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요한은 두 손으로 조리대 가장자리를 짚고 고개를 숙였다. 눈을 감은 채,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서현주가 돌아가고 나자 안요한은 온몸에 피로가 밀려왔다. 며칠 내내 정말 무리했다. 버티고 버텨서 겨우 돌아왔고, 서현주의 회사 앞에서 한 시간이나 기다렸다. 야식까지 먹고 나니 거의 새벽 세 시 반이었다.시간을 계산해 보니, 안요한은 거의 스물여섯 시간째 눈을 붙이지 못한 상태였다.안요한은 주방 불을 끄고 슬리퍼를 끌며 방으로 들어갔다. 푹신한 침대에 몸이 닿자마자 졸음이 머릿속을 꽉 감쌌고, 얼마 지나지 않아 깊은 잠에 빠졌다.안요한은 몹시 피곤했지만, 꿈은 전혀 달콤하지 않았다.꿈속에서 안요한이 유에뜰에 도착하자마자, 엄진경이 잔뜩 들뜬 얼굴로 빨간 종이 상자를 한가득 쌓아 놓고 그 안에 사탕이며 초콜릿이며 이것저것을 마구 담고 있었다. 안요한이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 다가가자, 엄진경은 이유도 없이 안요한을 밀어내듯 경계했고, 따라오지 말라고 날카롭게 꾸짖기까지 했다.안요한은 영문도 모른 채 엄진경을 따라갔다. 정신을 차려 보니 차에 올라타 있었고, 엄진경은 뒷좌석에 앉아 툭 던지듯 거만한 말투로 안요한에게 화예테크로 가라고 명령했다. 안요한은 엄진경의 말을 거스를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차를 몰았다.분명 화예테크로 가는 길을 달리고 있었는데, 도착해 보니 안요한이 세운 곳은 웬 술집 겸 연회장 앞이었다. 건물 입구는 빨간 등불과 장식으로 번쩍였고, 붉은 현수막이 길게 걸려 있었다. 글씨는 잘 보이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오가며 모두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그때 안요한은 어느새 빨간 치마로 갈아입은 엄진경이 차 문을 열고 내려, 손에 들고 있던 사탕 상자를 사람들에게 건네는 모습을 봤다.안요한도 홀린 듯 차에서 내려 가까이 다가갔다. 그제야 현수막 글씨가 눈에 들어왔다.[신부 서현주, 신랑 연지훈의 결혼을 축하합니다.]그 순간, 안요한의 머리가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속에서 분노가 폭발하듯 치밀어 올랐다. 안요한이 고개를 홱 돌리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