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 역시 어딘가 멋쩍은 기색을 띠고 있었고, 더는 그녀를 왕비로 맞이하겠다는 말도, 왕부에 들어와 첩이 되라는 이야기도 꺼내지 않았다. 신수빈의 말대로 그녀의 신분은 확실히 낮았다. 방금 전, 그 한마디 역시, 그 자신도 어찌하여 입 밖으로 내뱉었는지 알 수 없는 것이었다. 지금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있었고 두 사람 사이에는 여운이 짙게 남아 있었다. 이도현은 그녀를 끌어안은 채, 조금 전 그녀가 했던 말을 계속해서 곱씹었다.그녀는 다른 여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런 말은 이도현 역시 처음 듣는 것이었다. 귀족이든, 재물이 넉넉한 집안이든, 심지어는 장터의 평범한 백성조차 약간의 여유만 생기면 첩 한 명쯤은 두려 했다. 그들의 아내가 된 여인은 불만을 품어서는 안 됐고 설령 불만을 드러내더라도 질투 많은 여인이라는 이유로 내쳐지기 일쑤였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어디를 보아도 현숙한 여인들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을 곱씹어 보니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사내조차 견디지 못하는 일을 여인이 어찌 감당할 수 있단 말인가?“신 씨, 본왕은…!”이도현은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그녀에게 말해 주고 싶었다. 자신에게는 다른 여인은 없다고, 젊은 시절부터 전장을 전전하며 살았기에 다른 세가의 자제들처럼 어린 나이에 통방 시녀를 둔 적도 없었다고, 이후 몇 차례 일을 겪고 나서는 정사에 마음을 둘 여유조차 없이 십수 년을 남과 북의 전장을 오갔다고… 올해에 이르러서야 전쟁이 조금 잠잠해졌을 뿐이라고… 만약, 그날 밤, 암계에 걸리지 않았다면 그녀와 이런 인연이 생길 일도 없었을 것이고 그녀가 침상에서는 어떤 여인인지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아마도 다른 친왕들처럼 어느 명문가의 여인을 왕비로 맞아 몇 명의 첩을 들이며 무난한 일생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는 그녀의 첫 사내였고 그녀 또한 그의 첫 여인이었지만, 그는 이제 조정을 좌지우지하는 권세를 쥔 인물이 되었다. 스물일곱의 그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내들은 이미 모두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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