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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9화

Author: 코코넛 서고
단 두어 초 머뭇거리던 서인경은 곧장 불길이 솟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그녀의 발걸음을 쫓아 뒤에서 쿵쿵 울리며 사람들의 발소리도 곧 이어졌다.

라 가.

그 순간, 저택의 중심 안뜰은 이미 거대한 화마에 삼켜져 있었다.

서인경은 부랴부랴 라 가의 집에 도착했다. 그때 그녀는 불길을 피해 허겁지겁 물을 나르는 인파를 거스르며 담을 넘어 달아나는 한 검은 그림자를 발견했다.

“안포, 쫓거라. 반드시 산 채로 잡아와야 한다.”

안포는 명을 받들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막수한은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인원을 지휘해 불 끄기에 나섰다. 다행히 빨리 발견되어 불길은 본채와 그 인근 몇 개의 안채에만 번졌을 뿐 다른 곳으로 옮겨붙지는 않았다. 적의 의도는 분명했다. 그 불길은 오직 라채월을 겨냥한 것이었다.

라은정은 오빠 라운석의 경고를 전혀 마음에 두지 않고 밤새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구해냈을 때는 이미 머리카락이 잿더미처럼 그을리고 옷은 너덜너덜해 몸을 가릴 수조차 없었다.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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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035화

    “그 뒤로 열일곱 째 황자에게도 태후가 손을 댄 적이 있습니다. 다만 신태비와 열일곱 째 황자가 복이 두터웠지요. 열일곱 째 황자가 조산으로 태어나면서 신태비가 경계심을 품게 되었고 그 뒤로는 더 이상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하선준의 말은 막힘없이 흘러나왔다. 중간에 더듬는 기색조차 없었다.이 모든 일들이 그의 기억 속에 얼마나 또렷하게 남아 있는지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지금의 태자가 태어났을 당시 하선준이 정말로 태후를 막았던 것인지, 아니면 손을 썼다가 실패한 것인지는 서인경으로서도 알 길이 없었다.하지만 그것은 더 이상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하 씨 가문은 이미 힘을 잃었다. 하선준이 가문을 지키고 싶어 한다면 서인경은 그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하선준이 진술을 이어 가는 동안 어느새 대리시 소경이 들어와 있었다. 하선준이 말을 마치자 그는 붓을 멈추고 빼곡하게 적힌 진술서를 하선준에게 내밀었다.“하 공께서 직접 확인해 보십시오. 문제가 없으시면 서명하고 지장을 찍으시면 됩니다.”하선준은 잠시 멍해졌다.서인경과 연기준이 이토록 준비를 철저히 해 두었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곧 마음을 정했다. 망설임 없이 자신의 이름을 적고 지장을 찍었다.연기준은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는 곧바로 곁에 있던 풍 내관에게 명했다.“하 공을 모시고 하부로 가서 짐의 칙령을 전하거라. 하 공이 대의를 위해 친족의 죄를 밝혔으니 황금 천 냥을 하사한다. 하부에서 조정에 나와 있는 모든 관리들은 한 계급씩 승진시키고 하 노부인에게는 일품 고명부인의 작위를 내린다.”풍 내관이 곧바로 허리를 굽혔다.“명 받들겠습니다.”하선준은 잠시 말을 잃었다. 연기준이 약속을 이렇게 즉시 지킬 줄은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이미 관직에서 물러난 뒤 그는 세상 인심이 얼마나 빠르게 식는지 똑똑히 겪고 있었다. 집안의 젊은이들조차 관직에서 적지 않은 배척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연기준이 집안의 여인에게

  • 시간을 거슬러   제1034화

    이제 안태비와 흔태비의 몸 상태가 안정되자 서인경은 본격적으로 태후를 처리할 준비에 들어갔다.그녀는 먼저 하선준을 궁으로 불러들였다. 연강헌이 죽고 연기준이 황위에 오른 뒤, 하선준은 관직을 내려놓고 문을 걸어 잠근 채 세상과 거리를 두고 지내고 있었다.아마도 그 역시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 하 씨 가문에서는 더 이상 황위에 오를 사람이 없다는 것을.강북에서 세력을 쥐고 있는 하 씨 둘째의 군사력은 하 씨 가문에게는 몸을 지켜 주는 방패이자 동시에 목숨을 재촉하는 칼날이었다.하 씨 가문에는 수백 명의 식구가 있었다. 지금 이 시점에 조금이라도 다른 마음을 품는다면 그것은 곧 연기준에게 군사를 보내 가문을 짓밟을 명분을 주는 일이었다. 그 순간 하 씨 가문의 마지막 패는 완전히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래서 하선준은 가문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예전보다 훨씬 몸을 낮추었다.다시 궁에 들어왔을 때도 예전의 날 선 기세는 온데간데없고 오로지 겸손한 태도만 남아 있었다.“초민 하선준, 폐하와 황후 마마께 문안드립니다.”연기준이 손을 가볍게 들어 보였다.“일어나 앉거라.”“폐하께 감사드립니다.”하선준은 몸을 일으킨 뒤, 뒤편에 놓인 의자에 공손히 앉았다.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서인경이었다.“오늘 그대를 궁으로 부른 것은 태후에 관한 몇 가지 일을 묻기 위해서이다. 하 대인은 아직 모를 수도 있는데 며칠 전 태후가 후궁에서 일을 벌여 회임 중이던 안태비와 흔태비가 넘어질 뻔했다. 자칫하면 네 목숨이 함께 사라질 뻔한 일이었지. 폐하와 본궁은 태후라는 신분을 생각해 즉시 처벌하지는 않았다. 헌데 태후는 결국 하 씨 가문의 딸이지 않느냐. 그래서 하 대인의 생각을 듣고 싶었다.”하선준은 태후가 저지른 일을 듣고도 조금도 놀란 기색이 없었다. 표정은 오히려 담담했다.“황후 마마, 저는 이미 조정의 신하가 아닙니다. 감히 대인이라 불릴 자격도 없지요. 그저 이름을 불러 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태후와는 이미 오래전부터 왕래가 끊겼습니다. 그녀가 무슨 일을

  • 시간을 거슬러   제1033화

    유가영은 더 이상 반박할 말을 찾지 못했다.서인경은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 그 여자가 자기 아이를 위험에 빠뜨릴 리는 없다는 것을. 분명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것이고, 누군가가 무언가를 약속했기 때문일 것이다.그리고 그 사람이 바로 서인경이 찾아내야 할 인물이었다.그녀는 차갑게 명했다.“유태비를 침전으로 데려가라. 본궁의 허락 없이는 한 발자국도 문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다시는 가짜 약을 먹고 남을 모함하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예.”두 유모가 유가영을 붙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 그녀 곁에서 따라온 궁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마디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뒤를 따를 뿐이었다.서인경은 육승을 불렀다.“그 궁녀를 잘 지켜보거라.”“예.”그렇게 한바탕 벌어진 소동은 마침내 가라앉았다.안태비와 흔태비는 유가영이 끌려 나가는 뒷모습을 조용히 바라보았다. 비록 조정 일에 어두운 그녀들도 이번 일의 속내만큼은 분명히 알아차렸다.“저 여자가 배 속 아이를 이용해 일을 꾸미려 한 거였군요?”“유씨 가문은 문관 집안이라 군권은 조금도 없지 않습니까? 헌데 어찌 그런 일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걸까요?”서인경은 담담한 얼굴로 답했다.“그녀 배 속에 있는 건 황실 핏줄이기 때문이다. 만약 여기서 아이가 유산이라도 된다면 너희 둘도 결코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겠지. 그리고 너희는 본궁과 가깝다. 태상황은 틀림없이 크게 소란을 피울 거야. 밖으로는 본궁이 너희를 시켜 그런 일을 했다고 몰아붙이겠지.”안태비와 흔태비는 서로를 바라보았다.“태상황은 이미 자기 몸도 지키기 어려운 처지인데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군요.”흔태비가 한마디 덧붙였다.“남자는 죽어야만 얌전해진다지요.”사람들이 태상황의 짓이라 생각하는 편이 차라리 편할지도 몰랐다.그러나 서인경은 알고 있었다. 유가영 뒤에 있는 사람은 절대 태상황이 아니다. 그 사람을 반드시 끌어내야 했다.서인경이 양심전으로 돌아왔을 때, 연기준은 이미 이 일을 알고 있었다.그는 걱정스러운 눈

  • 시간을 거슬러   제1032화

    밖에 서 있던 육승은 서인경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곧장 태의원으로 달려가 사람을 불러왔다.그 모습을 본 유가영이 황급히 막으려 했다.“정말 괜찮습니다. 굳이...”“내가 부르라고 했다.”서인경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그녀의 태도는 단호했다.“정말로 대황자의 잘못이라면 본궁이 반드시 대황자에게 너를 책임을 지게 하겠다. 헌데 그가 아니라면 본궁은 끝까지 파헤칠 것이다. 도대체 누가 본궁의 눈앞에서 감히 황실의 자손을 해치려 했는지. 본궁은 눈에 모래 한 톨도 용납하지 않는다. 후궁에는 더더욱 더러운 것이 존재할 수 없다.”서인경의 말투에는 조금의 협상 여지도 없었다.유가영의 손바닥이 떨렸다.“황후 마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설마 저를 제 아이를 이용해 대황자를 모함하는 사람으로 보시는 겁니까? 제가 그런 일을 해서 대체 무엇을 얻는다고요?”서인경이 냉소했다.“그러게 말이다. 대체 무엇을 얻으려는지 본궁도 몹시 궁금하다. 태의가 오면 곧 알게 되겠지.”유가영의 얼굴이 조금 전보다 몇 배는 더 창백해졌다. 그녀는 유모의 손을 뿌리치고 자신의 궁녀를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유모의 힘이 훨씬 셌다. 그녀는 유가영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태비 마마께서는 걱정 마십시오. 저는 평소 거친 일을 많이 해서 힘이 제법 셉니다. 반드시 잘 부축해 드리겠습니다. 절대 넘어지게 두지 않겠습니다.”말을 하며 그녀를 거의 끌다시피 하여 다시 궁 안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그대로 부드러운 침상 위에 앉혔다.밖으로 나갔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자 안태비와 흔태비는 서로 눈을 마주쳤다. 두 사람의 눈빛에는 분노가 번져 있었다.유가영이 이곳에 온 이유가 바로 이런 속셈이었다니. 역시 마음이 곱지 않았다.만약 서인경이 이 자리에 없었다면, 또 대황자가 그 책임을 떠안지 않았다면, 이 일은 아마도 그들의 머리 위로 떨어졌을 것이다.잠시 뒤, 태의원 원수가 육승에게 거의 끌려오다시피 해서 도착했다.유가영은 아무리 내키지 않아도 결국 손을 내밀어 맥을 짚게 할

  • 시간을 거슬러   제1031화

    “폐하와 황후 마마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안태비와 흔태비가 몸을 일으켜 예를 올리려 하자 서인경이 곧장 두 사람을 붙잡았다.“감사할 것 없다. 황실의 자식이라면 분수만 지키면 된다. 그렇다면 폐하께서 결코 박대하지는 않으실 테니.”두 사람은 이 말이 유가영에게 한 말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분수를 지키지 않는다면 그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살아 있을지는 서인경도 장담하지 못한다는 뜻이었다.유가영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내 창백해졌다. 그녀는 어쩔 줄 몰라하며 자꾸만 몸을 뒤척였다. 속내가 들키지 않을까 마음이 조마조마했던 것이다.그녀는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자신이 서인경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일이 이루어지기 전에 들켜 계획이 망가질까 걱정하는 것뿐이라고. 하려던 일은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유가영이 자리에서 일어났다.“황후 마마 말씀이 옳습니다. 제가 실언했습니다. 갑자기 몸이 좀 불편해져서 먼저 물러가겠습니다.”서인경은 품에 안은 포대기를 바라볼 뿐,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유모, 손님을 배웅하거라.”유가영은 노골적으로 무시당한 채 불만스러운 얼굴로 밖으로 걸어 나갔다.그때였다. 문 밖에서 쿵쿵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모후! 어디 있어요? 누이가 보고 싶어요! 누이!”이어 봉한설과 평이의 목소리가 들렸다.“대황자 전하, 천천히 가세요!”유가영은 걸음이 느렸고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피할 틈도 없이 문으로 뛰어 들어오던 꼬막이와 그대로 부딪치고 말았다.“아얏!”서인경의 심장이 순간 내려앉았다. 그녀는 벌떡 일어섰다. 유모가 재빨리 그녀의 품에서 포대기를 받아 들었고 서인경은 곧장 앞으로 달려갔다.꼬막이는 부딪친 충격에 팔다리를 벌린 채 바닥에 나뒹굴었다. 봉한설이 뒤늦게 들어와 급히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유가영도 뒤로 비틀거렸지만 다행히 뒤에 있던 유모가 재빨리 붙잡아 주었다.“유태비, 괜찮은 것이냐?”그 순간 유가영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그녀는 연달아 손을 저으며 말했다. 마치 다른 사람에게

  • 시간을 거슬러   제1030화

    안태비와 흔태비의 얼굴에는 격한 감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이야기는, 그들에게는 지금껏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이었다.언젠가 정말 궁을 떠날 수 있는 날이 온다면, 평생 이 높은 성벽 안에 갇혀 지내지 않아도 된다면...삶이라는 것이 갑자기 기다릴 이유가 생긴 것처럼 느껴졌다.성벽 밖의 자유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머리를 쥐어짜며 어떻게든 성벽 안으로 들어오려는 사람도 있었다.예를 들면 태황태후 궁에 머물고 있는 단은설. 또 하나의 예로는 나중에 스스로 궁에 들어온 유가영이 있었다.유가영은 입궁한 뒤 유난히도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녀는 스스로 궁 안에서도 가장 외진 전각에 살겠다고 청했다. 공교롭게도 그곳은 안태비와 흔태비의 궁과 이웃한 곳이었다.사건이 일어났던 날에도 그녀는 몇 번이나 안으로 들어오려 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서인경이 사람을 시켜 문 밖에서 막았다. 그리고 오늘도 그녀는 또 찾아왔다.서인경은 원래 돌려보낼 생각이었다.그러나 안태비가 먼저 입을 열었다.“들어오게 하시지요. 안 그러면 매일같이 찾아올 텐데, 언제까지 이럴지 모르잖아요.”흔태비는 그날 일을 겪은 뒤,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 다행히 지금은 서인경이 함께 있었기에 그녀도 서둘러 맞장구쳤다.“맞아요, 맞아요. 다음에 황후 마마께서 안 계실 때면 저희는 더더욱 막지 못할 거예요. 지금 저 사람도 아이를 가진 몸이잖아요. 혹시 무슨 꿍꿍이로 왔는지 누가 알겠어요? 만약 여기서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저희가 입이 백 개라도 설명할 길이 없을 거예요.”서인경은 흔태비의 겁먹은 얼굴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그날 일로 크게 놀란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이 두 사람은 예전에 목숨을 걸고 그녀를 구해 준 사람들이었다. 그 은혜는 서인경이 평생 잊지 않을 것이었다.서인경은 유모에게 말했다.“들어오게 하거라.”유모가 물러나고 잠시 뒤 배가 불룩하게 나온 여인을 데리고 들어왔다.유가영을 너무 오래 보지 못해 서인경은 그녀의 얼굴이 어떤지조차

  • 시간을 거슬러   제218화

    서인경은 들으면 들을수록 두 눈이 점점 커졌다.수운권이라는 말이 나오자 그녀는 슬그머니 몸을 옮겨 라은정 곁에 붙어 앉았다.마치 세상 온갖 소문을 캐내려는 듯 눈빛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수운권이라니요? 그건 겨우 배 좀 띄워 성 안의 물건을 내다 파는 게 아닌가요? 그게 얼마나 돈이 된다고?”라은정은 당장이라도 그녀가 촌에서 올라왔다며 조롱할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시골뜨기, 네가 뭘 안다고 떠드는 것이냐?”서인경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맞아요 맞아. 저는 촌구석 출신이라 큰 장사에는 문외한이죠. 다만 좀

  • 시간을 거슬러   제237화

    최 관사가 막 자리를 뜨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또 다른 그림자 역시 소리 없이 스르륵 사라졌다. 라채월은 홀로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수년간, 그녀는 종종 스스로를 방 안에 가둔 채 자신이 처음 라 가로 시집왔던 순간들을 하나하나 되새기곤 했다. 그럴 때마다 심장의 구석에 잠들어 있던 증오가 조금씩 자라나 더 깊고 날카롭게 뿌리를 내렸다.막수한의 첫날밤.지하흑시의 대장로가 딸을 시집보내고 새 며느리를 맞이했던, 그야말로 경사스러운 밤이었다. 그날은 흑시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떠 축배를 올렸던 날이기도 했다.그 소란과

  • 시간을 거슬러   제247화

    막 가의 경계는 갑자기 삼엄해졌다.라채월이 몰래 보낸 자들은 성과를 얻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막부의 시위에게 발각될 뻔하기까지 했다. 그녀는 극도로 불쾌해하며 탁자를 힘껏 내려쳤다.“쓸모없는 것들! 도대체 누가 소식을 흘린 것이냐!”라운석은 담장 밖에 숨어 있다가 막효연이 잡히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서야 비로소 한숨을 돌렸다. 그러다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인물에 흠칫 놀라 숨이 턱하고 막혔다. 그는 당황해하며 목소리를 낮췄다.“너… 너 여기는 어쩐 일이냐?”라은정은 어제부터 이미 그가 수상쩍다 여겼다. 지금 보니, 분명 뭔가

  • 시간을 거슬러   제225화

    연기준은 못 들은 척하며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서인경이 그의 어깨 위에서 버둥거리며 심하게 몸을 비틀자 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엉덩이를 탁하고 내려쳤다.“조용히 하거라.”서인경 자신도 알 수 없었다. 얼굴이 한순간에 붉어진 게 어지러운 것 때문인지,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수치심 때문인지 말이다.“이 망나니야! 어서 날 내려놔...”파악!다시 한번 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더 떠들면 당장 저 주루에 들러서 네게 어떻게 조용해져야 하는지 몸소 가르쳐 주마.”서인경은 욕을 해도 그에게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그녀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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