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Chapter 251 - Chapter 2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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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1화

이람은 뭐든 빨리 배우는 편이었고, 그림도 마찬가지였다.동양화는 사고의 여지가 넓은 편이라 그런지, 공간감이 확장되거나 대칭미가 돋보이는 수묵화를 특히 좋아했다. 그런 그림은 수학 공식을 떠올리게 해서 좋다고 했다.그중에서도 대나무를 그리는 걸 유난히 사랑했다.어릴 적 이람은 워낙 장난꾸러기라 양영근의 작품을 슬쩍 들고 오기 일쑤였고, 지금 작업실에도 양영근의 그림이 여러 점 액자에 걸려 있었다.그런데도 정작 그림을 배울 때는 사흘은 작업하고 이틀은 놀았다. 관심 있는 분야가 너무 많아서 그림에 모든 에너지를 쏟지 않을 때도 많았다.양영근은 그런 이람을 보며 너무 산만하고 마음이 들떠 있어 도저히 큰 인물이 되긴 글렀다고 여겨 결국 가르치는 걸 포기했 다.이건은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너 그 할아버지 그림 훔쳐다가 이렇게 몇 년을 숨겨놓은 거야? 그 양반이 찾아와서 너한테 따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수량도 꽤 많아서 시장에 내다 팔면, 이람이 쓰는 정도의 고성능 소형 컴퓨터 가격 정도의 금액은 가볍게 건질 수 있을 것이다.이람이 대답했다.“그때 양영근 선생님이 그냥... 모르는 척해주신 거지. 나한테 주신 거나 마찬가지야.”조이건이 코웃음을 쳤다.“자기합리화 하나는 기가 막히네. 그 노인네, 원래 너 별로 안 좋아했어. 진작에 너를 잊었겠지.”같은 어린 시절의 기억 때문인지, 이런 ‘악질’ 같은 면을 떠올리니 이건은 누나가 이상하게도 더 친근하게 느껴졌다.생각보다 엉뚱한 면도 있는 이람이 꽤 흥미로웠다.그래서 이건은 마지못해 칭찬했다.“그래도 좀 발전이 있네.”칭찬을 들은 이람은 기분이 좋아 활짝 웃었다.“고마워.”이건이 물었다.“근데 언제 다시 그리기 시작했는데?”“그냥... 요 몇 년? 그림 그리면 마음이 좀 가라앉더라.”이건의 눈동자가 묵직하게 가라앉았다.‘지난 몇년간 누나 마음이 편치 못했던 건 100% 그 강제헌 개새끼 때문이지.’‘근데 그렇다고 누나 과거 얘기 나올 때마다 내가 표정관리하기도 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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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2화

일할 때 이람의 모습에는 뭔가 폭발 직전의 힘을 억누르는 듯한 기운이 있었다.진지하고, 차갑고, 집중하는 순간만큼은 완전히 다른 사람 같았다.이유 없이 긴장감이 밀려와 이건은 갑자기 이람의 손목을 붙잡고 상체를 숙여 물었다.“진짜 안전한 거 맞아?”이람은 담담하게 말했다.“안전해.”이건이 다시 물었다.“추적 안 당하지? 들키면 감옥 간다.”이람이 말했다.“내가 네 회사에서 일하고 있었으면, 하유민이 너한테 손대는 순간 바로 알아챘을 거고, 하유민은 이미 감방에 있을걸.”이건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난 그 얘기가 아니라, 누나 너 자신은 안전하냐고 물어보는 거거든?”이람은 이건의 걱정을 한눈에 읽어냈다.“걱정 마. 나 지금 할 일 많아. 논문도 써야 하고, 내 인생도 즐겨야 하고. 내발로 위험에 빠지는 짓은 안 해.”A시에 있을 때도 이람은 한 건 크게 당했다.본인이 완벽하게 안전을 장담할 수 없었으면, 절대 손대지 않았을 것이다.그런데도 이건이 여전히 긴장을 놓지 않자, 이람은 이해 안 된다는 얼굴로 말했다.“왜 이렇게 심각해? 십 분이면 끝나는 일이야. 심지어 아주 간단해. 할 일 없으면 화장실이나 갔다 와. 너 볼일 보고 나오면 난 이미 끝냈을걸.”이건은 얼이 빠진 표정으로 그대로 굳어버렸다.“십 분? 와... 그렇게 쉽다고?”이건은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고, 이미 밤새워야 할 걸 각오하고 있었는데, 십 분 정도면 된다니.차분한 이람의 얼굴을 보니, 스스로가 어딘가 ‘해맑지만 멍청한’ 기분까지 들었다.‘아니, 남의 방화벽 뚫고 들어가서 난리 치고, 흔적도 없이 빠져나온다고?’‘그게 어떻게 쉬워?’‘하유민이 그때 성공한 건 우리 회사에서 데려간 조우빈이 방어 시스템을 너무 잘 알았기 때문인데.’‘누나는 지금 대문으로 잠입해서 들어가는 거라고. 들어가자마자 방화벽이 잡으면 어쩌려고.’이람은 여전히 태연하게 말했다.“아니면?”“씨, 됐어. 하시죠, 선생님!”이건이 손을 떼자, 이람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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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이건은 키가 185cm 정도라, 하준의 미간쯤에 시선이 닿았다.하준은 올해 스물여덟, 이십 대 초반의 이건보다 겨우 여덟 살 많을 뿐이었다.곧 서른이 되어간다고 해도 진짜 중년과는 아직 아득히 멀었다.더군다나 하준은 외모가 비현실적으로 뛰어났다.하준의 완벽한 골격으로는 나이를 먹어도 미남일 게 뻔했고, 지금은 등까지 곧게 펴고 서 있어 실루엣부터 압도적이었다.깊게 파인 이목구비는 조각 같았고, 화내지 않아도 위압감이 생기는 분위기, 귀티 나며 차갑고 도도한 기운.그 어디에도 ‘중년의 아저씨’라고 할 만한 건 단 하나도 없었다.하지만 이건은 이람 집 문 앞에 나타나는 ‘수상한 남자’들에 대해 경계심이 너무 강했고, 편견의 필터가 워낙 두꺼워서 하준 같은 남자도 이건의 눈에는 그저 하찮은 추남으로 보였다.하준은 뜻밖이라는 듯 눈을 깜박였다.이건 같은 나이대의 젊은 애들은 하준을 보면 대개 겁을 먹었다.하준의 눈을 진짜로 똑바로 쳐다보는 사람도 드물었고, 하물며 막무가내로 욕까지 하는 경우는 정말 거의 없었다.하준은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에 가까웠지만, 지금 이 상황은 그런 그에게도 꽤 생경했다.아주 잠시, 드물게 당황하는 감정이 스쳤다.‘이 사람이... 이람의 남동생?’‘성격 차이 진짜 심하네.’‘아니, 혹시... 이람이도 이런 면이 있는데 나한테만 안 보여준 건가?’하준이 미간을 살짝 좁히자 이건이 다시 싸늘하게 경고했다.“들었냐?”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건은 문을 쾅 닫아버렸다.힘이 실린 탓에 소리도 컸고, 거의 문짝으로 뺨을 한 대 휘갈긴 느낌이었다.하준은 태어나 처음, 딱 한 마디 했을 뿐인데 문전박대를 당했다.아주 기특한 놈이었다.이건은 하준이라는 변수 탓에 머릿속에서 유민 문제는 송두리째 날아가 사라져 버렸고,대신 이람이 막 이혼확인서를 받은 기세 그대로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폭발했다.이건은 얼굴을 잔뜩 구겨 책상 있는 쪽으로 걸어가다가 몇 걸음 못 가 멈췄다.그리고 다시 돌아서 문을 벌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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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4화

이건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혹시 이 집으로 이사 와서 이람을 지켜야 하는 건 아닌지.이람은 결혼하고 나서 행복해 보인 적이 거의 없고, 그때 이건은 이람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그래서 이제라도 누나를 위해 조금은 책임을 지고 싶었다.이람의 선택에 지나치게 간섭할 생각은 없었지만, 이람이 이건을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 주는 것... 적어도 남동생으로서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이람 혼자 모든 걸 감당하게 두고 싶지 않았다.이건은 하준의 속마음을 도저히 읽을 수 없었다.직감적으로, 하준이 절대 ‘좋은 놈’일 리 없다고 느꼈다.그러니 먼저 선을 그어두는 게 맞았다.가능하면 아예 마음을 꺾어버리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하준은 문득 진결을 떠올렸다.나이가 이건과 비슷했다.‘우리 누나가 진짜로 어린 남자를 좋아하는 건가?’옆에 늘어뜨렸던 손이 천천히 말려 들어갔고, 하준의 얼굴에서는 감정이 전혀 읽히지 않았다.“그래서?”이건이 잠깐 멈칫했다가, 눈살을 찌푸렸다.“그래서 앞으로 우리 누나한테 쓸데없이 들이대지 말라고. 이해됐냐?”하준은 가볍게 되물었다.“그래?”이건은 이미 말 다 했는데, 뭘 또 되묻는지 이해가 안 됐다.불쾌함만 더 커졌다.“아니야? 설마 우리 누나가 먼저 아저씨한테 들이댄다는 말이야?”말을 뱉고 나서야, 이건은 상황이 이상하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이야기가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자기가 끌려다니고 있다는 기분.표정이 한층 더 험악해졌다.“됐고, 그냥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했어. 다 들었으면 꺼져!”말을 끝내고 문을 또 쾅 닫았다.이번엔 다시 열지 않았다.이건이 거실로 돌아오자마자,이람이 서재에서 걸어 나왔다.이건은 표정을 순식간에 아무렇지 않게 바꿨다.“이렇게 빨리 끝났어?”이람은 고개를 끄덕였다.비록 아까 하준 때문에 기분이 좀 상했지만, 이건은 그래도 속이 다 시원했다.유민에게 한 방 먹였다는 사실이 너무 통쾌했다.하지만 옆을 보면 이람은 지나칠 정도로 차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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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5화

이건은 아무 생각 없이 이람을 집 안으로 확 끌어당겼다.이건의 표정은 이람보다 더 험악했다.“누나기 그 이웃 남자한테 사과하러 간다고? 왜?”이람은 이건이 이렇게까지 반응할 줄 몰랐다.표정이 더 싸늘하게 내려갔다.“이렇게 질색하는 거 보니까... 틀림없이 사고 쳤네?”이건은 바로 발끈했다.“나 아무 짓도 안 했어.”이람은 눈도 깜박하지 않았다. 이건의 말을 절대 믿지 않는 눈이었다.핸드폰을 들어 바로 복도 CCTV를 틀었다.이건의 얼굴이 순간 딱 굳었다.이람의 손에서 모니터를 빼앗고 싶었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어차피 이람은 끝까지 볼 거고, 다 들킬 텐데...그래서 그냥 시원하게 인정해 버렸다.“누나 옆집 그 아저씨, 딱 봐도 수상쩍게 생겼잖아. 누나 대신 내가 몇 마디 해준 게 뭐 어때서?”“그리고 이 집은 한 층에 두 세대뿐인데, 옆집에 이상한 아저씨 살면 누나 안전이 걱정되는 게 정상 아니야?”“내가 여기 와 있는 이상 나도 남자고, 누나 지켜주는 건 내 역할이기도 하지. 겁 좀 줘도 되잖아?”말할수록 이건은 자기 논리에 더 확신을 가졌다.조금도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했다.하지만 CCTV에서 들리는 건 그보다 훨씬 심했다.이람은 ‘아저씨’라는 단어만 듣고서도 이미 불길했는데, 실제로 들으니 이건이 뱉은 말은 더 심각했다.‘애들 초등학교 보낼 나이 아니냐’, ‘나이도 꽤 있다’, ‘결혼 세 번쯤 했다’, ‘남녀관계 복잡하다’...그리고 마지막의 그 쩌렁쩌렁한 ‘꺼져’...이람의 얼굴은 점점 더 새파래졌다가... 다시 하얘졌다가... 그야말로 얼굴색이 붉으락푸르락했다.이건은 되려 먼저 역정을 냈다.“누나는 지금 왜 화를 내는데?”‘지금 누나가 그 이상한 아저씨 때문에 나한테 성질부리는 거야?!’이건의 얼굴이 시꺼멓게 타들어 갔다.이람은 CCTV 화면을 본 눈을 찌르고, 귀를 막고 싶었다.듣고 보니 이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다 재앙 수준이었다.이람은 결국 참지 못하고, 이건의 팔뚝을 쩍 하고 때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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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6화

이건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게 아부가 아니면 뭐냐?”이람은 눈만 흘겼다.이람이 먼저 들어가자 이건도 느릿느릿 신발 커버를 끼고, 문 앞에서 두 번 신발 커버를 꾹꾹 밟은 뒤 따라 들어갔다.이건은 하준의 집 내부엔 관심이 하나도 없었다.오직 이람의 움직임만 눈으로 쫓아다니며 시종일관 싸늘한 얼굴로 뒤를 따랐다.이람이 멈추면 이건도 뒤에서 똑같이 멈췄다.거실 TV 앞, 하준은 편하게 소파에 기대앉아 있었다.이람은 이미 알고 있었다. 겉모습과 달리 사적인 시간의 하준은 완벽주의 총수가 아닌, 의외로 아주 인간적이고 편안한 사람이란 걸.딱딱한 대기업 대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이람이 다가가자, 그제야 하준이 고개를 돌렸다. 먼저 이람을 살피고 곧이어 이람 뒤편에 있는 이건에게 시선이 닿았다.이건은 그 눈길을 바로 느꼈다.하지만 이람 앞이라고 얌전해질 리 없었다.이건의 눈빛은 영락없는 어린 늑대 같았다.앙칼지고, 사납고, 적의를 숨기지 않았다.하준은 속으로 짧게 웃음이 새 나왔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흔들림이 없었다.이람이 바로 말을 꺼냈다.“서 대표님, 여기는 제 동생 이건이에요. 오늘이 처음 뵙는 자리라 서로 잘 모르기도 하고... 이건이가 아직 어려서 좀 학생 같은 면이 있어요. 말도 좀 거칠고요...”하준이 그 말을 중간에 끊었다.“그건 누나 걱정한 거죠. 그런 말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죠.”이람은 눈을 크게 떴다. 하준은 쉽게 용서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겉보기엔 온화해 보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겁이 나서 대놓고 건드리지 않을 뿐이다.진짜로 선을 넘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사람인데...‘서하준이... 나한테 이렇게 관대하다고?’이건도 원래는 따져 물을 눈빛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뜻밖에 하준이 자기편을 드는 말을 해서 순간 멍해졌다.기쁘기는커녕 등골이 오싹해졌다.이건은 꼼수 많던 고지후도 보고 자랐지만, 눈앞 이 남자는 레벨 자체가 다르다고 직감했다.곧바로 이람의 반응을 살폈다.이람 역시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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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7화

이건은 진짜로 분노에 눈이 확 뒤집혔다.‘서하준 저 인간, 그냥 100% 여우남이야!’‘고지후도 여우긴 마찬가지여도... 저 정도는 아니거든!’‘고지후는 강제헌 친구라 누나가 본능적으로 거리를 두니까 사고 칠 기회도 없었지.’‘근데 서하준은 다르지. 누나는 서하준을 존중하고, 마음의 경계도 거의 없고...’‘게다가 누나, 서하준 감정까지 신경 쓰는 것 같았고.’‘이런 상태에서 서하준이 조금만 친절하면, 누나는 진짜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그러다 호감 생기면 끝나는 거잖아?’이건은 여기까지 생각하자, 속에서 뜨거운 질투가 확 올라왔다.‘제기랄... 누나는 나만 챙기면 되는데...’‘난 누나의 유일한 동생이고, 유일한 가족인데.’‘근데 서하준이 뭐라고. 기업 대표? 그게 다야.’‘누나에게 월급 주는 관계 말곤 아무것도 아니거든?’‘이런 인간 때문에 누나가 날 끌고 와서 사과하게 만든다고? 어이가 없네.’이건은 생각할수록 열이 올라 오늘 하준의 기를 확 꺾어놓기로 결심했다.하준은 어린 시절부터 제헌에게 욕을 듣고 자란 터라, 그런 말에는 깜짝도 하지 않았다. 이건의 경고는 하준에겐 아무런 타격감이 없었다.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하준에게 대놓고 욕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이건의 경고가 먹힌 유일한 이유는... 오로지 이람의 동생이기 때문이었다.하준은 의자에 앉아 있다가 천천히 눈을 들었다.“괜찮네. 딱 들킨 모양이야.”하준이 이람에게 품은 감정은 깊숙하고 은밀했다.자기 마음을 직접 밝힌 제헌을 제외하면, 그걸 눈치챈 사람은 연훈 정도였다.재원도 아직 하준의 마음을 확신하지 못하는데, 그걸 이건이 단번에 파악했다는 건... 확실히 촉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이건은 더 크게 폭발했다.“그럼 아까는 왜 그런 짓을 했는데!”하준은 담담히 말했다.“쇼할 필요는 없지.”이건은 허탈하게 웃었다.“여긴 우리 둘뿐이야. 남자답게 말해. 우리 누나한테 무슨 꿍꿍이야?”하준은 오히려 반문했다.“그렇게 경계하는 거 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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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8화

의지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누구에게도 기대지 않는 여자.그런 여자가 스스로 마음을 열지 않는 이상 누구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근데 조이람은... 왜 하필 강제헌이었을까?’‘강제헌이 무슨 자격으로 이람의 마음 한구석을 차지했는데?’하준은 이 생각이 떠오르기만 해도 자신 안에서 아주 묵직하고 위험한 감정이 들끓는 걸 느꼈다.그래서 그 생각을 항상 억지로 눌렀다.조금이라도 길게 생각하면, 본인이 감당 못 할 만큼 폭력적으로 변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이건은 당연히 하준의 이런 변화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그저 인상 바짝 쓰고 소리쳤다.“말 돌리지 마!”하준은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이미 들킨 이상, 내 마음을 숨길 필요도 없으니까. 아직 고백하지 않았고... 당연히 이람 씨는 내 속마음을 모르고.”이건은 비웃으며 말했다.“당연하지. 당신같은 여우남은 누나한테 호감 생겼으면 벌써 고백했겠지.”하준은 평온했다.“누구를 좋아하든, 그건 이람 씨의 선택이야. 네가 동생이어도... 누나의 마음까지 통제할 권리는 없어.”이건의 미간이 바짝 좁혀졌다.“지금 나 훈계하는 거야? 내가 누나한테 당신 같은 인간 접근하지 말라고 한 게 그렇게 불편해?”하준은 고개를 저었다.“아니. 네가 나한테 그러는 것도 이해하고, 다른 남자들에게 그러는 것도 이해해. 좀 더 솔직히 말하면, 그게 나에겐 도움이 되기도 하니까. 경쟁자들, 미리 걸러지니까.”이건은 얼이 빠졌다가 곧 피가 거꾸로 솟았다.‘X발... 내가 서하준 길을 닦아준 거였어?!’이건은 주먹을 꽉 쥐고 씩씩댔다.“당신도 말했잖아? 누나가 누구 좋아하는 건 누나 자유라고! 근데 왜 이렇게 확신하는데?우리 누나가 당신을 좋아할 거라고?!”하준이 바로 설명했다.“이람 씨 주변 남자들... 다 나보다 못하니까.”하준의 눈빛이 깊어졌다.“사람을 꼭 좋아해야 한다면, 최고를 고르는 게 맞지.”‘그리고 이람 씨는... 최고를 골라야 맞고.’이건이 너무 어이가 없었다.“진짜 미쳤냐!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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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9화

하준이 이건을 설득하려는 목적은 단 하나였다.이건이 방해물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길 바라는 것.앞으로도 계속 마주칠 텐데, 이건이 마치 강도라도 대하듯 자신을 경계하는 것도 피하고, 이람 앞에서 자기를 욕하는 일도 줄이고 싶었다.그러니 이건의 감정을 그토록 신경 쓰는 것처럼 보여도... 사실 하준은 이건의 마음보다 오직 이람만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다.그 사실을 떠올리자 하준의 시선은 차갑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눈동자는 다시 무심하고 냉정해졌다.하준은 언제나 그랬다. 자신이 아끼는 사람 외에는 딱 그만큼의 호의만 베풀 뿐이었다.그 이상은 단 한 번도 허락한 적 없었다.이건은 그런 하준을 똑바로 노려보며 손을 꽉 움켜쥐었다.하준의 말은 너무 직설적이었고, 그게 바로 이 대화의 핵심이었다.하준은 이람에게 구애할 것이고, 그러려면 미래의 처남과 관계를 제대로 설정해야 했다.고지후가 이건에게 투자하려 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하지만 이건은 지후의 제안을 냉정하게 잘라버렸다.그런데 하준의 이야기는... 이건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건드렸다.3년 전 누나가 갑자기 제헌과 결혼해 버렸던 일.그때 생긴 트라우마였다.이건은 두려웠다.누나가 또 갑자기 낯선 누군가를 선택하고,또 상처받으면 어쩌나?그런 이유로 이람에게 다가오는 ‘남자’라는 존재만 보면, 이건은 반사적으로 드러냈다.날카로운 적개심을...하준은 그걸 단번에 알아봤다.그래서 선택한 건... 가장 강력한 무기인 진정성.이건도 조금은 설득되기 시작했다.물론 그걸 입 밖으로 인정하는 성격은 아니었지만.“두고 보자고. 우리 누나는 당신 같은 타입 절대 안 좋아해.”하준은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좋아하고 안 좋아하고는 누나 몫이지. 근데 네가 누나를 걱정하고, 감정적으로 다칠까 봐 불안해하는 거라면... 그건 내가 너를 안심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맞다.”이건은 원래 어떤 방식도 통하지 않는 타입이었다.그가 누군가를 인정하는 순간은 오직 이건이 ‘직접’ 그 사람에게 직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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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0화

이건은 그나마 아까 스스로 멘탈을 붙잡았다는 사실에 조금 안도했다.‘내가 방금 사고라도 쳤으면 누나한테 진짜 쪽팔릴 뻔했네.’이건은 이미 표정도 정리하고, 숨도 고르고, 거실 쪽으로 걸어갔다.이람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이건에게 다가왔다.위아래로 훑어보며 묻는다.“어떻게 됐어?”“내가 사과하러 간다는데, 뭐 서로 치고 박고 싸움이라도 했을까 봐? 걱정할 게 뭐 있어.”“말 좀 똑바로 해봐!”이건은 속으로만 중얼댔다.‘누나가 오늘 하유민 박살 내준 거 생각하면... 오늘은 좀 봐줘야지.’그래서 이건은 툴툴거리며 코웃음만 치고, 그냥 입을 닫았다.하지만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하준이 누나를 마음에 두고 있다는 생각이 떠오르자, 분노가 다시 차올랐다.이건에게 이람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 누나에게 어울릴 상대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남자여야 한다.‘서하준? 겨우 기준선 통과한 수준이지.’이건은 혼자 속으로 하준을 욕하면서 주위를 둘러보다가 문득 뭔가 눈에 들어왔다.하준의 거실 한쪽, 조용히 빛나는 유리 공예 수집장.그 안에 네 개의 유리잔이 전시되어 있었다.맑은 수정처럼 반짝이는 크리스털 잔들이고, 그 스타일이... 어디선가 본 듯 익숙했다.이건은 눈을 가늘게 떴다.‘이거... 누나 집에도 비슷한 브랜드 있지?’‘이게 진짜 우연일까?’‘아니면 누나랑 서하준 사이에... 뭐 숨기는 거라도 있는 건가?’이건은 유리잔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별 모양, 달 모양... 씨, 왜 이렇게 수상하지?’‘맞다, 누나 세면대에 그 촌스러운 달 모양 오브제도 있었는데?’이건은 인간관계에서 감정에 관련된 단서에 아주 민감했다.겉보기엔 딱히 연결점이 없어 보여도 이건의 머릿속에서는 점과 점이 바로 선으로 이어졌다.‘서하준이 지금 고백도 안 하고, 혹시... 누나 생활에 은근슬쩍 스미는 중인 거 아니냐?’‘나를 설득하는 것도 누나에게 “스며드는” 과정 중 하나?’이건은 점점 확신이 생겼다.‘봤지? 내가 서하준 수상하다고 했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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