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주선웅과 손희경은 멀찍이서 최수빈과 주민혁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흥.”곁에서 손희경이 짧게 코웃음을 치더니 주선웅을 돌아보며 침묵을 깨뜨렸다.“둘 사이가 언제부터 이렇게까지 평화로워졌지? 선웅아, 네가 이간질한 덕분에 오히려 더 가까워진 것 같은데?”늘 그렇듯 손희경의 목소리에는 독기가 배어 있었다. 그녀는 어깨에 두른 숄을 여미며 얼음처럼 차가운 시선으로 멀리 있는 최수빈을 베어내듯 훑어보았다.그녀의 눈에 최수빈은 주씨 가문의 분쟁에 갑자기 끼어든, 언제든 버려도 될 말 한 마리에 불과했다.그런데도 주선웅은 어딘가 미련이 남은 듯 그녀에게 손대지 않았다.주선웅은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 짙게 깔린 어둠 속, 그의 눈빛은 더 깊어 보였고 마치 바닥이 보이지 않는 냉담한 연못을 숨기고 있는 듯했다.그는 손희경을 한 번 바라보고는 감정을 읽을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제가 모셔다드릴게요.”“필요 없어.”손희경은 코웃음을 치고 돌아섰다. 그러고는 하이힐 소리를 또각또각 울리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에 올랐다.어딘가 묘하게 오만한 뒷모습은 지금 자신의 감정이 흐트러졌다는 사실조차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처럼 보였다.주선웅은 시선을 거두고 다시 그 두 사람에게로 눈길을 돌렸다.그때 최수빈이 무언가를 느낀 듯 고개를 들었고 사람들 사이를 가로질러 주선웅의 시선과 마주쳤다.그 눈빛은 놀람도, 피하는 기색도 없이 아주 평온해 보였다.주선웅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최수빈 곁에 있던 주민혁도 그녀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공기가 잠시 멈춘 듯 정적이 흘렀다.그러다 휴대폰 알림이 울려 화면을 내려다본 주민혁은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찌푸렸다가 이내 고개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주선웅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최수빈은 그를 바라보다가 이마를 살짝 찌푸렸지만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다만 시선을 거두고 다시 묵묵히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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