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661 - チャプター 670

958 チャプター

제661화

고이한의 물음에 양희순은 깜짝 놀랐다.그가 먼저 이 일을 꺼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네... 하슬이가 폐 세척 수술을 받은 적 있어요.”“왜 그때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요?”그의 시선이 날카롭게 꽂혔다.“당신은... 나한테 보고할 의무가 있었잖아요.”그때의 양희순은 분명 그의 집 가정부였고 그가 직접 고용한 사람이었다.양희순은 당황한 얼굴로 잠시 말을 고르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사모님께서... 말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그땐 하슬이 아버님이 해외에 계셨고 워낙 바쁘셔서 괜히 방해하고 싶지 않다고 하셨어요.”그녀는 잠시 숨을 골랐다.“사실 그날, 사모님께서 전화를 여러 번 하셨어요. 그런데 정말 많이 바쁘셨는지... 끝내 한 통도 받지 않으셨어요.”고이한의 표정은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 버렸고 무언가가 떠오른 듯 그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꽉 움켜쥔 주먹이 조용히 떨리고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양희순은 그날 밤의 기억을 떠올린 끝에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며칠 동안 사모님께서 한숨도 못 주무셨어요. 하슬이를 안고 밤새 병간호하셨어요. 정말... 병이 날 정도였죠.”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병원 가던 날엔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었어요. 그래서 운전하시던 사모님께서 그만 도로 옆에 차를 살짝 부딪치셨거든요. 그때 저희도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그 말은 비수처럼 고이한의 가슴을 찔렀다.그의 딸은 이미 한 번, 그가 모르는 사이에 죽음의 문턱을 넘었던 것이다.고이한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떴다.눈동자는 붉게 충혈돼 있었고 시선은 무의식적으로 2층을 향했다.“이미 2년이나 지난 일이에요. 이제 그만 자책하세요...”양희순이 조심스럽게 위로했지만 그의 크고 단단하던 몸이 순간 휘청거렸다.그는 옆 테이블을 짚고서야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하슬이 아버님...”양희순은 불안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그때였다.조용히, 2층에서 소예지가 내려왔다.사실 그녀는 방금 전부터 2층 복도에 서서 그들의 대화를 전부 듣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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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2화

소예지는 냉소를 띤 채 몸을 돌렸다.그녀의 눈빛에는 사람의 살을 베어낼 듯한 서늘함이 서려 있었다.“보상?”비웃듯 입꼬리를 올린 그녀가 차갑게 물었다.“고이한, 세상에 모든 일이 다 보상으로 끝날 수 있다고 생각해?”소예지는 그날 밤을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기억은 거센 파도처럼 밀려왔다.딸의 열은 몇 번이나 오르내렸고 작은 손발은 얼음처럼 차갑게 식어 있었으며,그녀는 혼자 병실 침대 위에 앉아 아이를 끌어안은 채 울면서 물수건으로 체온을 낮추고 있었다.그 장면 하나하나가 아직까지 너무도 또렷했다.소예지의 눈에서 증오가 날카롭게 뻗어 나왔다.“보상하겠다고 하면 내가 그걸 받아줘야 해? 뭐, 마음의 위안이라도 얻고 싶어서 그래?”그녀는 짧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늦었어.”그녀의 말은 날카로운 송곳처럼 그의 가슴에 그대로 꽂혔다.고이한은 그 자리에 굳은 듯 서 있다가 몇 초 뒤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난 위안받으려고 이러는 게 아니야.”소예지는 차갑게 웃었다.“잘 들어, 고이한.”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난 당신이 하슬에게 보상할 기회조차 주지 않을 거야. 평생 양심의 가책 속에서 살아봐.”말끝을 흐리며 그녀는 비아냥처럼 덧붙였다.“물론 당신한테 양심이라는 게 있다면 말이지.”말을 마친 소예지는 물 한 컵을 들고 조용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고이한은 마치 무언가에 세게 얻어맞은 것처럼 중심을 잃고 흔들렸다. 그는 가슴을 움켜쥔 채 휘청이며 가까운 테이블을 붙잡고서야 겨우 몸을 지탱할 수 있었다.잠시 후, 그는 무겁게 발걸음을 옮겨 대문을 나섰다.차 앞에 서 있던 그는 갑자기 몸을 돌려 옆에 있던 나무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거칠고 단단한 나무껍질에 그의 손등이 긁히며 갈라졌다.피가 손목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그는 통증조차 느끼지 못한 듯 무표정했다.그때 마트에서 돌아오던 양희순이 그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 외쳤다.“하슬이 아버님, 괜찮으세요?”고이한은 손을 살짝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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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소예지는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이런 회의는 프로젝트팀이 아닌 이상, 외부인이 참석할 필요조차 없는 자리였다. 그런데도 고이한은 아무렇지 않게 그녀의 옆자리에 앉아 있었다.그의 시선은 말없이 그녀의 옆얼굴에 머물러 있었고 눈빛 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뒤엉켜 있었다.그 모습은 고스란히 안채린의 눈에도 들어왔다.‘저 사람, 회의하러 온 게 아니라 소예지를 보러 온 거야.’안채린은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그 순간, 주현우가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회의를 시작했다.“내일부터 우리 실험팀은 본격적으로 현장에 들어가 실험을 진행할 예정입니다.”바로 그때였다. 소예지의 휴대폰 화면이 미세하게 깜빡이며 짧은 진동을 전했고 그녀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들어 올려 화면을 확인했다. 도착해 있던 것은 문자 메시지였고 발신자는 임현욱이었다.[A시에 내려가서 요양 중이에요. 그냥 알려만 드리는 거니까 굳이 오지 않으셔도 돼요!]그 문장을 읽는 순간, 소예지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번졌고 오랜만에 설명할 수 없는 따뜻한 온기가 가슴 한편에 스며들었다. 바로 그 찰나, 옆자리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시선에 그녀는 미묘한 기척을 느꼈다.고개를 살짝 돌린 채 그녀의 휴대폰 화면을 슬쩍 훔쳐보던 남자의 눈빛에는 어둡고도 무거운 기색이 짙게 서려 있었다.[몸 잘 챙기세요. 시간 되면 한 번 들를게요.]소예지가 문자를 보내자마자 거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답장이 곧바로 도착했다.[진짜죠? 그럼 기다리고 있을게요.]그 문장을 보는 순간, 소예지의 눈빛이 한층 부드러워졌다.바로 그때였다.고이한이 입을 열었다.“회의 중엔 휴대폰 사용 금지예요.”목소리는 낮고 무거웠으며 어딘가 싸늘했다.하지만 조금만 민감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그 말 속엔 분명, 질투가 섞여 있었고 안채린은 바로 그걸 눈치챘다.소예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화면을 끄고 휴대폰을 옆에 내려놓은 뒤, 다시 회의에 집중했다.주현우가 실험 기지와 관련된 설명을 마친 뒤, 소예지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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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4화

“손 놔.”소예지는 차갑게 말하며 몸을 돌려 손을 빼내려 했다.그러나 고이한의 손은 여전히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움켜쥔 채였다.소예지는 몇 차례나 힘껏 팔을 뺐지만 강하게 잡힌 손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억눌러 두었던 분노가 한계에 다다른 순간, 그녀는 이를 악물고 오른손을 번쩍 들어 올렸다.그리고 망설임 없이 그의 얼굴을 향해 힘껏 내리쳤다.“짝!”손바닥이 뺨을 때리는 소리가 복도에 시원하게 울려 퍼졌다.고이한의 얼굴은 그대로 옆으로 돌아갔고 그의 뺨에는 붉은 손자국이 선명하게 떠올랐다.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안채린과 두 명의 여직원이 웃으며 걸어오다 이 장면을 목격하고는 동시에 걸음을 멈췄다.안채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믿기 힘든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진 것이다.“지금... 소예지가 대표님을 때린 거야?”두 여직원은 동시에 입을 틀어막았고 눈이 동그래진 얼굴에는 말문을 잃은 기색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그 사이 소예지는 불타는 듯 욱신거리는 손바닥의 통증을 꾹 눌러 참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렸다. 그러고는 한 번도 되돌아보지 않은 채 흔들림 없는 걸음으로 당당하게 복도를 걸어 나갔다.그녀가 점점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고이한은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그의 눈빛은 흐리고 어두워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도무지 읽을 수 없었다.“고 대표님!”안채린이 다급히 달려오며 물었다.“괜찮으세요?”그러나 고이한은 그녀를 잠깐 스쳐보듯 바라볼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은 채 엘리베이터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뒤이어 두 여직원도 허둥지둥 달려왔다.“고 대표님, 괜찮으셔?”안채린은 입술을 세게 깨물다 갑자기 몸을 돌려 소예지가 사라진 방향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고 두 명의 여직원도 흥미를 감추지 못한 채, 그녀를 따라붙었다.소예지는 휴게실로 향했다.지금 그녀에게는 무엇보다도 조용한 공간이 필요했다.커피를 한 잔 뽑아 들고 휴게 의자에 앉아 커피를 한 모금 삼킨 그때, 안채린이 성큼 다가오더니 분을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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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5화

강준석의 물음은 조심스럽게 던져졌지만 그 속에 담긴 의도만큼은 분명했다. 그는 소예지가 과연 고이한에게 다시 마음을 내줄 가능성이 있는지 그 한 가지만을 알고 싶었다.소예지는 잠시 시선을 아래로 떨군 채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고개를 들어 낮고도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그럴 일 없어.”망설임조차 없는 대답이었다.어떤 미련도 흔들림도 담기지 않은 그 말을 듣자 강준석은 안도한 듯, 가볍게 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이내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소예지는 분명 돌아갈 생각이 없어 보이는데... 고 대표는?’요즘 들어 고이한이 MD에 얼굴을 비치는 횟수는 눈에 띄게 잦아졌고 그게 단순한 업무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강준석도 느끼고 있었다.“손은 안 아파?”잠시 망설이던 그는 조심스럽게 물었다.소예지는 멈칫하다가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봤다.“지금은 괜찮아.”사실, 뺨을 때린 직후 몇 분 동안은 손바닥이 얼얼하게 저릴 만큼 아팠다.강준석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 내가 도와줄게.”소예지는 그 말에 옅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수 있어.”그 시각, 안채린은 사무실로 돌아와 여전히 욱신거리는 손목을 매만지고 있었고 곁에는 두 명의 여직원이 서서 그녀를 달래고 있었다.그들 모두 알고 있었다.안채린의 언니, 심유빈이 ‘미래의 고신 그룹 사모님’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즉, 안채린 역시 ‘미래의 고 대표 처제’가 될 수도 있는 인물이었다.그 기대 때문인지 두 여직원은 노골적으로 그녀에게 잘 보이려 애쓰고 있었다.“요즘은 그냥 소예지 씨랑 엮이지 않는 게 나을 것 같아.”“맞아. 지금 뇌신경 프로젝트 때문에 고 대표님도 소예지 씨한테 완전히 밀린 분위기잖아.”하지만 그 말을 들은 안채린의 표정은 오히려 더 굳어졌다.“밀려?”그녀는 냉소적으로 웃었다.“걔 없으면 MD가 안 돌아가기라도 해?”한 여직원이 급히 말을 바꿨다.“아, 아니. 물론 안채린 씨랑 강 박사님도 계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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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6화

윤하준도 마침 그녀가 다가오는 걸 보고 차에서 내려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왔어요.”“손은 좀 어때요?”소예지가 걱정스레 묻자 윤하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이제 괜찮아요. 무거운 것만 들지 말라고 했어요. 일상생활엔 큰 지장은 없고요.”소예지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의 손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여전히 고마움이 남아 있었다.윤하준이 자신을 두 번이나 위험에서 구해줬다는 사실을 그녀는 잊지 못하고 있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윤하준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번 주 토요일, 시간 괜찮아요?”그의 표정은 평소보다 진지했다.소예지는 잠깐 멈칫했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다.“토요일은 근무 없어요. 무슨 일이에요?”윤하준은 망설이지 않고 말했다.“우리 회사 창립 30주년 기념행사예요. 예지 씨를 초대하고 싶어요.”혹시라도 그녀가 거절할까 봐, 그는 덧붙였다.“그리고 하슬이도 같이 왔으면 해요. 이안이랑 놀 수 있게요.”소예지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서 있었고 윤하준의 눈빛에는 숨기지 못한 기대가 분명히 담겨 있었다.그녀가 그에게 꽤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이 그 시선만으로도 또렷이 드러났다. 그러나 소예지는 주변의 시선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애초에 윤하준과는 친구로 지내기로 마음먹었던 사이였기 때문이다.하지만 이미 토요일에 시간이 된다고 말해버렸고 무엇보다 그는 얼마 전, 그녀를 위험에서 구해준 사람이었다.이 상황에서 거절하는 건 지나치게 냉정한 선택처럼 느껴졌다.윤하준은 그녀의 망설임을 알아차렸지만 일부러 물러서지 않았다.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의 응답을 바라고 있었다.결국 소예지는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좋아요. 하슬이랑 같이 갈게요.”그 말이 끝나자 윤하준의 눈빛이 환하게 빛났다.“고마워요. 하슬이도 분명 즐거워할 거예요.”마침 아이들이 어린이집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이자 윤하준은 고하슬에게도 정중하게 말했다.“하슬아, 토요일에 삼촌 집에서 파티가 열리는데 이안이도 올 거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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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7화

일에 몰두하다 보니 시간은 눈 깜짝할 새 흘러 어느덧 금요일 오후가 되었다.윤하준 역시 본격적으로 바빠지면서 그날부터는 이안을 데리러 오는 사람이 보모로 바뀌었다.보모는 소예지를 보자 무척 친근하게 인사했고 소예지도 가끔 그녀와 두어 마디 안부를 나누곤 했다.그리고 토요일 아침.소예지는 고하슬에게 특별히 맞춘 공주 드레스를 입혀주었다.따뜻한 색감에 디자인도 과하지 않아 아이의 얼굴을 더욱 환하게 살려주는 옷이었다.“엄마, 우리 언제 출발해요? 빨리 가고 싶어요!”고하슬은 거울 앞에서 빙글빙글 돌며 들뜬 목소리로 재촉했다.“점심쯤 호텔 가서 밥 먹고 저녁에 파티에 참석할 거야.”그때, 고하슬이 문득 고개를 들어 물었다.“아빠도 와요? 아빠랑 하준 삼촌 친한 친구잖아요!”소예지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어른들의 복잡한 관계를 이제 막 여섯 살을 넘긴 아이에게 설명하기엔 너무 어려웠다.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딸아이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글쎄 잘 모르겠네. 일단 너는 아리랑 놀고 있어. 엄마 옷 갈아입고 올게.”소예지는 단아한 드레스를 골랐다.은은한 화장을 하고 긴 머리를 정갈하게 틀어 올리자 하얗고 가느다란 목선이 드러났다.꾸밈을 덜어낸 만큼, 오히려 더 선명해지는 아름다움에 단정하고 기품 있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정오가 조금 지나 소예지는 고하슬의 손을 잡고 호텔에 도착했다.로비에는 임재석이 직접 나와 있었다.“소 대표님, 오셨군요.”그는 미소 띤 얼굴로 인사한 뒤, 몸을 낮춰 고하슬에게도 정중히 인사했다.“하슬 양, 안녕.”어릴 때부터 고이한을 따라 여러 공식 자리에 다녔던 탓인지 고하슬은 전혀 수줍어하지 않고 또렷하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임재석은 진심으로 감탄하며 웃었다.“공주님은 갈수록 더 예뻐지시네요.”그리고 소예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객실에서 아이랑 좀 쉬세요. 점심은 곧 방으로 올려드리겠습니다.”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고하슬을 데리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다.잠시 후, 윤하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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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8화

어린이 놀이터에서 잠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 뒤, 윤하준은 중요한 고객이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고 자리를 떴다.소예지는 두 아이와 함께 남아 잠깐 더 놀아주고 있었다.그때, 고급스러운 자태의 드레스를 입은 주경화가 보모를 대동한 채 다가왔다.“소예지 씨, 오랜만이에요!”주경화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소예지를 위아래로 훑어봤다.단정하면서도 기품 있는 차림새에 아이의 손을 잡고 있으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태도였다.“사모님, 안녕하세요.”소예지는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주경화는 살갑게 요즘 생활은 어떤지, 일은 많이 바쁜지 이것저것 물으며 말을 이었고 소예지는 과하지 않으면서도 정중한 태도로 차분히 응했다.사실 주경화는 요즘 소예지가 얼마나 바쁘게 지내고 있는지를 이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일부러 연락을 자제해 왔다. 윤하준 역시 미리 오늘만큼은 괜히 부담을 주지 말아 달라고 당부해 두었다.‘오늘 소예지 씨가 우리 윤화 그룹 30주년 행사에 참석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에요.’아들의 그 말을 떠올리자 주경화의 입가엔 저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번졌다.그 말은 곧 아들과 소예지의 관계가 단순한 지인 그 이상임을 뜻하는 셈이었으니까.오후 다섯 시가 가까워지자 연회장 쪽은 이미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소예지는 딸의 손을 꼭 잡고, 주경화와 함께 연회장으로 향했다.무대 중앙에는 윤화 그룹의 로고가 새겨진 커다란 아이스 조각이 천천히 회전하며 무지갯빛 조명을 반사하고 있었다. 차갑게 빛나는 조형물과 그 주변을 가득 채운 화려한 조명이 어우러지며 이 행사가 명실상부한 대기업의 기념행사임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었다.소예지는 귀빈 휴게실 쪽에 자리를 배정받았고 그곳에는 아이들이 함께 놀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도 갖춰져 있었다. 덕분에 고하슬과 이안은 심심할 틈도 없이 장난감을 붙잡고 자연스럽게 어울려 놀고 있었다.그 무렵, 하종호는 몇몇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그때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화면을 확인한 그는 친구들에게 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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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9화

심유빈은 하종호를 돌아보며 말했다.“저쪽에 가서 주 여사님께 인사만 드리고 올게요.”하종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심유빈은 우아한 걸음으로 귀빈석 쪽을 향했다.손목에 찬 다이아몬드 팔찌가 조명 아래서 눈부시게 빛났다.“사모님, 오랜만이에요.”심유빈은 고개를 단정히 숙여 인사를 건넸다.“심유빈 씨도 오셨네요.”주경화는 예의상 미소를 지어 보였지만 그 미소에는 분명한 거리감이 담겨 있었다. 그 옆에서는 고하슬과 이안이 한창 신나게 어울려 놀고 있었고 아이들은 어른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신경전 따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심유빈은 고개를 돌리다 마치 이제야 발견한 것처럼 소예지를 바라봤다.“어머, 소예지 씨도 계셨네요?”그녀는 일부러 손을 들어 머리를 정리했다.손목이 드러나며 팔찌가 더 선명하게 빛났다.“어머, 이 팔찌 전에 본 것 같은데요. 한정판 아닌가요? 국내엔 물량이 거의 없다고 들었어요.”주얼리에 관심이 많은 주경화가 자연스럽게 말을 붙였다.심유빈은 가볍게 웃었다.“네, 외국에서 샀어요.”그러고는 소예지를 향해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덧붙였다.“선물 받은 셈이죠.”소예지는 그 말에 담긴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렸다. 얼마 전 고이한과 심유빈이 함께 해외에 있었다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고 이 팔찌의 출처가 누구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분명했다.“혹시 하 대표가 선물한 거예요?”주경화는 호기심이 담긴 눈빛으로 조심스레 물었다. 요즘 두 사람이 가깝다는 소문도 돌고 있었고 하종호 집안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법한 이야기이기도 했다.그 순간, 심유빈의 미소가 아주 잠깐 굳어졌다. 바로 그때였다. 연회장 입구 쪽에서 고이한의 늘씬한 실루엣이 시야에 들어왔고 심유빈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그쪽으로 옮겼다.붉은 입술에 자연스럽고도 여유로운 미소가 떠올랐다.“사모님, 잠시 실례할게요.”그 말을 남기고 심유빈은 고이한 쪽으로 천천히 걸어갔다.주경화는 그녀가 향하는 방향을 바라보다가 이내 모든 것을 이해했다는 듯 소예지를 돌아봤다.“소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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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어느덧 연회장의 손님들이 모두 도착했다.그 순간 윤하준이 연배 있는 한 이사와 대화를 나누며 연회장 안으로 들어섰다.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소예지와 주경화가 있는 방향으로 향했고 그는 곧바로 대화를 마무리한 뒤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외삼촌!”이안은 반가운 얼굴로 먼저 달려가 윤하준의 품에 안겼고 윤하준은 아이의 손을 잡아 주며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렸다. 몇 걸음 떨어진 곳에는 고하슬이 고이한의 품에 안겨 있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던 윤하준은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건넸다.“하슬이랑은 이따가 놀고 우선은 할머니께 인사드리러 가자.”소예지는 고이한이 딸을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꽤 긴 시간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지는 들리지 않았지만 그 모습만으로도 마음 한편이 조용히 흔들렸다.“이안이 좀 봐주세요. 저 곧 무대에 올라가서 인사해야 해요.”윤하준이 주경화에게 조용히 말했다.곁에 서 있던 보모는 눈치 빠르게 이안의 손을 받아 들었다.윤하준은 아들의 옷깃을 정리해 주기 위해 다가섰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조금 민망한 듯 고개를 숙였다. 소예지 앞에서 어머니가 이렇게 직접 아이처럼 옷매무새를 만져 주는 장면이 괜히 어색하게 느껴졌던 탓이다.하지만 그 모습은 그저 자연스러운 모정에 불과했다. 아이들이 아무리 자라더라도 그녀의 눈에는 언제나 보호해야 할 자식일 뿐이었다.소예지는 그 장면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었고 눈이 마주친 윤하준과 그녀는 아무 말 없이 조용한 웃음을 나누며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바로 그 순간,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또 다른 한 쌍의 시선이 말없이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조명 아래에 선 소예지의 모습은 윤씨 일가 사람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었고 멀리서 바라본다면 그 장면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한 한 가족의 모습으로 보일지도 모를 풍경이었다.이윽고 연회장 조명이 서서히 어두워지더니 무대 중앙을 향해 한 줄기 스포트라이트가 강하게 내려왔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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