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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1111 - Chapter 1120

1161 Chapters

제1111화

시준은 시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로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귀하게 자랐다.반면 시아는 기껏해야 시씨 가문의 양녀로 얹혀사는 신세에 신분 차이가 너무 컸다.시경운은 아들 시준이 한낱 양녀인 시아에게 마음을 뺏기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터였다.한편 아버지의 추궁에도 시준은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다.그저 여유로운 태도로 태연하게 둘러댔다.“별거 아닙니다. 오후에 여자친구를 화나게 해서요. 여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몰라 시아한테 조언을 좀 구하려고 온 거예요.”시준의 말은 빈틈없이 완벽했고 모든 의심을 깔끔하게 덮어주었다.시경운은 그제야 표정이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다.하지만 여전히 불쾌함이 가득한 얼굴로 엄숙하게 훈계하듯 말했다.“고작 배우 따위에 그렇게까지 공들일 가치가 있어? 너도 이제 성인이고 시아도 다 컸어. 남녀 사이에 분수를 지켜야지.”“시아는 이미 정혼자가 있어. 윌리엄이 다리 부상에서 회복하는 대로 둘의 약혼식을 진행할 거야. 그러니까 앞으론 함부로 네 동생 방에 드나들지 마.”“알겠습니다, 아버지.”시준은 나직하게 대답하며 순종적인 태도를 보였다.그러나 눈 밑 깊은 곳에는 싸늘하고 음침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약혼이라니?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시아는 평생 그의 곁에만 있어야 하니까.수년 동안 마음에 품어온 그녀가 다른 남자와 결혼하는 꼴은 결코 지켜볼 수가 없었다.그 시각, 심성빈의 별장.송하나는 눈을 떠보니 어느새 새벽 1시가 훌쩍 넘은 시각이었다.목이 말라 거실로 물을 마시러 가려던 참인데 침실에서 나오자마자 서재 쪽에서 따뜻한 불빛이 새어 나왔다.요 며칠 심성빈은 밤마다 서재에서 일하느라 종종 깊은 밤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공수현은 그의 분부대로 국내 사무를 처리하러 돌아갔다. 아마 회사에 곤란한 문제가 생긴 모양이었다.밤낮없이 고생하는 심성빈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고 그의 건강이 걱정되었다. 이토록 자신을 혹사하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송하나는 물을 마시고 따뜻한 차 한 잔을 끓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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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2화

심성빈의 마음이 따뜻하게 녹아내리고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그래.”그는 나직이 대답했다.품 안의 송하나를 한쪽 팔로 안고 허리께를 살살 쓸어내리며 공수현이 보낸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았다.곁에 있는 그녀가 조용히 기대어 오자 따뜻한 숨결이 남자의 목덜미에 닿으며 연일 이어지던 작업의 피로가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품 안의 인기척이 잦아들었다.송하나는 깊은 밤의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단잠에 빠져들었다. 머리를 가슴팍에 부드럽게 기대고 얌전하게 잠든 모습은 더없이 사랑스러웠다.심성빈은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보았다. 순간 남자의 눈가에 깊고도 다정한 온기가 가득 찼다.그는 모든 움직임을 늦추었다. 조심스럽게 노트북을 덮으며 혹여 품 안에서 잠든 그녀를 깨울까 노심초사했다.이어서 송하나의 무릎 뒤를 단단히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등을 감싸 안았다. 남자는 가볍게 걸음을 옮겨 서재를 나와 곧장 침실로 향했다.침대 머리맡의 따스한 노란 조명이 부드러운 빛을 뿜어냈다. 심성빈은 몸을 숙여 아주 조심스럽게 그녀를 폭신한 침대 위에 눕히고는 이불을 정갈하게 여며주었다.그는 바로 떠난 게 아니라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애틋하고 그윽한 눈길로 잠든 그녀의 고요한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섬세하고 예쁜 이목구비에 부드러운 눈매, 긴 속눈썹은 눈꺼풀 아래 옅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남자의 마음은 행복감으로 가득 채워졌다.이제 막 일어나 떠나려 할 때쯤, 깊이 잠든 송하나가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척이다가 마침 그의 팔에 손을 올렸다. 곧이어 무슨 애착 인형을 안듯이 심성빈의 손을 품 안으로 끌어안았다.심성빈은 몸이 굳어지고 가슴이 몽글몽글해졌다.무방비하게 잠든 그녀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잔뜩 가라앉은 목소리에 애틋함을 담아서 속삭였다.“하나야, 나랑 같이 있어 달라는 거지?”돌아오는 대답은 없고 오직 그녀의 고르고 긴 숨소리만이 공간을 채웠다.남자의 눈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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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3화

“이리 봐봐요.”심성빈은 굳이 송하나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진짜 별거 아니라니까. 오래전에 다 나았어...”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송하나는 그가 가리고 있던 옷감을 파헤쳤다.깊고 얕음이 다른, 흉측하게 뒤틀린 채찍 자국들이 그녀의 눈앞에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가까이서 보니 그 충격은 더욱 강렬했다. 겹겹이 쌓인 상처들은 그야말로 끔찍할 따름이었다.이 자국들만 봐도 심성빈이 상처를 입었을 당시 얼마나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을 견뎌냈을지 짐작이 갔다.송하나의 동공이 미세하게 떨렸다.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조여오는 듯 답답하고 먹먹했다.‘어떻게 이럴 수가?’지난번 함께 스키 마을에 놀러 가서 심성빈의 어깨와 등이 다쳐 약을 발라주었을 때만 해도 이런 흉터는 없었는데...불과 몇 달 만에 이토록 큰 상처를 입다니.그리고 송하나는 이런 일들을 전혀 알지 못했다.손끝이 잘게 떨려서 상처를 매만질 엄두도 안 났다. 행여나 아프게 할까 봐 속상한지라 코끝이 시큰해지며 눈시울이 붉어졌다.심성빈이 고개를 돌려 빨개진 그녀의 눈동자를 보더니 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상처를 가렸다.“많이 놀랐어?”자신의 부주의함에 마음속 깊이 후회가 밀려왔다.그녀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 탓에 불필요한 걱정을 안겨주고 말았다.송하나는 시선을 올리고 충혈된 두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울먹거렸다.“대체 어쩌다 생긴 상처예요? 언제 다쳤냐고요? 말해요 얼른.”더 이상 숨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심성빈은 사실대로 털어놓았다.그는 의도적으로 목소리를 낮추고 중요한 부분을 가볍게 넘기며 대답했다.“집안 규칙을 어겨서 가법으로 처벌받았어.”“가법이요?”송하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눈가에는 안쓰러움과 이해할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했다.“대체 어떤 규칙을 어겼길래 이렇게까지 맞아야 했던 거예요?”수많은 채찍 자국이 그의 등 전체를 뒤덮고 있어 당시 손을 댄 사람의 잔혹함이 충분히 느껴졌다.한편 심성빈은 그녀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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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4화

“성빈 씨, 앞으로는 무슨 일이든 나한테 숨기지 말아요.”송하나는 심성빈의 따뜻한 가슴에 얼굴을 묻고 허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저는 성빈 씨 여자친구잖아요. 성빈 씨가 가장 아프고 힘들 때 버팀목이 되어주고 싶어요.”“언제까지 성빈 씨한테 보호만 받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심성빈의 몸이 미세하게 굳었다. 가슴속에 따뜻한 기류가 흐르는 것만 같았다.여태껏 살아오면서 홀로 압박감을 견디는 것에 익숙해진 남자였다.심씨 가문의 족보를 짊어지고 거대한 심하 그룹을 이끌어야 했다.누군가에게 이토록 깊은 헤아림과 보살핌을 받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그래, 알았어.”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송하나의 머리 위에 턱을 괴고 잠긴 목소리에 감동을 담아 말했다.“앞으로는 절대 숨기지 않을게.”송하나가 자신과 함께 고난을 나누고 싶어 한다는 것을 그는 누구보다 잘 안다.하지만 설령 다시 한번 그런 일을 겪더라도 여전히 숨기는 쪽을 택할 것이다.그녀가 자신 때문에 걱정하는 모습을 도저히 볼 수 없으니까.송하나는 언제나 밝고 평온하기만 하면 된다. 다른 모든 것은 심성빈 스스로 감당할 수가 있다.“이제 뚝 그쳐야지.”그녀의 감정이 서서히 가라앉자 심성빈이 등을 토닥이며 부드럽게 달랬다.“먼저 가서 씻고 있어. 나는 방에 가서 옷 갈아입고 나올게. 우리 같이 아래층에서 아침 먹자.”“네.”송하나는 가볍게 대답하며 그를 감싸 안았던 팔을 풀었다.이어서 심성빈이 제 방으로 돌아갔다.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가정부는 이미 풍성한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았다.심성빈은 식탁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꼿꼿하고 귀족적인 자세, 훤칠한 외모, 말끔한 정장 차림은 그의 기품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송하나는 그를 바라보며 마음속에 서글픔이 북받쳐 올랐다.오늘 아침 우연히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면 그녀는 아마 심성빈이 몇 달 전에 그토록 심한 부상을 입었다는 사실을 영영 몰랐을 것이다.아침 식사를 마친 후, 심성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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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5화

심성빈이 준 새해 선물이라고 하니 허지안은 더욱 감탄을 금치 못했다.“하나야, 너희 심 대표님 너한테 너무 잘해주는 거 아니야? 돈 많은 남자들은 바람둥이 기질이 있다고 하던데 대표님 같은 일편단심은 처음이야. 온 세상이 너잖아.”“거기에 잘생겼지, 성격 좋지, 무엇보다 너한테 완전 자상하잖아. 진짜 너무 완벽한 거 아니야!”송하나는 그녀의 칭찬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깊이 공감했다.심성빈은 확실히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자신의 모든 애정과 자상함을 송하나에게 쏟아부었으니까.문득 허지안이 불쑥 다가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장난스럽게 물었다.“그나저나 두 사람 관계가 이렇게 안정적인데 결혼은 언제 할 계획이야? 네 결혼식에 나 무조건 들러리 시켜줘. 부케도 나한테 던져줘야 해!”‘결혼?’이 단어는 송하나에게 다소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녀는 아직 미래에 대한 생각은 하지 못했다.“성빈 씨는 일 때문에 항상 바쁘고 나도 학교 다녀야 해서 바빠. 그런 건 나중에.”“하긴, 천천히 의논해도 되지. 어차피 심 대표님 같은 남자랑 경쟁할 수 있는 사람도 없잖아!”허지안은 웃으며 내비게이션을 켰다.“가자 이제. 흉터 연고 사러 가야지.”송하나는 차를 몰고 내비게이션을 따라 한참을 달려 교외의 작은 골목에 숨겨진 개인 병원을 찾았다.병원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진료와 약을 사러 온 환자들로 북적였다. 문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은 이 의사의 명성을 짐작하게 했다.두 사람은 조용히 줄을 서서 기다렸고 거의 한 시간이 다 되어서야 차례가 되었다.진료를 맡은 의사는 서른 살쯤 되어 보이는 젊은 남성이었다.송하나가 먼저 용건을 밝혔다.“의사 선생님, 흉터 제거 연고를 열 개 사고 싶어요.”의사는 그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그렇게나 많이요? 확실해요?”“네.”심성빈의 등 뒤 채찍 자국은 얽히고설켜 겹겹이 쌓여 있었다. 결코 단순한 흉터가 아니었다.바르는 면적이 넓어 사용량도 금방 줄어들기 때문에 열 개도 많다고 할 수는 없었다.의사는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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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6화

“대표님께서 오늘 밤늦게까지 야근하셔서 제가 특별히 국을 끓여놨거든요. 이제 막 갖다 드리려던 참이었어요.”“고생하셨어요. 국 이리 주세요. 제가 대신 갖다 드릴게요.”“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하나 씨.”가정부는 예의 바르게 대답하곤 쟁반을 건네고 뒤로 물러섰다.송하나는 심성빈의 방문 앞으로 다가가 가볍게 노크했다.똑똑.심성빈은 막 샤워를 마치고 나왔는지 머리가 반쯤 젖어 있었다. 짙은 회색 홈웨어로 갈아입은 남자는 한결 편안하고 여유로운 모습이었다.노크 소리에 가까이 다가와 문을 열자 송하나가 떡하니 서 있었다.심성빈의 눈가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하나야? 왜 깨어났어?”방금 별장에 도착했을 때 가정부한테 송하나가 이미 잠들었다는 소식을 듣고 일부러 가벼운 걸음으로 위층에 올라왔다. 잠든 그녀를 깨우면 안 되니까.“오늘 좀 일찍 잤더니 방금 깨어났어요. 아줌마가 성빈 씨한테 국 가져다드린다길래 제가 대신 들고 왔어요.”송하나는 그의 옆을 지나 안으로 들어와서 쟁반을 탁자 위에 놓았다.“따뜻할 때 드세요.”심성빈은 문을 닫고 소파에 앉아 그녀가 건넨 국그릇을 받아들었다.종일 바삐 돌아쳤고 저녁은 거의 먹지 못한 터라 따뜻한 국물이 목구멍을 넘어가자 속이 한결 편안해졌다.그가 국을 마시는 동안 송하나는 바로 옆 소파에 잠자코 앉아 있었다.옅은 색 잠옷 원피스 차림에 머리카락을 어깨에 늘어뜨리고 몇 가닥 잔머리가 목덜미에 달라붙어 쇄골 라인이 유난히 선명하게 보였다.화장기 없는 얼굴은 부드럽고 깨끗한 윤곽을 띠고 있었다.그저 조용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넓은 방 안이 순식간에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찼다.심성빈은 그녀의 모습을 힐긋 보며 마음속에 어느덧 짙고도 풍족한 만족감이 차올랐다.마치 아름답고 다정한 아내가 늦게 돌아온 남편을 기다리는 모습 같았다.이 생각이 뇌리를 스치자 국을 마시던 동작마저 무의식중에 잠시 멈추었다.심성빈은 고개를 숙여 마지막 남은 한 모금까지 모조리 마셨다.곧이어 국그릇을 쟁반에 내려놓았지만 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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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7화

송하나는 약통을 열어 연고를 짜내 손가락에 살짝 묻혔다. 이어서 흉터의 결을 따라 천천히 문질렀다.시원한 연고 감촉이 피부에 번져나가자 심성빈의 등 근육이 살짝 긴장했다가 이내 부드럽게 풀렸다.“성빈 씨, 많이 아파요?”그녀가 부드럽게 물으며 가장 깊은 흉터 가장자리에 손가락을 잠시 멈췄다.이에 심성빈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안 아파.”하지만 그녀의 손가락이 피부에 닿는 감촉은 너무나도 생생했다.연고가 발린 곳은 처음에는 시원했다가 이내 뜨거워졌다. 마치 무언가가 그녀의 손끝을 지나간 곳으로부터 천천히 스며드는 것 같았다.“아프면 말해요.”송하나는 당부를 마치고 다시 손을 움직였다.그녀의 손길은 부드럽고 섬세했다. 깃털이 스치는 듯 가벼운 힘으로 혹시나 그를 아프게 할까 조심스러웠다.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연고를 발랐더니 머리카락 몇 가닥이 어깨에서 흘러내려 남자의 등에 스쳤다.심성빈은 눈을 질끈 감고 목울대가 살짝 움직였다.흉터가 얽히고설킨 부위에 연고를 빨리 흡수시키기 위해 송하나는 무심코 고개를 숙여 호호 불어주었다.따뜻하고 부드러운 숨결이 등에 닿자 심성빈은 양옆에 늘어뜨린 손을 움찔거렸고 호흡도 한 박자 느려졌다.부드럽고 따뜻한 숨결이 피부에 닿는 느낌에 남자는 하마터면 이성을 잃을 뻔했다.그녀가 너무 가까워서 몸에서 나는 은은한 바디 워시 향까지 맡아질 정도였다.심성빈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척추 깊숙한 곳에서부터 치솟는 열기를 억눌렀다.‘하나는 단지 연고를 발라주는 것뿐이야. 내 흉터를 걱정하는 것뿐이니 다른 생각 하면 안 돼.’한편 송하나는 그가 순간 경직된 것도 알아채지 못한 채 마지막 남은 몇 군데 흉터까지 연고를 다 발랐다.이어서 연고 뚜껑을 굳게 닫으며 말했다.“다 됐어요. 몇 분 기다렸다가 연고가 다 흡수되거든 주무세요. 내일 아침에 한 번 더 바르면 돼요.”송하나가 일어설 때 심성빈이 불현듯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았다.남자의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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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8화

심성빈은 침대로 돌아와 누웠다.눈을 감기만 하면 머릿속은 송하나의 모습으로 가득 채워졌다.그녀의 아름답고 온화한 눈매, 흉터에 닿았던 부드러운 손끝, 몸을 숙였을 때 그의 등 위로 스쳤던 따뜻한 숨결까지...이 모든 것이 남자의 마음을 휘감았고 좀처럼 떨쳐낼 수 없었다.연일 계속된 피로와 밀려오는 감정이 겹겹이 덮쳐왔다. 심성빈은 반쯤 깨어있는 듯한 상태로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방문이 조용히 열리고 가녀린 그림자가 안으로 들어왔다.공기 중에 은은한 바디 워시 향이 감돌았는데 송하나에게서 나는 특유의 향이었다.그녀는 침대 맡으로 다가와 이불을 살짝 들치고 따뜻한 체온을 안고서 안에 쏙 들어왔다.“하나야?”심성빈의 목소리는 몹시 잠겨 있었다.“성빈 씨... 밖에 바람 소리가 너무 커서 혼자 있으려니 무서워요.”송하나의 나긋한 목소리가 잠기운이 섞인 채 들려왔다.그녀는 말하면서 심성빈의 품으로 더욱 파고들었다. 부드러운 몸짓에 맑고 달콤한 숨결이 귓가를 간질였다.얇은 잠옷 원피스를 입고 있어 헐렁한 네크라인이 쇄골에 살짝 닿았다.희미한 불빛 아래, 심성빈은 고개를 숙여 그녀 목덜미의 백옥 같은 피부가 훤히 보였다.송하나는 눈을 질끈 감고 속눈썹이 아련한 그림자를 드리웠다.그녀는 너무 가까이 있었다. 속눈썹의 곡선마저 선명하게 보일 만큼 가까웠다. 내쉬는 숨결이 남자의 목덜미에 닿으며 달콤한 온기를 더했다.심성빈은 연신 침만 꿀꺽 삼켰다. 억눌렀던 열기가 밀물처럼 다시 차올랐고 이전보다 더욱 거세고 맹렬했다.온몸의 피가 들끓었고 사지로 퍼지면서 절정에 달했다.그는 누구보다 혈기왕성한 성인 남자였다. 줄곧 마음에 품어온 여인이 이토록 무방비한 상태로 품에 안겨 있으니 코가 맞닿을 것만 같은 거리는 그에게 고문이나 다름없었다.오래도록 억눌렀던 감정이 맹렬하게 솟구쳤다.더 이상 마음속의 동요를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송하나의 매끈하고 도톰한 이마에 천천히 입술을 가져갔다.깃털처럼 가벼운 키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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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9화

심성빈이 고개를 숙이자 좀전의 움직임으로 흐트러진 송하나의 잠옷 깃 사이로 하얀 살결이 눈에 들어왔다. 부드럽고 풍만한 곡선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났다.남자는 또다시 침을 꿀꺽 삼켰다.몽롱한 밤의 장막 속에서 그는 송하나의 귓가에 얼굴을 바짝 기대고 뜨거운 숨결이 닿았다. 극도로 억눌린 욕망 때문인지 남자는 갈라진 목소리로 그녀에게 의견을 구했다.“하나야, 괜찮을까?”굳이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아무리 지금 이 순간이 팽팽하게 달아올랐다 할지라도 오직 그녀의 온전한 허락만을 기다리고 싶었다.몽롱한 의식 속에서 송하나가 가느다란 신음을 내며 나직이 대답했다.“네...”그제야 심성빈은 무너지듯 이성을 놓았다.그의 손가락이 잠옷 밑단을 찾아 천천히 위로 밀어 올렸다.온기 어린 매끄러운 아랫배에 손끝이 닿자 숨이 덜컥 멎었다.송하나의 몸이 짧게 굳었다가 이내 긴장을 풀었다. 마치 그의 손길에 익숙해지려는 듯했다.심성빈은 몸을 낮춰 자신의 이마를 그녀의 이마에 포갰다. 두 사람의 숨결이 뒤섞였다.그는 아주 천천히, 혹여 그녀가 아플까 봐 조심스럽게 움직였다.마침내 두 사람이 온전히 하나가 되었을 때, 심성빈은 그녀를 끌어안고 턱을 어깨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가슴 안쪽이 무언가로 꽉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너무나 벅차서 당장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그는 송하나를 품에 깊숙이 가두었다. 살과 살이 맞닿은 채 끝없이 이어지는 애틋한 교감.그대로 이 밤에 침몰한다 해도, 철저한 파멸을 의미한다 해도 좋았다. 그녀라는 따스한 늪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면 그것마저도 달콤할 것 같았다.심성빈이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다.커튼 틈새로 스며든 희미한 빛줄기가 바닥에 떨어졌다.지나치게 고요한 방 안, 베개 옆은 텅 비었고 침대 위엔 오직 그 혼자뿐이었다.심성빈은 침대에 누운 채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아직 심장은 요동치고 있는데 조금 전까지 품에 안았던 그 온기와 부드러운 감촉은 온데간데없었다.‘아, 전부 꿈이었구나.’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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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0화

송하나는 세안을 마친 뒤, 흉터 연고를 들고 또다시 심성빈의 방 문 앞에 다가섰다.그녀는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다.“성빈 씨, 약 발라드릴게요.”문이 곧장 열리고 심성빈이 문가에 서서 그녀의 맑고 다정한 얼굴을 마주했다.오늘 송하나는 아이보리 얇은 니트를 입고 있었다. 살짝 파인 네크라인 사이로 가느다란 쇄골이 드러났고 머리카락은 느슨하게 귀 뒤로 넘겨져 몇 가닥 잔머리가 목덜미를 감쌌다.순간, 어젯밤 꿈속의 잔상이 예고도 없이 남자의 뇌리를 스쳤다.꿈에서 그에게 안겨 달콤한 숨을 내뱉던 모습, 유연한 몸짓, 그리고 그에게 화답하던 입맞춤까지...뜨겁고 애틋했던 모든 순간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심성빈은 귓불이 화끈하게 달아올랐고 표정이 순식간에 어색하게 굳어버렸다.그녀를 오래 바라볼 엄두가 안 나서 무심코 시선을 피했다.한편 송하나는 남자의 태도가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반걸음 다가와 그의 이마를 짚어 보았다.“성빈 씨, 어디 아파요? 얼굴이 왜 이렇게 빨개요?”부드러운 손바닥이 피부에 닿았고 좁혀진 거리만큼 그녀의 숨결에 섞인 달콤한 향기가 코끝으로 스며들었다.심성빈은 숨이 멈칫하고 온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당겨졌다.어젯밤 꿈속의 뜨거웠던 잔상과 지금 피부에 닿은 그녀의 실재하는 온기가 맞물리며 마치 두 개의 성냥개비가 동시에 불꽃을 튀긴 듯했다.간신히 찬물 샤워로 억눌렀던 열기가 다시금 솟구쳐 올랐다.그는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살짝 젖히며 은근히 거리를 벌렸다.눈동자 깊숙이 일렁이는 애틋한 동요를 감춘 채 약간 잠긴 목소리로 횡설수설 핑계를 둘러댔다.“아니, 안 아파. 방금 씻고 나와서 더워서 그래.”송하나는 별다른 의심 없이 방 안으로 발을 들였다.무심코 베란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막 세탁해서 널어둔 시트와 잠옷이 한눈에 들어왔다.시트도 어젯밤에 깔아둔 것이었고 잠옷 바지 또한 어제 입었던 그 바지였다.‘아침 댓바람부터 웬 이불 빨래?’그녀의 시선이 베란다에 머물자 심성빈은 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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