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은 눈앞의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그가 쏟아낸 말들은 너무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져 마치 꿈속을 걷는 기분이었다.가슴속이 몇 겹의 솜으로 꽉 채워진 것처럼 답답했고 숨이 막힐 듯 조여 왔다.주민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최수빈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무언가를 묻고 싶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물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저 지금 이 순간의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너무도 혼란스러웠다.모든 일의 배후에서 작용한 힘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도대체 어떤 위기가 그를 이런 선택을 하게끔까지 몰아넣은 걸까?어떤 위험이, 늘 침착하고 냉정하던 이 남자로 하여금 이렇게 거대한 판을 짜게 만든 걸까?그동안의 결혼 생활 동안, 주민혁은 최수빈이 자유를 갈망하고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어쩌면 그들의 결혼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된 선택이었는지도 몰랐다.최수빈은 수없이 자유롭고 싶다 말했고 주민혁은 그것을 주겠다고 약속했다.그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모든 주겠다고 했었다.하지만 본격적으로 차가운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을 때부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그녀가 원하는 건 그저 평범한 결혼 생활, 정상적인 부부 관계였을 뿐이었다.그러나 때는 이미 너무나 늦어버린 뒤였다.위험이 닥쳐오자 주민혁은 최수빈을 밀어낼 수밖에 없었고 냉정한 태도를 보인 건 역시 그 나름대로의 ‘보호’였다.머릿속이 유난히도 어지러웠던 최수빈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침묵을 지켰다.주민혁은 창백해진 입술로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어. 나중에 생각이 정리되면, 묻고 싶은 게 생기면 그때 다시 이야기하자. 우리의 감정은 좀 내려놓고. 그래 줄 수 있을까?”그의 머릿속은 흐릿했고 의식마저 아득해 보였다.최수빈은 고개를 숙이다가 그의 발밑 바닥에 고여 있는 핏자국을 보았다.오늘 주민혁은 너무 많은 말을 했고 쏟아낸 정보도, 감정도 지나치게 많았다.때문에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눈빛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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