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481 - チャプター 490

552 チャプター

제481화

잠시 뒤, 고하슬이 조심스럽게 케이크를 들고 들어왔다.하종호는 케이크를 건네받으며 딸아이에게 환한 미소를 건넸다.“고마워, 우리 하슬이.”딸과 함께 차에 올라탄 소예지는 그제야 하종호가 했던 말의 진짜 의미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었다.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도 분명해졌다.집에 돌아오자마자 양희순은 고하슬의 머리를 감기고 목욕을 시켰고 소예지는 곧장 서재로 들어가 책상 앞에 앉았다.지금 그녀에겐 사적인 감정에 휩쓸릴 여유 따윈 없었다. 눈앞에 닥친 건 또 다른 업무의 소용돌이였고 그에 대비하는 일만으로도 벅찼다.주말이 되자 그녀는 겨우 반나절의 짧은 시간을 내어 딸과 함께 외출하며 잠시 숨을 돌렸다.오후엔 예정대로 영어 선생님이 집을 찾아왔고 덕분에 주말마저도 알차고 빈틈없이 흘러갔다.그리고 다음 날 아침.소예지는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돌아서던 길에 마침 막 도착한 주경화와 마주쳤다.소예지가 먼저 밝게 인사를 건넸다.“사모님, 좋은 아침이에요.”주경화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를 위아래로 한번 훑어보더니 조곤조곤히 말했다.“그냥 이모라고 불러도 돼요.”소예지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그럼 이제 그만 출근할게요.”“그래요. 조심해서 가요.”소예지는 다시 한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자리를 떴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옆의 가정부가 주경화를 향해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소예지 씨는 볼수록 참 단아하고 기품 있으세요.”주경화도 고개를 끄덕이며 고요히 답했다.소예지는 보면 볼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는 아이였고, 가정교육도 잘 받았다는 게 느껴졌다.“하... 언제쯤 저런 아이가 우리 며느리가 될 수 있을까.”그 말끝에는 감춰지지 않는 깊은 진심이 담겨 있었다.가정부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우리 도련님이 그렇게 훌륭하신 분이니 소예지 씨도 마음을 열겠죠.”어젯밤을 계기로 주경화는 확신하게 되었다.예전에 고수영이 말하던 ‘소예지가 아들을 유혹하고 있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오히려 그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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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뭐라고요?”윤하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엄마가 직접 연락하셨어요?”“그냥 전화 한 통 했을 뿐이야.”“엄마, 다음부턴 그렇게 먼저 연락하지 마세요. 소예지 씨, 요즘 일로 많이 바빠요.”아들의 말투 속에 스며든 다분히 조심스러움에 주경화는 순간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아니, 이 아이가 누굴 좋아한다고 이렇게까지 조심스러워지는 사람이었나?’“내가 너 좀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 거잖니. 소예지 마음 얻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까 해서...”주경화가 투정 섞인 말투로 변명하듯 말하자 윤하준은 이마를 짚으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엄마, 제발 이런 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그래, 알았어. 엄마가 끼어들지 않을게. 하지만 말이야 너도 알잖아. 그런 여자, 가만두면 금방 다른 놈한테 뺏긴다? 너도 서둘러야 돼.”“알고 있어요.”윤하준은 짧게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그때 비서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이밀며 말했다.“대표님, 하 대표님께서 오셨습니다.”“하 대표가? 아무런 연락도 없이?”윤하준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들어오시라고 하세요.”곧 문이 열리고 캐주얼한 옷차림의 하종호가 여유롭게 걸어 들어왔다.윤하준은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를 반갑게 맞았다.“어쩐 일이야? 연락도 없이.”“마침 이 근처에서 고객 미팅이 있었어. 지나가다 한 번 들러봤지.”하종호는 소파에 느긋하게 몸을 기대며 물었다.“바쁘냐? 잠깐 시간 좀 있어?”윤하준은 친구의 낯선 표정에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무슨 얘긴데 그렇게 심각하게 굴어?”잠시 후, 비서가 차를 내어주고 조용히 문을 닫았다.하종호는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우리 친구 된 지, 몇 년 됐지?”“딱 23년이지.”윤하준은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왜? 갑자기 뭔 얘기를 하려고?”그 말에 하종호는 휴대폰을 꺼내 화면을 켰다.그가 보여준 건, 군복을 입은 젊은 남자와 소예지가 함께 서 있는 사진 한 장이었다.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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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3화

하종호는 윤하준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하준아, 정말 만약에... 소예지 씨가 너를 이용해서 이한이 상대로 복수하려는 거라면 넌 어떻게 할 거야?”윤하준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시선을 떨구었다가 이내 입꼬리를 천천히 끌어올리며 쓴웃음을 지었다.“그렇다면... 오히려 다행이지. 그렇게라도 해서 소예지 씨가 내 옆에 있어 준다면.”“미쳤구나.”하종호는 얼굴을 일그러뜨렸다.“그럴지도.”윤하준은 담담하게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곤 정면을 바라보며 낮고 단단한 어조로 말했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처음부터 지금까지 소예지 씨를 쫓아다닌 건 나였어. 내 감정은 일방적이었고 그걸 이한이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너는 끼어들지 마. 이건 우리 둘만의 일이야.”“진짜... 구제불능이다, 넌.”하종호는 두 손을 허리에 얹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하지만 윤하준의 눈빛엔 미세한 흔들림조차 없었다.“적어도 난 확신해. 소예지 씨는 그만큼 소중한 사람이야. 설령 끝내 내 옆에 서주지 않더라도 난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하종호는 한동안 말이 없었고 잠시 정적이 흐르던 끝에 윤하준이 문득 물었다.“근데 말이야, 넌 어떻게 생각해? 고이한이 정말 소예지 씨한테 아무 감정도 없는 걸까?”하종호는 살짝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글쎄... 만약 이번 이혼이 실수였다고 후회하더라도 이한이 그 녀석 성격에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야.”윤하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하종호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이어 말했다.“그놈은 한 번 결정하면 절대 미련 같은 거 안 남겨. 마음이 남았다고 해도 다시 돌아가는 일은 없어.”윤하준은 창밖을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그렇다면... 이한이가 소예지 씨를 정말 완전히 놓아줬다고 생각해?”하종호는 한쪽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건 나도 확실히는 몰라.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해. 만약 이한이 정말 아직도 그녀를 사랑하고 있었다면 네가 소예지 씨에게 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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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4화

소예지는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꾹 눌러 삼킨 채 말없이 고개를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걸어 나왔다.그때 마침 회의실 쪽으로 바쁘게 향하던 이서연이 그녀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다.“소예지, 커피 마실래?”소예지도 밝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였다.“응, 고마워.”이서연은 장난스럽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웃었다. 이번 경주 학술 교류회에 강준석을 따라 동행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전부 소예지 덕분이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소예지는 먼저 사무실로 돌아가 준비해 둔 자료들을 챙긴 뒤 회의실로 향했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정면에 앉아 있는 고이한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의 양옆으로는 스미스 박사 팀과 양정화 팀이 나란히 자리하고 있었다.조용히 뒷자리에 앉으려던 소예지를 양정화가 불렀다.“소예지, 여기 와서 앉아.”그녀가 가리킨 자리는 고이한의 바로 왼쪽, 첫 번째 자리였다.소예지는 짧게 고개를 끄덕인 뒤, 사적인 감정은 모두 접어둔 채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았다.“하이, 소예지 씨. 또 만나네요.”회의가 시작되기 전, 맞은편에 앉아 있던 스미스 박사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소예지는 언제나처럼 매너 있는 미소를 지으며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받아주었다.이내 회의가 시작되었고 스미스 박사가 그들의 이번 교류 주제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신경퇴행성 질환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였고 소예지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그의 말을 집중해 들었다.발표가 끝난 뒤, 양정화가 소예지에게 발표를 요청했고 그녀는 준비해 온 자료를 바탕으로 침착하고 논리적으로 자신의 연구 성과를 설명해 나갔다.설명을 마친 무렵, 스미스 박사의 눈빛에 분명한 놀라움과 감탄이 어렸다.이내 그는 고이한을 향해 영어로 말했다.“축하합니다, 고 대표님. 바라던 걸 손에 넣으셨군요.”고이한은 그 말에 눈을 가늘게 뜨며 얕게 웃었고 스미스 박사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인사를 대신했다.그 말은 소예지의 귀에도 또렷이 들려왔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스미스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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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5화

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내 알제와 연락처를 교환했다.그 순간, 바로 옆에서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불쑥 들려왔다.“스미스 박사, 당신 팀원 중 한 분이 내 수석 연구원에게 꽤 큰 관심을 보이시네요?”고이한의 입가에는 형식적인 미소가 어른거렸지만 그 속에 담긴 뉘앙스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스미스 박사는 어색해진 공기를 무마하려는 듯 허허 웃었다.“알제는 예전부터 소예지 씨의 연구를 아주 높이 평가해 왔거든요.”고이한의 시선이 다시 알제에게로 옮겨졌다.그는 목소리에 특별히 날을 세우지 않았지만 묘하게 서늘한 기운이 배어 있었다.“학술 교류는 언제나 환영이죠. 다만 선은 지켜주시길.”알제는 순간 멍한 표정으로 고이한을 바라보다가 그 말에 담긴 묘한 경계와 경고를 뒤늦게 읽었다.입꼬리가 굳고 공기가 팽팽하게 흐르려는 찰나 스미스 박사가 그의 소매를 슬쩍 당기며 조용히 귀띔했다.“소예지 씨는 고 대표님의 전처야.”그제야 알제는 깜짝 놀라며 허둥지둥 고개를 숙였다.“오, 오해 마세요, 고 대표님. 저희는 정말 순수하게 학술적 관심일 뿐입니다.”소예지는 고이한의 말투에 내심 불쾌했지만 굳이 이 자리에서 불필요한 갈등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에 오히려 먼저 알제를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알제, 나도 당신과의 교류를 기대하고 있어요.”알제는 눈에 띄게 안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이전보다 말수가 눈에 띄게 줄어든 채 조용히 웃었다.레스토랑 안으로 자리를 옮기며 소예지는 스미스 박사와 나란히 걸었다.둘은 의료 기술과 최신 임상 데이터에 대해 열띤 대화를 이어갔고 스미스 박사는 그녀의 통찰력과 시야에 감탄을 감추지 못했다.“고 대표님은 정말 안목이 대단하신 분이에요. 소예지 씨의 연구는 제 기대를 훌쩍 뛰어넘었어요.”스미스 박사가 미소를 머금고 진심 어린 찬사를 전하자 그 옆을 걷던 고이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그의 시선이 조용히 소예지에게 머물렀다.“소예지 씨는... 원래부터 뛰어난 사람이었죠.”예상치 못한 그 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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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6화

소예지는 손끝으로 머리에 올라온 혹을 조심스레 문지르며 고개를 저었다.“그냥, 방금 머리를 좀 부딪쳤어.”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머릿속엔 여전히 얼얼한 통증이 잔잔하게 맴돌고 있었다.잠시 후, 고이한이 스미스 박사와 함께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미리 주문해 둔 메뉴들이 속속 상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자리에 둘러앉은 사람들은 식사를 하며 가볍게 담소를 나눴고 분위기는 다시 한결 부드럽게 풀어졌다.오후에는 스미스 박사 팀이 회의실로 돌아가 업무를 이어갔고 알제는 몇 가지 샘플을 들고 실험실로 소예지를 찾아왔다.소예지는 그와 함께 구체적인 데이터와 적용 가능성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한참을 실험에 몰두했다.그날 오후, 소예지는 양희순에게 딸아이를 데리러 가달라고 부탁한 뒤 자신은 야근을 이어가다 밤 8시가 되어서야 겨우 집에 도착했다.도착하자마자 씻고 나와 머리를 말리던 중, 임재석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그는 다음 날 점심을 함께하자며 전할 보고가 몇 가지 있다고 말했다.소예지는 흔쾌히 수락했다.그날 밤, 그녀는 딸을 침대에 눕혀 재우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품 안에서 아늑히 숨을 고르며 잠든 아이를 조심스레 내려놓은 후, 이마에 살짝 입을 맞췄다.오늘도 아이와 제대로 시간을 보내주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밤공기처럼 조용히 그녀를 감싸며 스며들었다.이튿날 아침, 소예지는 일부러 서둘러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주었다.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이었고 주경화와 마주치는 일을 피하기 위한 그녀 나름의 조치였다.오전엔 실험실에서 시간을 보내다 약속 시간에 맞춰 11시에 임재석과의 점심을 위해 외출했다.약속 장소는 비즈니스 미팅과 식사가 함께 가능한 7성급 호텔이었고 소예지가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소파 쪽에 앉아 있던 임재석이 곧장 다가왔다.“대표님, 오셨네요. 식당은 3층입니다.”둘은 함께 엘리베이터 홀로 향했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안에는 이미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온 손님 세 명이 타고 있었고 소예지는 별생각 없이 발을 옮기다 그중 한 사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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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7화

소예지는 임재석과 함께 식사를 마치고 여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며 엘리베이터 홀 쪽으로 걸어갔다.그런데 마침 그 앞에 몇몇 사람들이 서 있었고 그중엔 하필 안영수와 그의 일행이 있었다.등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린 안영수는 소예지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눈빛이 날카롭게 일그러졌다.그의 시선엔 짙은 경멸이 서려 있었고 그는 일부러 정장을 매만지며 옆 사람에게 들으라는 듯 입을 열었다.“이제 자금 조달도 확정됐고 한시름 놨네.”곁에 있던 동료가 맞장구쳤다.“고 대표님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이죠. 이 정도면 상장도 무난할 겁니다.”“그러게 말이야. 어쨌든 안 회장님은 고 대표의 미래 장인어른이시잖아.”그 말에 안영수의 입꼬리는 더 크게 올라갔고 그는 일부러 목소리를 높이며 덧붙였다.“고 대표 이 녀석 성의가 대단해. 내 회사든 내 딸이든 뭐 하나 빠짐없이 신경 써줘서 내가 다 감동이야.”안영수는 우쭐한 표정으로 턱을 쓱 치켜들고 정장을 다시 한번 정리한 뒤, 일행과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소예지와 임재석은 굳이 함께 타지 않고 옆 엘리베이터 쪽으로 조용히 방향을 틀었다.임재석은 곁눈질로 슬며시 소예지의 얼굴을 살폈다.전남편이 저토록 떠벌리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짓는 그녀가 사실은 속으로 얼마나 씁쓸할까 싶어서였다.“대표님, 아직 시간 괜찮으시면 1층 카페에서 잠시 앉으실래요?”조심스럽게 건넨 제안에 소예지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오후에 실험실에서 처리할 샘플이 좀 남아 있어서요.”임재석은 주저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혹시 오늘 안 대표 얘기 때문에 신경 쓰이신 거면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하지만 소예지는 그의 말을 도중에 끊듯 짧게 말했다.“괜찮아요. 고 대표가 누구를 선택하든 저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사람들은 모두 그녀가 상처받았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고 임재석도 그중 하나일 뿐이었다.물론 그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닐지라도 적어도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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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8화

오후 다섯 시를 조금 넘긴 시간, 소예지는 유치원 정문 앞에서 딸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때였다. 단아하면서도 기품 있는 실루엣 하나가 그녀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왔다.“소예지 씨.”고개를 돌리자 낯익은 얼굴, 주경화가 보였다.소예지는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아, 사모님.”주경화는 다정한 미소를 머금은 채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요즘 많이 바쁜가 봐요? 몇 번 봤는데 소예지 씨네 아주머니가 아이를 데리러 오시더라고요.”소예지는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요즘 일이 좀 많아서요.”“일도 좋지만 너무 무리하지 말고 건강도 챙겨야죠.”주경화의 말투엔 은근한 걱정이 배어 있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해요.”소예지는 고개를 숙이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그때 유치원 대문이 열리고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안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교문 밖으로 두 아이가 손을 꼭 잡은 채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한 아이는 고하슬, 다른 한 아이는 이안이었다.그 모습을 본 주경화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하슬아, 오늘 우리 집 와서 저녁 먹을래? 할머니가 맛있는 거 많이 해주실 거야.”고하슬의 두 눈이 반짝이며 커졌다.“정말요?”아이는 소예지의 손을 잡고 간절한 표정으로 말했다.“엄마, 이안이네 집에서 저녁 먹고 싶어요. 가도 돼요?”순간 당황한 소예지가 대답을 망설이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이안이 먼저 환하게 웃으며 끼어들었다.“당연히 되지! 우리 할머니가 진짜 맛있는 거 많이 해주신대!”그러고는 소예지를 향해 두 손을 모아 간청하듯 말했다.“예지 이모, 제발요. 하슬이랑 같이 저희 집 가요. 같이 저녁 먹어요!”“엄마, 응?”딸아이의 맑은 눈망울에 애타는 기대감까지 겹치자 소예지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때 곁에서 주경화가 부드럽게 덧붙였다.“애들이 같이 놀고 싶어 하는데 뭐 어때요? 그냥 평범한 저녁 한 끼인데.”소예지는 고개를 숙여 딸아이를 내려다보았다.아이의 눈 속엔 잔뜩 설렘과 기쁨이 담겨 있었다.요즘 일에 치여 아이 곁을 지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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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9화

“오늘 저녁 소예지 씨가 하슬이 데리고 우리 집에 와서 밥 먹거든. 너라면 안 가겠냐?”윤하준은 반문하듯 말하며 피식 웃었다.그 말에 하종호는 잠시 말이 막힌 듯 침묵하다가 이내 짧게 뱉었다.“그래, 다음에 보자.”그 무렵, 소예지의 휴대폰이 거실 소파 위에서 조용히 진동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고하슬이 재빠르게 알아차리고는 익숙한 손놀림으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양 할머니!”“하슬이니? 너랑 엄마는 아직 안 오는 거야?”“할머니, 오늘 우리 이안이네 집에서 저녁 먹기로 했어요. 우리 밥은 안 해도 돼요!”“그래, 알겠어.”양희순은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한편, 주경화는 베란다 테이블 위에 과일과 디저트를 정갈하게 차려두고 소예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해가 기울어가는 오후 여섯 시 조금 넘은 무렵, 현관문이 밖에서 벌컥 열렸다.급하게 달려온 듯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들어선 사람은 다름 아닌 윤하준이었다.서둘러 걸친 정장 재킷은 어깨에 느슨하게 걸쳐 있었고 반쯤 풀린 넥타이와 흐트러진 앞머리가 그가 얼마나 서둘렀는지를 말해주고 있었다.그는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고하슬을 발견하고 환히 웃었고 이어 베란다에 앉아 있는 소예지를 보자 눈빛이 한순간 밝게 빛났다.그 속엔 놀람과 반가움이 동시에 번져 있었다.“하준 삼촌!”고하슬이 반갑게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하슬아.”윤하준은 부드럽게 웃으며 인사하고는 곧장 베란다로 걸음을 옮겼다.그를 본 소예지도 조용히 일어나 인사했다.“왔네요, 윤하준 씨.”“네. 마침 오늘은 일이 일찍 끝나서요. 오랜만에 집밥도 생각나고.”그는 태연한 척하며 의자에 앉았고 옆자리에 있던 주경화는 그런 아들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여자 앞에서 저렇게 긴장한 듯한 기색을 드러내는 것도 참 오랜만이었다.“너희 둘이 이야기 나눠. 난 저녁 준비 상태 좀 보고 올게.”주경화는 자리를 비워주며 배려 깊게 물러났다.남겨진 두 사람은 베란다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멀리 붉게 물든 노을이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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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0화

저녁상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두 아이는 서로 앞다투어 밥을 먹으며 신이 나 있었고 그 밝은 웃음에 어른들의 마음도 절로 놓였다.집에서는 늘 입이 짧아 양희순이 아이에게 밥을 먹이느라 진땀을 흘리곤 했지만 지금은 이안과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숟가락을 잘도 들고 있었기에 더는 걱정할 게 없었다.“소예지 씨, 너무 격식 차리지 말고 편하게 드세요. 내 집처럼 생각하고.”주경화가 정답게 건넸다.“네.”소예지는 잔잔한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자, 이건요. 우리 집 아주머니가 제일 잘 하는 요리예요. 한번 맛봐요.”주경화는 접시를 슬며시 소예지 앞에 밀어주며 권했다.소예지는 그 다정한 손길에 잠시 놀란 듯 웃었다.“괜찮아요. 제가 덜 수 있어요. 사모님도 드세요.”그녀가 조심스럽게 사양하자 옆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윤하준이 웃으며 거들었다.“엄마, 소예지 씨 우리 집 처음 오는 것도 아니잖아요.”주경화도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맞장구쳤다.“그렇지. 그래서 그런가 이안이도 소예지 씨를 참 좋아하더라고.”툭 던지듯 한 말이었지만 그녀의 눈빛엔 속내가 살짝 비쳤다.‘소예지가 이 집 며느리가 돼 준다면 이안에게 정말 좋은 숙모가 되어줄 텐데...’식사를 마친 소예지는 시계를 슬쩍 확인했다.벌써 여덟 시.슬슬 일어날 시간이었다.“아직 이른데 조금 더 있다 가요.”주경화가 아쉬운 듯 붙잡으려 하자 윤하준이 재빠르게 끼어들었다.“엄마, 소예지 씨 요즘 일 바빠서 그래요. 빨리 집에 가서 쉬게 해드리는 게 좋죠.”그의 배려 어린 말에 소예지는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주경화도 아들의 말에 더는 붙잡지 않고 모녀를 현관까지 배웅한 뒤 아들에게 말했다.“하준아, 소예지 씨랑 하슬이 주차장까지 데려다줘.”윤하준은 고개를 끄덕였고 고하슬과 이안은 손을 꼭 잡고 웃으며 현관문을 나섰다.엘리베이터 안, 두 아이는 여전히 수다 삼매경이었다.윤하준은 조용히 소예지 옆에 서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슬쩍 그녀를 바라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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