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은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주민혁이 데려다준다 하자 그녀는 거절하지 않았다. 집에 올라온 뒤에는 그에게 한마디 할 틈도 주지 않고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다.머릿속이 유난히 어지러웠다.집에 돌아오자마자 소파에 웅크려 앉은 최수빈의 머릿속은 온통 원금영과의 기억으로 가득 찼다.너무도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그녀는 무릎을 끌어안고 고개를 깊숙이 묻은 채 소리 없이 울며 어깨만 작게 들썩거렸다.외할머니에 더불어 이제는 원금영까지, 어린 시절의 모든 즐거움을 안겨주던 두 할머니가 이렇게 차례로 최수빈의 곁을 떠나버렸다.얼마나 오래 거실에 앉아 있었는지, 또 얼마나 울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불도 켜지 않은 채 병원에서 돌아온 그대로 최수빈은 꼼짝하지 않았는데 신발을 벗다 묻은 바짓단의 먼지조차 여전히 남아 있었다.머릿속에서는 수많은 실타래가 동시에 잡아당기는 것처럼 어지러웠다.응급실에 켜졌던 붉은 불빛, 주선웅이 원금영의 방에 다녀갔다던 주민혁의 말, 그리고 자신을 감싸주던 주선웅의 진심 어린 눈빛, 어릴 적 자신에게 유독 잘해주던 그의 모습까지...머리가 복잡해 관자놀이가 욱신욱신 뛰었다.“엄마?”등 뒤에서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리자 최수빈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렸다.주예린이 곰돌이 잠옷을 입고 베개를 끌어안은 채 침실 문 앞에 서 있었다. 아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왜 깼어?”최수빈은 목소리를 한껏 누그러뜨리며 다가가 딸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주예린은 그녀의 약점이자 버텨낼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버팀목이었다.곧 주예린이 고개를 저으며 작은 손으로 최수빈의 옷자락을 붙잡았다.“엄마가 안 자고 있었잖아요.”아이는 어둠 속에서도 유난히 또렷한, 검은 포도알 같은 눈으로 올려다보며 물었다.“엄마, 안 행복해요?”최수빈은 몸을 낮춰 딸을 품에 안고 아이의 보송한 머리 위에 턱을 기댔다.“아니야.”잔뜩 쉰 목소리였다.“엄마가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주예린은 더 묻지 않았다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