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남편의 결혼을 지지해요: Chapter 531 - Chapter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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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1화

갑자기 유이영의 마음속에서 불안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그녀는 연지훈의 태도를 도무지 파악할 수가 없었고 지금 그가 자신을 탓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의심하고 있는 건지조차 분간이 되지 않았다.무엇보다 유이영을 가장 충격에 빠뜨린 건 연지훈이 예전처럼 망설임 없이 곧바로 그녀의 편에 서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연지훈이 그녀를 의심하고 있는 게 분명해 보였다.연지훈이 서현주 때문에 자신을 의심한다고 생각하자 유이영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현주 씨가 착각했을 수도 있죠. 그 물이 문제 있는 게 아니었을지도 모르잖아요.”연지훈은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일단 병원에 가서 확인해 보자.”유이영은 속으로 움찔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현주 씨의 상태를 확인해야죠.”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현주 씨가 어느 병원으로 갔는지 모르겠네요.”연지훈은 고민하지도 않고 바로 병원 이름을 말했고 이에 유이영은 놀랐다.“지훈 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연지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그 병원이 술집에서 제일 가까워. 급한 상황인데 안요한 씨가 굳이 다른 데 갈 이유가 없지.”“아... 그렇군요.”안요한은 서현주를 위해 1인용 병실을 잡았다. 1인실은 아주 조용했고 안요한이 그녀를 돌보느라 오가며 내는 소리 외에 다른 소음은 전혀 없었다.서현주는 손등에 링거를 꽂은 채 침대에 누워 있었고 안요한이 굳은 표정으로 물을 따라주고 링거 상태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표정 좀 풀어요. 나 안 죽었거든요.”특정 단어가 귀에 들어오자 안요한은 곧바로 얼굴을 찌푸리며 그녀를 노려봤다.“또 그런 말 할래?”서현주는 곧바로 입을 다물고 더 말하지 않겠다는 듯 손으로 입을 가렸다.안요한은 벌떡 일어나 두 손을 허리에 얹었다.“내가 너한테 빚진 거도 아닌데 밤중에 병원까지 데려오게 만들래?”“미안해요...”“미안하다고 하면 될 일이야?”안요한은 신경이 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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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2화

그 말을 듣고 안요한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정말 안다고?”서현주는 눈을 깜빡였다.약 얘기가 나오자 안요한의 얼굴은 바로 굳어졌다.“아는 사람이야? 지금도 술집에 있어?”서현주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음... 아는 사이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지금 술집에 없어요.”안요한의 말투가 조금 차분해졌다.“그럼 서둘러야겠네.”서현주가 물었다.“뭐 하려고요?”안요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코웃음을 쳤다.“뭘 하긴, 그 자식 잡으러 가야지. 더 늦으면 도망갈 텐데.”서현주는 코를 만지작거리며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신경 쓰지 마요.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요.”안요한은 혀를 차며 그녀의 어깨를 밀어 침대에 눕혔다.“아픈 사람이 뭘 처리한다고 그래. 넌 얌전히 쉬어. 누가 너한테 약 먹였는지만 말하면 내가 가서 잡아올게.”그런데 서현주가 막 입을 열려는 순간, 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그녀는 재빨리 티 나지 않게 말을 돌렸다.“간호사인 거 같아요. 요한 씨가 가서 문 좀 열어줘요.”곧바로 병실 문이 열렸지만 들어온 사람은 간호사가 아니라 연지훈과 유이영이었다. 그들을 보자 서현주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찔거렸다.안요한도 곧바로 표정이 굳어졌고 문틀을 짚은 채 두 사람 앞에 서서 무심하게 말했다.“무슨 일로 왔어요?”유이영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현주 씨의 상태가 어떤지 보러 왔어요. 지금은 좀 괜찮아요?”안요한은 코웃음을 쳤다.“멀쩡해요. 확인했으면 가세요. 휴식하는 거 방해하지 말고.”그의 노골적인 축객 의사에 유이영은 미소를 거두며 난처한 표정으로 연지훈을 바라봤다.안요한과 키가 비슷한 연지훈은 검은 눈동자로 안요한의 어깨 넘어로 서현주를 바라보며 싸늘한 눈빛을 드러냈다.그가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서현주.”이때 안요한이 태연한 어조로 말했다.“연 대표님,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어도 그냥 가세요. 제가 병실에 있는 한 제 말을 들어야 합니다.”연지훈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보고는 다시 서현주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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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3화

어째서 이렇게 절묘하게, 하필 그 타이밍에 서현주가 약을 먹었고, 또 그 장면을 연지훈이 직접 보게 된 걸까.모든 것이 지나치게 우연처럼 맞아떨어졌고 그 우연은 하나같이 유이영을 용의자로 몰아붙였다. 그녀는 뭐라고 설명하고 싶었지만 말문이 막혔다.예전 같았으면 연지훈은 무슨 일이 있어도 늘 그녀의 편에 섰다. 그런데 이번에 그는 예전처럼 즉각적으로 그녀를 두둔하지 않았다.이번 일로 유이영은 처음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쓰는 기분이 어떤 건지 뼈저리게 느꼈다. 심지어는 ‘서현주가 일부러 함정을 판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모든 게 이렇게까지 정확하게 맞아떨어질 수 있을까.서현주는 침대 머리맡에 반쯤 기대 앉아 있었고 흔들림 없는 표정과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유이영이 말을 끝내자 서현주는 입꼬리를 아주 살짝 올리며 유이영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빼냈다.“전 유이영 씨의 말을 믿어요. 그래서 약을 탄 사람이 유이영 씨라고 생각하는 거예요.”그 말에 유이영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나 아니에요.”그녀는 침대 옆에서 벌떡 일어나 숨을 들이켰다.“현주 씨, 나를 믿지 못하겠으면 조사해도 돼요. 확인해 보면 내가 결백하다는 게 밝혀질 거예요.”서현주는 고개를 숙인 채 피식 웃었다.“조사할 필요 없어요. 이 일은 애초에 결론이 나지 않을 거니까요.”그 말에 유이영은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무슨 말이에요?”서현주는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들었고 곧 연지훈의 검은 가죽 구두가 그녀의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 위에서 그의 목소리가 들렸다.“이영이가 너한테 약을 먹였다는 증거는 없어.”서현주는 고개를 들어 연지훈의 검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코웃음을 쳤다.“조금 전에 연 대표님께서 사람 시켜서 제가 마셨던 그 물을 확인하게 한 거 알아요. 이제 결과가 나왔겠죠?”그 말에 유이영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고 연지훈의 눈매는 가늘어졌다.그때 조용하던 병실에 갑자기 경쾌한 휴대폰 기본 벨소리가 울려 퍼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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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4화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연지훈이 입을 열었다.“하지만 이영이가 약을 탔다는 증거도 없어.”서현주는 고개를 들어 연지훈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알아요. 유이영 씨가 관련된 일이라면 5년 전의 수많은 일들처럼 결국 아무 결론도 나지 않겠죠.”그 말에 연지훈의 표정이 흔들렸다.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서현주는 유난히 야위어 보였고 환자복이 널널한 탓에 더없이 가녀려 보였다. 약물 영향 때문인지 그녀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했고 입술에도 혈색이 없었다. 길고 검은 머리카락은 뒤로 늘어져 있고 뺨을 스치던 잔머리는 귀 뒤로 넘겨져 있었다. 게다가 화장기 없는 단정한 얼굴 때문에 오히려 눈동자가 더 또렷해 보였다.병실의 희뿌연 조명 때문에 서현주의 눈에 물기가 고인 듯 보여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 연지훈은 문득 그녀와 눈을 마주하는 게 두려워졌다.하지만 그가 시선을 피하기도 전에 서현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5년 전에도 그랬죠.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도 연지훈 씨는 여전히 똑같아요.”그 말에 연지훈의 미간이 더 깊게 찌푸려졌다.서현주는 일부러 아무렇지 않은 듯한 어조로 말했다.“지금 제가 걱정돼서 그러는 거예요?”연지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현주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괜찮아요. 5년 전부터 이미 익숙해졌어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 이제는 슬프지도 않네요.”서현주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연지훈과 유이영이 해온 모든 선택을 그대로 수치대 위에 못 박는 것 같았고 동시에 유이영에게 씌워진 의혹을 더욱 굳히는 효과를 냈다.게다가 서현주는 병실 침대에 누운 채 링거를 맞고 있고 말투는 체념한 듯했으며 지금 상황에 순응하는 모습까지 더해져 보는 이로 하여금 더욱 안쓰러움을 자아냈다.유이영은 속으로 이를 갈며 서현주의 말을 듣고는 당장 달려가 서현주의 입을 막아버리고 싶었다.5년 전에 그녀는 서현주에게 말 못 할 억울함을 수없이 안겼었는데 이제 그것들이 그녀에게 돌아오는 것 같았다. 이렇게 심장이 찔리는 것 같은 기분은 정말 견디기 힘들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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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5화

그런데 뜻밖에도 잠시 후 유이영이 다시 돌아왔다. 그녀는 안요한이 병실로 들어가려는 순간 문을 먼저 닫아버린 뒤 빠른 걸음으로 서현주 앞에 다가왔다.서현주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유이영이 날 선 말투로 따져 물었다.“현주 씨, 이번 일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서현주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많이 불안해 보이시네요.”유이영은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연기하지 마요. 현주 씨는 분명 뭔가 알고 있잖아요. 내가 약 탄 거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고.”서현주가 담담하게 대답했다.“네, 유이영 씨가 한 거 아니라는 거 알아요.”그 말에 유이영의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그럴 줄 알았어요. 역시 현주 씨는 나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거잖...”“하지만 연지훈 씨는 이미 유이영 씨를 의심하고 있어요.”서현주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유이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그러자 유이영의 동공이 흔들렸다.“말도 안 돼요. 지훈 씨는 나를 믿어요.”서현주는 가엾다는 듯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정말 믿으면 왜 이번 일을 더 조사하지 않을까요?”유이영은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서현주가 태연하게 말했다.“유이영 씨도 알잖아요. 더 조사했다간 유이영 씨가 연루됐다는 걸 알게 될까 봐 연지훈 씨가 여기서 멈춘 거라는 거.”그 말에 유이영이 목소리를 높였다.“아니에요.”하지만 서현주는 여전히 차분했다.“5년 전에 연지훈 씨는 유이영 씨를 전적으로 믿었죠. 무슨 일이 있든 믿었어요. 그런데 5년이 지나니 이제는 다르네요. 두 사람 사이도 예전 같지 않고 연지훈 씨는 유이영 씨를 의심하기 시작했어요. 유이영 씨가 연지훈 씨의 마음속에서 차지하는 자리도 예전만 못해졌고요. 무섭죠? 언젠가 연지훈 씨가 더 이상 유이영 씨를 사랑하지 않을까 봐.”그 말을 듣자 유이영은 얼굴이 일그러졌고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내가 지훈 씨한테 다 말하면 어쩌려고요?”서현주는 피식 웃었다.“말해요. 그런데 잘 생각해 봐요. 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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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6화

이쯤 되자 유이영도 더 이상 모를 수가 없었다. 그 물잔에 손을 댄 사람은 그녀와 바텐더, 그리고 서현주뿐이었다.결국 가능성은 하나였다. 서현주가 스스로 그 물에 약을 넣은 것이다.유이영은 다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연민 어린 눈빛으로 서현주를 내려다봤다.“현주 씨는 직접 약을 먹고 하마터면 남자한테 능욕당할 뻔한 거잖아요. 이건 남한테만 손해를 끼치는 게 아니라 본인도 그에 못지않은 손실을 보는 거예요. 지훈 씨가 내가 약을 탔다고 의심하지만 그런데도 끝까지 조사하지 않은 이유가 뭔지 알아요?”유이영은 차갑게 웃었다.“지훈 씨는 나를 사랑하고 마음속에 내가 있으니까 이 일을 더 파고들지 않은 거예요. 현주 씨가 아무리 애를 써도 결국 나보다 한 수 아래예요.”서현주는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저를 걱정할 시간에 본인이나 걱정하세요.”그 말에 유이영의 눈빛이 가라앉았다.“무슨 뜻이에요? 또 무슨 짓을 했어요?”서현주가 담담하게 말했다.“앞으로 갈 길이 길어요. 천천히 지켜보세요.”병실을 나서며 유이영은 낮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뱉었다.“가증스럽게 연기나 하긴.”그리고 곧 병실 문이 닫히며 큰 소리가 울렸다.몇 초 지나지 않아 안요한이 문을 열고 들어와 성큼 다가오며 서현주의 얼굴과 몸을 위아래로 훑어봤다.“그 사람들이 너한테 뭐 한 건 아니지?”서현주는 손등에 꽂힌 링거 줄을 만지작거리며 태연하게 대답했다.“내가 뭐 어떻게 되겠어요. 괜히 예민해질 필요 없어요.”안요한이 다시 물었다.“아까 무슨 얘기를 했길래 유이영 씨의 표정이 그렇게 안 좋아?”서현주는 물론 사실을 말해줄 생각이 없었다.“그냥 몇 가지 물어봤어요. 원래 유이영 씨는 나한테 호의적인 적이 없잖아요. 표정이 안 좋은 게 정상이죠.”그녀는 더 캐묻지 못하게 하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아이고, 졸려라. 너무 졸려서 자야겠어요.”그때 안요한이 갑자기 다가와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리고 진지한 눈빛으로 한참 바라봤다.서현주는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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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7화

서현주는 물컵을 꼭 쥔 채 상반신을 곧게 세웠다. 그리고 잠깐 멍해 있다가 안요한이 정말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려는 걸 보자 화들짝 놀라 급히 막았다.“아, 전화하지 마요. 신고도 하지 말고.”그녀는 너무 급한 나머지 침대에서 내려올 뻔했고 링거대까지 같이 끌어당길 뻔했다.안요한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바로 휴대폰을 치우고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왜 이렇게 급해. 천천히 말해.”서현주는 경계하듯 물었다.“아직 전화 안 했죠?”안요한은 링거병 위치를 다시 바로 잡으며 말했다.“안 했어.”다 정리한 뒤 그는 서현주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그럼 신고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나한테 말해봐.”이때 서현주의 머릿속이 미친 듯이 돌아갔다. 그녀는 안요한에게 사실대로 말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끝없이 저울질했다.그러다가 머리가 터질 것 같아 서현주는 이를 악물고 입을 열었다.“사실 나 약 안 먹었어요.”안요한이 되물었다.“뭐라고?”서현주가 다시 말했다.“약 안 먹었다고요. 술집에 있을 때부터 연기한 거였어요. 그 사람들을 속이려고.”그 말에 안요한의 잘생긴 눈썹이 확 찌푸려졌다.“그럼 이 링거는 뭐야?”“아까 의사 선생님을 만났을 때 저혈당 때문에 머리가 어지럽다고 말했어요. 링거도 저혈당 때문에 맞는 거고 나 진짜 아무 문제도 없어요.”유이영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만약 그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스스로 약을 들이켰다면 그건 정말 손해만 보는 짓이었다.서현주는 그렇게 멍청한 선택을 할 사람이 아니고 자기 몸을 해칠 생각도 없었다. 게다가 이번 일은 유이영에게 별로 큰 영향이 없었다. 연지훈이 그녀를 의심하긴 했지만 결국에는 또 그녀를 감싼 셈이니까.그래서 서현주는 처음부터 끝까지, 술에 취한 것부터 약을 먹은 척한 것까지 전부 연기였다. 뺨의 홍조도 일부러 블러셔를 발라 만든 것이었고 지금 얼굴이 조금 창백한 건 실제로 저혈당 기운이 있기 때문이었다.안요한은 한참 동안 아무 말 없이 서현주를 바라보기만 했고 서현주는 그의 눈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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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8화

블랙화이트 버니와 게임시티의 판권을 좀처럼 따내지 못하면서 하유 그룹의 신규 게임 프로젝트는 잠정 보류 상태에 들어갔다.연지훈은 그 일로 경연시에 출장 가게 되었고 유이영과 연유준을 함께 데리고 떠났다.그 며칠 동안 서현주는 그들과 마주칠 일이 없이 비교적 평온한 나날을 보냈다.그러던 중 한 차례의 경제 교류 포럼이 열렸는데 그날 서현주의 비서 차연희가 사라졌다.차연희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을 때 서현주는 이미 멀리서 연지훈과 유이영 두 사람을 발견한 뒤였다.이번 포럼은 정부가 주최한 경제 교류 행사였고 각지에서 기업인들이 비행기를 타고 모여들어 행사장 안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서현주에게 말을 걸어왔고 그녀는 능숙하게 응대하고 있었다.곁에 있던 차연희는 조용하게 따라다녔고 서현주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었다.사실 서현주는 행사장에 오기 전까지 연지훈과 유이영도 참석한다는 사실을 몰랐다. 인파 속에서 그들을 발견하고서야 그들도 이 자리에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딱히 개의치 않았다.그런데 고개를 돌리자 방금까지 옆에 있던 차연희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차연희는 분별력 있는 성인이었고 이런 곳에서 길을 잃을 만큼 미숙한 사람도 아니었다. 게다가 정부 주최 행사라 보안도 철저했기에 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서현주는 그저 차연희가 화장실에 갔는데 그녀에게 말하지 않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디에 갔냐고 메시지를 보냈다.포럼이 정식으로 시작되었고 서현주는 두 번째 줄 왼쪽 자리에 배정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연지훈과 유이영은 그녀의 오른쪽 앞줄에 앉아 있었다. 그래서 서현주가 무대 쪽을 보려면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볼 수밖에 없었다.서현주가 자리에 앉을 때 유이영이 뒤돌아보며 인사를 건넸지만 연지훈은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다. 서현주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고 무표정하게 시선을 거뒀다.그녀가 이 포럼에 참석한 이유는 이번 포럼에서 향후 정책 방향 변화에 대한 내용이 다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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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9화

행사장 직원은 입술을 깨물며 조심스럽게 동료를 한 번 바라보고 다시 서현주의 곁에 서 있는 관계자들을 힐끗 살폈다.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서현주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긴장하지 마요. 내가 있잖아요.”그러고는 옆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차분한 목소리로 덧붙였다.“이 사람들은 밖에 나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거예요.”서현주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묘하게 사람을 안심시키는 힘이 있었다. 그 말을 듣자 직원도 조금 용기를 얻은 듯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모깃소리처럼 작지 않았다.“진성민 대표님, 아시죠?”그 이름을 듣자 서현주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진성민은 남문시를 대표하는 게임 업계 거물로 그의 회사에서 출시한 게임들은 압도적인 1위는 아니지만 ‘국민 게임’이라 불릴 만큼 인지도가 높았고 간혹 악재가 터져도 여전히 업계 상위권을 지키며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진성민의 사업 성과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바로 그의 사생활이었는데 그는 두 번 결혼했으나 두 번 모두 이혼으로 끝났으며 전 부인들과 각각 자식을 두 명씩 낳아 총 네 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다.하지만 실제로 진성민에게는 자녀가 열 명에 달했고 나머지 여섯 명은 모두 혼외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들이었다. 그의 문란한 사생활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서현주는 업무상 진성민과 접점이 있었고 과거 그가 노골적으로 접근해 온 적도 있었다. 그때 그녀는 그를 분명하게 거절했었다.두 사람의 사업 영역은 겹치는 부분이 많았고 하유 그룹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이후 서현주는 진성민의 손에서 여러 프로젝트를 빼앗았다. 그만큼 진성민의 반감도 깊었고 두 사람의 관계는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행사장의 직원은 2층 VIP룸 방향을 힐끗 보며 목소리를 한껏 낮췄다.“위층 VIP룸에 가보셔야 할 것 같아요. 방금 서 대표님의 비서분이 그분한테 억지로 끌려가는 걸 봤어요. 그때 진 대표님은 이미 술에 많이 취했고 지금 거의 한 시간은 지났어요. 빨리 가보셔야 해요. 31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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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0화

“벌써 한 시간이 지났잖아요. 무슨 일이 일어났을 거면 벌써 다 일어났을 텐데 지금 올라가도 늦은 거 아니에요?”“쉿, 입 다물어요. 우리한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 줄 알아요?”“진 대표님한테 전화한 사람 있어요?”“제가 했어요. 서 대표님 쪽 상황도 말했는데 진 대표님이 너무 취해서 말이 안 통하더라고요...”“큰일이네요. 빨리 올라가요. 자칫하면 수습도 못 할 일이 터질 거예요.”행사장 직원들은 무리를 지어 엘리베이터 옆의 계단 쪽으로 향했다.그 순간 연지훈이 선두에 있는 사람의 팔을 붙잡았다. 깜짝 놀란 직원은 반사적으로 욕을 내뱉으려다가 연지훈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연 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연지훈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서현주한테 무슨 일이 생겼어요?”그 직원은 이번 행사의 주관 책임자 차영훈이었다. 차영훈의 얼굴에 난처함과 당혹스러움이 그대로 드러났다.이건 서현주와 진성민 사이의, 결코 밖으로 알려져서는 안 될 사적인 문제였다. 다른 사람들이 알면 위험하기 때문에 최대한 은폐해야 했다.그래서 차영훈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서 대표님이요? 서 대표님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별일 아니에요. 2층 객실에서 누수가 발생해서 손님이 항의하셨거든요. 저희가 올라가 처리하면 됩니다. 연 대표님은 걱정 안 하셔도 돼요.”“직원을 이렇게 많이 데리고 올라가면서 아무 일도 아니라고요?”연지훈이 눈을 가늘게 뜨며 목소리를 낮췄다.“날 바보로 아는 거예요? 사실대로 말해요.”담담한 한마디였지만 차영훈의 어깨를 짓누르는 압박감은 산처럼 무거웠다.차영훈은 얼굴이 점점 굳어갔고 당장 위층으로 올라가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난장판을 수습해야 하는 상황에 이유도 모른 채 갑자기 들이닥친 연 대표님까지 상대해야 하니, 말 그대로 불 위에 올려진 기분이었다.그는 진땀을 흘리며 말했다.“이건 연 대표님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이렇게 하시죠. 제가 나중에 따로...”“안 돼요.”연지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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