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람은 아무 의심 없이 하준의 말을 그대로 믿었다.“그거 정말 우연이네요.”제헌이 다시 돌아왔을 때만 해도, 이람은 혹시나 못 빠져나갈까 봐 걱정했는데, 다행히 하준이 와서 도와줬다.하지만 하준과 몇 마디 나누고 나니, 하준의 기분이 조금 가라앉은 게 느껴졌다. 그제서야 하준이 이람을 제대로 바라보았고, 이람이 손에 쥐고 있는 이혼확인서를 본 순간, 그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축하합니다. 이혼, 순조롭게 끝났네요.”이람은 이혼확인서를 꼭 잡았다.“네.”하준은 핸들 위에 놓인 손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제헌 얘기만 나오면 이람은 항상 달라졌다.한 시간 전, 하준은 이미 알고 있었다.이람이 제헌을 기다리려고 제헌 회사 건물 아래에 갔다는 것을.제헌은 이람에게 한 시간을 쓸 정도의 가치가 있는 사람이었고, 그 한 시간 동안 이람의 머릿속은 분명 제헌으로 가득 차 있었겠지.하준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질투가 끓어오르고 있었다.그리고 이 감정은 절대 깊게 품어선 안 될 일이었다.너무 깊이 생각하면, 하준은 마음속에서 깨어나는 악마를 제어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하준은 겉으로는 기쁨도, 분노도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겉모습일 뿐이었다.자신이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냉정하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고 있었다.하준 역시 한낱 인간이었다. 심장이 가끔 제멋대로 뛰어버리는... 평범한 사람.이람은 지나치게 예민했기에, 하준의 기분이 좋지 않다는 걸 바로 느꼈다.제헌과 한 판 붙은 하준의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이람은 하준의 손등에 벗겨진 살갗을 봤다.주먹을 꽉 쥐고 세게 휘두른 흔적이었다.“대표님, 손 소독하셔야 해요. 약국으로 가요.”하준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이람을 힐끗 봤다.“걱정해주는 건가요?”“다친 사람 보면 당연히 걱정하는 거죠.”하준은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 그 눈빛은 더 어둡고, 더 깊고, 더 날카로웠다.이람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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