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가면을 쓴 남편: Bab 271 - Bab 280

394 Bab

제271화

‘동생이라고? 꼭 그렇게 살갑게 불러야 하나?’복근남이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자 하정훈도 흥미를 잃었다.그는 송남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착하지, 너 많이 취했어. 집에 가자.”송남지는 그의 품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그 미약한 저항은 하정훈에게는 아찔한 유혹으로 다가왔다.“아직 안 취했어요. 놓아주세요. 더 마실 수 있단 말이에요.”하정훈은 고개를 숙였다. 어둠 속에서 그의 눈에 어린 다정함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다.“고작 한 잔 마시고 이 모양인데, 정말 더 마실 수 있겠어?”송남지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풀린 눈이 묘하게 섹시했다.그녀는 평소에 절대 안 보여주던 애교 섞인 표정으로 하정훈을 올려다봤다.“마시고 싶어요...”그 목소리에는 어리광이 섞여 있었다.하정훈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래. 그럼 집에 가서 마시자.”송남지는 발이 허공에 뜬 것 같은 감각에 휩싸였다. 푹신한 구름 위를 걷는 듯, 그녀는 하정훈에게 이끌려 바를 나섰다.최보라는 이미 술맛이 뚝 떨어진 상태였다.그녀는 김빠진 표정으로 옆에 앉은 ‘블러디 메리’와 맞은편에 쫄아있는 ‘롱아일랜드 아이스티’를 보며 손짓했다.“매니저 불러서 계산해.”매니저가 바로 웃으면서 달려왔다.“손님, 이 테이블은 다른 분이 계산하셨습니다.”최보라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하정훈이 그렇게 세심하다고? 여기까지 계산을 다 해주고?’“누가요?”매니저가 웃으며 말했다.“VIP석의 오지훈 대표님께서 하셨습니다.”최보라는 미간을 찌푸리고 매니저가 가리키는 곳을 쳐다봤다. VIP 카운터석에 앉은 오지훈의 옆모습은 바람둥이 특유의 거만하고 길들여지지 않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저 자식이?’최보라는 오지훈에게 아무런 호감도 없었다.더군다나 그가 술값을 내주는 걸 받아줄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그녀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었으니까.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지훈이 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최보라가 다가오기도 전에, 누군가 오지훈의 팔을 툭 치며 휘파람을 불었다.“지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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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바깥.현란한 네온사인의 빛이 송남지의 붉은 뺨 위로 부서졌다. 그녀의 얼굴에 마치 후광이 비치는 것 같았다.하정훈은 시선을 뗄 수 없었다.그녀는 항상 너무나 이성적이었다. 그런 모습도 물론 아름다웠지만, 지금 하정훈은 그녀에게서 전에 없던 생경한 아름다움을 발견했다.하정훈은 차 안 에어컨 온도를 살짝 높였다. 술을 마시고 이렇게 바람을 쐬면 병이 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송남지는 곧바로 손을 뻗어 방금 올린 온도를 다시 확 낮추며 중얼거렸다.“더워 죽겠네.”하정훈은 어쩔 수 없었다. 지금의 송남지에게는 이성적인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는 몰래 다시 온도를 조절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그 작은 움직임을 귀신같이 알아챈 송남지는 다시 온도를 쌩쌩하게 돌려놓았다.결국 하정훈은 상전 모시듯,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온도를 한껏 낮춘 송남지는 하정훈을 돌아보며 게슴츠레 눈을 뜨고 물었다.“나한테 무슨 볼일 있어요?”내일이면 이혼 서류에 도장 찍고 짐도 전부 다 싸서 나왔으니 그녀와 하정훈 사이에는 더 이상 할 이야기가 없을 터였다.하정훈은 준비를 하고 온 참이었다.그는 뒷좌석에 놓인 금고를 가리켰다.“네가 두고 간 물건이 있어서.”송남지는 고개를 돌려 보았다. 침실에 있던 그 금고였고 안에는 그녀가 가장 아끼는 유화 두 점이 들어있었다.물건을 깜빡하고 온 것은 그녀의 실수였다.하지만 하정훈이 그녀의 그림 두 점을 돌려주러 쫓아오다니, 마치 그녀가 하씨 가문에 뭔가를 빠뜨리고 갈까 봐 두려워하는 사람 같았다.‘이토록 나와의 인연을 끊어내고 싶었을까?’술에 취하면 모든 감정이 증폭되기 마련이다. 평소라면 송남지는 이런 감정을 참아낼 수 있었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조금도 참을 수 없었다.그녀는 하정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그렇게 서둘러 저랑 관계를 정리하고 싶었어요? 제가 알아서 모든 물건을 다 챙겨 나왔는데, 왜 이렇게까지 하세요. 당신... 그냥 저한테 알려주기만 했어도,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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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송남지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대뜸 물었다.“그럼 왜 저랑 결혼했어요? 또 왜 갑자기 이혼하려는 거고요, 대체 저를 누구의 대체품으로 생각한 거예요?”밤은 어두웠고 차가운 달이 하늘 높이 걸려 있었다.하정훈의 심장에 거대한 파도가 휘몰아쳤다.‘이 여자가 지금 나를 신경 쓰는 건가?’하정훈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그는 얇은 입술을 열어 천천히 말했다.“너와 결혼했던 건 진심으로 좋아했기 때문이야. 하지만 이혼하는 건 윤해진이 살아있으니까. 더 이상 상황을 복잡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서야.”만약 그가 강제로 사랑을 쟁취하려 했다면, 애초에 송남지와 윤해진이 사귄다는 걸 알았을 때 끼어들었을 것이다.그는 앞으로 아주 오랫동안 오늘 내린 이 결정을 후회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송남지는 새장 속에 갇힌 카나리아가 아니라 마음 가는 대로 훨훨 날아다니는 자유로운 꽃 같은 여자여야 했다.송남지는 가늘게 눈을 떴다.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가득했다.“지금... 저를 좋아한다고 하셨어요?”그녀의 맑은 목소리에는 의문이 서려 있었다. 마치 하정훈이 세상에서 가장 큰 농담을 한 것 같았다.그녀의 눈빛이 의심으로 가득할수록 하정훈의 눈빛은 더욱 진지해졌다.“어. 좋아해.”그 말을 내뱉은 후, 하정훈의 시선은 살짝 흔들렸다.정확히 말하면 하정훈이 송남지에게 이런 말을 한 것은 처음이었다.그는 그녀의 반응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그녀가 겁먹은 표정을 지을까 봐, 자신의 마음이 그녀에게 부담이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그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가슴팍에 머리 하나가 툭 얹혀 있었다.묵직했다.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남지야, 남지야?”묵직하게 기댄 머리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잠들었나?”하정훈은 잠든 송남지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그는 조심스럽게 그녀를 조수석에 앉히고 안전벨트까지 채워준 뒤에야 하씨 저택을 향해 차를 몰았다.차는 하정훈의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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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하정훈이 다정한 목소리로 일깨워주었다.“남지야, 나 좀 씻어야겠어.”그는 땀으로 끈적거리는 게 싫었다.하지만 키스에 제대로 맛 들인 송남지가 그를 보내줄 리가 없었다.그녀는 그의 목에 매달려 더 격렬하게 파고들었다.하정훈은 날카로운 눈썹을 찌푸렸다. 그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결국 간신히 자제하며 아까 했던 말을 다시 한번 반복했다.“남지야, 나 씻어야 돼.”송남지는 천천히 그의 목에서 팔을 풀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빛은 사람의 혼을 빼놓을 만큼 도저히 거부할 수 없는 매혹을 담고 있었다.“어? 정말 샤워해야겠어요?”하정훈의 눈동자는 그런 그녀의 눈빛과 2초간 마주했다.이내 그는 몸을 기울여 송남지를 자신의 아래에 눕혔다.그의 밑에 깔린 송남지는 청아한 웃음을 터뜨렸다.그녀의 음성은 본래부터 부드럽고 나른했는데 이런 밤에는 더욱이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었다.그녀는 하정훈의 탄탄한 허리에 다리를 감으며 유혹적으로 속삭였다.“끝나고, 같이 씻어요.”하정훈의 심장이 거세게 두어 번 뛰었다.이렇게 적극적인 송남지는 그녀가 취했을 때만 볼 수 있었다.침실은 적극적인 숨소리와 부드럽고 애교 섞인 속삭임으로 가득 찼다. 마지막에는 오히려 송남지가 주도권을 잡고 그의 위로 올라타 리듬을 조절했다.하정훈은 그 도발적인 시험을 이겨내지 못하고 한 시간이 넘는 격렬한 탐닉 끝에 백기를 들었다.땀방울이 보석처럼 맺혔다.송남지는 하정훈의 가슴팍에 웅크리고 누워 그의 손을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겼다. 마치 이 행동이 그녀에게 더 큰 안정감을 주는 것 같았다.하정훈은 약간의 결벽증이 있었지만, 송남지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그저 그녀가 자신을 끌어안게 내버려 두며 귓가에 다정하게 속삭일 뿐이었다.“거짓말쟁이. 끝나고 같이 씻기로 했잖아.”결국 두 사람은 그대로 깊이 잠들었다.다음 날. 송남지가 깨어났을 땐, 술도 완벽하게 깨 있었다.눈을 번쩍 뜨자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본 하정훈의 완벽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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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하정훈이 눈을 떴을 때, 침실은 텅 비어 있었고 송남지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후였다. 그의 품속에 희미하게 남은 그녀만의 매혹적인 향기와 방안을 가득 메운 지워지지 않는 정사의 흔적만이 어젯밤의 일을 증명할 뿐이었다.하정훈은 미간을 깊게 구기며 온 방을 샅샅이 뒤졌지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이미란에게 그녀가 아침 일찍 서둘러 떠났다는 말을 듣고 나서 가슴 졸이던 마음이 놓이는 순간, 그 현실이 발등을 찍었다.‘그렇게, 급하게 가야 했나? 그럼 어젯밤은 뭐지?’하정훈은 심란한 마음에 휴대폰을 들고 송남지에게 물음표 하나를 보냈다.그쪽에서는 꽤 빨리 답장이 왔다.[미안해요, 어젯밤 제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혹시 실례되는 행동을 했다면 마음에 담아두지 말아요...]하정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미란이 갓 짜낸 과일 주스를 가져다준 것조차 그는 알아차리지 못한 채 송남지가 보낸 그 문장만을 뚫어져라 쳐다봤다.‘실례되는 행동? 어젯밤 그들의 그 뜨거웠던 시간이 송남지의 눈에는 그저 실례되는 행동이었단 말인가?’하정훈의 미간은 매듭이라도 지은 것처럼 좀처럼 펴지지 않았다.하필 그때, 오지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그는 놀리는 투로 말했다.“취한 여자는 딴사람이 된다더니 사모님께서 어젯밤 엄청 화끈했나 봐? 이 자식, 아주 호강했구먼.”하정훈은 잔뜩 굳은 얼굴로 말했다.“먹고 버려진 것도 복이냐?”“먹고 버려져? 너희 둘 다 가족이잖아. 오늘 사모님이 널 먹고 버렸으면 내일 네가 다시 먹고 버리면 되지. 가족끼리 뭘 그런 걸 따져.”하정훈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오지훈, 나와 남지는 앞으로 가족이 아닐지도 몰라.”오지훈은 이해할 수 없었다.“그게 무슨 소리야? 꼭 외계어 듣는 것 같은데.”감정이 격해진 탓인지 하정훈의 미간이 두어 번 씰룩였다.그는 마지막으로 마음을 다잡았다. 어차피 그와 송남지의 일은, 나중에 모두가 알게 될 테니까.언제 말하든 어차피 달라질 결말은 아니었다.“우리, 이혼하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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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오지훈은 속이 터졌다.그의 목소리에는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짙게 배어 있었다.“상황이 이 지경까지 됐는데, 아직도 걔한테 네 마음을 고백할 용기가 없는 거야?”하정훈은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고백했어.”오지훈이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랬더니 송남지가 뭐래?”하정훈은 어젯밤 하필 그 타이밍에 자신의 품에 쓰러졌던 송남지를 떠올렸다. 그녀는 분명 들었을 것이다. 그저 대답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이리라.어쩌면 처음부터 그녀를 곤란하게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 그녀에게 대답할 고민거리를 안겨주는 일 자체가 잘못이었으니까.“남지 마음속에 내 자리는 없어.”오지훈은 나지막이 한숨을 쉬었다. ‘지독한 순정파는 꼭 저렇게 부잣집에서만 태어난다니까. 결국 가장 깊게 상처받는 것도 저 순정파인데 말이야.’송남지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그림 두 점을 들고 허둥지둥 호텔로 도망치듯 돌아왔다.오늘은 평일이라 최보라는 이미 출근한 뒤였다.스위트룸에는 그녀 혼자뿐이었다. 유화를 잘 놓아둔 뒤, 송남지는 문득 하씨 가문 기사에게 딸의 그림을 그려주기로 약속했던 것이 생각났다.그녀는 그림 도구를 사러 아래층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다.하지만 막 방에서 나왔을 때, 그녀는 가장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그 얼굴을 보게 되었다.며칠 못 본 사이에 윤해진은 많이 초췌해져 있었다.입가에는 거뭇한 수염 자국이 올라와 있었고 모습도 훨씬 꾀죄죄했다.송남지는 즉시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휴대폰을 쥐고 언제든 도움을 청할 태세를 갖추며 날 선 눈빛으로 윤해진을 응시했다.“나 미행했어요?”윤해진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아니, 그냥 네가 요즘 여기 묵는다는 소식을 듣고 계속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어.”송남지는 미간을 찌푸렸다.‘이게 미행이랑 다른 게 뭔데?’그녀는 상대에게 경고했다.“여긴 호텔이에요. 투숙객들은 물론이고 호텔 직원들도 있으니 함부로 굴 생각은 하지 마세요.”윤해진은 진심 어린 얼굴로 말했다.“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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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호텔 로비는 보는 눈이 많았다. 송남지가 아는 윤해진이라면 분명 이런 곳에서 선을 넘는 짓은 하지 않을 터였다.하지만 송남지는 윤해진을 너무 얕봤다.그는 방금 전처럼 또다시 꼿꼿하게 무릎을 꿇더니, 심지어 주머니에서 벨벳 상자까지 꺼내 들었다.윤해진이 단호한 눈빛으로 상자를 열자 그 안에서 다이아몬드 반지가 모습을 드러냈다.크기는 과장을 좀 보태 5, 6캐럿은 족히 되어 보였다.윤해진의 돌발 행동은 순식간에 수많은 구경꾼을 끌어모았다.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헐, 프러포즈! 반지가 장난 아니다. 완전 로맨틱해!”“여자분 진짜 예쁘다. 남자도 괜찮은데? 호텔 투숙하다가 이런 구경을 다 하네, 빨리 찍자!”송남지의 눈빛에 혐오감이 역력했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윤해진에게 몰아치듯 쏘아붙였다.“또 무슨 꿍꿍이에요?”윤해진은 FM 자세로 무릎을 꿇은 채, 애정이 뚝뚝 묻어나는 간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남지야, 사랑해. 과거는 모두 잊고 우리 다시 시작하자!”그의 목소리는 매우 커서 주변 사람들이 모두 들을 정도였다.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외치기 시작했다.“결혼해! 결혼해! 결혼해!”송남지는 기가 막혔다. 그녀가 목소리를 낮춰 경고했다. “계속 이런 식으로 나오면 여기서 개망신 주는 수가 있어요.”윤해진은 그 말에 오히려 용기를 얻은 듯했다.“망신당해도 괜찮아. 이제 나한테 체면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네가 제일 중요해!”그의 발언에 구경꾼들의 분위기는 또다시 후끈 달아올랐다.“와, 고백 쩐다. 저런 순정남이 어딨어? 남자가 저만한 다이아 들고 저렇게 들이대면 나 같으면 바로 넘어갈 건데.”옆에서 휴대폰을 들고 중얼거리는 어린 소녀의 감탄사를 들으며 송남지는 씁쓸하게 깨달았다. 겪어본 자만이 그 고통을 아는 법이었다.진정으로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라면 죽은 척 신분 세탁하고 제 형수 배를 불리는 미친 짓은 안 한다. 그 어떤 변명이 있더라도 그토록 추악하고 구역질 나는 짓은 할 리가 없었다.주변의 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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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송남지는 그 말에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돈이 있는 곳에 사랑이 있다는 말,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윤해진의 돈은 그녀를 향한 적이 없었다.과거 아버지가 곤경에 처했을 때가 생각났다. 그때는 여기저기 손을 써야 해서 돈이 급히 필요했는데 윤씨 가문의 역겨운 작태는 지금도 생생했다.손윤영은 시종일관 넌지시 압박했다. 윤씨 가문에 시집와서 윤씨 가문의 사람이 되었으니 친정 일에 과하게 신경 쓰는 건 팔이 밖으로 굽는 거라고 말이다.그때의 송남지는 차마 윤씨 가문에 다시 손을 벌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윤해진에게 희망을 걸었고 그가 자신의 어려움을 알아주길 바랐다.하지만 윤해진은 단 한 번도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민 적이 없었다.그가 눈치가 없을 리 만무했다. 답은 정해져 있었다.그는 그저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한 것뿐이었다.지금 윤해진이 이렇게나 통 크게 다이아 반지를 골라주겠다며 데려가려는 이유는, 아마도 주위에 사람이 너무 많아 체면이 깎이는 게 싫었거나 혹은 그저 다이아 반지 값으로 깨진 관계를 되돌릴 수 있다면 꽤 괜찮은 거래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어쨌든 윤해진은 절대 밑지는 장사는 하지 않는 인간이었으니까.윤해진도, 그를 둘러싼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역겨웠다.송남지는 남자의 사랑은 돈이라며 떠들어대던 여자가 영상을 찍고 있는 것을 보고 차갑게 쏘아붙였다.“저기요, 촬영은 멈춰주세요. 제 사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계십니다.”그녀가 말을 마치자 여자는 마지못해 휴대폰을 내렸다.송남지는 다시 고개를 돌려 여전히 무릎 꿇고 청혼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윤해진을 바라봤다.“큰 다이아 반지는 눈에 들어오긴 하겠네요. 하지만 당신은 이제 더이상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아요.”차갑게 그 말을 던진 후, 송남지는 뒤돌아 호텔 밖으로 향했고 급히 차를 잡아타고 떠나버렸다.그녀는 차에 타자마자 호텔에 전화를 걸었다.“호텔 로비에서 청혼하는 남자 때문에 제 동선과 숙박에 심각한 방해를 받고 있습니다. 그를 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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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해당 영상은 순식간에 퍼져나가며 엄청난 화제를 모으고 있었다.재벌 2세가 무릎 꿇고 청혼하는 장면은 확실히 사람들의 눈길을 끌 만했다.아래 달린 댓글은 온통 윤해진에 대한 호평 일색이었다.돈 많고 다정하고 심지어 체면까지 내려놓을 줄 안다는 칭찬이 가득했다.송남지를 칭찬하는 소수의견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재벌남과 미녀, 뻔한 조합'이라는 투였다.송남지는 스크롤을 내릴수록 화가 치밀었다.단지 네티즌들이 그녀와 윤해진을 한 쌍으로 여기는 것만으로도 역겨웠다.곧장 신고를 누른 송남지는 이 영상을 유포한 사람을 고소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한편, 하정훈의 주변 역시 발칵 뒤집혔다.친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똑같은 영상 링크를 보내왔다. 제목은 하나같이 ‘재벌 2세의 눈물겨운 사랑 고백' 따위의 유치한 것들이었다.이토록 기묘한 일치에 그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영상을 재생한 순간, 그는 화면 속 인물이 송남지와 윤해진임을 확인했다.대표실 의자에 앉은 하정훈의 등 뒤로 빛이 쏟아졌다. 창밖의 빛을 등진 그의 실루엣은 역광에 휩싸여 표정을 짐작할 수 없게 했다.그의 시점에서 본 영상은 더없이 로맨틱한 청혼의 순간이었다.“화내도 좋고 토라져도 좋아. 언제 어디서든 네가 내 반지를 껴 줄 때까지 기다릴게...”윤해진의 애절한 고백이 끝나자 주변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영상에서는 송남지의 표정이 보이지 않았고 그저 그녀의 옆모습만 보일 뿐이었다.그녀는 윤해진이 오늘 준비한 다이아 반지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반지가 너무 작아서 초라하네요. 눈에 차는 걸로 바꿔 와봐요...”하정훈은 영상을 꺼버렸다. 미간이 저절로 찌푸려지며 눈가가 파르르 떨렸고 심장이 또다시 누군가에게 꽉 붙들린 듯한 기분이었다.때마침 곽지민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이 인간은 꼭 총구에 머리를 들이미는 버릇이 있었다.하정훈은 빙산처럼 차가운 얼굴로 곽지민의 전화를 받았다.“중요한 일이길 바랄게.”곽지민은 원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물어보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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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송남지는 마침 쇼핑을 마치고 계산을 끝낸 참이었다.그녀는 짐을 든 채 하정훈의 전화를 받았다.상대는 2, 3초 정도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전보다 훨씬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시간 돼? 기사 보낼게.”송남지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 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 2시가 다 되어 있었다.지금 기사를 보내 데리러 오면 마침 오후 법원 업무를 시작하는 오후 시간과 딱 맞았다.하정훈의 전화에 담긴 의미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네. 시간 있어요.”하정훈 쪽에서 또 몇 초간 말이 없었다.“기사를 호텔로 보낼까, 아니면?”서점은 호텔에서 꽤 거리가 있었다.어차피 법원에 갈 거라면 굳이 호텔로 돌아갈 필요는 없었다.“호텔 아니에요. 기사님께 위치 찍어 드릴게요.”송남지는 당연히 운전기사가 올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하씨 가문의 익숙한 차가 가까워졌을 때, 운전석에 앉은 사람이 하정훈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그녀는 뒷좌석에 타려 했지만 운전하는 하정훈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잠시 생각한 그녀는 서점에서 산 그림 도구를 뒷좌석에 먼저 놓고 조수석으로 돌아 탔다. 차에 오른 그녀는 얌전히 안전벨트를 매며 물었다.“기사님 보내신다고 하지 않았어요?”하정훈의 시선이 잠시 흔들렸다.“마침 이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그는 송남지가 오해할까 봐 재빨리 뒷좌석의 그림 도구로 화제를 돌렸다.“이건 왜 이렇게 급하게 샀어?”송남지는 하정훈의 속내나 다른 감정은 눈치채지 못한 채 곧이곧대로 설명했다.“기사 아저씨 따님이 제 그림을 아주 좋아한다고 해서 선물로 한 점 그려주려고요.”하정훈의 눈길은 햇살을 가득 머금은 송남지의 옆얼굴에 몇 초간 머물렀다.‘어째서 이혼을 앞둔 이 시점에, 남지의 사랑스러움과 도저히 놓을 수 없는 매력을 자꾸만 발견하게 되는 걸까?’그녀는 늘 이런 식이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세심하게 살피고 심지어 집안 운전기사의 딸까지 챙기려 했다.그녀의 머리카락에 내려앉은 금빛 햇살이 하정훈에게 어떤 착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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