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부드러운 햇살이 회의실 창가로 비스듬히 쏟아졌다.흰 실크 블라우스를 입은 소예지는 차분한 표정으로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 깨끗하게 정돈된 옷매무새와 우아하게 올려 묶은 검은 머리칼, 눈부시게 투명한 피부가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시선을 사로잡았다.그때 문이 열리며 강준석이 들어섰다. 순간 그의 시선이 잠깐 멈칫했다. 소예지가 고개를 들어 눈이 마주치자 그는 어색한 듯 안경을 슬쩍 밀어 올리며 물었다.“정리 다 했어?”“응, 다 끝났어.”소예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가 다시 물었다.“구내식당에서 먹을래 아니면 밖으로 나갈까?”“식당이 좋겠어.”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강준석은 근사한 곳에서 식사하고 싶었지만 소예지는 언제나 화려함보다 실속을 우선시했다.오후가 깊어질 무렵 윤혁이 두 사람에게 저녁 연회 초대장을 건네며 말했다.“예지야, 집에 가서 예쁜 드레스로 갈아입고 와.”“저는 연회를 즐기러 가는 게 아니라 일하러 가는 거예요.”소예지가 난처하게 웃으며 대꾸했다.윤혁은 낮게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으쓱했고 옆에 있던 강준석이 웃으며 덧붙였다.“지금 차림도 예쁘니까 괜찮아.”“그래요, 그럼 저녁 여섯 시에 연회장 입구에서 봐요.”윤혁이 말을 마치고 먼저 자리를 떴다.오후 4시 30분, 소예지는 정확히 시간에 맞춰 딸을 데리러 학교에 도착했다. 하지만 건너편 주차장에는 이미 고이한의 차가 서 있었다. 잠시 후, 그가 딸을 데리고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고하슬!”“엄마!”딸이 활짝 웃으며 달려왔다.“엄마, 아빠가 할머니 댁에 데려다준다고 했어요. 엄마도 같이 가요!”소예지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몸을 낮췄다.“그럼 엄마 차 타고 갈까?”“아니요, 아빠 차로 가요!”고하슬이 앙증맞은 표정으로 엄마의 손을 잡았다. 딸은 아빠가 운전하는 동안 엄마와 함께 뒷좌석에서 놀고 싶었던 것이다.딸의 귀여운 제안에 소예지는 학교에 자기 차를 놔둔 채 고이한의 차에 올랐다. 차 안에서 고이한은 딸과만 간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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