불편해서 보상하고 싶었다면 아버지로서 반대하지는 않았을 거다. 오히려 밖에서는 좋은 남자라는 소리까지 들었을지도 모르지. 그런데 지금 네가 하는 짓을 봐. 반성은커녕 고집불통이잖아.”그러더니 이번에는 손가락을 들어 주선웅을 가리켰다.“그리고 너! 하필이면 왜 동생의 전처야? 주씨 가문은 지금도 충분히 도마 위에 올라 있는데... 거기에 더 불을 붙이고 싶은 거야?”주선웅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주씨 가문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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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연이어 쏟아지는 질문들은 하나하나가 땅을 울리듯 무거웠다.주민혁은 두 사람이 팽팽하게 맞서 대화를 이어가는 모습을 잠자코 지켜보다가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여기 제 몫은 없는 것 같으니 두 분이서 말씀 나누세요.”그런 다음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려 했다.“거기 서라. 네 형 얘기한다고 넌 아예 상관이 없는 것 같아? 나 곧 자리에서 물러설 거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둘 다 좀 조용히 지낼 수는 없는 거야? 왜 자꾸 문제를 만들려 드는 건데.”이에 주민혁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고개를 돌려 어두운 눈빛으로 아버지를 바라보았다.“여태 저는 한 번도 문제를 만든 적이 없습니다.”목소리 또한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수빈이와의 이혼은 오로지 저희 부부 사이의 일입니다. 아버지와는 아무 상관도 없어요. 아버지 마음속의 장남이 돌아왔으니 내일부터는 형에게 집안일을 맡기시면 되겠네요. 저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습니다.”주민혁은 이렇게 말한 뒤, 뒤돌아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주기훈은 가슴을 크게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었다. 눈앞이 아득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아버지, 민혁이는 일찍이 철이 든 아이예요. 아버지께서 이렇게 나오시면 그 아이 마음이 얼마나 상하겠습니까. 전 다시 주상 그룹으로 돌아갈 생각 없고 주씨 가문의 재산도 바라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제 길과 제 일이 있어요. 지금 아버지께서 민혁이에게 한 발짝 물러설 수 있는 명분만 주신다면 민혁이는 분명 내려올 겁니다.”주선웅이 낮은 목소리로 위로하듯 말했다.“저도 아버지를 곤란하게 할 생각은 없어요. 주상 그룹을 전부 제게 맡긴다 해도 제가 민혁이만큼 잘할 거라는 보장 없고요. 그동안 민혁이가 회사를 이렇게까지 잘 이끌어왔잖아요. 이제는 모든 권한을 민혁이에게 돌려줄 때라고 생각합니다.”주기훈의 얼굴은 여전히 굳어 있었다.그가 앉아 있는 자리는 높았지만 주상 그룹의 지분이 그의 손에 있는 것은 아니었고 주민혁은 어디까지나 대신 경영을 맡은, 굳이 말하자면 고용된 관리자에 가까웠다.“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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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이를 주기훈은 표정이 잠시 가라앉더니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후, 주기훈은 손을 들어 주선웅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그동안 해외에서 많이 힘들었지? 이렇게 잘 자라 준 건, 형으로서 네가 짊어져야 했던 책임 덕분이야. 넌 단 한 번도 내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었다. 오히려 아버지인 내가 너에게 미안할 뿐이구나.”주선웅은 미소를 지었다.“그때 일은... 아버지도 사정이 있었잖아요. 이모도 그렇고요. 가화만사성이라는데 이모가 저를 못마땅해했으니 제가 밖으로 나가는 게 맞죠.”주기훈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얼굴에는 무거운 기색이 짙게 깔렸다.“그때는 그 사람이 철이 없었고 나도 사업에만 매달리느라 네 마음을 살피지 못했어. 결국 널 놓아버린 건 전부 이 아버지 잘못이야. 그 점은 정말 미안하다.”그는 지난 세월 동안 끊임없이 자신의 선택을 되돌아보아 왔다. 그리고 이제야 어렵게 주선웅을 다시 곁으로 불러들인 것이다.“주상 그룹은 처음부터 네 몫으로 남겨둔 것이었어.”주기훈은 주선웅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리고 넌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이에 주선웅은 담담하게 답했다.“아버지, 지난 일은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굳이 다시 꺼낼 필요는 없어요. 아버지에게도 사정이 있었고 저에게도 사정이 있었죠. 부자 사이에 굳이 말이 많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그 말은 화해하자는 뜻이었다.주기훈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민혁이는 사업 쪽에서 자기만의 안목과 수단이 있다. 네가 이 업계에서 오래 몸담아 왔다 해도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민혁이한테 물어봐.”“알겠습니다. 체면 때문에 모르는 척하지는 않을 거예요.”그날 밤, 두 사람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주선웅이 자리를 떠날 때, 주기훈은 그대로 서서 그의 뒷모습을 깊은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그러나 등을 돌리는 순간, 주기훈의 얼굴에 걸려 있던 미소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이런 재벌가 안에서는 진정한 부자간의 정이란 존재하지 않았고 서로에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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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연회가 끝난 뒤, 최수빈은 육민성과 회사 협력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직접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했을 때, 주예린은 일찌감치 잠들어 있었다.최수빈은 발소리를 한껏 죽인 채 딸의 방으로 들어가 깊이 잠든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그러고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딸의 볼을 살며시 쓰다듬었다.주예린은 아주 깊은 잠에 빠져 있어 그런 미세한 움직임에도 전혀 반응하지 않았다.딸이 편안하게 잠든 모습을 볼수록 최수빈의 가슴은 점점 아파왔다.그녀는 분명 딸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었다. 하지만 일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순간들이 너무 많았다.최수빈이 집에 돌아와 보면 주예린은 대부분 이미 잠들어 있었다.이혜정이 아이를 봐주고 있긴 했지만 최수빈의 마음에는 지울 수 없는 미안함이 남아 있었다.일과 삶의 균형을 나름대로 잘 맞추고 있다고 생각했고 가능한 한 시간을 내 딸과 함께하려 애써 왔다.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온전히 딸에게만 그 시간을 쏟을 수 없었다.이 세상에서는 모든 것을 동시에 가질 수 없는 법이었다.만약 딸 곁에 전부를 바쳐 함께하고자 한다면 그녀는 주민혁과 맞설 수 있는 신분도, 딸을 지켜줄 버팀목도 될 수 없었다.딸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길 바랐고 동시에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딸의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싶었으나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두 배는 더 애써야 했다.최수빈은 몸을 낮춰 주예린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추고는 이불을 단단히 덮어준 뒤, 조용히 방을 나왔다.은산시에서의 일들을 모두 정리하고 나면 최수빈은 주예린을 데리고 이곳을 떠날 생각이었다.그리고 그때부터는 딸과 함께하는 시간을 훨씬 더 많이 가질 것이었다....딸의 방 문을 닫고 거실로 나온 순간,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이미 밤이 깊은 시간이라 찾아올 사람은 거의 없었다.최수빈이 시계를 한 번 바라보았다. 어느새 자정이었다.문 앞으로 다가가 인터폰 화면을 통해 앞에 서 있는 남자를 확인하자 그녀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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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머릿속이 그야말로 엉망이라 최수빈은 지금 더 이상 주민혁과 어떤 식으로든 얽히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강력접착제처럼 어디를 가든 끈질기게 따라붙었다.게다가 연회에서 단검이 날아왔던 일, 그 순간 느껴졌던 날 선 기척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주민혁은 그 칼이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고 말했지만 이런 일에 과연 확신이란 게 있을까?최수빈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좋아요. 그럼 지금 당장 말해 줘요. 어디가 위험하다는 거죠? 민혁 씨의 말이 사실이라고 가정할게요. 예린이를 민혁 씨가 정한 학교에 보내도 좋고요. 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신뢰예요. 민혁 씨는 어떤 방식으로 나에게 그 신뢰를 줄 수 있죠?”신뢰, 이는 주민혁이 단 한 번도 최수빈에게 준 적 없는 것이었다.그들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눠본 적조차 없었기에 앞으로도 관계가 더 나아질 가능성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이혼 전에도 불가능했던 일이 이혼한 지금 가능할 거라는 것은 말이 안 됐다.주민혁은 그녀의 냉담한 표정을 바라보았지만 얼굴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늘 그랬듯 차갑고 담담할 뿐이었다.“넌 똑똑한 여자야. 굳이 내가 하나하나 짚어주지 않아도, 최근에 벌어진 일들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지 않나?”최수빈은 바로 맞받아쳤다.“그러니까 그 말은, 민혁 씨가 뒤에서 나랑 예린이를 지켜주겠다는 거죠? 대신 모든 일은 민혁 씨의 계획과 지시에 따라야 하고요.”이에 주민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최수빈이 피식 비웃었다.“그럼 기한은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돼야 하죠?”그녀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생명이나 딸의 안전을 어떤 남자의 손에 맡길 생각이 없었다.모든 선택권과 주도권은 반드시 자신의 손에 있어야 했다. 그렇기에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주민혁은 태연하게 말했다.“그때가 되면 네가 원하는 건 뭐든지, 어떤 요구든 다 들어줄게.”그는 오늘 밤 유난히 관대했고 이렇게 한밤중에 직접 찾아오는 일도 드물었다.최수빈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어지러운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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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최수빈은 숨이 막히는 듯했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온통 혼란스러움으로 가득 찼다.“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요? 언제 민혁 씨한테 그렇게 표현했었죠?”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소리를 하는 거야? 난 전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주민혁은 짙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이내 시선을 내리깔았다.“4년 전, 할머니 생신 연회에서 네가 직접 할머니께 했던 말이야. 설마 잊은 건 아니겠지?”최수빈은 잠시 말을 잃었다.기억은 자연스럽게 4년 전, 그 밤으로 되돌아갔다.결혼하고 나서 첫해였던 그때, 원금영은 최수빈에게 물었다. 주씨 가문에서 지내는 게 괜찮은지, 또 집안 분위기는 어떤지.하여 그녀는 솔직하게 주씨 가문 전체의 분위기가 자신을 조금 숨 막히게 만든다고 말했었다.그리고 주민혁에게서 느껴지는 건 진심 없는 형식적인 태도뿐이고 그녀는 그런 식의 겉도는 관계가 아니라 고생을 함께 나누며 끝까지 가고 싶다고 말했다.“그날 밤... 문밖에 있었어요?”주민혁은 그녀를 보며 답했다.“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어떻게 네 진짜 마음을 알았겠어?”그녀는 분명 좋은 사람, 좋은 아내였다.하지만 주민혁이 보기에 그동안의 그 좋은 모습들은 꾸며낸 것에 불과했다.최수빈은 가슴이 답답하게 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그런 말을 하긴 했죠. 하지만... 내가 한 말을 끝까지 듣긴 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내가 주씨 가문을 떠나고 싶어 한다고 단정 지은 채 날 오해하고 나한테 냉정해진 거예요?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단 한 번이라도 나한테 직접 물어볼 생각은 안 했어요?”그녀의 목소리가 점점 날카로워졌다.“정말 그렇게 형식적인 사람이었다면 내가 왜 오랫동안 민혁 씨의 곁에 있었겠어요? 왜 주시후까지 돌봤겠어요? 내가 그렇게 사악한 사람이에요?”최수빈은 이러한 생각을 하는 그가 너무도 우습게 느껴졌다.하지만 동시에 그가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자신에 대해 단정 지을 사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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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최수빈의 질문은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했고 그 반문에 남자는 자리에 앉은 채 꼼짝도 하지 못했다.무릎 위에 올려둔 주민혁의 손이 눈에 띄지 않게 조금 더 힘을 주어 움켜쥐어졌다.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을 때, 그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한층 잠겨 있었다.“내가 보기에는 지금 이 지경에 이른 모든 상황,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은 전부 네가 바라던 바야.”주민혁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와서 아니라고 말해봤자... 이제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게 됐어.”최수빈은 즉각 되물었다.“중요하지 않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는데 뭔 어떤 지경이요?? 그럼 예전에는 중요했어요? 그럼 예전의 내가 아니라는 전제로, 모든 걸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 줘요. 민혁 씨가 뭘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아야 믿을 수 있어요.계속 나와 예린이를 해치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난 민혁 씨의 말이나 행동 어디에서도 그런 진심을 느낀 적이 없어요.”최수빈은 말을 멈추지 않았다.“민혁 씨도 알잖아요. 예린이는 어릴 때부터 민혁 씨를 좋아했고 아빠의 존재를 갈망했어요. 그런데 민혁 씨는 아빠라는 말 한마디조차 못 부르게 했죠. 그러면서 주시후에게는 아빠라고 부르게 하고 친아들처럼 떠받들었어요. 정작 친딸인 아이에게는 관심조차 없었고요. 대체 그 이유가 뭐죠? 민혁 씨의 눈에 예린이는 친자식이 아닌 건가요?”묻고 싶은 것은 끝이 없었다.주민혁이 대답해 줄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지금의 표정만 봐도 그는 답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얼굴에는 더 이상 늘 보이던 냉담함만 남아 있지 않았고 주민혁은 미간을 깊게 찌푸린 채, 눈앞의 여자를 바라보았다.이렇게 모든 일이 그의 계산대로 흘러가고 있었다.“민혁 씨는 한 번도 나랑 예린이를 사람으로 대해본 적이 없어요. 우릴 그저 민혁 씨의 계산 속에 포함된 대상, 물건처럼 여겼을 뿐이죠. 민혁 씨가 말하는 우릴 위한 선택이 정말 우리를 위한 거였나요? 단 한 번이라도 물어본 적 있어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와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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