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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4화

Author: 이야기보따리
어느덧 보름이 훌쩍 지나 있었다.

D 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조용히 활주로에 내려앉았고 공항에는 이미 차량 행렬이 도착해 있었다.

가장 먼저 차에 오른 이는 진가영이었다. 그녀는 차량에 오르자마자 조용히 눈을 감고 휴식에 들어갔다.

그 뒤를 따라 고이한이 가장 앞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을 지켜본 심유빈은 말없이 매니저가 대기하고 있던 밴에 몸을 실었다.

이번 여행은 세 사람 모두에게 깊은 피로를 남긴 듯했다. 각자의 얼굴에는 무거운 기색이 짙게 깔려 있었고 말수도 현저히 줄어든 채 조용한 귀국길이 이어졌다.

고이한은 진가영을 자택까지 배웅한 뒤, 곧장 자신의 집으로 향했다.

한산한 거실에 앉아 몇 통의 전화를 돌린 그는 관자놀이를 꾹 눌러가며 위층으로 향했다.

샤워를 마친 고이한이 수건으로 머리를 대충 말린 채 방으로 나오자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고 대표님, 이혼 계약서를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알겠습니다.”

잠옷 가운을 걸친 채 서재로 향한 그는 노트북을 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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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정
재밋게 잘 보고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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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724화

    고이한은 소예지를 바라보았다. 순식간에 그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정말... 나랑 다시 결혼해줄 거야?”고이한의 목소리가 떨렸다.소예지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당신이 싫으면 뭐...”“할 거야.”고이한이 갑자기 그녀를 품으로 세게 끌어안았다.“할 거야. 당연히 해야지.”소예지는 그의 품에 기대어 고개를 끄덕였다.“정말 마음 정한 거 맞아?”고이한은 그녀가 마음을 바꾸기라도 할까 봐 다시 한번 확인했다.“정했어. 당신 돈도 많고 잘생겼고 내 딸 친아빠잖아. 거기다 그쪽으로도 잘하고... 다른 여자 좋은 일 시켜주기 싫어.”소예지는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그 말에 고이한이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진심으로 하는 말 맞아?”소예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진심이야.”고이한은 그녀의 손을 잡아 입가로 가져가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럼 이제 호칭 바꿔야겠네. 여보.”소예지의 심장이 쿵 뛰었다.창밖의 햇살이 커튼 틈새로 스며들어 두 사람을 비췄다.“귀국하면 바로 혼인신고 하는 거야. 마음 바꾸면 안 돼.”고이한이 다시 한번 확인했다.“안 바꿔.”소예지도 확실하게 대답했다.고이한은 웃으며 고개를 숙여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길고도 다정한 입맞춤이었다. 무사히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다시 되찾은 사람을 향한 애틋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당신, 사랑해.”고이한이 낮은 목소리로 고백했다.매일 밤 서로에게 깊이 빠져들 때마다 고이한은 이 말을 몇 번이고 반복하곤 했다. 그럴 때는 소예지도 정신이 없어 제대로 들을 겨를이 없었지만 지금만큼은 그의 고백이 선명하게 가슴에 닿았다.이틀 뒤 고이한은 소예지의 손을 잡고 비행기에서 내렸다.두 사람을 마중 나온 사람은 김경환이었다.“서류는 전부 챙겼지?”고이한이 확인하듯 물었다.“대표님, 걱정 마십시오. 전부 챙겨왔습니다.”김경환이 웃었다.‘대표님의 행복이 걸린 일인데 내가 발목을 잡을 수는 없지.’오전 10시.혼인신고를 위해 찾은 구청에는 밝은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고이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723화

    “이제 괜찮아.”고이한의 목소리는 잔뜩 쉬어 있었다. 그는 소예지의 등을 천천히 쓸어내리며 나지막이 달랬다.“이제 내가 왔어으니까 괜찮아.”소예지는 눈을 감았고 눈물 한 줄기가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지난밤은 정말 견디기 힘들 만큼 무서웠다. 하지만 고이한이 올 거라는 생각이 끝까지 버틸 수 있는 희망이 되어주었다.복도에서는 구조대원들이 층마다 돌며 투숙객들을 대피시키고 있었다. 고이한은 소예지의 손을 꼭 잡고 밖으로 향했다.호텔을 빠져나가기 위해 로비에 들어선 순간 흰 천에 덮인 십여 구의 희생자 시신이 눈에 들어왔다.소예지의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 광경에 가슴이 철렁하는 건 고이한도 마찬가지였다.이번 테러는 그나마 소규모에 그쳤다. 만약 더 큰 규모의 공격이었다면 어떤 참변이 벌어졌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바닥 곳곳에는 총탄의 흔적과 핏자국까지 남아 있었다.고이한은 소예지의 얼굴을 자신의 가슴께로 끌어당겨 감쌌다.“보지 마.”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품에 기댄 채 밖으로 향했다.호텔을 빠져나오자 수많은 투숙객의 얼굴에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듯한 안도감이 어려 있었다. 소예지도 마찬가지였다.두 사람은 밖에 세워진 차에 올라탔고 고이한은 이곳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소예지를 데려갔다. 경호 인원도 늘어나 세 대의 차량이 함께 부촌으로 향했다.차는 곧 조용한 고급 주택가 안으로 들어섰다. 주변에는 최고급 저택들이 즐비했고 보안 수준 역시 매우 높았다.이곳은 고이한 명의로 된 여러 부동산 중 하나였다. 소예지도 예전에 한동안 이곳에 머문 적이 있었다.정기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 있어 집 안은 지금도 깨끗하고 아늑했다.“먼저 씻고 푹 자.”따뜻한 물줄기가 몸 위로 쏟아지자 소예지는 그제야 다시 살아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지난밤 내내 느꼈던 공포와 긴장 그리고 무력감도 조금씩 씻겨 내려갔다.하지만 눈을 감으면 머릿속에는 여전히 떨쳐낼 수 없는 수많은 장면이 떠올랐다.샤워를 마친 소예지가 잠옷을 입고 밖으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722화

    폭발의 진동에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물컵과 휴대전화가 바닥으로 떨어졌다.창밖에서는 날카로운 경보음이 쉴 새 없이 울렸고 사람들의 비명과 울부짖는 소리까지 뒤섞여 들려왔다.휴대전화 너머로 들려오던 고이한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달라졌다.“무슨 일이야?”소예지는 몸을 숙여 휴대전화를 주워 들었다. 목소리에도 긴장감이 역력했다.“아무래도... 호텔 아래에서 폭발이 일어난 것 같아.”말을 마친 소예지는 휴대전화를 든 채 창가로 다가가 밖을 내려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아래에서는 짙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고 사람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고 있었다.그 순간 또 한 번 폭발음이 터졌다.쾅!충격에 유리창이 덜덜 떨렸다.“창문에서 떨어져.”고이한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내 말 잘 들어. 방에 있어. 당분간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마. 지금 바로 경호원들 올려보낼게.”소예지의 심장도 거세게 뛰기 시작했다. 휴대전화를 쥔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알았어. 방에 있을게.”“경호원들한테 바로 연락할게. 더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라고 할 테니까.”고이한은 다급하게 말을 마치고 영상 통화를 끊었다.소예지가 휴대전화를 확인하자 메시지 하나가 들어와 있었다. 이번 과정에 함께 참가한 동료가 보낸 것이었다.[소 박사님, 호텔이 테러 공격을 받았어요. 그런데 아래층에 아직 테러범들이 있다고 해요. 당분간 절대 밖으로 나오지 마세요.]메시지를 확인한 직후 고이한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소예지는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내 말 잘 들어. 무슨 일이 생겨도 겁먹지 마. 내가 바로 갈게.”소예지가 놀라 되물었다.“당신이 온다고?”“응. 지금 바로 공항으로 출발할 거야.”“하지만...”“기다려.”고이한은 그대로 전화를 끊었다.소예지는 밖에서 울리는 사이렌과 폭발음에 몸이 굳은 채였다. 테러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벌어질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바로 그때 창밖에서 총성이 들려왔다.소예지의 심장이 순간 팽팽하게 조여들었다.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721화

    오랫동안 서류를 작성한 탓에 소예지는 머리가 지끈거렸다.자리에서 일어나 고이한의 품에 기대자 그는 긴 팔로 소예지의 허리를 단단히 감쌌다. 그러고는 다른 한 손을 무릎 아래로 넣어 가뿐히 안아 들고 안방으로 향했다.방에 들어서자마자 고이한이 고개를 숙여 입을 맞췄다.창밖으로 밤은 점점 깊어갔고 방 안에는 따뜻하고 은은한 불빛이 내려앉아 있었다.고이한은 유독 불을 켜두는 걸 좋아했다. 소예지는 그 점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고이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늘 제멋대로였다.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봄이 찾아왔고 만물은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 모든 것이 유난히 아름다운 계절이었다.어느덧 계절은 5월에 접어들었다.따뜻하고 화창한 날씨가 이어지는 동안 주변의 일들도 차츰 제자리를 찾아갔다.주경화의 병세는 매우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었고 이제는 퇴원해 집으로 돌아간 상태였다. 지난주에는 소예지가 딸과 고이한을 데리고 윤하준의 집에 다녀왔는데 주경화가 직접 요리까지 해 세 사람을 대접했다.송세아에게서도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새로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칩을 이식한 뒤 신경 신호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좋았다. 지난주 영상 통화에서는 무려 1분 동안 혼자 서 있는 데 성공했고 화면 속 송세아의 상태도 무척 좋아 보였다.모든 것이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소예지는 몸을 돌려 책상 위에 놓인 M국에서 온 초청장을 바라보았다.M국의 최고 명문 교육기관에서 보내온 초청장으로 한 달간 진행되는 특별 과정에 참가해 달라는 내용이었다.이번 과정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모두 세계 정상급 연구진이었다. 소예지의 연구에도 큰 돌파구가 될 수 있는 기회였기에 고이한 역시 이번만큼은 그녀가 가기를 적극적으로 권했다.비록 두 사람이 한 달 동안 떨어져 지내야 했지만 말이다.소예지는 컴퓨터 앞으로 가 답장을 보내며 이번 일정을 확정했다. 저녁에는 딸에게도 이 사실을 이야기했고 고하슬은 엄마가 공부하러 가는 것을 적극 찬성했다. 그런 엄마가 무척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그렇게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720화

    노인의 목소리는 늙고 쇠약했지만 따뜻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잠시 서 있던 소예지의 손을 고이한이 말없이 가볍게 쥐어주었다.소예지는 고이한의 손길에 힘을 얻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노인에게 인사했다.“진 교수님, 안녕하세요. 소영욱 교수의 딸 소예지예요.”진경수 교수는 고개를 들어 소예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증손녀를 바라보는 것처럼 한없이 다정했다.“닮았구나. 정말 많이 닮았어.”노인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더니 소예지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특히 그 눈이 닮았구나. 강단이 있어.”고이한도 뒤따라 인사했다.“진 교수님, 안녕하세요.”진경수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이한에게도 무척 온화한 태도를 보이며 옆에 있는 의자를 두드렸다.“둘 다 앉게.”진경수 교수 역시 눈앞의 젊은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있었다. 고이한은 그동안 수많은 연구 프로젝트에 투자해왔고 안목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사람이었다.노인의 시선이 다시 소예지에게 향했다. 눈빛에는 자애로움이 가득했다.“지금 하고 있는 연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이 늙은이한테 한번 이야기해 보렴.”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고 연구의 기초 이론부터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진경수 교수는 진지한 표정으로 소예지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소예지가 연구 내용을 세세하게 설명할수록 노인의 눈은 점점 밝아졌고 얼굴에 깊게 자리 잡은 주름마저 활짝 펴지는 듯했다.이야기는 자연스럽게 주경화의 치료와 현재 회복 상태로 이어졌다.소예지의 설명을 들은 진경수 교수의 눈시울이 살짝 젖었다. 목소리에도 흥분이 묻어났다.“그렇다면 그 파형이 이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거냐?”“현재까지는 계속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요. 환자의 기억도 점점 더 선명해지고 있고 거의 정상적인 기억 수준까지 회복됐어요.”진경수 교수가 고개를 들었다.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대단하구나. 정말 대단해. 우리 때는 장비도 부족했고 의료 기술도 지금처럼 발전하지 못했지. 나 역시 그 파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719화

    소예지는 웃다가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노벨상 후보 추천에는 엄격한 규정이 있어. 본인이 직접 지원할 수 없고 반드시 추천 자격이 있는 사람의 추천을 받아야 해.”“알아. 추천권은 특정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게만 있으니까.”고이한이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몇 사람에게 연락해 뒀어. 주 총장님과 이성열 박사님도 당신을 추천하겠다고 했어. 두 분 모두 국내에서 손꼽히는 권위자잖아. 그리고 더 중요한 건... 또 누가 당신을 추천하겠다고 했는지 알아?”소예지가 눈을 깜빡였다.고이한의 의미심장한 웃음을 보자 문득 한 사람이 떠올랐지만 소예지는 굳이 맞혀보지 않았다.“그냥 말해줘.”“당신도 생각했을 것 같은데. 장인어른의 지도교수였던 진경수 교수님이야.”소예지는 순간 숨을 멈췄다.의학계에서 진경수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국내 신경과학 분야의 기틀을 세운 학자 중 한 명이었으며 노벨 생리의학상 후보로 추천된 적이 있는 몇 안 되는 국내 과학자이기도 했다.무엇보다 그는 아버지 소영욱의 박사 과정 지도교수였다.소예지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진경수 교수의 모습도 이미 환갑을 넘긴 노인이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던 해에는 직접 추모 글을 써 의학 학술지에 게재하기도 했다.“교수님이...”소예지의 목소리에 격한 감정이 묻어났다.“이제 거의 아흔이 다 되셨지?”“아흔여덟이셔.”고이한은 소예지의 손을 잡아 가볍게 쥐었다.“사람을 통해 연락드렸는데 당신이 소영욱 교수님의 딸이라는 말을 듣고 먼저 시간을 정해서 한번 만나자고 하셨어.”소예지는 벅찬 감정에 목이 메었다.“정말?”“장인어른은 교수님이 당시 가장 아끼던 제자였고 당신은 그 제자가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딸이라고 하셨어.”소예지는 고이한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나도 꼭 한번 찾아뵙고 싶어.”그 뒤로 소예지는 온 마음을 주경화의 치료에 쏟으며 회복 과정의 마지막 관찰과 기록까지 꼼꼼하게 진행했다. 윤하준의 기분도 눈에 띄게 좋아졌고 전보다 한결 편안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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