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훈은 그저 눈꺼풀만 살짝 내리깔며 무심하게 학생들을 바라봤다.그 한 눈길에, 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학생들이 순식간에 풀이 죽어 고개를 떨궜다.그 모습을 본 강혜인은 입술을 씰룩였다.그 무리에게 눈을 부릅뜨며 속으로 욕했다.‘겁도 없는 놈들이라더니, 결국 기죽기는.’서현주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담담히 연지훈을 바라봤다.“무슨 일로 왔어요?”겉으로는 침착했지만 쉰 목소리는 감출 수 없었다.뒤이어는 입꼬리를 비틀며 비아냥댔다.“설마 어제 남긴 술 마시라고 온 건 아니겠죠?”마침 그때, 복도에서 규칙적으로 울리는 하이힐 소리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왜들 여기 막고 있어요? 안 들어가고.”흰 롱드레스를 입은 유이영이 나타났다.가녀린 몸매가 더욱 돋보였고 청순한 미모에 병실 안 학생들의 눈이 동그래졌다.남학생들은 홀린 듯 바라보다가 옆의 여학생에게 뺨을 얻어맞고서야 황급히 자세를 고쳤다.유이영은 개의치 않고 상냥히 웃으며 연지훈의 팔에 팔짱을 꼈다.“현주 씨 동창들이죠? 저랑 지훈 씨는 병문안 온 거니까 긴장할 필요 없어요.”그녀는 자연스레 연지훈의 손에서 보온 통을 받아 병상 옆 탁자에 올려놓았다.“현주 씨, 이건 내가 집에 있는 양 아줌마한테 부탁해서 끓인 닭고기 수프예요. 현주 씨가 양 아줌마 요리를 좋아한다는 말 듣고 가져왔어요. 맛 좀 봐요.”‘양 아줌마...’서현주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눈빛에는 비웃음이 스쳤고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양 아줌마, 즉 양수애는 연씨 저택의 가사 도우미였다.유이영이 연씨 저택을 자기 집이라고 칭한 순간, 서현주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은근한 영역 표시, 은근히 스스로를 안주인처럼 여기는 듯한 말투...하지만 서현주가 보기에는 그저 우스웠다.애초에 그녀는 연지훈과 결혼할 생각도, 다시 연씨 저택으로 돌아갈 마음도 없었다.이미 아이까지 가진 유이영은 연지훈과 혼인할 게 뻔했고 연동욱 또한 가문의 자손을 중시하니 그 자리는 확정이나 다름없었다.그러니 유이영의 이런 태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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