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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2화

Penulis: 이야기보따리
소예지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난 할 얘기 없어.”

분위기를 감지한 주현우가 조심스레 말을 덧붙였다.

“두 분 얘기 나누세요. 전 잠깐 화장실 좀...”

그가 자리를 비키자, 고이한이 천천히 미간을 찌푸리며 조용히 물었다.

“임 이사가 네 회사에 들어갔다고 들었어.”

소예지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태연하게 되물었다.

“그래서?”

“그 사람, 실력 있는 인물이야. 믿고 맡겨도 돼.”

‘그걸 말하려고 일부러 시간을 끈 거야?’

속으로 의아해진 소예지는 고개를 기울였지만 겉으로는 담담했다.

“엄마랑 할머니, 하슬이를 보고 싶어 해. 금요일 오후에 데리러 갈게.”

며칠 전 통화에서 진가영이 손녀를 데려가고 싶다고 한 말이 떠올랐다. 소예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해.”

고이한이 무언가 더 말하려는 순간,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그는 짧게 인사하듯 말했다.

“그럼.”

그가 떠나고, 사무실 문 앞에서 잠시 기다리던 소예지에게 주현우가 다가왔다.

“고 대표님은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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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44화

    고하슬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한쪽으로 자리를 옮겼다.고이한이 물 한 잔을 따라 건넸다. 마침 목이 말랐던 소예지는 두말없이 받아 들었다.“고마워.”고이한은 잠시 소예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소예지, 연구라는 게 마음먹는다고 쉽게 놓을 수 있는 일은 아니잖아. 하슬이랑 시간을 많이 못 보낸다고 너무 죄책감 가질 필요 없어.”“지금은 하슬이가 다 이해하지 못해도 크면서 조금씩 알게 될 거야. 자기 엄마가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지.”소예지는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자신이 마음 한구석에 품고 있던 고민을 고이한이 알아채고 있을 줄은 몰랐다.생각지도 못한 위로여서인지 그 말은 유난히 마음 깊이 와닿았다.“언젠가는 하슬이도 당신을 자랑스러워할 거야. 지금 당신이 하는 선택도 결국 하슬이한테 좋은 모습으로 남을 거고.”차분한 목소리에는 평소와 다른 무게가 실려 있었다.늘 장난스럽게 굴거나 고집을 부리던 모습과 달리 지금만큼은 진심으로 자신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소예지는 그동안 연구자와 엄마라는 두 역할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으며 살아왔다. 연구에 몰두할수록 딸과 함께하는 시간은 줄어들었고 그럴 때마다 마음 한구석에는 늘 미안함이 남았다.거실에서 놀고 있는 고하슬을 바라보던 소예지의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잠시 아이를 바라보던 소예지는 다시 고이한에게 시선을 돌렸다.“고마워.”오늘만 벌써 두 번째였다.하지만 이번에 건넨 고맙다는 말에는 조금 더 깊은 마음이 담겨 있었다.자신의 일을 이해하고 응원해 주는 것도 고마웠지만 무엇보다 고하슬을 자연스럽게 돌보며 아빠로서 제 몫을 다해주는 모습이 고마웠다.“도와줄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고이한의 말에 소예지는 이번에는 사양하지 않았다.“응.”정말 고씨 과학기술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생긴다면 그때는 기꺼이 부탁할 생각이었다.“이제 마음 놓고 일해. 하슬이 학교 문제는 내가 맡을게. 인테리어도 사람 시켜서 끝까지 챙길 테니까 9월 전에는 들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43화

    그날 밤 고이한은 취할 만큼 술을 많이 마신 것도 아니었다. 기억을 더듬어봐도 레드 와인 두 잔이 전부였다.하지만 그가 무슨 말을 했든 소예지는 지금 그 물음에 답하고 싶지 않았다.소예지는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말했다.“늦었어. 먼저 들어가.”소예지가 문을 열자 젤리가 냉큼 뛰쳐나와 두 사람의 발치 사이를 오가며 신나게 뛰어다녔다.고이한은 손을 뻗어 젤리의 머리를 쓰다듬다가 소예지를 바라봤다.“젤리는 내가 데리고 내려갈게.”소예지는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젤리가 마치 알아듣기라도 한 듯 꼬리를 흔들며 고이한의 다리 주위를 맴돌자 결국 짧게 대답했다.“응.”다음 날 아침, 소예지는 강준석을 보러 병원에 들렀다.상처는 예상보다 빠르게 아물고 있었다. 정신도 평소와 다름없이 또렷했고 비서는 아예 업무 자료까지 병실로 가져다 놓은 상태였다.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강준석이 일에 얼마나 매달리는 사람인지 소예지는 잘 알고 있었다. 완벽주의 성향이 강해 억지로 일을 못 하게 하면 오히려 밀린 업무를 걱정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할 게 뻔했다.소예지는 과일을 씻어 건네고 한동안 업무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자 강준석은 오히려 자기 걱정은 그만하고 돌아가서 일을 보라며 재촉했다. 자신 때문에 소예지의 일정이 미뤄지는 걸 원치 않는 듯했다.오후에는 연구실로 돌아왔다.현미경으로 세포 배양 접시를 들여다보던 소예지의 표정이 문득 달라졌다. 숨을 죽인 채 초점을 세밀하게 맞추고 표시해둔 부분을 하나씩 차례로 확인했다.“찾았다. 찾았어.”소예지의 들뜬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렸다.옆에 있던 이지원이 손에 든 펜을 내려놓고 급히 다가왔다.“소예지, 찾은 거야?”소예지가 자리를 비켜주자 이지원은 곧장 현미경 앞으로 다가가 들여다봤다. 몇 초 뒤, 이지원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낮게 외쳤다.“딱 네가 예상한 대로야. 억제제가 진행을 늦추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회복까지 촉진하고 있어.”“그게 다가 아니야.”소예지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이 메커니즘은 예전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42화

    “강 선배가 이번에 목숨까지 걸고 나를 구해줬어. 그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아직 모르겠지만 당신이 말하는 그런 식은 절대 아니야.”그 말을 듣자 고이한의 굳어 있던 눈빛이 조금씩 누그러졌다.“알겠어.”그제야 자신이 혼자 너무 멀리까지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다. 마음이 조급해진 나머지 소예지를 몰아세우고 있었다는 사실도 뒤늦게 자각했다.엘리베이터에 오른 소예지가 28층 버튼을 눌렀다. 그런데 고이한은 27층을 누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소예지가 대신 손을 뻗어 버튼을 눌러줬다.“집에 수면제 남았어? 한 판만 더 줘.”뜬금없는 말에 소예지가 놀란 눈으로 고이한을 바라봤다.“지난번에 준 거 벌써 다 먹었어?”고이한의 눈가에 옅은 웃음기가 번졌다.“왜, 안 돼?”“수면제 그만 먹고 병원부터 가.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몰라서 그래? 함부로 먹으면 안 된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소예지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아무래도 이 남자는 수면제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이한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지난번에 받은 거, 어디 뒀는지 모르겠어서.”소예지가 기가 막힌다는 눈으로 바라봤다.“내 집에도 이제 없어. 김 비서한테 보내달라고 해.”말을 마치고 나서야 소예지는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애초에 수면제가 필요해서 꺼낸 이야기가 아니었다. 고이한은 그저 자신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었던 모양이었다.고개를 들자 예상대로 웃음기 어린 짙은 눈동자와 마주쳤다.“역시 소 박사님, 나 꽤 걱정해 주네.”낮은 웃음과 함께 흘러나온 말에 소예지는 시선을 돌려 층수 표시만 바라봤다.“진짜 할 일도 없다.”고이한이 작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안 주면 오늘 밤도... 아마 또 못 잘 텐데.”말끝에 은근히 다른 뜻이 묻어 있었다. 소예지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단번에 알아차렸다.마침 엘리베이터가 ‘띵’ 소리를 내며 27층에 멈췄다. 문이 열리자 소예지는 턱짓으로 밖을 가리켰다.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41화

    고하슬도 손수 만든 카드를 고이한에게 내밀었다.고이한은 딸이 삐뚤빼뚤 눌러쓴 글씨를 한참이나 들여다봤다.[아빠, 생일 축하해요. 저는 아빠를 세상에서 제일 오래오래 사랑할 거예요!]글을 읽어 내려가던 고이한의 눈가가 서서히 붉어졌다.작은 카드 한 장을 손에 쥐고 있자니 딸이 어느새 이렇게 훌쩍 자랐다는 사실이 새삼 마음에 와닿았다.언제까지나 품 안에서 울고 보채기만 할 줄 알았던 아이가 이제는 제 마음을 글로 담아 전할 만큼 자란 것이다.고이한은 손을 뻗어 딸의 머리카락을 다정하게 쓸어내렸다.“고맙다, 우리 딸.”9시가 넘자 소예지도 슬슬 돌아갈 채비를 했다.그날따라 마당이 유난히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인지 고하슬은 좀처럼 집에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결국 소예지는 아이를 조금 더 놀게 두고 혼자 가방을 챙겨 먼저 밖으로 나왔다.대문을 나서자 뒤에서 발소리가 따라왔다. 돌아보니 고이한이 선물 봉투를 든 채 따라오고 있었다.“차 좀 태워줄 수 있어?”고이한이 웃으며 물은 뒤 한마디 덧붙였다.“오늘 술을 좀 마셔서.”소예지는 별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타.”고이한은 기다렸다는 듯 자연스럽게 조수석 문을 열고 올라탔다.차는 고택을 벗어나 큰길로 접어들었다. 구시가지답게 도로가 제법 막혔지만 소예지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차를 몰았다.“그 펜 말인데.”고이한이 불쑥 다시 펜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은근히 신경 쓰고 있다는 기색이 목소리에 고스란히 묻어났다.“진짜 아무 생각 없이 고른 거야?”소예지가 고개를 돌려 고이한을 한 번 바라봤다.“그럼 뭐겠어.”“난...”고이한이 무언가 더 말하려 하자 소예지가 먼저 말을 잘랐다.“별 뜻 없어. 하준 씨한테도 줬고 현욱 씨한테도 줬으니까.”고이한의 입가에 남아 있던 웃음이 그대로 굳었다. 잠시 말이 없던 고이한이 눈을 가늘게 뜨며 되물었다.“다 똑같은 거였어?”“응.”소예지의 대답은 짧고 담담했다.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고이한이 손에 든 펜을 내려다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40화

    지금 이 순간, 고이한은 깨달았다.고이한이 그토록 치열하게 살아온 이유는 결국 하나였다. 가족들이 앞으로도 평온하고 행복하게, 아무 걱정 없이 살아가길 바랐기 때문이었다.“오빠, 뭐 그렇게 멍하니 있어! 오늘 오빠가 주인공이잖아. 빨리 와!”“이한아, 너만 기다리고 있단다.”최현숙도 고이한에게 손짓했다.고이한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눈빛에는 부드러운 미소가 번졌다.고이한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가족들이 기다리는 따뜻한 자리로 향했다.“아빠.”고하슬이 자리에서 내려와 신이 난 얼굴로 고이한에게 달려왔다.고이한은 딸을 품에 안아 올린 뒤 식탁으로 향했다. 소예지 옆자리에 딸을 앉힌 뒤 맞은편 자리에 앉아 소예지에게 시선을 돌렸다.소예지도 고개를 들어 고이한을 바라보면서 이번에는 그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생일 축하해.”담담한 말이었지만 고이한의 눈빛은 순간 깊어졌다. 고이한이 웃으며 답했다.“와줘서 고마워.”생일 파티는 편안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었다.최현숙이 직접 분위기를 이끌었다. 모두가 잔을 들어 고이한의 서른 번째 생일을 축하했다.오늘 밤만큼은 사업과 관련된 자리도, 서로의 의도를 계산하는 대화도 없었다. 그저 가족들 사이의 웃음과 따뜻한 정만이 가득했다.최고급 셰프가 준비한 요리를 모두 맛본 뒤, 고수경이 주문했던 삼단 케이크가 도착했다.고하슬은 고이한의 품에 안긴 채 함께 소원을 빌고 촛불을 껐다.맞은편에 앉아 있던 소예지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마음이 멈칫했다.그제야 소예지는 이번이 바로 고이한의 서른 번째 생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소예지는 고이한과 처음 만났던 시절을 떠올렸다.그때 고이한은 겨우 열아홉 살이었지만 어린 나이에도 눈빛에는 또래와 다른 침착함과 깊이가 있었다.소예지의 시선은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 오래 머물렀다.희끗한 머리카락이 섞인 고이한은 지금 훨씬 더 성숙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흔들리는 촛불빛이 고이한의 살짝 내려앉은 속눈썹과 소원을 비는 진지한 표정을 비추었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539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자. 나 만년필 고르는 것 좀 도와줘.”소예지가 박시온을 끌며 말했다.박시온은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소예지가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고이한이 지금까지 보여준 모든 행동의 이유는 너무나 명확했으니까.“가자! 그런데 정말 만년필로 정한 거야?”“응.”소예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확실히 정한 선택이었다.“만년필도 괜찮긴 한데 혹시 고이한이 언젠가 이 펜으로 너희 재혼 서류에 도장 찍는 상상까지 하는 거 아니야?”박시온은 점점 더 엉뚱한 추측을 이어갔다. 소예지의 시선이 박시온에게 향했다.“박시온.”“알았어, 알았어. 장난 그만할게. 가자. 앞에 몽블랑 매장 있어.”박시온은 더는 소예지를 놀리지 않았다.만년필을 구입한 뒤, 두 사람은 아동복 매장도 함께 둘러보았다. 소예지는 마침 겸사겸사 아기를 위해 옷 세 벌도 골라주었다.오후 세 시, 소예지는 집으로 돌아와 다시 밀린 일을 처리했다.그렇게 일찍 고씨 저택으로 갈 생각은 없었기에 오후 다섯 시 반이 되어서야 차를 몰고 출발했다.고씨 저택에 도착했을 때, 고수경은 이미 성대하게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정원 곳곳에는 생일을 축하하는 분위기가 가득했다.알록달록한 조명들이 반짝였다. 풍선들이 하늘에 떠 있었고 커다란 영문 장식 조명은 저무는 햇살 아래 은은하게 빛났다.잔디밭 중앙의 석판 위에는 긴 식탁이 놓여 있었다. 하얀 테이블보 위에는 정교한 식기와 꽃 장식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통일된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식탁 사이를 오가며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모든 것은 질서 있게 진행되고 있었다.고씨 저택에서 이렇게 성대한 자리를 마련하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아마 이것도 고수경의 아이디어였을 것이다.소예지가 선물을 들고 거실 안으로 들어서자 최현숙이 환한 얼굴로 말했다.“예지야, 왔구나.”“할머니.”소예지가 최현숙 곁으로 다가가 앉았다. 노부인의 표정은 어느 때보다 좋아 보였다.“이렇게 성대하게 함께 밥 먹어본 지도 오래됐구나.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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