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는 깜짝 놀랐다. 아씨가 어찌 그런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신수빈은 고개를 살짝 저어 보이며 말을 삼가라는 뜻을 보냈고 청하는 곧바로 고개를 숙이며 놀란 표정을 감추었다.그녀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윤서원이 신수빈을 데리고 마가로 들어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청하는 더 머뭇거릴 수 없었다. 마부를 적당히 핑계로 돌려세운 뒤 곧장 몸을 뺐다.문제는 그녀는 섭정왕 저택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 다행히 밤거리에 사람들이 많아 행인을 붙잡고 물으며 발걸음을 옮겼다.한편, 신수빈은 윤서원을 따라 마가의 후원으로 향했다.마상서는 선황의 유지를 받은 고명 대신이자 지금은 내각 수보로 그와 이도현, 한 사람은 내정을 쥐고, 한 사람은 병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여기에 또 다른 고명 대신이 재정을 주관하고 있으니, 셋 다 권세를 한손에 쥔 실권대신들이었다.연회 자리에 앉자 마용의 시선은 끊임없이 신수빈에게 머물렀다. 그 눈빛은 마치 곧 손에 넣을 사냥감을 보는 듯 탐욕이 분명히 드러나 있었다."역시 윤 공자가 복이 많소. 이런 미인을 아내로 맞다니 늙은이도 부럽기 그지없소.""상서 대인께서는 세상 온갖 미색을 두루 보셨지 않습니까. 더구나 지금은 조정을 좌우하시는 분이시니, 품지 못할 미인이 어디 있겠습니까."윤서원은 아첨 섞인 말로 마용을 띄웠다.마용은 흐뭇한 듯 수염을 쓸며 고개를 끄덕였으나 말은 겸손히 돌렸다."그저 선황께서 신임하셨기에 소신이 조정을 보필할 수 있었을 뿐이오. 무슨 권세니 세도니, 그런 말은 금하시오. 윤 공자의 말은 분명히 벌을 받아야 하겠소.""예예, 대인의 말씀 옳으십니다. 부인과 함께 잔을 들어 벌을 받겠습니다."그는 곧 신수빈의 잔에 술을 가득 채워주며 말했다."이리 와 대인께 한 잔 올리거라."신수빈은 혼례 첫날, 혼례주 한 잔으로 정신을 잃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 일이 생각나니 어찌 이 술을 입에 댈 수 있겠는가.그녀는 술잔을 힐끗 본 뒤 옆에 놓인 찻잔을 들며 말했다."몸이 편찮아 술은 사양하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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