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는 감히 소리를 내지 못 하고, 조심스럽게 다가가 휘장을 내렸다. 안쪽을 힐끗 들여다보니, 침상 위에 나란히 누워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남자는 키가 크고 건장하여 침상 위에 누워 있으니, 신수빈이 더욱 작고 여려 보였다. 섭정왕의 조복은 위엄 있고 근엄했으며, 아씨의 옷차림은 수수했다. 이렇게 나란히 누워 있는 모습은 묘하게 잘 어울리고 조화로워 보였다. 청하는 얼른 그런 생각을 접었다.아씨는 지금 평양 후부의 작은 마님인데, 어떻게 섭정왕과 엮일 수 있단 말인가. 설령 정말로 윤서원과 이혼을 한다 해도, 섭정왕 같은 분에게는 측실 자리조차 이혼한 아씨에게 돌아올 리 없다. 이렇게 이름도 신분도 없이 섭정왕을 따르느니 차라리 평양 후부에 있는 편이 낫다. 청하는 온갖 생각을 안고 밖으로 나가, 문 앞 계단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신수빈은 깊은 잠에 빠져 마치 아주 오랫동안 잔 것 같았다. 처음엔 불가마 속을 걷는 듯 더위에 시달리다가 한참을 헤맨 끝에 겨우 시원한 곳에 도착해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옆에 또 하나의 불가마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무의식적으로 그 불가마에서 멀어지고 싶었으나, 막상 멀어지려 하자 그 불가마가 손발이라도 달린 듯 그녀를 한 공간에 가둬버렸다. 신수빈은 어릴 때부터 더위를 몹시 탔기에, 꿈속에서도 견디기 힘들었다. 온몸이 땀에 젖어, 그저 그 불가마를 밀어내고 싶었다. 마침내 정신이 들었을 때, 그 불가마가 다름 아닌 이도현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를 품에 안고, 이마를 맞댄 채 잠들어 있었다. 잠에서 깨어 이런 얼굴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신수빈의 심정은 말할 것도 없었다.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녀는 이도현이 자신의 몸에 걸친 팔을 밀쳐내며 멀리 떨어지려 했다.이도현도 신수빈의 저항에 잠에서 깼다.밖은 이미 완전히 어두워졌고, 방 안에는 불이 켜져 있지 않았다. 그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잠이 덜 깬 듯 낮고 쉰 목소리로 물었다. "지금이 몇 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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