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훈이 눈을 떴을 때, 침실은 텅 비어 있었고 송남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그의 품속에 희미하게 남은 그녀만의 매혹적인 향기와 방안을 가득 메운 지워지지 않는 정사의 흔적만이 어젯밤의 일을 증명할 뿐이었다.하정훈은 미간을 깊게 구기며 온 방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이미란에게 그녀가 아침 일찍 서둘러 떠났다는 말을 듣고 나서 가슴 졸이던 마음이 놓이는 순간, 그 현실이 발등을 찍었다.‘그렇게, 급하게 가야 했나? 그럼 어젯밤은 뭐지?’하정훈은 심란한 마음에 휴대폰을 들고 송남지에게 물음표 하나를 보냈다.그쪽에서는 꽤 빨리 답장이 왔다.[미안해요, 어젯밤 제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혹시 실례되는 행동을 했다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미란이 갓 짜낸 과일 주스를 가져다준 것조차 그는 알아차리지 못한 채 송남지가 보낸 그 문장만을 뚫어져라 쳐다봤다.‘실례되는 행동? 어젯밤 그들의 그 뜨거웠던 시간이 송남지의 눈에는 그저 실례되는 행동이었단 말인가?’하정훈의 미간은 매듭이라도 지은 것처럼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하필 그때, 오지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놀리는 투로 말했다.“취한 여자는 딴사람이 된다더니 사모님께서 어젯밤 엄청 화끈했나 봐? 이 자식, 아주 호강했구먼.”하정훈은 잔뜩 굳은 얼굴로 말했다.“먹고 버려진 것도 복이냐?”“먹고 버려져? 너희 둘 다 가족이잖아. 오늘 사모님이 널 먹고 버렸으면 내일 네가 다시 먹고 버리면 되지. 가족끼리 뭘 그런 걸 따져.”하정훈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오지훈, 나와 남지는 앞으로 가족이 아닐지도 몰라.”오지훈은 이해할 수 없었다.“그게 무슨 소리야? 꼭 외계어 듣는 것 같은데.”감정이 격해진 탓인지 하정훈의 미간이 두어 번 씰룩였다.그는 마지막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그와 송남지의 일은, 나중에 모두가 알게 될 테니까.언제 말하든 어차피 달라질 결말은 아니었다.“우리, 이혼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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