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211 - Chapter 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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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1화

이람은 아무 의심 없이 하준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그거 정말 우연이네요.”제헌이 다시 돌아왔을 때만 해도, 이람은 혹시나 못 빠져나갈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하준이 와서 도와줬다.하지만 하준과 몇 마디 나누고 나니, 하준의 기분이 조금 가라앉은 게 느껴졌다. 그제서야 하준이 이람을 제대로 바라보았고, 이람이 손에 쥐고 있는 이혼확인서를 본 순간,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축하합니다. 이혼, 순조롭게 끝났네요.”이람은 이혼확인서를 꼭 잡았다.“네.”하준은 핸들 위에 놓인 손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제헌 얘기만 나오면 이람은 항상 달라졌다.한 시간 전, 하준은 이미 알고 있었다.이람이 제헌을 기다리려고 제헌 회사 건물 아래에 갔다는 것을.제헌은 이람에게 한 시간을 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고, 그 한 시간 동안 이람의 머릿속은 분명 제헌으로 가득 차 있었겠지.하준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질투가 끓어오르고 있었다.그리고 이 감정은 절대 깊게 품어선 안 될 일이었다.너무 깊이 생각하면, 하준은 마음속에서 깨어나는 악마를 제어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하준은 겉으로는 기쁨도, 분노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모습일 뿐이었다.자신이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냉정하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하준 역시 한낱 인간이었다. 심장이 가끔 제멋대로 뛰어버리는... 평범한 사람.이람은 지나치게 예민했기에, 하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바로 느꼈다.제헌과 한 판 붙은 하준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이람은 하준의 손등에 벗겨진 살갗을 봤다.주먹을 꽉 쥐고 세게 휘두른 흔적이었다.“대표님, 손 소독하셔야 해요. 약국으로 가요.”하준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이람을 힐끗 봤다.“걱정해주는 건가요?”“다친 사람 보면 당연히 걱정하는 거죠.”하준은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그 눈빛은 더 어둡고, 더 깊고, 더 날카로웠다.이람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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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2화

상처받은 사람은 상대를 평생 용서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상대가 어떻게 매달리든, 용서하지 않겠다 마음먹으면 그걸로 끝이었다.그래서 이람은 제헌이 가진 유일한 ‘장점’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제헌은 처음부터 끝까지 이람을 사랑한 적이 없었다.바로 그 점 때문에 제헌은 죽자 살자 이람에게 매달리지도 않았고, 가짜 감정으로 붙잡으려 하지도 않았다.덕분에 이람은 아무 거리낌 없이 이혼확인서를 받아 들 수 있었다.그리고 무엇보다... 제헌이 깊은 사랑을 가장하며 붙잡았다면, 이람은 또 한 번 역겨움을 느꼈을 것이다.결혼 생활 동안 받았던 상처가 더 깊어졌을 것이다.게다가 이람은 감정에 약한 편이었다.제헌이 정말 그럴듯하게 속였다면, 이람이 어떻게 반응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그래서 생각할수록 더 우습고 더 한심했다.‘날 한 번도 사랑하지 않았던 게, 강제헌의 유일한 장점이라니.’그 밖에도 두 사람의 결혼에서 따뜻했던 순간은 하나도 없었다.이혼은 예정된 결말에 불과했다.굳이 제헌에 대해 기억해야 한다면, 딱 하나.예전에 이람을 구해줬던 그 순간.그 외엔 아무것도 없었다.그렇게 생각이 끝나는 순간, 이람은 고개를 들고 하준의 시선과 정면으로 부딪쳤다.하준은 처음부터 이람을 보고 있었다.원래도 깊고 날카로운 눈인데, 한 사람만 바라보면 그 집중력이 너무 강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이람은 남자의 묵직한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살짝 눈을 피했다.이내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리며, 하준에게 꼭 묻고 싶은 것이 있다는 듯 말했다.“대표님, 할아버님 쪽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하준은 이람의 고민을 이미 알고 있었다.“말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해도 돼요.”“정말 그래도 돼요?”말을 끝내자, 하준은 비웃음에 가까운 냉정한 미소를 보였다.“결혼도, 이혼도 조 비서 혼자 한 게 아니죠. 결혼이 파탄 난 데엔 강제헌의 책임이 있고, 그에 대한 할아버님 꾸중도 강제헌이 감당해야죠. 조 비서가 아니라...”하준은 정확히 이람이 마음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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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이람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대표님, 너무 과하세요. 저한테 선물까지는...”“조 비서 이혼 사실을 제일 먼저 확인한 사람은 나죠. 그 정도는 할 수 있죠.”그 순간 이람은 깨달았다.‘이렇게 차가운 사람이 왜 친구는 또 많은지...’하준은 냉정해 보이지만, 섬세했다.그리고 이람은 문득 전에 둘이 했던 약속이 떠올랐다.“대표님, 제가 그땐 혼자선 강제헌 감당이 안 될 것 같아서... 그리고 강제헌이 이혼 안 해줄까 봐 무서워서 대표님께 도와달라고 했던 건데요. 이제 이혼도 끝났고, 부담도 없으니까... 그때 구두로 했던 약속은 이제...”하준은 이람의 의도를 단번에 꿰뚫었다.차갑게 물었다.“손 털고 도망가겠다?”“그런 건 아니에요. 감히 그럴 리가요.”하준은 옆눈으로 이람을 스쳤다.“강제헌은 쉽게 조 비서를 놓아줄 사람 아닙니다.”이람의 얼굴이 굳었다.아까 제헌이 미친 듯이 달려들던 모습이 떠올랐다.절대 그냥 넘길 사람이 아니었다.강제헌과 제은 남매 둘 다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이라, 언제 다시 제헌이 폭주할지 이람도 장담할 수 없었다.‘하지만 강제헌은 정말 나를 좋아한 적도 없는데, 설마 굳이...?’그때, 하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날아왔다.불쾌함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조 비서가 먼저 나를 찾아왔죠. 이용만 하고 가겠다고? 조 비서 그렇게 쉽게 못 빠져나가요.”이람의 표정이 확 변했다.하준이 얼마나 사람 손 타는 걸 싫어하는지 이람은 너무 잘 알고 있었다.게다가 둘이 협력이라고 해봐야 겨우 한 번.그래서 없어도 되고, 있어도 되는 관계라고 생각해 조심스레 정리를 꺼낸 것뿐인데, 하준이 ...화를 내는 건... 예상 밖이었다.“대표님, 저... 대표님께 폐 끼치고 싶지 않아서요.”하준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지만, 그 안에 묘한 안정감이 있었다.“제가 있는데 강제헌이 조 비서한테 손대겠어요? 조 비서에게 득 되는 건 그냥 챙겨야죠. 바보 같은 소리 말고...”이람은 알았다.하준은 이람에게 완벽한 ‘대형 방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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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4화

하지만 결국 격차는 컸고, 이람이 얻는 ‘이득’은 하준이 이람에게서 얻는 것보다 훨씬 많았다.대등하지 않은 협력은 오래갈 수 없는 법이었다.이람 또한 그 사실을 자연스레 의식하고 있었다.그런데 하준의 말 한마디로, 이람은 더 이상 마음의 짐을 지지 않아도 되었다.이람이 갚기만 한다면, 이람은 더 이상 하준에게 빚지지 않은 것이다.게다가 이람은 하준의 인품을 믿었다.하준이 말을 쉽게 바꾸는 사람일 리 없었다.그래서 이람은 진심으로 말했다.“대표님, 정말 좋은 분이세요.”하준은 잠시 말이 없었다.그리고 동시에 이람은 또 하나의 걱정을 내려놓았다.A시에 다녀온 후, 제헌과 ‘함께 결혼기념일을 보낸’ 일이 하준의 기분을 상하게 했던 그 일.이람은 유재원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유재원의 방법은 하나도 믿을 수 없었다.하지만 결국 이혼확인서보다 더 확실하게 마음을 보여줄 방법이 있을 리 없었다.하준이 이람을 도와준 것은, 결국 이람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들인 것이었다.그런데 이람이 아직 제헌에게 미련이 남은 듯한 모습을 보인다면, 그것이야말로 배신이었다.아무리 말로 설명해도, 이혼확인서만큼 확실한 게 있을까?하준은 더 이상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이혼이란, 정말 좋은 일이었다.동시에 이람 자신도 신기할 정도였다.제헌과 이혼하고, 강씨 집안 누구와도 엮이고 싶지 않았는데, 정작 붙잡은 건 하준이라는 커다란 버팀목이었다니.아마 강수철 회장을 제외하고, 강씨 집안에서 하준이야말로 누구도 대적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그래서 이람은 하준의 편에 설 수 있었다.만약 하준이 강씨 집안을 향해 있었다면, 이람은 본능적으로 멀어졌을 것이고, 아마 일도 빨리 그만뒀을 것이다.하지만 하준은 그렇지 않았기에, 이전에 이람은 그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었다.인생이란... 참으로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다....벤틀리 차량이 약국 앞에 멈춰 섰다.하준이 먼저 내렸고, 이람은 하준의 크고 곧은 뒷모습을 따라 약국 안으로 들어갔다.이람은 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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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5화

이람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이미 유 대표 제안 이미 거절했는데!’이람은 얼굴을 굳히며 답했다.[유 대표님이 저한테는 그런 말씀 안 하셨어요.]지후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우리 사촌 형은 원래 뭐든지 먼저 저질러 놓는 스타일이에요. 이미 다 준비해 놓아서, 거절하기도 뭐하고, 안 가자니 또 애매하고... 제가 재원이 형 때문에 스트레스받는 데는 다 이유가 있어요.]이람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재원의 열정과 의리는 인정했다. 하지만 그 열정이 과할 때는 이람도 감당하기 벅찼다.지후가 다시 물었다.[그래서 저도 가도 돼요?]이람은 답했다.[저도 갈지는 아직 모르겠는데요.]재원이 미리 말도 안 하고 결정해 버렸으니, 모르는 척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상책이었다.[그리고 유 대표님은 고 대표님의 사촌 형이잖아요. 두 분이 만나는데 고 대표님이 저한테 말할 필요도 없고요.]이람은 지후가 왜 자신의 허락을 구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지후는 마치 이람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다정하게 말했다.[저는 제헌이 형 지인이기도 하잖아요. 이람 씨가 저 보면 기분 나빠하실까 봐요. 이람 씨 불편하게 해드리기 싫어서요.]이람은 살짝 찡그리며 답했다.[그건 별개의 문제예요.]지후는 바로 설명을 덧붙였다.[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요. 조이건 대표 회사에 제가 투자하겠다고 했을 때 이람 씨가 바로 거절했잖아요. 그건 인정하셔야죠.][이람 씨가 제헌 형이 저한테 뭐라고 해서 불편해하시는 거잖아요. 그래서 더 조심하는 거예요. 제가 좀 세심한 편이라... 물어봐야죠, 안 그래요?]정말, 지후의 눈치와 말투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이람은 지후가 조금 수다스럽다고 느끼면서도, 그의 태도가 진심이라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지후는 이람의 감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했고, 작은 디테일까지 신경 썼다.그런 모습을 보면, 어떤 여자라도 흔들릴 만했다.하지만 이람은 어디까지나 객관적으로 판단했다.지후를 이성으로 생각할 가능성은 제로였다.다만 지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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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6화

‘고지후가 강제현이랑 얽혀 있다는 사실만 빼면...’‘이 사람... 은근히 재미있는 사람이네.’‘그리고 이 꽃은...’이람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주세요.”지후는 살짝 놀란 듯 눈썹을 올렸다.“왜요?”이람은 무슨 문제라도 있냐는 듯 지후를 바라봤다.“안 받으실 줄 알았는데요.”지후가 설명했다.이람은 단호하게 대답했다.“원래라면 안 받아요.”지후는 사람 보는 눈이 워낙 밝아서, 단번에 이람의 의도를 읽었다.“아, 알겠어요. 전남편이었던 제헌이 형이 이람 씨가 제 꽃 받았다는 걸 알면... 기분 좋을 리 없겠죠? 일부러 제헌이 형 자극하려는 거네요.”지후는 말로는 제헌을 걱정하는 듯했지만, 장미가 섞인 꽃다발을 이미 이람에게 내밀고 있었다.이람은 꽃다발을 받아 들었다. 먼저 꽃을 내려다보고, 다시 고개를 들어 지후를 바라봤다.차갑고 투명한 눈빛, 어떤 감정도 비치지 않았다.“그럼, 고 대표님이 강제헌한테 말씀하실 건가요?”“그럼요. 왜 말 안 하겠어요. 이람 씨도 알잖아요. 저는 제헌이 형 난리 나는 거 구경하는 거 진짜 좋아하거든요.”지후의 관심에서 제헌은 이미 제외되어 있었다.지후의 시선 안에는 오직 이람 한 사람뿐이었다.이혼한 뒤의 이람은 생기가 돌고, 눈에 띄게 자유로워졌다.지후는 그런 이람을 좋아하지 않을 리 없었다.“그럼 이 꽃, 제대로 받은 거네요.”이람은 감사하다는 인사를 건넸다.“저 이제 가보려고요.”지후는 이람과 함께 가고 싶었다.하지만 그 마음을 입 밖에 낼 수는 없었다.그래서 한 걸음 뒤로 물러섰고, 이람이 보지 못하는 각도에서 지후의 깊은 시선이 이람의 얼굴을 떠나지 않았다.그리고 이람이 차를 돌리며 떠나는 순간, 가정법원 쪽을 힐끔 바라봤다.지후의 시선이 단숨에 어두워졌다.‘이람 씨는 무슨 생각이지? 혹시... 제헌이 형 생각하는 건가?’지후는 이람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다.하지만 분명한 건, 이람은 앞으로 다시는 이곳에 오지 않을 것이다.왜냐하면 지후가 이제부터 진짜로 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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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7화

제헌의 시선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컵 안에 담긴 커피를 내려다보며 그저 비웃음만 나왔다.감정이 아무리 틀어져도 강수철 회장에게만은 티를 내지 말자고 이람에게 말했던 건 제헌 자신이었다.그리고 이람은 철저히 그 말을 지켜왔다.강수철 회장 앞에서는 애정 넘치는 부부처럼 구느라 틈만 나면 제헌에게 다가와 애정을 표현했다.그래서 회장은 단 한 번도 둘 사이가 이상한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그때 조이람이 공항까지 할아버님을 모시러 간 건...’‘분명 조이건 일 때문에 가서 고자질하려던 거겠지.’이람은 평소에도 조카들을 참 잘 챙겼다.‘근데 결국, 조이람은 고자질 하나 못 했잖아.’‘할아버님은 아무것도 모르시고.’‘오히려 나더러 직접 가서 이혼 얘기하라고 했지.’제헌의 입꼬리가 차갑게 꺾였다.‘조이람이 정말 나랑 완전히 끊고 싶은 거였으면...’‘그냥 본인이 직접 할아버님한테 말했겠지.’‘근데 그러지 않았다는 건... 조이람은 결국 나랑 완전히 끝낼 마음은 없다는 거지.’제헌은 비웃음을 삼키며, 무표정하게 말했다.“집사님, 할아버님께 제가 이람이랑 같이 가겠다고 말씀드리세요.”전화를 끊자마자, 제헌은 핸드폰을 테이블에 내던졌다.그리고 곧장 또 다른 사람이 떠올랐다.서하준.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서하준은 뭐든 나랑 경쟁해야 직성이 풀리는 놈이지.’‘근데 결국 뺏으려 해도 못 뺏는 것들이 있었어.’‘예를 들면... 조이람의 사랑 같은 것.’그 생각이 미치는 순간, 제헌의 표정은 더 싸늘해졌다.‘서하준이 조이람을 뺏을 순 없겠지.’‘근데... 감히 조이람을 탐내?’‘조이람은 내 여자인데!’제헌은 그 생각만으로도 혈관이 뛰었다.상상하는 것만도 제헌의 역린을 건드리는 일이었다.그때 문이 열렸고 지후가 들어섰다.제헌의 어둠이 가득한 얼굴과 다툼의 흔적이 남은 상처, 턱선에 선명하게 퍼진 멍이 한눈에 보였다.지후는 살짝 놀랐지만, 모르는 척 웃으며 말했다.“형, 이혼하러 간 거 아니었어요? 아니면 싸우러 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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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8화

제헌이 낮고 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못 믿겠어?”지후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대답했다.“네, 안 믿어요. 근데 형수님이 과연 돌아오실지... 그건 좀 궁금하네요. 형도 알잖아요. 제가 구경하는 거 제일 좋아하는 거.”물론, 그날 지후 자신도 그 ‘구경거리’의 한복판에 서게 될 예정이었다.논리는 아주 간단했다.이람과 제헌 사이에 반쯤 남아 있는 감정의 불씨.그게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면, 지후는 그 가능성을 아예 태우기 전에 꺾어버릴 생각이었다.하유리를 살짝 부추기거나 필요하다면 여자를 하나 데려와서 연극을 하게 하거나... 상황을 봐가며 적절하게 ‘기름’을 그 위에 부으면 된다.지후가 바라는 건 딱 하나였다.판이 더 커져야 한다.모두가 보는 앞에서, 제헌이 완전히 이람의 경쟁자 자리에서 밀려나게.이람의 인생에서 완전히 넘어간 한 장의 종이처럼 단절된 존재가 되게.그리고 그렇게 되면, 그날을 기점으로 지후와 제헌의 관계도 돌이킬 수 없이 무너질 것이다.솔직히 말해, 지후가 보기에 제헌이 이람에게 했던 행동들 대부분은 매우 역겨웠다.도련님 기질과는 별개로, 그건 인성의 문제였다.그래서 관계가 끊어진다 한들... 지후는 하나도 아쉬울 게 없었다.생각을 정리한 지후는 제헌의 컵에 차를 채워주고 자신의 컵에도 담아 한 모금 마셨다.제헌은 묵묵히 지후를 바라보았다.지후도 제헌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잠시 후, 제헌이 물었다.“너는... 어떻게 생각하는데? 혹은,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데?”지후는 능청스럽게 미소를 띠었다.“당연히요. 형이 바라는 대로 되기를 기대하죠.”제헌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근데 왜 조이람 편을 드는 것처럼 들리지?”지후는 어깨를 가볍게 올렸다.“형수님이 해주신 밥을 먹었잖아요. 어쩔 수 없죠.”제헌은 건조하게 웃었다.“그러니까. 네 눈에는 내가 조이람한테 못되게 구는 것처럼 보인다?”지후는 솔직하게 인정했다.“네, 좀 보기 그렇더라고요.”제헌의 표정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단지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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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9화

이순심의 얼굴은 한순간에 창백해졌다.어젯밤, 이미 어렴풋이 소식을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제헌의 입에서 다시 들으니 이제야 현실로 닥친 기분이었다.그런데도... 이순심의 마음은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나는 이 집에서 일하는 사람인데도 이렇게 마음이 아픈데...’‘대표님은 사모님의 남편이었잖아. 정말... 아쉬움이 하나도 없는 걸까?’‘정말... 정말 한 톨의 감정도 없었던 거야?’이순심은 제헌이 무표정하게 서재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걸음걸이도, 어깨의 각도도, 숨소리까지도 평소와 전혀 다르지 않았다.그걸 보는 순간, 이순심의 마음은 식어버렸다.‘이제야 제대로 알겠네. 대표님이 정말... 얼마나 차가운 사람인지...’‘지난 3년 동안, 사모님은 이런 사람과 이런 생활을 버텨왔던 거고...’‘그게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제야 알겠어요.’그제서야 이순심에게 남아 있던 이람에 대한 미련도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다.‘사모님... 대표님 떠나면 훨씬 행복해지실 거예요. 진짜로...’손이 핸드폰 쪽으로 자꾸만 갔지만, 이람이 이미 이순심을 차단한 상태라는 걸 떠올리자 말은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이순심은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대표님은 소중한 걸 몰랐던 거야.’‘사모님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질 수도 있는데...’‘대표님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고 착각했지.’‘사실은... 사모님의 마음이 떠난 지 이미 오래됐는데...’...이람은 공항으로 차를 몰아 진민서를 데리러 갔다.둘이 마주 보자마자 민서는 두 팔을 활짝 벌려 이람을 꽉 안아주었다.그리고 떨어지자마자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찬찬히 이람을 훑어보았다.“야, 상태 괜찮네? 난 너 어디서 울고 있을 줄 알았는데.”민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혼이 이람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운 결정이었는지...이람은 어제 하루 종일 혼자 차를 몰고 다니며 울 만큼 다 울고, 생각할 것도 모두 정리했고, 남아 있던 미련도 다 잘라냈다.“나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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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0화

“우리 민서는 항상 자기가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괜히 감정 소모도 안 하고... 그래서 인생이 이렇게 시원시원한 거야.”이람의 눈빛에는 민서에 대한 진심 어린 감탄이 가득했다.“그러니까 내가 좋아하지.”민서는 온몸에 닭살이 확 돋았다.“아, 아아... 너 왜 이래! 갑자기 이러면 나 너무 어색하다고!”이람은 웃으며 잔에 음료를 따랐다.둘은 잔을 들어 부딪쳤다.이람은 마실 때조차 분위기가 쿨했다.마치 술이든 음료든, 그녀 손에 들어가면 다 무슨 광고의 한 장면 같았다.민서도 금방 익숙해졌다.‘이게 원래의 이람이야.’‘눈빛, 말투, 분위기... 웃지 않을 때의 그 묵직한 힘...’‘건드렸다간 큰일 날 것 같은 사람이야.’예전에 술자리 가면 떠드는 건 민서 몫이었다.그런데 조용히 앉아만 있는 이람을 아무도 함부로 무시하지 못했다.민서는 이람이 예전 모습으로 돌아온 게 너무 반가워서 견딜 수 없었다.그래서 신나게 이람을 데리고 호스트바로 향했다.민서는 호스트바에서 가장 인기 많은 여러 호스트를 골랐다.평소라면 호스트들이 들어오자마자 몸을 사르르 풀면서 애교 반, 눈빛 반으로 ‘누님들’ 비위를 맞추는 게 기본이었는데, 오늘 앞에 앉은 두 손님은 분위기부터 달랐다.패션도, 태도도, 눈빛도 ‘돈만 밝히는 손님’과는 전혀 다른 결이었다.한 명은 활짝 웃는 친절한 남자였고, 다른 한 명은 눈빛만으로 조용히 사람을 스캔하는 타입이었다.그 호스트는 도무지 이람의 취향을 읽어내지 못했다.이람은 그냥 마음에 드는 얼굴을 고를 생각이었다.그러다 제헌과 닮은, 냉정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의 호스트가 눈에 띄었고, 바로 고개를 저었다.이람은 대신 웃을 때 약간 개구쟁이 같은 매력이 있는 남자를 골랐다.“동생, 여기 와서 나랑 술 마셔.”지목당한 호스트는 바로 다가왔다.“누나! 오랜만이에요. 오늘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그는 눈빛에 힘을 잔뜩 실었다. 보통이면 호스트가 이런 눈빛 한 번만 줘도 손님들은 다들 가슴이 두근거리고 시선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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