بيت / 로맨스 /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 Chapter 991 -الفصل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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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1화

“그래서요?”서현주의 물음에 비서의 목소리가 뚝 끊겼다.“그래서 제가 눈물이라도 흘리며 그 사람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건가요? 제가 원하지도 않았던 반지 때문에요?”서현주는 평온하지만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참 유능한 비서시네요. 대표님이 저기 누워 계시는데 알아서 먼저 미담까지 만들어주시고.”비서는 당혹감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오늘 밤 일어난 일은 저도 전해 들었습니다. 연 대표님께서 서 대표님을 구하신 거 아니었나요?”서현주는 뒤돌아서 더 이상 그를 쳐다보지 않았다.“저와 저 사람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비서님은 얼마나 안다고 생각하세요?”비서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고 그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서현주는 못을 박듯 차갑게 말했다.“오늘은 저 사람이 저에게 졌던 빚을 갚은 것뿐이에요. 연지훈 씨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니 제가 고마워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에요. 알아들었나요?”비서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들어 서현주를 바라보았다.“대표님은 아직 의식도 못 찾으셨는데 어떻게 그렇게까지...”하지만 서현주가 그의 말을 가차 없이 잘랐다.“비서님이 제 처지였다면 방금 그딴 소리는 입 밖에도 꺼내지 못했을 거예요. 우리가 겪어온 과거를 모르면 함부로 참견하지 마세요. 연 대표님도 비서가 이렇게까지 본인을 생각해 주는 걸 알고 있나요?”비서는 목구멍이 꽉 막히는 기분이었다. 그는 서현주의 얼굴을 살폈지만 조금의 동요도 없었다.그는 서현주가 너무 차갑다고 생각했다. 자신을 지키려다 중환자실에 누워 사경을 헤매는 사람을 보고도 어떻게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그는 연지훈과 그녀 사이의 깊은 사연을 알지 못했지만 눈앞의 광경만으로는 서현주가 무정하게 느껴질 뿐이었다.병실 안의 연지훈은 비서가 이런 말을 전했다는 사실을 알 리 없었다. 비서는 서현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돌려보려 했으나 오히려 역효과만 낸 셈이 되었다. 그는 서현주를 더 화나게 만들었다가는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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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2화

서현주는 침대 머리맡에 기댄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강혜인에게 물었다.“간호사가 나 언제 퇴원할 수 있대?”강혜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대답했다.“내가 가서 물어보고 올게. 큰 문제는 없어 보이긴 하니까 금방 가라고 하겠지.”강혜인은 금세 돌아와 지금 당장 퇴원해도 좋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러자 서현주는 지체하지 않고 곧장 퇴원 절차를 밟았다.병원을 나서는 길에 연지훈의 비서와 마주쳤는데 그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마치 의리 없는 배신자를 보는 듯했지만 서현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차분하게 지나쳤다.한편 경찰은 긴급 절차를 밟아 하경시 경찰 측과 빠르게 연락을 취했고 하경시의 경찰은 다시 연씨 가문의 연동욱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죽은 줄 알았던 유이영이 살아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다시 경찰에 붙잡혔다는 소식은 연씨 가문과 연동욱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연동욱은 소식을 듣자마자 눈앞이 캄캄해져 쓰러질 뻔했고 전문의가 달려와 간신히 그를 진정시킨 뒤에야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애초에 유이영을 손주며느리로 무척 아꼈던 연동욱이었지만 그녀가 그런 추잡한 일을 벌였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그는 당시 언론 보도를 막기 위해 온갖 힘을 다해 사건을 은폐했었다.유이영이 죽었다면 차라리 죽음으로 사건이 묻혀 가문의 이름에 먹칠이나 하지 않기를 바랐던 그에게 그녀가 얼굴을 바꾸고 신분까지 조작해 다시 입국했다는 사실은 날벼락이나 다름없었다.연동욱은 이번만큼은 스캔들을 덮기 어려울 것임을 직감하고는 경찰이 그의 증손자인 연유준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가로막으며 유이영의 정체를 입증할 기회를 원천 차단했다. 하경시에서 연씨 가문의 위세와 영향력이 워낙 막강하고 뿌리 깊었기에 경찰도 섣불리 강제 수사에 나설 수 없었다.교착 상태에 빠졌던 수사는 연지훈이 의식을 되찾으면서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연지훈이 깨어나자마자 서현주가 그의 곁을 지키도록 붙여두었던 간병인이 즉시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서현주는 퇴근하자마자 곧장 병원으로 달려갔다. 중환자실에서 일반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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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3화

서현주는 한참 동안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라 연지훈을 빤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녀는 아무런 말도, 표정 변화도 없었지만 속눈썹이 살짝 떨리고 있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연지훈이 웃음을 터뜨렸다.“왜 그렇게 봐? 내 대답이 마음에 안 들어?”서현주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의구심 가득한 말투로 물었다.“왜 저를 도와주겠다는 거죠?”연지훈의 눈가에 번졌던 웃음기가 서서히 걷혔다.“비서한테 들었어.”서현주는 순간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아 되물었다.“네? 뭘요?”“그날 병실 밖에서 네가 내 비서에게 했던 말들 말이야.”그제야 서현주는 당시 상황이 떠올랐고 미간의 주름은 더욱 깊어졌다. 그의 비서가 정말로 모든 대화를 연지훈에게 전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연지훈은 시선을 돌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 소리가 들려왔고 이미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탓에 잎사귀 하나 남지 않은 앙상한 가지들만 외롭게 뻗혀 있었다.“현주야, 네가 내 말을 믿든 믿지 않든...”연지훈의 목소리가 이어졌다.“난 너에게 속죄하고 싶어.”서현주는 목구멍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었고 심장 위에 무거운 돌덩이라도 얹어진 듯 가슴이 답답하고 저렸다.연지훈이 다시 고개를 돌려 그녀와 눈을 맞추며 입꼬리를 부드럽게 올렸다.“이 일부터 시작해서 하나씩 갚아나가고 싶은데 네 생각은 어때?”서현주는 그의 시선을 마주했다.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수만 가지 감정으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그녀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협탁 위에 놓인 연지훈의 휴대폰을 집어 그에게 건넸다.“그럼 지금 당장 할아버지께 전화해요. 수사에 협조하시라고요.”연지훈은 서현주를 바라보며 순순히 휴대폰을 받았다.사실 서현주는 몹시 조급한 상태였다. 유이영이 구속된 이후 황태민이 밖에서 변호인단을 총동원해 그녀를 빼내려 혈안이 되어 있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황태민의 수작에 유이영이 풀려나기라도 한다면 이번에는 정말 영영 그녀를 잡지 못할지도 몰랐다.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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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4화

예전에는 연동욱이 결정을 내리면 연지훈은 그저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두 사람의 위치는 역전되었고 연지훈이 내뱉는 말의 무게는 이미 연동욱을 압도했다.연동욱은 손자의 뛰어난 능력이 내심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손자에게 완전히 주도권을 내어준 상황이 씁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에게 대항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았기에 그는 그저 연지훈의 뜻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던 연동욱이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지훈아, 네가 지금 무슨 일을 하려는 건지 똑똑히 알고 있길 바라.”“잘 알아요.”연지훈의 짧고 단호한 대답에 연동욱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연지훈은 휴대폰을 내려놓고 서현주를 바라보았다.“곧 소식이 올 거야.”서현주는 연지훈을 내려다보며 나직하게 말했다.“고마워요.”연지훈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자 서현주는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손에서 휴대폰을 건네받아 협탁 위에 내려놓았다.병원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경찰 수사에 협조해달라고 연지훈을 설득하기 위해 온갖 전략을 짜며 그와 치열한 기 싸움을 벌일 각오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연지훈은 너무나 쉽게 승낙했고 연동욱까지 손쉽게 설득했다.볼일이 끝났으니 서현주는 당장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자신을 구하려다 칼까지 맞고 병상에 누워있는 사람에게, 더구나 그에게 큰 도움까지 받은 처지에 매정하게 뒤돌아서는 것은 도리가 아니었다.그녀는 어색함을 떨쳐버리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겨우 한마디를 끄집어냈다.“상처는... 아직 많이 아파요?”연지훈은 서현주를 빤히 바라보며 입가에 엷은 미소를 띠었다.“표정이 너무 굳어 있네. 꼭 누가 네 목에 칼이라도 들이대고 억지로 말을 시키는 거처럼 말이야.”서현주는 멈칫하고 입을 달싹였지만 이내 할 말을 잃고 침묵에 빠졌다.연지훈은 더 이상 그녀를 난처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조금 아프긴 하지만 괜찮아. 좀 더 요양하면 곧 퇴원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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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5화

연지훈은 서현주를 빤히 바라보며 대답했다.“알았어, 명심할게.”서현주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말했다.“혹시 입원해 있는 동안 업무상 곤란한 일이 생기면 저한테 말하세요. 제가 대신 처리할 수 있는 부분은 도와줄 테니까요.”그러자 연지훈의 입가에 다시금 부드러운 곡선이 그려졌고 그의 눈가에도 웃음기가 서서히 번졌다.“나를 그렇게나 걱정해 주는 거야?”서현주는 무덤덤하게 대꾸했다.“저를 구하려다 다치신 거잖아요. 당연히 제가 해야 할 도리일 뿐이에요.”연지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업무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지만 내가 진짜로 너에게 듣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너도 잘 알 텐데.”서현주의 눈빛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할 말은 다 한 것 같으니 이만 가볼게요.”그때 연지훈이 갑자기 한 손으로 상처 부위를 감싸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가지 마. 상처가 너무 아프네. 그냥 가지 말고 예쁜 말로 나를 좀 달래주면 안 돼?”서현주는 그의 뻔한 연기에 싸늘한 눈길로 내려다보며 물었다.“무슨 말이 듣고 싶으신데요?”연지훈은 아픈 척 상처를 부여잡은 채 노골적으로 불쌍한 척하며 대답했다.“나를 좋아한다고 말해준다거나 아니면...”서현주는 더 들어줄 가치도 없다는 듯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잠깐만!”연지훈이 다급하게 그녀를 불러세웠다.“알았어, 엄살 안 피울 테니까 제발 가지 마.”서현주는 걸음을 멈추고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또 왜요?”연지훈의 표정은 금세 평소처럼 돌아왔지만 그녀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원망이 섞여 있었다.그는 베개 밑으로 손을 집어넣어 뒤적거리더니 하얀 실크 소재의 작은 상자를 꺼냈다.서현주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 상자 안에 무엇이 들어있을지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예상대로 연지훈이 상자를 열자 지난번에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핑크 다이아몬드 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 다이아몬드의 크기는 이전 것과 비슷했지만 한눈에 봐도 그 가치를 가늠하기 힘들 만큼 정교하고 아름다웠다.연지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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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6화

서현주는 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까 연지훈의 비서가 했던 말, 연지훈과 유이영이 실질적인 부부 관계가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녀는 몇 초간 망설이며 물어볼지 말지 고민했다. 하지만 연지훈은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도 예리한 감각으로 그녀가 흔들리는 걸 보아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해.”서현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다시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연지훈은 그런 그녀를 온화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물 한 잔만 줄래?”서현주는 그를 한 번 쳐다보고는 묵묵히 물을 따라 연지훈의 손에 쥐여주었다. 연지훈은 컵을 받아 물을 몇 모금 들이켰고 서현주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아까 비서님께 몇 가지 이야기를 들었는데...”하지만 말을 내뱉자마자 서현주는 아차 싶었다. 연유준이 연지훈의 친자식인지 아닌지가 자신과 무슨 상관이 있나 싶어 굳이 물어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뒤늦게 든 것이다.연지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빈 컵을 다시 그녀에게 건넸다. 서현주가 컵을 협탁 위에 내려놓는 사이 연지훈이 말했다.“안 그래도 비서한테 연락이 왔었어. 너를 화나게 했다고 계속 사과하더라고. 그래서 나한테 묻고 싶은 게 뭐야?”서현주는 연지훈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숨을 들이마셨다. 그러고는 결국 궁금한 걸 묻기로 결심했다.“연유준이 연지훈 씨의 친아들이 맞나요?”그녀는 질문을 던지면서 연지훈이 남자로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거나 모욕적인 표정을 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보통 남자들에게 이런 문제는 지극히 예민하고 경계해야 할 부분이니까.그러나 예상과 달리 연지훈의 얼굴에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오히려 그가 입가에 옅은 미소까지 띠고 있어 서현주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연지훈은 서현주를 바라보며 물었다.“그게 그렇게 신경 쓰여?”서현주는 그 말이 이해가 가지 않아 되물었다.“네?”연지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덧붙였다.“나한테 아들이 있는 게 마음에 걸려서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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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7화

“그분은 남자 친구가 아니고 제가 진짜 남자 친구인데요.”갑자기 어디선가 듣기 좋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맑고 시원한 목소리였지만 그의 말투에서 노골적인 불쾌감과 짜증이 느껴졌다.간호사가 고개를 돌려보니 병실 문앞에 또 한 명의 미남이 서 있었다. 훤칠한 키에 독보적인 분위기, 영화배우라고 해도 믿을 만큼 눈부시게 잘생긴 얼굴은 그야말로 현실감 없는 비주얼이었으나 그는 미간을 잔뜩 구진 채 침대 위의 연지훈을 적대적으로 노려보고 있었다.간호사는 새로 나타난 미남의 외모에 넋을 잃었다가 뒤늦게 그가 내뱉은 말의 의미를 곱씹으며 침대 위의 환자와 문앞의 남자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살얼음판 같은 기류를 본능적으로 감지했다.‘세상에,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가능하다면 그녀는 당장이라도 동료들을 불러 모아 이 역대급 ‘치정극’을 구경시켜주고 싶었다.수액은 진작 다 갈았지만 간호사는 병실을 떠나기가 아쉬워 일부러 손동작을 굼뜨게 하며 두 남자의 동태를 살폈다.안요한은 무표정하게 병실 안으로 걸어 들어와 연지훈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연지훈은 안요한의 등장이 예상 밖이었는지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지며 말투도 가시 돋친 듯 날카로워졌다.“생각보다 일찍 돌아왔네요.”그는 분명 안요한이 적어도 석 달은 지나야 귀국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었다.안요한은 서늘한 목소리로 맞받아쳤다.“제가 더 늦게 왔으면 그쪽이 제 여자 친구를 홀라당 채갔을 텐데, 가만히 있을 수가 있어야죠.”간호사는 설레는 마음을 억누르며 고개를 숙인 채 귀를 쫑긋 세웠다.연지훈이 비릿한 어조로 되물었다.“두 사람의 관계에 그렇게 자신이 없나 보네요?”간호사는 이제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애꿎은 물건만 집었다 놓았다 하며 바쁜 척 연기를 이어갔다.안요한이 피식 웃으며 쏘아붙였다.“자신감이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죠. 그쪽이 제 여자 친구를 구한 건 사실이지만 현주는 여전히 그쪽을 거절하고 있잖아요. 목숨까지 구해주고도 왜 현주가 그쪽을 허락하지 않는지, 그 이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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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8화

두 사람은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서로를 비꼬며 날 선 공방을 이어갔고 병실 안의 공기는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일촉즉발의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안요한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가라앉자 연지훈 역시 겉으로는 태연한 척했으나 그 이면에 서린 음울함까지는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결국 승기는 서현주의 진짜 연인인 안요한에게 돌아갔다.안요한은 확실하게 선을 그으며 쐐기를 박았다.“연 대표님, 제가 자리를 비운 동안 제 여자 친구를 돌봐주신 점은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이제 더는 번거롭게 해드릴 일 없을 겁니다. 현지의 업무를 모두 정리했으니 이제 다시는 현주의 곁을 떠나지 않을 생각입니다. 앞으로는 제가 제 여자 친구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필 테니 연 대표님께서는 더 이상 신경 끄시죠.”연지훈은 침대 시트를 꽉 움켜쥐며 서현주와 관련된 일에서 다시 한번 뼈아픈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안요한은 서현주의 당당한 연인이지만 그는 무엇도 아니었기에 안요한과의 다툼에서 내세울 명분도, 입장도 없었으며 질투심조차 드러낼 자격이 없었다.연지훈은 끝내 안요한에게 밀리기 싫은 마음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현주가 계속 그쪽 곁에 남을 거라고 장담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그러자 안요한이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사이가 아주 각별하니까.”한바탕 독설을 주고받은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분노와 혐오감을 가득 품은 채 등을 돌렸고 안요한은 미련 없이 병실을 빠져나갔다.홀로 남은 연지훈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눈을 감았지만 검은 눈동자에 차마 다 쏟아내지 못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두 손을 말아 주먹을 꽉 쥐었으나 내리깐 눈꺼풀 아래로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참담한 무력감이 교차했다.그는 떨리는 손으로 휴대폰을 집어 비서에게 전화를 걸더니 안요한 주변의 여자들, 특히 신가영과 진수인에 대해 샅샅이 조사하라고 지시했다.한편 병원 입구를 나선 안요한은 그곳에 주차된 서현주의 차를 발견했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서현주는 창문을 내리고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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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9화

역시 오해는 바로잡아야 했다. 서현주는 잘못한 것이 없었고 연지훈과 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왔기에 그 사실을 안요한에게 확실히 인지시켜 줄 필요가 있었다.안요한은 서현주가 한참 동안 대답이 없자 애가 타 다시 한번 다그치며 물었다.“나 안 보고 싶었어?”서현주는 입술을 살짝 깨물다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보고 싶었어요.”워낙 감정 표현에 서툰 성격이라 짧게 말을 마친 그녀는 안요한을 밀어내며 덧붙였다.“요한 씨한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안요한은 서현주의 대답에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분이 좋았다가 이어진 그녀의 진지한 말투에 당황해하며 되물었다.“뭔데?”서현주는 기어이 안요한을 밀어내어 거리를 둔 뒤 맑은 눈동자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언제 돌아온 거예요?”안요한은 서현주가 자신이 연지훈의 병실에 찾아간 일을 따지려 한다고 생각했는지 순식간에 입꼬리가 내려갔다.“조금 전에 왔어. 너랑 연지훈 씨한테 있었던 일을 전해 듣고 바로 여기로 왔어.”서현주는 멈칫하더니 다시 물었다.“돌아와서 왜 나한테 연락 안 했어요?”안요한은 서현주의 어깨에 올린 손을 떼지 못한 채 입술을 달싹였다.“연지훈 씨를 먼저 만나고 그다음에 너를 보러 가려고 했어... 혹시 화났어?”안요한은 말을 내뱉고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서현주의 반응을 기다렸다.서현주는 고개를 저었고 오히려 의외라는 듯 반문했다.“내가 왜 화나요?”그 말에 안요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는 서현주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물었다.“내가 너 몰래 연지훈 씨를 보러 갔는데 정말 아무렇지도 않아?”서현주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화 안 나요. 그런데 그 사람을 찾아가서 무슨 말을 한 거예요?”안요한은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하기 곤란하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그런 안요한의 반응을 보니 서현주는 오히려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녀는 똑같이 안요한의 볼을 꼬집으며 재촉했다.“말해봐요. 대답 안 하면 안 돼요.”안요한은 쑥스러운 듯 시선을 피하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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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0화

안요한은 말하면서도 서현주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그저 그녀의 손끝만 내려다보고 있었다.“내 눈 보고 말해요.”서현주가 그렇게 말했지만 안요한은 고개를 들지도, 대답하지도 않았다.“방금 한 말, 정말 진심이에요?”서현주가 그의 손을 잡은 채 살짝 흔들며 재차 묻자 안요한은 그제야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당연히 진심이지...”하지만 서현주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아니요, 진심 아니잖아요. 요한 씨, 난 요한 씨의 진짜 속마음을 듣고 싶어요.”결국 자포자기한 심정이 된 안요한은 다시 서현주를 꽉 끌어안으며 속내를 털어놓았다.“그래, 진심 아니야. 네가 그 사람을 보러 가는 거 싫어. 비록 그 사람이 너를 구했다고 해도 네가 그 남자를 만나러 간다는 사실 자체가 그냥 싫고 가슴이 답답해.”그제야 서현주는 안요한의 허리에 팔을 둘러 감싸안으며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이제야 요한 씨답네요. 억지로 대범한 척할 필요 없어요. 내가 남도 아니잖아요.”안요한은 서현주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 웅얼거렸다.“짜증 나 죽겠어. 그날 내가 네 옆에 있어야 했는데.”안요한이 말하는 ‘그날’이 언제인지 서현주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황태민과 유이영의 약혼식이 있었던 그날, 만약 본인이 곁에 있었다면 연지훈이 끼어들 틈도 없었을 것이고 서현주가 그에게 빚을 질 일도, 이런 복잡한 악연이 이어질 일도 없었을 거라는 안요한의 후회 섞인 고백이었다.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에 ‘만약’이란 없었다. 서현주는 안요한의 등을 다독이며 차분하게 말했다.“연지훈 씨가 나를 구한 건 사실이니까 도리상 병문안을 가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요한 씨가 출장 중이라 자주 연락할 수 없으니 요한 씨가 전화할 때 차근차근 설명하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요한 씨가 일찍 돌아오는 바람에 다른 경로로 소식을 먼저 듣게 했네요.”“하지만 맹세컨대 요한 씨에게 숨길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연지훈 씨가 나를 구했다고 해서 우리 사이에 어떤 감정적인 변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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