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hat ng Kabanata ng 애걸복걸! 도련님의 고백: Kabanata 221 - Kabanata 230

254 Kabanata

제221화 뽀뽀

서인준이 방 안으로 들어왔을 때, 마침 앨범 구경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는 갓 귀가했는지 아직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벗어둔 정장 재킷을 팔에 걸치고 있었다. 단란하게 모여 있는 세 사람을 본 그는 너스레를 떨며 한마디 던졌다.“어이쿠, 단란한 세 식구가 모여 계시네.”말을 뱉자마자 뭔가 빠뜨렸다는 걸 깨달았는지, 서인준의 시선이 하시윤의 배 위로 향했다.“아니지, 네 식구구나. 곧 태어날 우리 조카님을 깜빡할 뻔했네.”그는 침대 가운데 펼쳐진 앨범을 보고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이게 뭐야?”서지혁이 앨범을 들어 보였다.“사진첩.”서인준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우리 집에 이런 게 다 있었어?”그는 사진첩을 건네받아 옆에 자리를 잡고 앉더니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자기 사진을 발견하고는 입을 쩍 벌리며 웃음을 터뜨렸다.“와, 나 어릴 때 진짜 못생겼었네. 무슨 감자같이 생겼냐.”사진을 넘기며 낄낄대던 서인준이 불쑥 다른 화제를 꺼냈다.“그나저나 형, 그 비서는 어떻게 처리할 거야?”서지혁은 어느새 침대에서 내려와 창가로 걸어갔다.휴대폰에 알림이 와서 그는 고개를 숙여 메시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서인준의 질문에는 피하지 않고 담담하게 되물었다.“처리라니, 뭘?”서인준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정말로 옆에 둘 생각은 아니지?”그는 서지혁에게 주의를 주듯 덧붙였다.“아빠가 분명히 꿍꿍이가 있어서 보낸 거잖아. 형이 심연정 스타일 질색하는 거 아니까 일부러 형수님이랑 분위기 비슷한 애로 골라서 보낸 건데. 그 속내가 뭔지 뻔하지 않아?”그 말에 하시윤은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그 비서가 나랑 분위기가 비슷했다고? 오늘 멀리서 슬쩍 봤을 때는 나보다 훨씬 활력 넘쳐 보였는데? 내 그림자라고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고 말이야.’서지혁 역시 똑같이 느꼈는지 창밖을 보던 시선을 서인준에게로 돌렸다.“그 여자가 네 형수랑 비슷하다고?”그는 차갑게 덧붙였다.“시간 날 때 안과나 좀 가봐라. 눈에 큰 문제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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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2화 심통

문가에 서 있던 성문영은 소파 위의 세 사람을 가만히 지켜봤다.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지독히도 근사한 그림이었다. 모델 뺨치는 두 사람의 비주얼에, 비록 몸은 약해도 인형처럼 순한 아이까지. 셋이 어우러진 그 모습은 웬만한 가족 화보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았다.차라리 남의 집 일이었다면 세상에 저렇게 완벽한 가족이 다 있냐며 구경꾼처럼 부러 섞인 감탄이라도 내뱉었을 터였다.하지만 서지혁은 그녀의 아들이고 서정우는 그녀의 손주였다. 구경꾼의 입장이 될 수 없는 성문영의 입가는 한 점의 미소조차 머금지 못한 채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남처럼 웃어넘길 수 없기에 눈앞의 그 평화로운 풍경이 오히려 그녀의 속을 시커멓게 뒤틀어 놓았다.그녀의 시선이 하시윤에게 머물렀다. 탕비실에서 가증스럽게 연기하고는 뒤에서 제 말을 싹 무시하던 그 영악한 모습이 떠올라 절로 이를 악물게 됐다. 하시윤을 볼 때마다 4년 전의 그 지독한 사건이 자꾸만 머릿속을 헤집어 놓았다.그날 밤 그 사달만 나지 않았어도 지금쯤 심연정이 이 집안의 며느리가 되었을 것이고, 하시윤의 피를 이어받지 않은 손주를 품에 안았을 텐데 말이다.물론 이 모든 일이 하시윤의 잘못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지혁이 일을 더 키우지 말라고 간곡히 부탁했을 때, 그녀도 마지못해 하씨 가문 사람들을 용서해 주고 넘어갔던 것이었다. 그저 평생 단 한 번의 악연으로 끝내고 다시는 엮이지 말자고 다짐하며 애써 삭였다.그런데 1년 뒤, 그들이 아이를 데려왔다.아이는 엄연한 서지혁의 핏줄이었기에 성문영은 아이에게만큼은 화풀이를 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하병우가 뻔뻔하게 돈을 요구했을 때, 그녀는 오히려 속이 시원했다. 만약 돈 한 푼 받지 않고 덥석 아이를 보냈더라면 되레 찜찜해서 견디지 못했을 것이었다. 거액의 돈을 건넸으니 이제 물건값 치르듯 인연도 깨끗이 정리되었다고 믿었다.하지만 그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아이의 건강에 문제가 생기면서 결국 다시 하시윤을 찾아낼 수밖에 없었다. 성문영은 가끔 이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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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3화 닥치라고

밤늦은 시각, 심연정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당연히 서지혁을 찾는 전화였다.운도 없지, 하필이면 서지혁은 욕실에 들어가 있었다. 침대 위에 던져진 휴대폰이 요란하게 진동을 울려대자 하시윤이 목청을 높여 불렀다.“지혁 씨, 전화 왔어! 심연정 씨야.”욕실 안에서 서지혁의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두라는 소리였다.첫 번째 전화는 하시윤도 못 들은 척 넘겼다. 진동이 멈추는가 싶더니 불과 몇 초 지나지 않아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심연정은 참으로 끈질겼다. 하시윤은 그녀가 분명 서지혁에게 새로 생긴 여비서의 존재를 알아채고 따지러 전화를 건 것이라 짐작했다.그녀는 욕실을 향해 다시 한번 소리쳤는데 서지혁의 대답은 아까와 같았다.“상대해 줄 필요 없어.”하지만 두 번째 전화가 끊기기 무섭게 세 번째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이번에도 하시윤이 소식을 전하자 욕실 안에서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서지혁이 입을 열었다.“네가 받고 싶으면...”그는 흠칫하더니 말을 바꾸었다.“네 마음대로 해.”서지혁이 그렇게까지 말했으니 사양할 이유가 없었다. 하시윤은 휴대폰을 집어 들어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심연정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혁아.”그녀는 안달이 난 듯 물었다.“들었어. 윤혜리 씨가 비서로 들어갔다면서?”하시윤이 나긋하게 대꾸했다.“네, 맞아요.”심연정은 적잖게 놀란 눈치였다.“하시윤 씨?”그녀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왜 하시윤 씨가 전화를 받는 거죠? 지혁이는 어디 있어요?”“지혁 씨는 씻고 있어요.”하시윤은 창가로 걸어가 턱을 괴고는 밖을 내다보았다.“할 말 있으면 저한테 하세요. 제가 지혁 씨한테 전해줄 테니까요.”이쪽 창가에서는 정원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역시 한효진의 방 위치가 제일 명당인 듯했다. 하시윤은 심연정의 대답을 기다려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말 안 할 거예요? 그럼 그냥 끊을게요.”“하시윤 씨!”심연정이 다급히 그녀를 불렀다.“하시윤 씨도 지혁이 옆에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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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4화 그 약속, 지킬 거지?

다음 날 아침, 하시윤은 입술에 닿는 감촉 때문에 잠에서 깼다. 한창 단잠에 빠져 있는데 입술이 꽉 막히는 느낌에 눈이 번쩍 뜨인 것이었다.여전히 침대 위였지만 서지혁은 이미 출근 준비를 완벽히 마친 상태였다. 정장까지 갖춰 입은 그는 어젯밤 그 모습으로 침대맡에 앉아 있었다.그는 하시윤의 옆으로 팔을 깊숙이 짚은 채 그녀를 내려다보면서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하시윤이 고개를 몇 번 저으며 피해 보려 했지만 서지혁은 그녀의 턱을 붙잡아 고정시키더니 다시 한번 진하게 입을 맞췄다.한참 후에야 몸을 일으킨 그가 말했다.“조금 더 자. 난 출근할게.”하시윤은 다짜고짜 발을 뻗어 그를 걷어찼다.“잘 자고 있는데 왜 난리야? 미쳤어?”서지혁은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손을 뻗어 그녀의 발목을 낚아채고는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문질렀다.“인터넷 보니까 임신할 때 너무 크게 움직이면 배 당긴다더라. 조심 좀 해.”하시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그의 입술 끝으로 향했다.상처가 아물지는 않았지만 피는 멈춘 상태였다. 다만 주변의 색이 다른 곳보다 훨씬 짙었다.그녀는 민망함에 다시 등을 돌리고 누우며 발을 뺐다.“귀찮아, 진짜 귀찮게 구네.”서지혁은 이불을 꼼꼼히 덮어주고는 가볍게 토닥였다.“갔다 올게. 더 자고 있어. 이따가 가정부 시켜서 밥 올려보낼게.”하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서지혁이 일어서 나가는 소리, 그리고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차례로 들려오자 그녀는 눈을 떴다.아침부터 이 난리를 겪고 나니 다시 잠이 올 리가 없었다.그녀는 멍하니 앉아 있다가 곁에 둔 휴대폰을 집어 들었는데 확인하지 않은 메시지가 한 통 와 있었다.내용을 확인한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심연정이었다.어젯밤 전화를 서지혁이 중간에 끊어버렸는데 대체 무슨 할 말이 남아서 심연정은 이런 걸 보낸 건지. 하시윤은 메시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훑어내렸다. 글자 수가 꽤 되는 것이 거의 장문의 호소문 수준이었다.어지간히 할 일이 없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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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5화 하긴

서지혁이 고개를 돌려 가정부에게 물었다.“시윤이가 나갈 때 별말 없었어요?”“네.”가정부도 의외라는 듯 대답했다.“하시윤 씨, 나가셨나요?”잠시 생각에 잠기던 가정부가 덧붙였다.“아마 친구분을 만나러 가신 게 아닐까 싶네요.”서지혁은 지윤정을 떠올렸다. 하시윤의 친구라곤 그 여자 하나뿐이었으니까. 지난번 만남 때도 미리 말 한마디 없더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다만 그때는 전화를 걸어 어디냐고 물으면 순순히 사실대로 말할 기색이었는데, 이번에는 뭔가 꼭꼭 숨기는 기분이 들었다.서지혁은 더 묻지 않고 서정우와 잠시 놀아주다 아이를 데리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마침 주방에서 식사 준비가 다 되었다. 거실로 나온 한효진은 서지혁을 보고도 그리 놀라지 않았다.“왔니.”서지혁이 물었다.“시윤이 나간 거 알고 계셨어요?”한효진의 얼굴에 서린 당혹감은 연기가 아닌 듯했다.“나갔다고?”그녀는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몸도 무거운 애가 왜 자꾸 밖으로 나도는 거야. 임신 중인데 조심성 없이.”그러고는 혀를 차며 덧붙였다.“내일 정기 검진도 있는데, 볼일이 있으면 내일 나가서 한꺼번에 처리하면 될 것을.”서지혁은 대꾸 없이 서정우를 데리고 식탁 앞에 앉았다. 침묵 속에서 식사를 마치고 한참 동안 기다려도 하시윤은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덧 출근 시간이 다가오자 서지혁은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섰다.주차장에 다다랐을 때, 마침 하시윤의 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이미 차 문을 열었던 서지혁은 그대로 멈춰 섰다.차에서 내리던 하시윤이 그를 보고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 아직 안 갔어?”“어디 갔다 오는 거야?”서지혁이 묻자 하시윤이 답했다.“묘원에.”하시윤이 말했다.“관리 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더라고. 엄마 묘비에 누가 낙서를 해놨다고. 그래서 확인하러 갔다 왔어.”서지혁의 미간이 좁아졌다.“낙서?”“우리 엄마 묘비뿐만 아니라 다른 집 묘비에도 페인트 테러를 해놨더라.”하시윤이 상황을 설명했다.“묘지 매매 문제로 원한을 품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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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6화 좋아한다면요?

퇴근길에 서지혁은 복도에서 성문영과 딱 마주쳤다. 엘리베이터를 타려던 그를 성문영이 다급히 불러세웠다.“지혁아, 네 아버지가 오늘 저녁 약속이 있었는데 갑자기 급한 일이 있어서 못 나가신단다. 네가 대신 가서 얼굴 좀 비춰야겠다.”서지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어디랑 하는 식사 자리인데요? 선약까지 깨고 아버지가 대체 어디를 그렇게 급하게 가신 거예요?”성문영도 내막은 모르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저 서경민에게서 연락이 왔고, 상황이 여의치 않으니 서지혁을 대신 보내라는 엄포가 떨어졌을 뿐이라고 했다.서지혁은 시계를 힐끗 보며 갈등하다가 결국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요. 제가 갈게요.”그는 다시 사무실로 발길을 돌려 비서에게 저녁 일정을 준비시키라고 지시했다. 문이 열린 틈으로 퇴근하던 서인준이 고개를 들이밀었다.“뭐야, 형 아직도 퇴근 안 했어?”서지혁이 답했다.“갑자기 땜빵으로 식사 자리로 가게 생겼어. 넌 야근 안 하냐?”“내가 왜?”서인준이 얄밉게 웃으며 대꾸했다.“당장 급한 불 끌 건 없으니까 난 이만 퇴근할래. 정 급하면 주말에 잠깐 나오든가 해야지.”서지혁이 서류를 챙기며 툭 던졌다.“그럼 네가 집에 가서 시윤이한테 말 좀 전해 줘...”하지만 말끝이 흐려졌다. 서인준이 눈을 가늘게 뜨고 다음 말을 기다리다 못해 물었다.“뭐라고 전해 줄까, 형수님한테?”“아니다. 됐다.”서지혁은 마음을 바꿨다.“그리 오래 걸릴 자리는 아니니까 굳이 말 안 전해줘도 돼.”서인준은 뭔가를 깨달은 듯 낄낄거리며 형의 어깨를 툭 쳤다.“형수님더러 밤에 기다리지 말라고 전해달라고? 아유, 우리 형 사랑꾼 다 됐네.”그는 한술 더 떠서 비아냥거렸다.“그런데 형, 꿈 좀 깨. 형수님이 형을 기다려 줄지 어떨지도 모르는데 혼자 너무 김칫국 마시는 거 아니야?”서지혁이 매섭게 눈을 치켜뜨자 서인준은 금세 꼬리를 내리며 장난스러운 표정을 거두었다.“알았어. 이제 갈게.”서인준은 엘리베이터로 향하다 말고 잠시 멈칫하더니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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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7화 시간 좀 줘

식사가 다 준비되었다는 가정부의 말에 한효진이 곧 아래층으로 내려왔다.“왔니? 그럼 얼른 식사 시작하자꾸나.”그 말에 하시윤도 자리에서 일어났다.“들어가서 식사하죠.”서인준이 안으로 들어오자 한효진은 그의 뒤쪽을 슬쩍 살피더니 이내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이놈의 집구석은 늘 이런 식이었다. 집만 컸지 식구들은 잘 보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썰렁하고 적막한 분위기만 이어졌다.서정우가 내려오지 않아 식탁에는 단 세 사람뿐이었고 평소처럼 무거운 침묵만이 흘렀다. 하시윤은 입맛이 없는지 가장 먼저 수저를 내려놓았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자리를 뜬 뒤, 위층으로 올라가 아이를 달래 재웠다.서정우가 잠든 것을 확인한 뒤, 그녀는 방으로 돌아와 씻고 누울 준비를 했다. 그런데 갈아입을 옷을 챙기자마자 옆에 둔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서지혁이었다.하시윤이 전화를 받았다.“무슨 일이야?”전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서지혁의 목소리는 혀가 꼬인 듯 뭉개져 있었다. 술에 취한 듯했다.“나 데리러 와.”“뭐?”하시윤이 당황해서 되물었다.“데리러 가라고?”지금은 애매한 시간이었다. 늦었다고 하긴 이르고, 그렇다고 술자리가 벌써 끝날 시간도 아니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렇게 빨리 끝날 술자리는 없었다.서지혁이 말했다.“위치 찍어 보낼게.”그는 거절할 틈도 주지 않고 제 할 말만 한 뒤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하시윤은 침대 머리에 걸터앉아 휴대폰을 내려다보다가 옆에 챙겨둔 옷가지로 시선을 옮겼다. 결국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섰다.한효진과 서인준은 이미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는지 그녀가 집을 나서는 걸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서지혁이 보내준 주소를 따라 찾아간 곳은 클럽이었다. 차를 세우고 내린 그녀는 바로 안으로 들어가는 대신 근처를 잠시 서성이다가 주차된 차 한 대를 유심히 살폈다.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분명 낯익은 차였다.하시윤은 발길을 돌려 클럽 로비로 들어섰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향하던 그녀의 걸음이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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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8화 솔직하게 털어놓다

두 사람은 본가로 돌아왔다.하시윤과 함께 방에 들어선 서지혁은 욕실 쪽을 살피다 말고 멈칫했다. 세면대 위를 한참이나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가 물었다.“시윤아, 내 짐들 다 어디 갔어?”침대 위 이불을 정리하던 하시윤이 무심하게 대꾸했다.“지혁 씨 방으로 옮겨놨어.”서지혁이 욕실에서 밖으로 나오자 그녀는 쐐기를 박듯 덧붙였다.“지혁 씨 물건들 하나도 빠짐없이 원래 지혁 씨 방으로 다 보냈어.”잠자리를 정돈한 그녀가 몸을 일으켜 서지혁을 정면으로 응시했다.“할머님이 가정부 시켜서 치우라고 하시더라고.”그 설명에 서지혁은 오히려 다행이라는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랬군.”“오늘 보니까 벌써 임신 석 달째더라고.”하시윤이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이제는 안정기에 접어들었으니까 옆에서 누가 지켜주지 않아도 돼. 나 혼자서도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어.”“네 생각이야, 아니면 할머니가 압박하신 거야?”서지혁의 날카로운 물음에 하시윤이 답했다.“우리 두 사람의 뜻이야.”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무슨 말인지 알겠어.”평소의 그였다면 분명히 불쾌해하며 한바탕 고집을 부렸을 텐데, 의외로 서지혁은 담백하게 수긍했다. 그는 그저 내일 검진 준비가 다 됐는지만 걱정했다.“내일 병원 갈 때 필요한 건 다 챙겨뒀어?”“응, 다 준비했어.”서지혁은 더는 미련을 두지 않겠다는 듯 방 안을 슬쩍 둘러보고는 몸을 돌렸다.“그럼 나도 내 방으로 갈게.”그는 나가기 전, 밤에 이불 잘 덮고 자라는 다정한 당부까지 잊지 않았다.그건 화가 나지 않았다는 증거였다.하시윤도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서지혁이 한 번 삐치면 얼마나 피곤한지 알기에 그가 순순히 물러나 준 것만으로도 감지덕지였다.침대 머리에 잠시 멍하니 앉아 있던 그녀는 씻고 나와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침대는 대자로 뻗어 자도 될 만큼 지나치게 넓었다. 이리저리 뒤척이던 그녀는 텅 빈 옆자리를 바라보며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습관이라는 게 이토록 지독한 법이다. 처음 서지혁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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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9화 인과응보라는 게 정말 있긴 한 걸까

서지혁이 몸을 돌려 성문영을 빤히 바라보았다.“아빠도 알고 계세요?”그는 한 문장을 더 얹어 쐐기를 박았다.“엄마랑 심태진 씨가 무슨 사이였는지 말이에요.”“모르신다.”성문영이 다급하게 말을 가로챘다.“지금까지 꿈에도 모르고 계셔.”그녀는 서지혁을 향해 몸을 틀더니 간절한 눈빛으로 애원했다.“지혁아, 제발 네 아빠한테는 비밀로 해주렴. 부탁이다.”그러고는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내가 네 아빠랑 결혼한 뒤에 그 사람도 네 경란 이모랑 정식으로 교제했어. 각자 가정을 꾸린 뒤로는 사적으로 단 한 번도 얼굴 붉힐 일 없었다고. 나중에 경란 씨랑 워낙 돈독해지다 보니 집안끼리 협력할 일이 많아졌던 것뿐이지, 그 사람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그녀는 재차 강조했다.“엄마가 하는 말, 다 사실이야.”서지혁이 무미건조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읊조렸다.“정말 모르신단 말이죠.”성문영은 눈을 깜빡이며 아들의 의중을 살피다가 제 발 저린 도둑처럼 말을 쏟아냈다.“그 사람과는 정말 아무런 왕래도 없었어. 우리 둘 다 과거를 입 밖으로 낸 적이 없으니 네 아빠가 알 턱이 없지.”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무슨 뜻인지 모를 짧은 대답 하나만 남긴 채 그는 차갑게 돌아서서 멀어졌다. 그 뒷모습을 보며 성문영이 다급히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지혁아!”서지혁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지만 나직한 목소리로 한마디를 남겼다.“새벽 공기가 아직 차요. 그만 들어가세요.”그 한마디에 성문영은 직감했다. 아들이 이 지저분한 비밀을 서경민에게 알리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서지혁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야 그녀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댔다.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거칠게 쓸어내렸다.시선은 연못가에 머물렀지만 그녀의 입술은 초조하게 타들어 가고 있었다. 사실 지난 세월 동안 그녀와 심태진 사이에는 그 어떤 사적인 교류도 없었다.하지만 최근이 문제였다.성문영은 질끈 눈을 감았다. 대체 일이 왜 이렇게까지 꼬여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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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0화 날 좀 그만 피해

오후가 되자 심태진 일가 세 식구가 본가를 찾아왔다.당시 하시윤은 뒷마당에서 서정우와 함께 물고기를 구경하고 있었고 서지혁은 거실에 과일을 가지러 간 상태였다. 그런데 서지혁은 10분이 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과일 쟁반을 들고 나타난 그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하시윤이 의아한 듯 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 있어?”서지혁이 그녀 곁에 앉으며 짧게 답했다.“아무것도 아니야.”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뒷마당 입구에 심연정이 나타났다.“지혁아.”그녀를 본 하시윤은 그제야 서지혁의 표정이 왜 굳어졌는지 단번에 이해했다.하시윤은 서정우에게 과일을 건네며 다정하게 달랬다.“정우야, 우리 과일 먹자.”심연정이 다가오더니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정우야, 오랜만이네?”그녀가 덧붙였다.“그동안 연정 이모 보고 싶지 않았어?”서정우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 몇 초 뒤에야 겨우 대답했다.“네, 보고 싶었어요.”심연정은 잔뜩 신이 난 목소리로 대답했다.“나도 우리 정우 너무 보고 싶었어!”심연정이 아이의 볼을 만지려 손을 뻗었지만 서정우는 잽싸게 몸을 피해버렸다. 손길이 허공에 머물자 심연정은 잠시 당황했으나 이내 활짝 웃으며 자연스럽게 넘겼다.“못 본 사이에 우리 정우가 더 의젓해졌네.”그러고는 시선을 서지혁에게 돌렸다.“정우 안색이 전보다 훨씬 좋아 보여서 정말 다행이야. 이제야 마음이 좀 놓이네.”서지혁은 그녀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너희 부모님도 거실에 계셔?”“응, 지금 얘기 중이셔.”심연정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지혁은 잠시 생각하더니 곧바로 서정우를 품에 안아 올렸다. 그러고는 하시윤을 보며 말했다.“우리도 방으로 들어가자.”뒷마당으로 나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챙겨온 과일은 손도 대지 않은 상태였다. 하시윤은 잠시 망설였지만 그의 굳은 표정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러자.”그녀는 과일 쟁반을 챙겨 들고 서지혁의 뒤를 따라 마당을 나섰다. 한참 뒤처져 서 있던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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