녕주의 행관에는 성왕의 의장대가 며칠째 머물러 있었다.주목(州牧:지방의 최고 책임자)은 여러 날 연달아 알현을 청했으나 끝내 만나지 못했다.성왕의 의장대는 떠나려 해도 자사(刺史:지방 감찰관)가 허락하지 않으니 주목 또한 길 문서를 내줄 용기가 없어 누구 하나 움직일 수 없는 꼴이었다. 한쪽은 만나지 못하고, 한쪽은 떠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아람은 문희가 새로이 꾸며준 터라 출성할 때와는 또 별개로 새로운 얼굴이 되어 있었다. 예전의 용모라고는 보아낼 수 없는 정도였는지라 문희에게 천의 얼굴을 만드는 수법이라도 있는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아설이 살금살금 다가와 속삭였다.“아람 언니, 백마사의 혜능법사께서 작은 아가씨의 명을 봐주셨다던데 혹시 왕야의 딸이 될 운명이었다는 겁니까?”아설이 이리 말하는 것도 모두 이유가 있었다. 다름이 아니라 문희가 자신더러 입덧 때문에 신경질적으로 굴어대는 성왕의 첩실인 척 연기하라 부탁했기 때문이었다.아람은 그녀의 귀를 꼬집으며 이를 갈았다.“그래? 그럼 차라리 널 성왕에게 보내버릴까? 우리 자매끼리 같이 지내보지 그래!”아설은 소리를 지르며 달아났다.“언니, 살려주세요!”부드러운 누각 침상에서 곤히 자고있던 연아는 두 사람의 소동으로 인해 눈을 떴다. 그녀는 곧장 화장대 앞에 앉아 있던 아람의 곁으로 걸어왔다.“어머니, 배고파요.”마침 그때, 행관의 두 하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한 하녀가 세숫대야를 엎질렀는데 마치 연아의 말에 놀라 손에 힘이 풀린 것처럼 보였다.문희가 바깥에서 걸어 들어오며 미간을 찌푸렸다.“일도 제대로 할 줄 모르면 썩 물러가거라!”다른 한 하녀는 표정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연아와 아람의 얼굴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소인이 무지하여 묻는 것이옵니다만, 성왕 전하께 아드님이 계시다는 말씀은 들은 적이 없사옵니다.”지금 연아는 남자아이로 꾸며져 있었고 다행히도 나이가 어리다 보니 성별이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는 상황이었다.“본왕에게 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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