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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0화

Author: 코코넛 서고
예정임은 출궁한 그날 밤, 바로 진가이를 만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사람을 보내고 한참이 지났지만 돌아온 것은 수하 한 명뿐이었다.

“진측비께서 전하셨습니다. 오늘은 대황자께서 막 귀부하신 날이고 마침 몸에도 아이를 품고 계셔서 외출이 곤란하다고 하십니다. 팔황자께서는 우선 몸을 쉬시며 조금만 마음을 가라앉혀 달라고 하셨습니다.”

말만 놓고 보면 제법 그럴듯한 이유였다. 대황자의 귀부는 큰일이었고 그런 날에 얼굴을 보이지 않으면 의심을 살 수밖에 없을 테니까.

예정임은 트집을 잡을 수는 없었으나 어딘가 석연치 않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예전의 진가이라면 그를 만나는 데 이렇게 소극적이지 않았을 테니.

혹시 아이를 가지니 사람이 달라진 걸까?

몸에 밴 악취를 씻어내고 편안한 침상에 몸을 누이자 예정임은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진국의 천뢰는 사람이 버틸 곳이 아니었다.

“가서 여인들을 좀 데려오거라. 그렇게 오래 갇혀 있었더니 숨이 막힐 지경이다.”

수하의 표정이 난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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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137화

    서인경의 눈이 가늘어졌다.분명, 속셈이 있다.연강호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그는 남궁열을 앞세워 시간을 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예정연은 그녀와 애초에 말 섞을 이유조차 없었다.“내가 안 나가면, 어쩔 건데?”병사가 대답했다.“반 시진 안에 마마께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시면 산을 공격하겠다고 합니다.”맹경운의 얼굴이 굳었다.“어디서 굴러온 놈이든 상관없다. 내가 지키는 산을 치겠다고? 그게 그렇게 쉬운 줄 아나. 전군, 전투 준비!”그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바위가 옮겨지고 궁수들이 자리를 잡았다.서인경은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 앞에는 산 아래를 메운 검은 물결 같은 군세, 뒤에는 차분하게 전투를 준비하는 병사들.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가운데 그녀의 머릿속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요동이 도성에 남겨둔 병력은 많지 않을 터였다.그런데 지금 산 아래의 병력은 다시 한 번 전부 쏟아져 나온 듯한 규모였다.요동 황제는 분명 믿고 있었다. 서인경만 손에 넣으면 진국과의 협상에서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산 아래의 남궁열은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서인경을 붙잡기만 하면 자신의 어족 내공을 되살리고, 이 기이한 눈도 원래대로 돌릴 수 있다고.일불락 수령 일족의 피는 어족의 병을 치유할 수 있다.예컨대 막수한의 부인처럼, 혹은 어술을 잃고 생긴 이색의 눈처럼.그리고 남궁열을 따라온 예정연은 서인경만 사라지면 연기준이 영원히 자신의 것이 될 거라 믿고 있을 것이다.궁 안의 연강호는 말할 것도 없다.서인경을 손에 넣기만 하면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이 이루어진다.이들은 모두 서인경을 ‘소원을 이루어주는 연못’쯤으로 여기고 있었다.어떻게든 손에 넣으려 한다. 도성의 병력까지 전부 끌어다 쓰면서.그렇게까지 몰아붙이면 정말로 뒤가 안전하다고 믿는 걸까.서인경의 시선이 산 아래를 훑었다.대열의 가장 뒤쪽, 너무 멀어 사람의 형체는 분간되지 않았지만 희미하게 번쩍이는 검은 기운이 보였다.연강호. 그

  • 시간을 거슬러   제1136화

    진방옥이 이렇게 진지하게 말을 꺼내는 건 드문 일이었다. 맹은영은 그 말을 듣다가 잠시 멍해졌다.늘 티격태격하던 그 얼굴에서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낯선 다정함이 비쳐 보였기 때문이다.“그럼… 제가 들은 얘기는 황후 마마한테 도움이 됩니까?”“됩니다.”진방옥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그걸로 누굴 경계해야 할지 알 수 있고 앞으로 들어오는 정보 중에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지도 구분할 수 있으니까요. 헌데 밖에 일은...”“그건 언젠가 일어날 일이니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짧지만 정확한 위로였다.맹은영의 가슴을 조이던 불안이 그제야 조금 풀렸다.“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이예요.”그녀는 두 손을 모아 이마에 얹고 작게 중얼거렸다.“부디… 무사히 돌아오게 해주세요…”*서인경은 산 정상에 서 있었다.아래를 내려다보니 산 아래에는 빽빽하게 병사들이 들어차 있었다.그리고 그 선두에는 이색 눈동자를 가진 사내도 함께 있었다.남궁열. 역시 그는 결국 이곳까지 왔다.남궁열은 말 위에 올라탄 채, 산 위를 향해 외쳤다.“너희 진국 황후를 나오라 하거라 나와는 구면이다. 우리 둘뿐 아니라, 우리 조상끼리도 인연이 있다. 할 말이 많을 텐데, 나오지 않겠느냐?”그 말이 전해지자 맹경운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마마, 듣자 하니 그 눈 빨간 놈이랑 원수지간이신가 보네요? 실력은 어떻습니까? 일대일이면 제가 이길 수 있겠습니까?”서인경은 담담하게 말했다.“몇 번 본 적은 있지만 깊이 얽힌 적은 없어 실력은 모르겠다. 직접 상대해보거라. 대신 그 옆에 있는 사람은 내가 맡으마.”맹경운이 눈을 좁혀 아래를 살폈다.과연 남궁열 곁에는 흰옷을 입은 여인이 서 있었다.요동군 안에서 여자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처음엔 금수 대장공주가 돌아온 줄 알았지만 자세히 보니 아니었다.그녀가 오면 연기준이 미리 알렸을 테고 이렇게 조용히 나타날 리도 없었다.그가 정체를 짐작하던 순간, 서인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야랑국의 정연 공주다. 예전에 진국에 와

  • 시간을 거슬러   제1135화

    “야랑국에서 거래는 생각보다 순조로웠습니다. 애초에 저희 누님과 단평안이 길을 많이 터놔서 그쪽 도움을 받으니까 금방 끝나더라고요. 다만 국경 쪽에서 덕비랑 그 눈 빨간 놈… 아, 맞다, 마마께서 말한 남궁열. 거기에 여자 하나 더 있었는데, 덕비가 ‘정연’이라고 부르더라요.”서인경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셋이 맞다. 야랑국에서 데리고 나올 때, 의심하는 기색은 없었느냐?”진방옥이 자신 있게 고개를 저었다.“그 사람들은 거의 한 달 가까이 갇혀 있었습니다. 매일 들판에서 자고 야생 열매로 겨우 버티면서 말입니다. 더 늦었으면 야랑국 쪽에 들키기 전에 굶어 죽었을걸요. 우리 상단이 나타난 건 그 사람들한테 거의 마지막 기회였을 겁니다. 엿듣는 일이 터지기 전까지는 전혀 의심하지 않았어요.”그 말을 듣는 순간, 맹은영의 눈빛이 아주 잠깐 흔들렸다.조금 전, 그녀는 이미 맹경운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예상대로 한바탕 혼이 났다.다시는 이런 위험한 짓을 하면 부모님께 말씀드려 집에 가둬버리겠다는 말까지 들었다.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서늘했다. 다행히 이번 일로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은 듯했고 더 이상 따지려 드는 기색도 없었다. 그제야 겨우 안도의 숨이 나왔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진방옥에게 점수를 하나 더 얹었다.‘이 사람, 괜찮네. 일 터지면 대신 막아주는 사람이니.’하지만 서인경의 시선은 전혀 다른 곳에 머물러 있었다.엿듣는 일.그 부분이 계속 마음에 걸렸다.잠시 생각하던 그녀가 다시 물었다.“그날, 원래부터 너희랑 갈라질 생각이었던 것이냐? 아니면 엿듣는 일이 터지고 나서, 그때 갈라지자고 한 것이냐?”그 질문에 맹은영은 멍해졌고 진방옥의 심장이 순간 조여들었다.“엿듣는 일이 터지고 나서야 그 눈 빨간 놈이 먼저 갈라지자고 했습니다. 그때는 이미 진국 땅 안쪽이었고 마마께서 붙여둔 사람들이 뒤에서 따라붙을 거라 생각해서 별 의심 없이 보내줬어요. 왜요? 갈라진 시점에 뭐 문제라도 있습니까?”그 말을 듣는 순간, 어디가 틀렸

  • 시간을 거슬러   제1134화

    “알고 있다.”서인경이 그의 말을 끊었다.“남궁열이 나중에라도 눈치를 채서 주방 놈이 진짜 엿들은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내고 진짜 엿들은 사람을 찾아 복수하러 올까 봐 걱정한 거지. 그래서 아예 모든 사람이 ‘엿들은 건 너다’라고 믿게 만들려 한 거고. 나한테조차 그걸 끝까지 밀고 가려 한 것이지 않느냐.”진방옥은 들킨 김에 시원하게 인정했다.“맞습니다. 남자인데 여자한테 그런 불안까지 떠넘길 수는 없잖아요.”서인경은 잠시 말이 없었다가 조용히 엄지를 들어 올렸다.“그건 인정. 다만 그 주방 놈은 좀 불쌍하네.”칭찬을 들은 진방옥은 기분이 좋아졌다.“걱정 마세요. 저도 아무나 막 죽이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 주방 놈은 동네에서 이미 평판이 바닥이었어요. 밖에선 약자를 괴롭히고 집에선 부인과 자식들을 때리고 말입니다. 부인도 몇 번이나 겨우 목숨 건진 적이 있다더라고요. 게다가 딸까지 늙은 놈한테 팔아넘기려고 했다던데... 그런 인간이면, 제가 처리한 게 오히려 잘 된 겁니다. 겸사겸사 저 대신 뒤집어쓰게 한 거고요. 죽어도 억울할 건 없었을 겁니다.”서인경은 그 말을 부정하지 않았다. 진방옥이 무고한 사람을 건드릴 성격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괜히 너희까지 위험에 끌어들였구나. 사실 예정훈이랑 짜고 연극만 해도, 일은 충분히 끝낼 수 있었다.”진방옥이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놈들은 엄청 예민합니다. 야랑국 쪽에서 일부러 허술하게 굴면 바로 눈치챌 거예요. 그럼 다음 행선지로 안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헌데 진국 쪽 사람이면 훨씬 경계를 덜 하거든요.”겉으로는 가벼워 보여도 속은 생각보다 깊었다.그는 나름대로 서인경을 안심시키고 있었던 것이다.“그리고 말입니다. 이번에 야랑국 다녀오면서 얻은 것도 꽤 많아요. 이거 해보니까… 저 장사에 재능아 있는 것 같더라고요. 몇 년만 기다리세요. 이 시대에서 손꼽히는 부자가 될 겁니다. 그때 되면 국고도 제가 채워줄게요. 마마와 연기준

  • 시간을 거슬러   제1133화

    맹경운을 달래고 난 뒤, 두 사람은 밤 순찰 계획까지 다시 점검했다.모든 준비가 끝날 즈음, 서인경이 보낸 수행원이 진방옥과 맹은영의 이동 경로를 함께 한 사람들이 데리고 돌아왔다.그 사람은 곧장 예를 차리고는 입을 열었다.“황후 마마께 아룁니다. 진 공자와 맹 아가씨는 길 내내 말다툼을 하긴 했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진 공자께서 말재주가 좋아서, 위험한 인물을 만나도 잘 넘기며 의심을 사지 않았습니다.”그 ‘위험한 인물’이 누구인지는 서인경도 짐작하고 있었다.덕비, 남궁열, 그리고 예정연.역시 이 일은 진방옥에게 맡기길 잘했다고 생각하던 찰나, 그 사람은 이어서 말했다.“다만 야랑국 경계에 이르렀을 때, 순탄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위험한 인물들과 헤어진 그날 밤, 그들이 나눈 이야기를 누군가 엿들은 듯했습니다. 그걸 알아차린 자들이 대화를 엿들은 사람을 절벽 끝까지 몰아붙였지만 그 사람은 순식간에 사라졌다고 합니다. 달리 방법이 없었던 그들은 오히려 저희를 붙잡고 심하게 위협했습니다. 엿들은 자를 내놓지 않으면 모두 죽이겠다고요.”서인경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들이 엿들었다는 내용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남궁열이 말했던, ‘서인경을 얻으면 천하를 얻는다’는 그 말. 그 한마디 뒤에, 이런 일이 이어져 있었던 것이다.“그다음은?”“그때 진 공자는 자리에 없었고 맹 아가씨는 크게 놀란 상태였습니다. 다행히 진 공자께서 제때 돌아와 엿들은 자를 찾아냈고 그 덕분에 저희가 목숨을 건질 수 있었습니다. 특이한 일이라면… 그것뿐입니다.”서인경의 눈이 가늘어졌다.“엿들은 사람을 찾았다고?”“예, 찾았습니다. 묵고 있던 객잔 뒤편 주방에서 일하던 하인이었습니다. 발견됐을 때 이미 혀가 잘려 있었고 붉은 눈의 그 남자에게 정수리를 얻어맞아 그 자리에서 칠공이 피로 물들었습니다.”담담한 말투였지만 그때의 상황이 얼마나 처참했는지는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하지만 서인경은 그 말을 그대로 믿지 않았다.방금 전,

  • 시간을 거슬러   제1132화

    서인경은 진방옥이 원래 주인의 죄까지 뒤집어쓴 처지를 떠올리며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더욱 마음이 쓰였다.그녀는 맹경운을 다독였다.“은영이는 내 가장 소중한 친구다. 그 애의 행복이 곧 나의 행복이지. 나는 절대 은영이가 어떤 억울함도 겪게 두지 않을 것이다.”단단한 말이었지만 그 한마디로 맹경운의 근심이 가시지는 않았다.“불안합니다. 제가 황후 마마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진 씨 집안을 못 믿는 겁니다. 안 되겠습니다. 지금 바로 편지를 써서 경성으로 보내겠습니다. 아버지께서 진 가에 압박을 넣어 그 망나니 아들을 당장 불러들이게 하셔야 합니다.”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붓을 들어 올렸다.그 모습에 서인경은 어이가 없었다.도대체 맹은영이 무슨 말을 했길래 저렇게까지 몰린 사람처럼 초조해하는 걸까. 거의 병이라도 날 기세였다.그녀는 책상 앞으로 다가가 맹경운이 급히 써 내려가는 글을 내려다보며 물었다.“왜 그렇게까지 확신하는 것이냐? 진방옥이랑 은영이가 뭐라도 있는 것처럼. 그냥 말싸움 좀 한 거 아니냐?”맹경운은 이를 악문 채 붓을 움켜쥐었다.“방금… 은영이가 저 때문에 진방옥 편을 들었습니다. 저한테 소리를 질렀어요. 그 애가… 저한테 그런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서인경이 더 캐묻자 그제야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드러났다.최근 들어 맹은영이 눈에 띄게 수척해졌고 맹경운이 무심코 한마디 툭 던진 것이 화근이었다.누이를 데리고 나가놓고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진방옥을 불러 따져야겠다고, 그저 농담처럼 말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맹은영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 소리를 질렀다.“왜 그 사람을 찾습니까? 그 사람은 아무 잘못도 없으니 괜히 건드리지 마세요!”그 한마디에 맹경운은 얼어붙었다.맹은영 역시 곧바로 자신의 반응이 지나쳤다는 걸 깨달았다.급히 수습하려 했지만 말을 하면 할수록 더 꼬였고 해명은 오히려 의심을 더 키웠다. 결국 스스로 단서를 드러내버린 셈이었다.서인경은 웃음이 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이가

  • 시간을 거슬러   제303화

    “들여보내거라. 문밖은 단단히 지키고. 그 누구도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거라.”시위가 명을 받들고 물러났다.잠시 후, 검은 망토로 얼굴을 반쯤 가린 여인이 홀로 들어섰다.서인경은 방 안으로 다가가며 손수 모자를 젖혀 얼굴을 드러냈다. 낮에 성문 앞에서는 고의로 몸을 낮추고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이렇게 두 번째로 마주한 자리에서야 비로소 그녀는 예정훈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눈이 서로 마주치자, 그가 연기준보다 훨씬 연장자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연기준은 늘 결벽에 가까워 얼굴은 언제나 매끈히 다듬어져 있었다. 갑옷

  • 시간을 거슬러   제284화

    호청은 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낮게 말했다.“최근 두 차례 한설 아가씨께 수혈한 효과가 이전보다 확연히 떨어졌사옵니다. 제가 의심하기로는 그녀가 몰래 무슨 약을 복용해 피의 작용을 억누른 듯하옵니다.”그 말에 연기준의 안색이 단번에 어두워졌다. 그러나 호청은 눈치 없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제 추측이 맞다면 그녀는 이런 방법으로 왕야께서 자신 없이는 버티지 못하도록 만들려는 것이옵니다. 아이고, 마마께서는 어쩌다 그런 악독한 정적을 맞이하셨는지... 업보이옵니다, 업보!”연기준의 얼굴빛은 이미 먹구름처럼 짙게 드리웠다.“한

  • 시간을 거슬러   제296화

    유준산은 손을 휘둘러 여의에게 어서 확인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는 하루빨리 독살 사건을 해결하고 싶었다. 이런 천박한 집안의 추문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지는 일이었으니 그가 관여할 수도, 관여하고 싶지도 않았다.여의가 한 발 앞으로 나서자 부인은 본능적으로 몸을 비켜섰다. 그녀의 얼굴에 드리워진 두려움은 이내 절망으로 바뀌었다. 아이의 목숨이 살아 돌아오며 한순간 환하게 빛났던 눈빛은 이미 사라져 버렸다. 부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서인경 앞으로 다가오더니 다시금 무겁게 무릎을 꿇었다.짧디짧은 한 시진 동안, 서인경은 그녀의

  • 시간을 거슬러   제267화

    서인경은 대청 앞 계단에 그대로 앉아 방 안에서 흘러나오는 대화를 조용히 들었다. 잠깐의 정적 끝에, 아직 기운이 다 돌아오지 않은 듯 허약한 기색이 묻어나는 연기준의 목소리가 울렸다.“그 아이들 몸에 새겨진 단 자는 무슨 연유인 것이냐?”“낙철로 지져 만든 자국이옵니다. 이 방식은 야랑국 황실에서 유래된 것이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전속 노예 등 뒤에 가문의 성씨를 낙인처럼 남겨 주권을 과시하옵니다.”“야랑국?”연기준의 목소리에는 의혹이 담겨 있었다. 그 이름이 귀에 스치자 서인경의 심장도 순간적으로 쿵 내려앉았다. 전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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