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왕비, 천재로 재탄생의 모든 챕터: 챕터 291 - 챕터 300

380 챕터

제291화

백진아는 백경유의 몸종인 백출의 목소리임을 알아듣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백우씨의 얼굴도 순식간에 새하얘졌다. 그녀는 마차의 가림막을 거칠게 걷어 올리며 물었다.“무슨 일이냐?”백출이 울먹이며 말했다.“부인, 어서 돌아가셔서 공자의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공자께서 아가씨께 일이 생겼다는 소식을 듣고 병이 도지셨습니다. 의원 말로는… 아마...”그 말에 백우씨의 동공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녀는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마부에게 명령했다.“어서, 당장 돌아가라!”마부는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고 채찍을 휘둘렀고, 이내 말이 울부짖더니, 앞발을 들고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마차 안의 공기는 숨 막힐 듯 무거웠지만, 백진아는 백우씨의 손을 꼭 잡고 말없이 그녀에게 힘을 전해 주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백부에 도착했다. 마차는 측문으로 들어가 곧장 오동원 처마 문 앞에 멈췄다.백경유는 워낙 허약해, 언제든 병이 도질 수 있었다. 그래서 여덟 살이 되었음에도 침소를 옮기지 않고, 줄곧 백우씨의 처소에서 지내고 있었다.마차가 완전히 멈추기도 전, 백우씨는 재빠르게 뛰어내려 안으로 달려갔다.그런데 이 속도는…!백진아의 눈썹이 움찔했다. 백우씨가 무공을 익힌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아무리 숨기려 해도, 이렇게 다급한 순간에는 다 드러나는 법이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백진아 역시 춘화와 추월의 부축을 받아 마차에서 내려, 절뚝거리며 백경유의 방으로 향했다.방 안에서는 하인들이 바닥에 무릎을 꿇고 흐느끼고 있었고, 집안에서 지내던 의원 역시 고개를 떨군 채, 탄식을 금치 못했다.“경유야! 어찌 된 거냐?”백우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침상으로 달려가 마른 장작처럼 야윈 백경유의 손을 붙잡았다.의원은 안타깝게 말했다.“최선을 다했습니다만….”“경유야!”백우씨는 통곡하며 백경유를 끌어안고 그의 몸을 흔들었다.백진아는 비틀거리며 방으로 뛰어 들어와, 곧장 공간에서 상급의 호원단 한 알을 꺼내 백경유의 입에 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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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2화

백경유의 여윈 몸이 침상 위에서 튀어 오르듯 흔들렸는데, 그 모습은 연약하고도 처연했다.방 안에서 들려오는 “쿵, 쿵” 소리를 들으며, 백우씨는 눈을 감은 채 가슴을 꼭 부여잡고 간절히 기도했다.한 번, 또 한 번 전기 충격을 가했지만, 백경유의 심장은 여전히 뛰지 않았다. 그러나 백진아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의사로서의 직업적 윤리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족을 끝까지 버리지 않고, 놓지 않겠다는 마음 때문이었다.백경유는 자신이 거리에서 모욕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고 분한 나머지 병이 도졌다. 그만큼 진심으로 누나를 아끼고 있다는 뜻이었다.자기를 진심으로 대해 주는 사람에게 그녀 역시 진심으로 보답하고 싶었다.굵은 땀방울이 백경유의 빨래판처럼 앙상한 가슴 위로 뚝뚝 떨어졌다.시간이 초 단위로 흘러갔고, 이미 구조 가능 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백진아의 마음에도 초조함이 밀려왔고, 심장도 덩달아 요동쳤다.‘아니,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어! 열 번만 더 시도해 보자! 하나, 둘, 셋…’‘쿵, 쿵, 쿵…’마침내 여섯 번째 시도에서, 백경유가 아주 미약한 기침 소리를 냈다.비록 소리는 매우 작았지만, 지금 백진아의 귀에는 우레와도 같이 크게 느껴졌다.그녀는 급히 시스템에서 산소 주머니를 교환해 산소를 공급하고, 이어 심장 치료용 약과 수액을 꺼냈다.어느새 방 안의 “쿵쿵” 소리가 멈추자, 백우씨가 밖에서 초조하게 물었다.“어떠… 냐?”백진아는 약물 속도를 조절하며 대답했다.“심장이 다시 뛰고 있습니다. 한 시진 정도 침을 놓아야 하니,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게 해 주세요.”두 시간이면 수액도 다 들어갈 것이었다.“그래, 그래!”백우씨는 길게 숨을 내쉬며, 두 손을 모으고 연신 ‘아미타불’을 외웠다.백진아는 백경유의 맥을 짚고, 심박이 점점 안정되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마음을 놓았다. 겨우 목숨을 구하긴 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곧바로 식심고를 제거하지 않는다면, 백경유의 상태는 점점 더 위험해질 것이다.반드시 식심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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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3화

책장에는 많은 삽화가 있었고, 삽화 속 인물들은 각종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백진아는 책 속 삽화를 빠르게 훑어본 뒤, 다시 한번 책 표지를 자세히 보았는데, 이내 놀라움과 기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바로 태극 양생 공법이라고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자료실에 있는 책들은 모두 의술이나 양생과 관련된 것들이었는데, 그중 태극 양생은 현대에서도 매우 유행하고 있는 것이었다. 공원에서 아침 운동을 하는 어르신들만 봐도 모두 태극을 익힌 사람들이었다.게다가 의사인 백진아는 태극공의 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태극공은 힘을 적게 들여, 부드럽게 강한 공격을 받아치는 원리를 따르기에, 힘이 비교적 약한 여성에게 특히 적합했다.태극 공법은 역사도 유구했다. 유가와 도가의 태극, 음양 사상을 핵심으로 삼고 있으며, 심성을 기르고 몸을 단련하며, 대련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기능을 하나로 만든 공법이다.또한 주역의 음양오행 변화와 한의학의 경락 이론, 도인술과 토납술을 결합해, 몸과 마음을 함께 수련하는, 부드럽고 유연하면서도 강유가 조화를 이루는 수련법이었다.하지만 현대에 전해진 것은 사실상 껍데기뿐이었다. 만약 태극공을 완전히 터득한다면 신선까지는 몰라도, 한 시대를 풍미하는 무림 고수가 되는 데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이 책에는 토납과 기를 운용하는 방법뿐 아니라, 태극장, 태극권, 태극검 등의 동작 삽화까지 자세히 실려 있었다.적염이 삽화를 보며 동작을 흉내 내자, 백진아는 기쁜 마음으로 적염을 안아 들고, 얼굴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그녀의 뽀뽀를 받은 적염은 찍찍 소리를 내며 기뻐했다.비록 책들이 바닥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긴 했지만 손상되지는 않았으니, 백진아는 너그러이 적염과 꽃분을 용서하기로 했다. 그녀는 적당히 훈계한 뒤, 적염을 달래 책들을 다시 책장에 꽂게 했다.백진아는 오늘 뜨거운 햇볕 아래서 네 시간이나 무릎을 꿇었고, 이어 백경유를 구조하느라 옷이 땀에 흠뻑 젖어 있었기에, 곧바로 영천수로 목욕을 했다. 그녀는 약 밭에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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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4화

백우씨는 눈물을 닦으며 물었다.“아까 말한, 고독을 유인하는 처방에 실마리가 보였다는 게 사실이냐?”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예, 하지만 여기서 더 연구하고 실험해야 합니다.”백우씨는 기억을 더듬으며 말했다.“그 무의가 예전에 귀한 천향과와 구전환혼초가 부족하다고 했었다. 아마 구하기에 쉽지 않을 것이야.”백진아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무의가 워낙 처방을 복잡하게 만들었고, 약을 살 때도 신비로운 척 하지 않았습니까? 어머님께 말한 게 꼭 사실이라는 보장은 없어요. 어쩌면 약값을 더 얻어내려는 수작이었을지도 모릅니다.”백우씨는 이제 백진아의 의술을 완전히 믿고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수도 있겠구나. 월국의 무의를 데리고 오라고 보낸 사람들도 아직 소식이 없으니, 아마 무슨 일이 생겼을 것이다. 경유의 몸은 네게 맡길 수밖에 없겠구나.”백진아는 표정을 굳히고 고개를 끄덕였다.“최대한 서두르겠습니다.”이때, 밖에서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부인, 험담을 퍼뜨린 하인을 붙잡아 왔습니다. 자기는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잡담 중이었다고, 마침 공자께서 들으실 줄은 몰랐다고 답하긴 했는데...”백우씨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다.“당장 죽이거라.”그녀의 말투는 평소 식사를 차리라고 명하거나, 차를 올리라고 명할 때와 다를 바 없이 아주 담담했다.그 말에 백진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비록 오늘 여러 일을 겪으며 많은 것을 깨달았지만, 그래도 사람의 목숨이 이렇게 허무하게 사라지는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백우씨는 이내 그녀의 표정을 알아차리고는 설명했다.“그들은 백가에 목숨까지 팔아넘긴 하인이다. 그런데 내 명을 어기고 네 이야기까지 떠들어서 경유의 귀에도 들어갔지. 그들을 죽여, 다른 하인에게 겁주지 않으면 위엄을 세울 수 없다.”백진아가 모욕을 당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백우씨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소식이 퍼지는 것을 막고, 집안에 함부로 이 일을 입에 올리지 말라고 명령한 것이었다.백경유는 몸이 약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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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5화

회춘당 문 앞에는 사람들이 빽빽하게 몰려 있었다.사람들로 둘러싸인 가운데, 고지행은 몇 명의 병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백진아는 마차에서 내려 춘화의 손을 붙잡고, 절뚝이며 앞으로 걸어갔다.“비키시게!”큰소리로 비키라고 외치는 춘화의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것으로 보아, 많이 긴장한 기색이었다.구경꾼들은 백진아가 온 것을 보자, 착잡한 눈빛으로 길을 열어 주었다.고지행은 백진아가 절뚝거리며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얼굴을 굳혔다.“스승님, 어찌 이곳까지 오셨습니까?”백진아는 살짝 놀란 듯 물었다.“회춘당에서 사람을 보내, 나한테 직접 오라고 한 것 아니냐?”고지행의 눈빛이 차가워졌다.“회춘당에서 팔고 있는 물건은 전부 회춘당의 검사를 거치고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도 저희가 책임질 테니, 스승님과는 무관한 일입니다. 그런데 어찌 저희가 스승님을 부르겠습니까?”춘화가 다급히 설명했다.“말을 전하러 온 사람은, 자기가 회춘당의 하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문지기에게 말만 전하고 바로 떠났습니다.”그 말에 백진아는 단번에 자신을 겨냥한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렸고, 누가 소식을 전했는지 더 캐묻지 않았다.이때, 땅에 무릎 꿇고 있던 한 여인이 백진아를 가리키며 통곡했다.“어떻게 이 사람과 상관이 없단 말입니까? 이 여자가 만든 연고입니다! 바로 이 여자가 내 딸을 죽였어요!”그녀는 소리치며 백진아에게 달려들었고, 고지행이 단번에 그녀를 걷어차며 냉정하게 말했다.“아직 사실이 밝혀지지도 않았다. 이렇게 계속 난동을 부리면, 당장 네 목숨을 거두겠다!”여인은 뒤로 나자빠지더니, 더 처절하게 울부짖었다.“이리도 권력으로 백성을 억압하다니! 사람을 죽여 놓고 입막음하려는 것입니까?”백진아는 여인이 울기만 할 뿐, 눈물을 흘리지 않는 걸 보고 냉소를 지으며 물었다.“죽은 자가 자네 친딸이라고?”여인이 울먹이며 답했다.“저와 함께 지내며 고생한 딸입니다…! 그런데 아가씨의 연고에 독이 있어 이렇게 죽었단 말입니다!”그녀의 옆에는 들것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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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6화

고지행은 전혀 급하지 않는 태연한 태도를 보였다.그때, 마르고 다부진 중년 남자가 앞으로 나와 말했다.“여인의 독은 얼굴을 통해 체내로 스며든 것입니다.”말투로 보아, 이 남자가 바로 검시관이었다.백진아가 물었다.“그 연고를 제가 직접 봐도 될까요?”“예.”백진아는 병사에게 연고를 받아 열어 본 뒤, 손톱으로 조금 떠서 공간으로 보내 검사했를 시작했다.역시나 비상상황이었다. “연고를 언제 샀느냐?”여인은 눈을 굴리더니 말했다.“어제 샀습니다. 딸은 집에 돌아가자마자 바로 발랐고, 오늘 독이 발작했지요!”비상은 맹독이긴 하지만, 상처 하나 없는 온전한 피부를 통해 스며든 경우라면 즉사하진 않는다.고지행이 말했다.“회춘당은 약방이라 장부를 매우 꼼꼼히 씁니다. 장부에 따르면, 어제 실제로 전씨 성을 가진 여인이 연고 한 상자를 구매했다고 합니다.”“연고는 거의 반이 되는 양이 사용되어, 어제 산 물건 같지 않구나.”백진아는 뚜껑 안쪽의 기름종이 한 겹을 벗겨 고지행에게 직접 보라고 했다.그러자 여인이 급히 끼어들며 막았다.“딸이 많이 썼지만, 저도 좀 썼습니다!”고지행은 뚜껑을 보며 설명했다.“연고에 적힌 건 1차 생산분 날짜입니다. 이번에 판매된 물건이 아니에요. 장부를 대조해 보면 알 것입니다. 1차 물량은 진열한 지 반나절 만에 전부 팔렸습니다.”“헌 물건을 팔았든 말든, 이건 회춘당 물건입니다! 그럼 책임져야지! 내 딸 목숨 돌려내!”여인은 여전히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고지행이 차분히 말했다.“장부에는 수량과 구매자 정보가 다 적혀 있습니다. 대조하면 바로 나옵니다.”백진아가 끼어들었다.“그건 나중에 확인하고, 우선 사망자를 좀 보겠습니다.”여인은 반대하지 않았고, 오히려 당당한 표정으로 말했는데, 그녀는 허점이 나올 리 없다고 확신하는 듯했다.백진아는 시신을 덮고 있던 흰 천을 걷어 올렸다. 중독으로 인해 얼굴빛은 청록색으로 변했고, 입술은 시커멓게 변해 있었다. 눈은 튀어나와 있었고, 일곱 구멍에서는 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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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7화

질식사라면 보통은 입과 코를 막았거나, 목을 졸랐을 터인데, 사망자의 얼굴과 목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백진아는 시신의 관자놀이 근처에 붙어 있는 종잇조각을 가리키며 말했다.“이 여인은 ‘첩가관’ 때문에 질식한 것입니다. 여기 아직 종이 부스러기가 남아 있어요.”첩가관은 고대의 형벌 중 하나로, 물에 적신 종이를 얼굴에 한 장씩 붙여 숨통을 막아 죽이는 방법이었다.검사관이 고개를 숙여 자세히 살펴보니, 젖었다가 말라버린 종이 조각이 있었다. 그는 서둘러 그것을 증거로 수거했다.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걸 눈치챈 여인은 울부짖으며 달려들어 막으려 했지만, 두 명의 병사에게 제압당했다.백진아는 다시 사망자의 손목과 발목을 가리켰다.“손목과 발목에 뚜렷한 멍 자국이 있는데, 분명 생전에 억지로 눌렀던 흔적일 겁니다. 범인은 여인의 손발을 제압한 채, 첩가관으로 질식시켰습니다. 분명 혼자 일을 해내긴 힘드니, 최소한 한 명의 협조자 있을 것입니다.”고지행은 침착하고 전문적인 백진아를 보며, 감탄에 가득 찬 눈빛으로 부채를 흔들며 덧붙였다.“옷을 벗겨서 조사하면, 스승님 말이 맞다는 증거가 더 나올 겁니다.”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연고에 들어 있는 비상의 양은 아주 적습니다. 피부에 다 발랐다고 해도, 이렇게 빨리 독이 퍼질 수는 없지요. 하물며 한두 번 바른 것뿐이니… 중독으로 여인이 죽지 않으니, 아예 첩가관으로 질식시켜 버린 것입니다.”고지행은 관아 담당자를 바라보며 말했다.“대인, 이렇게 의심스러운 점이 많은데, 더 자세히 설명해 드려야 합니까?”그는 검시관을 나무라듯 바라보았고, 검시관은 즉시 고개를 숙였다.“소인의 불찰입니다. 하마터면 회춘당을 억울하게 만들 뻔했습니다.”병사뿐 아니라, 주변에서 지켜보던 백성들 역시 상황을 모두 이해한 눈치였다.여인은 사태가 불리해졌음을 깨닫고, 혼란에 빠진 채 울부짖었다.“나리, 저 여자의 말만 믿으시면 안 됩니다! 저건 죄를 덮으려는 말이에요! 제 딸은 독이 든 연고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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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8화

고지행은 보조개가 보일 정도로 환히 웃으며, 약 올리듯 말했다.“스승님의 기품에 넋을 잃는 바람에, 깜빡하고 말씀드리지 못했네요.”그때 시종이 다가와 물었다.“이 거지들은 어떻게 처리하면 될까요?”고지행이 말했다.“돈을 좀 쥐여 주고 보내거라.”“의원님!”바로 그때, 열 살쯤 되어 보이는 한 거지 소년이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그들을 막았다.소년은 뼈가 보일 정도로 말라 있었지만 얼굴과 옷은 비교적 깨끗했고, 특히 맑고 강인한 눈빛을 내뿜고 있었다. 거지에게서 흔히 보이는 위축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백진아는 인상이 나쁘지 않은 이 아이에게 호감을 느끼고 물었다.“무슨 일이냐?”소년이 말했다.“돈은 필요 없습니다. 그 대신… 이 아이를 치료해 주실 수 있으십니까?”소년의 뒤에는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또 다른 사내아이가 있었다. 그는 색조차 알아보기 힘들 만큼 더러운 포대기를 안고 있었는데, 그 안에는 또 석 달쯤 되어 보이는 아기가 있었다.더러운 얼굴을 한 아기는 숨을 가쁘게 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보였다. 가장 충격적인 건, 아기가 구순열이라는 점이었다.나이가 좀 더 많은 소년이 설명했다.“누군가가 이 아이를 괴물이라 칭하며, 공동묘지에 버렸습니다. 저희는 옷을 찾으러 갔다가, 아이가 아직 살아 있는 걸 보고 데려왔고요… 석 달 정도 되었는데, 병이 난 것 같습니다.”거지 아이들은 먹을 것과 입을 것이 없어 종종 공동묘지에 가서 시신의 옷을 벗기고, 쓸 만한 물건을 찾곤 했다.이 시대엔 의학 지식이 부족해, 선천적 기형을 불길한 괴물이라 여겼다. 그래서 그런 아이를 물에 빠뜨리거나 불태워 죽이는 일도 흔한 일이었다.무고한 아기를 외면할 수 없었던 백진아는 말했다.“안으로 데리고 오거라.”그녀는 회춘당 안으로 들어가, 직접 마련한 진료실로 향했다.고지행이 세 아이를 데리고 들어왔고, 백진아는 포대기를 받아 탁자 위에 올려놓고는 아기를 싸고 있던 천을 풀었다.열 살, 여덟 살짜리 아이 둘이 아기를 돌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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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9화

백진아도 알고 있었다. 세상에는 불쌍한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을. 치료할 돈이 없다고 해서 매번 의원이 약값을 대신 내줄 수도 없었고, 고아를 만날 때마다 직접 거둘 수도 없었다.고지행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냉정하지만,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이 아이를 남겨 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골격이 튼튼하면, 무공을 익히는 것에 적합하니, 암위영으로 보내 암위로 키울 수도 있었지만 이렇게 반쯤 죽어 가는 기형 아이는… 무상으로 살려 준 뒤, 거지에게 다시 데려가게 해 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최선을 다했다고 볼 수 있었다.“무슨 이유로요? 저는 보살이 아니고, 회춘당도 자선하는 곳이 아닙니다.”백진아는 담담하게 말했다.“난 저 아이의 입술을 고칠 수 있다.”“정말요?”물을 가지러 갔던 두 아이가 안으로 들어오다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 물 대야를 내려놓았다. 그들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나이가 더 많은 아이가 말했다.“의원님, 제발 이 아이를 살려 주십시오! 비록 지금은… 진료비를 낼 돈이 없지만, 열심히 일해서 갚아나가겠습니다!”아이들은 석 달 넘게 아기를 키우며 어느새 정이 들었기에, 아기를 치료할 수 있다는 말에, 진심으로 아기가 나아지길 바랐다.고지행도 이 말을 듣고 놀라 물었다.“저 아이가 요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백진아는 아이를 물 대야에 담가 씻기며 말했다.“저 아이는 요괴가 아니다. 구순열 환자지. 흔히 토순이라고 부른다. 다행힌 건 증상이 심한 편이 아니고, 한쪽만 갈라진 구순열이라 치료도 어렵지 않아.”고지행도 더 심각한 경우를 본 적이 있었다. 중증 구순열에 걸리면, 콧구멍 아래 양쪽이 모두 갈라져, 고양잇과 동물처럼 보였다. 당시엔 그도 처음 보는 것이라 깜짝 놀라, 환자가 요괴의 환생이라 생각했었다.그가 중얼거리듯 물었다.“병이였군요… 고칠 수 있습니까?”백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뱃속에서 잘 크지 않았던 탓에 생긴 병이다. 타고나는 병이지. 태어날 때부터 손가락이 더 많거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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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0화

고지행은 약동에게 약을 가져오게 한 뒤, 이글거리는 시선으로 백진아의 목에 걸린 청진기를 빤히 보았다.“스승님, 저건 무엇입니까?”백진아는 그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숙여 보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청진기를 다 쓰고 나서 공간에 넣는 걸 깜빡한 것이었다. 그러고는 그에게 청진기를 건네며 말했다.“심장 박동과 호흡을 듣는 것이다. 이 아이를 임시로 맡아 준 보상이다.”“감사합니다, 스승님!”고지행은 보물을 얻은 것처럼 기뻐하며, 백진아가 하던 대로 냥이의 심장 박동을 듣자마자,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와, 정말 심장 소리와 숨소리가 들립니다! 제 것도 들을래요!”그러고는 청진기를 자기 심장 쪽에 대었다. 긴장, 호기심, 기쁨 그리고 기대하는 마음…“들립니다! 너무 신기합니다!”백진아는 아이처럼 표정이 바뀌는 그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재밌느냐?”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예!”백진아가 웃으며 말했다.“그럼, 가서 냥이가 먹을 걸 좀 구해오거라. 몸이 좋아지고 튼튼해져야, 수술을 견딜 수 있다.”고지행은 귀에서 청진기를 빼며, 궁금해하던 걸 물었다.“수술이요? 수술은 어떻게 하는 것입니까?”“쉽게 말하면, 위쪽 입천장뼈와 윗입술을 봉합하는 것이다.”지금은 그에게 수술의 구체적인 원리까지 설명할 수는 없었기에, 고지행은 아이의 갈라진 입천장을 보며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럼, 상처 꿰매듯이 꿰매는 건가요?”그러자 백진아가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쉽진 않다. 먼저 갈라진 양쪽의 피부를 정리하고, 근육과 피부의 성장 원리에 맞춰 봉합해야 해. 자세한 원리와 과정은 나중에 말해주마. 일단 먹을 것부터 구해 와.”고지행은 한숨을 쉬었다.“이 아이는 입을 못 쓰니, 유모를 구해서 젖을 짜 먹여야겠네요.”“소젖이나 염소젖도 괜찮다.”고지행은 회춘당 뒤뜰에서 소나 염소를 키울 생각은 전혀 없었기에, 밖으로 나가 일꾼에게 유모를 구해 오라고 지시했다.백진아는 방 안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 아이를 안고 자신의 휴식실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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