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씨가 온다고 하니까 신이 났더라고. 특별히 맛있는 거 많이 해놓으라며 신신당부했어.”이미숙의 즐거운 목소리는 텅 빈 집을 본 순간 뚝 끊겼다.고개를 돌려 바깥을 보고서야 차가 사라진 걸 발견했다.‘이 망할 놈의 자식.’이미숙이 마중 나간 사이를 틈타 성유준은 잽싸게 도망쳤다.화가 나면서도 당황스러웠던 이미숙은 민망한 얼굴로 온채아를 바라봤다.“우리 손자가...”“할머니, 오늘 평일이잖아요. 급한 일이 생긴 거면 충분히 그럴 수 있죠. 너무 화내지 마세요.”오히려 온채아는 한숨을 내쉬며 안도한 표정이었다.곧이어 시선은 식탁으로 향했고 한 상 가득한 음식을 보며 감탄했다.“할머니, 만두만 잘 빚는 줄 알았는데 요리 실력이 정말 대단하시네요.”갈비찜, 삼계탕, 전복 구이 등등 하나같이 완벽한 음식을 보니 온채아는 절로 입맛이 당겼다.이미숙은 그녀가 일부러 체면 세워준 것을 알고 속으론 손자를 욕했지만 그래도 활짝 웃으며 주스를 따라줬다.“얼른 먹어봐. 입에 맞는지 모르겠네.”“네.”셋이 아닌 둘이 있는 자리라서 그런지 온채아는 훨씬 편해 보였다.혹시나 이미숙이 실망할까 싶어 그녀는 배부른 줄도 모르고 먹고 또 먹었다.워낙 맛도 있었고 마침 전부 온채아가 좋아하는 음식이었다.커다란 식탁 위에 차려졌던 음식이 다 비워지자 이미숙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내가 해준 음식이 입에 잘 맞는 모양이네. 앞으로 자주와. 난 어차피 혼자 사니까 언제든지 환영이야.”“혼자 사세요?”온채아는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이미숙은 한숨을 푹 쉬었다.“우리 손자는 자기 일 바쁘다고 시간 날 때만 잠깐 한번 얼굴 비추는 정도지 뭐.”온채아는 웃으며 답했다.“그럼 저라도 자주 찾아뵐게요.”마침 그녀도 혼자였다.비록 여승운과 손정원은 온채아가 오길 기다렸지만 두 부부의 알콩달콩한 시간을 방해하는 건 아닌가 싶어 조금 조심스러웠다.그래서 두 분의 오붓한 시간을 존중하는 마음에 시간이 난들 무작정 여승운의 집에 들이닥치지는 않았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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