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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1091 - Chapter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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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1화

송하나가 치맛자락을 들고 메이크업룸에서 나오는 순간, 매장 안이 잠시 조용해졌다.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던 심성빈은 송하나를 보자마자 시선이 그녀에게 꽂혀버렸다. 그의 깊은 두 눈에는 노골적인 감탄이 가득했다.주변의 모든 것이 사라진 것처럼 그의 눈에는 오직 새하얗고 부드러운 그녀의 모습만이 담겨 있었다.그 순간 심성빈은 잠시 넋을 잃었다.머릿속에 저도 모르게 한 장면이 떠올랐다.송하나가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다정한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한 걸음씩 걸어오며 마침내 이생에서 유일한 자기 신부가 되는 모습이었다.드레스 숍 매니저도 진심으로 감탄했다.“심 대표님, 여자친구분이 정말 아름다우시네요. 제가 본 화인국 여성분들 중에서 가장 아름다우세요.”심성빈은 천천히 다가가 자연스럽게 송하나의 부드러운 손을 잡았다.그의 눈가에 담담한 미소가 번졌다.‘물론이지,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여자야.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내 여자라고.’심성빈은 직접 운전해 송하나와 함께 연회가 열리는 크루즈로 향했다.밤이 내려앉고 넓은 바다가 어둠 속으로 이어졌다.거대한 프라이빗 크루즈가 해상에 정박해 있었다.배 전체가 찬란한 불빛으로 빛나고 있었고 황금빛 조명이 파도에 비쳐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그림자를 만들어 냈다.연회장 안에는 이름난 인사와 권력자들이 모여 있었고, 어디를 보아도 최상류층만의 화려함과 고급스러움이 넘쳤다.심성빈이 등장하자 단숨에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그는 심하 그룹의 실질적인 소유주로 젊은 나이에 거대한 기업을 이끌며 냉정하고 과감한 수완으로 이름을 알렸고, 현지 시장에 진출한 지 반년밖에 되지 않았는데도 이미 큰 화제를 모았다.다만 워낙 조용한 성격이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일은 많지 않았다.그를 알아본 기업인과 협력사 임원들이 잇따라 다가와 잔을 들며 인사를 건넸다.“심 대표님께서 직접 와 주시니 오늘 자리가 더 빛나는군요.”“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오늘 처음 뵙는데 역시 명성이 괜히 난 게 아니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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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2화

송하나는 조용히 전망석에 앉아 접시에 담긴 정갈한 디저트를 천천히 맛보며 멀리 해안의 야경을 바라봤다.심성빈은 그녀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가끔 인사를 건네거나 술잔을 권하는 사람들을 상대할 뿐, 대부분 시간에는 시선을 송하나에게 두고 있었다.잠시 뒤 심성빈은 무심코 연회장 중앙을 훑다가 이번 만찬의 주최자가 사람들 사이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상대는 심하 그룹이 해외 사업에서 장기적으로 깊은 협력 관계를 맺어야 할 중요한 파트너였다.예의상으로도 직접 가서 인사하는 게 맞았다.심성빈은 송하나 곁으로 와 몸을 살짝 숙이며 낮고 부드럽게 말했다.“하나야, 주최 측에 잠깐 인사하고 올게. 금방 돌아올 거야.”송하나는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았어요. 다녀오세요.”심성빈은 연회장 중앙을 향해 걸어갔다.검은 정장은 그의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유명 인사와 권력자들이 가득한 자리에서도 그는 유난히 눈에 띄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송하나는 얌전히 자리에 앉아 그를 기다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밤하늘에서 갑자기 불꽃 하나가 화려하게 터졌다.바람도 쐬고 아름다운 불꽃놀이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던 송하나는 치맛자락을 들고 옆쪽 갑판으로 나갔다. 그곳은 찾아오는 손님이 드물어 조용했고 시야도 탁 트여 있었다.불꽃들이 하나둘씩 밤하늘에 피어났다.황금빛 불씨가 별처럼 밤하늘을 수놓으며 쏟아져 내렸고, 반짝이는 바다 위로 부서지며 물결을 따라 흔들렸다.장관이었다.송하나는 서늘한 난간을 가볍게 잡은 채 하늘을 가득 메운 불꽃을 바라보다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같은 시각, 환하게 빛나는 연회장 안에서는 맑고 공허한 듯한 피아노 선율이 천천히 끝을 맺었다.연주하던 여자는 건반 위에서 손을 거두고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가 복도 모퉁이에 막 들어선 순간, 술에 취한 중년 사업가 한 명이 앞을 막아섰다.중년 사업가는 음탕한 눈빛으로 그녀의 몸을 거리낌 없이 훑어보며 음험하게 웃었다.“아가씨,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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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3화

기껏 연회장에서 피아노나 치는 여자가 감히 이렇게 건방질 수가.자신이 눈여겨봐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할 판에 술병으로 머리까지 내리쳤다.중년 사업가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고함을 들은 경호원 몇 명이 곧바로 달려와 여자가 도망친 방향으로 뒤쫓았다.여자는 정신없이 달렸다.사람이 많은 연회장으로 가면 더 위험할 것 같아 그쪽으로는 향하지 못하고 온 힘을 다해 갑판 쪽으로 뛰었다.밤바람이 금빛 웨이브 머리를 사정없이 흩뜨렸다.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목과 뺨에 붙었고 정교했던 화장도 조금씩 번졌다.이때 송하나는 여전히 밤하늘 가득 피어나는 불꽃놀이에 흠뻑 취해 있었다.그러나 갑자기 뒤쪽에서 들려오는 다급한 발소리와 고함, 사람을 뒤쫓는 소리에 송하나는 가슴이 철렁해지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시야 끝에 누군가 다급하게 달려오는 모습이 들어왔다.머리카락은 엉망으로 흐트러지고 걸음마저 휘청거리는 그 사람은... 시아였다!송하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문이 썩인 눈빛으로 바라봤다.‘시아 선배가 왜 여기 있지? 명문가의 딸로 늘 당당하고 차가운 분위기를 유지하던 시씨 가문의 아가씨가 왜 크루즈 연회에서 피아노를 치고 있었던 걸까? 그것도 지금은 사람들에게 쫓기며 이렇게까지 초라한 모습으로.’송하나가 더 생각할 틈도 없이 뒤쫓아 오는 경호원들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강한 압박감이 몰려왔다.넓은 갑판은 한눈에 다 보였고 숨을 만한 곳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시아는 완전히 막다른 곳에 몰렸다.절체절명의 순간, 송하나의 머릿속에 한 가지 방법이 번뜩 떠올랐다.그녀는 목소리를 낮춰 다급하게 외쳤다.“시아 선배. 이쪽으로 오세요. 빨리 숨어요.”말이 끝나기 무섭게 송하나는 풍성한 프렌치 드레스의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렸다.여러 겹으로 포개진 풍성한 시폰 치마는 구름처럼 넓게 퍼져 있어 한 사람쯤 숨기기에 충분했다.시아는 고개를 들고 당황한 눈빛으로 송하나를 바라봤다.그러나 망설일 시간은 없었다. 시아는 곧바로 송하나에게 달려가 허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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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4화

말을 마친 심성빈은 바람에 흐트러진 송하나의 머리카락을 세심하게 정리해 주었다.그리고 몸을 돌려 갑판을 떠난 뒤 곧장 연회의 운영 책임자를 찾았다.책임자는 심성빈을 보자 급히 허리를 숙였다.“심 대표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심성빈은 침착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제 파트너가 실수로 음료를 쏟아서 드레스가 젖었네요. 갈아입을 수 있는 깨끗한 옷 한 벌을 부탁할게요.”책임자의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번졌다.“정말 죄송합니다, 심 대표님. 오늘 참석하신 분이 많아서 준비해 둔 예비 드레스는 조금 전에 전부 대여됐습니다.”“괜찮으시다면 지금 바로 육지에서 드레스 몇 벌을 준비해 배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심성빈이 미간을 찌푸렸다.그의 눈빛에 불쾌함이 스치며 목소리도 한층 차가워졌다.“제 파트너에게 젖은 드레스를 입고 여기서 계속 기다리라는 뜻인가요? 그러다 감기라도 들면 그 책임은 누가 지죠?”책임자의 이마에 순식간에 식은땀이 맺혔다.그는 몇 번이나 허리를 숙이며 사과했다.“저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심 대표님. 지금 당장 준비할 수 있는 옷은 새 직원 유니폼인데... 괜찮으시면 우선 그걸로라도 갈아입으시는 건 어떠실까요? 드레스가 도착하는 즉시 바로 가져다드리겠습니다.”말할수록 책임자의 목소리는 작아졌다.심성빈은 오늘 가장 중요한 VIP였다.그런 심 대표의 여자를 직원 유니폼으로 갈아입게 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무례하게 느껴졌다.하지만 뜻밖에도 심성빈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았다.“그걸로 하죠.”책임자는 안도의 숨을 내쉬고 깨끗한 새 유니폼을 한 벌을 가져와 두 손으로 건넸다.심성빈은 옷을 들고 다시 갑판으로 돌아가 송하나 곁에 서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옷 가져왔어. 네 친구한테 이걸로 갈아입으라고 해. 이쪽은 CCTV 사각지대라 사람도 거의 안 와.”말을 마친 그는 자연스럽게 몸을 돌렸다.통로 입구 쪽으로 걸어가 두 사람에게 등을 보인 채 서서,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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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5화

심성빈은 여유로운 걸음으로 주최 측 책임자 앞으로 가서 담담한 목소리로 사과했다.“죄송하지만 갑자기 개인적인 일이 생겨 먼저 자리를 떠야 할 것 같네요.”주최 측 책임자는 곧바로 웃으며 대답했다.“심 대표님, 일이 있으시면 먼저 가셔도 됩니다. 전혀 신경 쓰지 마세요. 오늘 저희가 혹시 소홀하게 모신 부분이 있었다면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립니다. 다음에 제가 따로 자리를 마련해 정식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짧게 인사를 나눈 뒤 심성빈은 송하나와 함께 연회장을 떠났다.그들은 그렇게 아무런 방해 없이 크루즈 아래쪽에 마련된 전용 하선 구역까지 내려갔다.밤은 한층 깊어져 있었고 선선한 바닷바람이 불며 바다 위에 어두운 파도를 일렁였다.미리 준비해 둔 보트가 조용히 수면 위에 정박해 있었다.시아는 이미 안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송하나와 심성빈이 올라타자 보트는 곧바로 출발했다.보트는 물살을 가르며 화려한 불빛으로 가득한 거대한 크루즈에서 빠르게 멀어져 해안을 향해 질주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보트가 안전하게 육지에 닿았다.해안의 눈에 띄지 않는 곳에는 비서실장이 이미 승용차를 세워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세 사람은 차례로 차에 올랐다.송하나와 시아는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고 심성빈은 조수석에 탔다.차가 선착장을 떠나 크루즈와 충분히 멀어진 뒤에야 시아는 밤새 팽팽하게 조여 있던 마음을 조금씩 놓았다.송하나는 생수병 하나를 열어 그녀에게 부드럽게 건넸다.“물 좀 드세요. 시아 선배, 이제 안전해요. 더는 무서워하지 않으셔도 돼요.”시아는 물병을 받아 조금 마신 후 고개를 돌려 옆에 앉은 송하나를 바라봤다.시아는 간신히 위기를 벗어난 긴장감 때문에 목소리가 조금 잠겨 있었지만 말투에서 진심이 묻어났다.“송하나, 오늘 정말 고마워. 심 대표님께도 감사하고. 너희가 안 도와줬으면 나 혼자 어떻게 빠져나왔을지 모르겠어.”“괜찮아요. 정말 별일 아니었어요. 마음에 두지 마세요.”송하나는 시아의 두 눈에 깔린 쓸쓸한 눈빛을 바라보다 결국 궁금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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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6화

말을 마친 시아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오랫동안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비밀이었다. 지금껏 누구에게도 털어놓은 적이 없었다.그런데 오늘 이렇게 입 밖으로 꺼내고 나니 가슴을 짓누르던 무거운 돌덩이를 내려놓은 듯 한결 홀가분해졌다.이야기를 끝까지 들은 송하나는 마음이 아팠다.남들이 보는 시아는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을 가진 시씨 가문의 아가씨였다. 화려하고 눈부신 데다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것들을 누리고 있었다.하지만 그 화려한 겉모습 뒤에 이토록 많은 억울함과 말 못 할 사정이 숨어 있다는 것은 아무도 몰랐다.시아는 고개를 숙였다. 긴 속눈썹이 가늘게 떨리고, 입가에는 자조적인 미소가 걸렸다.“송하나, 내 얘기를 듣고 나니까 사실 내가 꽤 형편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남의 집에 얹혀사는 처지에 신분도 애매했고,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몰래 나가 돈을 벌다가 오늘 밤처럼 끔찍한 일까지 겪었으니 말이다.송하나는 시아의 손을 살며시 잡고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그럴 리가요. 시아 선배는 전혀 형편없는 사람이 아니에요. 스스로 속박에서 벗어나려고 애쓰고, 자기 힘으로 살아가려는 거잖아요. 정말 용감한 거예요.”송하나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상처투성이인 시아의 마음을 포근하게 감쌌다.시아가 고개를 들어 송하나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진심 어린 눈빛을 마주하자 고마운 건지 서러운 건지도 모를 감정이 북받쳤다.“송하나, 오늘 밤 일은 비밀로 해 줄 수 있을까?”시아는 이 일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다.시씨 가문 사람들이 시아가 몰래 유람선에서 피아노를 치다가 다른 사람과 시비까지 붙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노발대발할 터였다. 가문의 체면을 깎아 먹었다며 앞으로는 더욱 심하게 통제할 게 뻔했다.송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을게요.”짧은 대화였지만 두 사람의 사이는 단숨에 가까워졌다.그때 송하나는 차창 밖으로 아직 영업 중인 옷 가게를 발견했다.좋은 생각이 떠오른 송하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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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7화

시아는 고개를 끄덕인 채 그 자리에 서 있었다.시아는 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배웅한 뒤에야 몸을 돌려 저택으로 들어가려 했다.바로 그때, 어두운 길가에 세워져 있던 검은색 승용차의 상향등이 갑자기 켜졌다.눈이 부실 만큼 강렬한 불빛이 시아를 정면으로 비췄다.예상치 못한 불빛에 깜짝 놀란 시아는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눈을 가렸다.차 문이 열리고, 어둠 속에서 키가 크고 반듯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시준이었다.시씨 가문의 장남이자 시우 그룹의 차기 후계자, 그리고 혈연관계는 없지만 서류상으로는 시아의 오빠인 남자였다.시준은 어둠을 뚫고 한 걸음씩 다가왔다. 시아를 내려다보는 눈빛에는 의심과 탐색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숨 막히는 압박감이 밀려왔다.“이 시간에 들어오다니. 어디 갔다 왔어?”낮고 차가운 목소리에는 온기가 없었다.시아는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감정을 숨긴 채 태연하게 답했다.“내가 어디 갔겠어. 그냥 친구랑 잠깐 바람 쐬고 왔어.”시준의 시선이 시아의 몸을 훑었다. 양손에 쇼핑백 하나 없다는 걸 확인하자 의심이 더 짙어졌다.“쇼핑하러 갔다고? 한밤중까지 돌아다니고도 빈손이야? 아무것도 안 샀어?”시아는 고개를 숙이고 심드렁하게 대꾸했다.“알면서 뭘 물어? 아버지가 내 카드도 전부 정지시키고 생활비도 끊었잖아. 나한테 돈 한 푼 없는데 뭘 사겠어?”그 말을 듣자 시준의 눈빛이 더 어두워졌다.“내가 따로 보내 준 돈은 왜 안 받았어?”시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빛은 싸늘하기만 했다.“이유 없어. 그냥 받기 싫어서.”시아는 시준에게 어떤 신세도 지고 싶지 않았다.빚지는 게 많아질수록 나중에 갚아야 할 것도 많아지는 법이니까.시준은 자신을 차갑게 밀어내는 시아를 바라보며 가슴 한구석이 막힌 것처럼 답답해졌다.시준이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내 돈은 받기 싫고, 남의 돈은 받고 싶은 거야?”시준의 시선이 조금 전 고급 승용차가 떠난 쪽으로 향했다. 그는 한 걸음씩 다가서며 시아를 몰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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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8화

시준은 천천히 손을 들어 빨갛게 달아오른 뺨을 문질렀다. 그의 눈빛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어둡게 가라앉았다.‘감히 나를 때려? 어디서 굴러왔는지도 모르는 놈 때문에 이렇게까지 거역하고 반항한단 말이지? 두고 봐, 내가 철저히 알아낼 테니까.’시준의 입가에 차가운 웃음이 번졌다.그는 어둠 속에 있던 부하를 돌아보며 차갑게 명령했다.“가서 방금 그 차가 누구의 차인지 알아봐. 오늘 밤 누가 시아를 데려다줬는지 낱낱이 확인해.”다음 날 이른 아침.부하가 조사 보고서를 시준에게 건넸다.“시 대표님, 알아냈습니다. 어젯밤 시아 아가씨를 데려다준 차량의 소유주는 심성빈이에요. 화인국 출신으로 막강한 자본을 움직이는 인물이지요. 지난해 이곳에 진출해 사업을 확장했고, 불과 몇 달 만에 입지를 굳혀 지금은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이 되었어요.”시준은 보고서를 손으로 쥔 채 심성빈의 사진을 빤히 내려다보았다.사진 속 남자는 반듯한 이목구비에 기품 있는 분위기를 풍겼다. 훤칠한 체격에 어떤 상황이든 여유롭게 장악할 것 같은 태도가 돋보였다.젊고 잘생겼으며 실권까지 쥔 남자.‘그러니 시아가 어젯밤 갑자기 내게 맞설 용기가 생긴 것도 무리는 아니었네.’순식간에 시준의 마음속에 위기감이 치솟았다.주변 공기가 갑자기 싸늘해진 것을 눈치챈 부하는 서둘러 보고를 이어 갔다.“그리고 심 대표에게는 오랫동안 사랑해 온 여자 친구가 있어요. 이름은 송하나로, 시아 아가씨와 같은 학교에 다닙니다. 예전에 두 분이 예술 교류회에서 함께 공연한 적도 있어서 사이가 좋은 듯합니다.”“어쩌면 어젯밤 시아 아가씨는 친구 차를 얻어 탔을 뿐, 심 대표님과는 별다른 관계가 없을 수도 있어요.”서류 맨 끝에는 송하나와 시아가 함께 무대에 선 사진이 붙어 있었다.아주 아름다운 화인국 여자였다.심성빈과 나란히 있는 모습도 잘 어울렸다.시준의 눈에 서린 살기가 조금 누그러졌다.하지만 경계심까지 풀 수는 없었다.시아가 심성빈과 아무 사이가 아니더라도 다른 남자와 얽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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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9화

시준은 키가 크고 훤칠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이국적인 분위기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고, 기세는 위압적이었다.서로의 시선이 마주치자 두 사람은 단번에 상대를 알아봤다.한 사람은 화인국의 최정상급 자본을 움직이는 권력자로, 차분하면서도 범접하기 어려운 기품을 지녔다.다른 한 사람은 외국 재벌가의 후계자로, 차갑고 어두운 기운에 강한 존재감을 풍겼다.길가에 나란히 선 최고급 승용차 두 대와 그 옆의 눈에 띄는 남자 둘, 순식간에 수많은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시준이 먼저 다가와 예의상 미소를 짓고 손을 내밀었다.“심 대표님, 어젯밤 시아를 집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시아의 오빠, 시준이에요.”심성빈은 적당히 예의를 갖춰 악수하며 담담하게 답했다.“별일 아닙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때 강의동 안에서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송하나와 허지안은 나란히 강의실을 나왔다가 마침 옆 강의실에서 나오는 시아와 반혜라를 만났다.송하나를 발견한 시아의 눈에 반가운 기색이 스쳤다. 시아가 먼저 다가와 인사했다.“하나야.”“시아 선배.”송하나도 반가운 얼굴로 답했다.“잘 만났네요. 같이 가요.”네 사람은 함께 강의동 밖으로 걸어갔다.건물을 나서자마자 허지안이 길가에 선 남자를 발견하고 웃으며 놀렸다.“하나야, 너희 심 대표님은 진짜 시간을 칼같이 지키네. 매일 데리러 오는 것이 정말 끔찍하게 널 아끼는구나.”“그런데 옆에 있는 남자는 누구야? 처음 보는 사람인데?”시아는 허지안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시준을 보자마자 그녀는 몸이 뻣뻣하게 굳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시아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걸음을 멈췄다.“나 강의실에 두고 온 게 있어. 너희 먼저 가. 난 다시 가지러 갈게.”시아는 사람들 앞에서 시준과 마주치기 싫어 곧바로 돌아서려 했다.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사람들 사이를 뚫고 낮고 힘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시아야.”시준이었다.시아의 발걸음이 그대로 멎었다.지금 못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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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0화

심성빈은 송하나를 태우고 학교를 떠났다.차가 달리는 동안 송하나는 계속 다른 생각에 잠겨 있었다.시준이 시아의 손목을 붙잡던 장면이 자꾸 떠올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했다.시준은 시아를 지나치게 통제하고 있었다.시아가 집안의 강요로 맞선을 보고, 몰래 유람선에서 피아노를 치며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도 생각났다.‘혹시 시아 선배의 오빠도 집안 편에 서서 선배에게 정략결혼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하는 걸까?’생각할수록 시아가 안쓰러웠다.시아는 시씨 가문에서 얼마나 숨 막히는 삶을 살고 있는 걸까.겉으로는 화려한 재벌가 아가씨지만 자기 인생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조차 없이 다른 사람 손에 휘둘리는 꼭두각시 신세였다.운전하던 심성빈은 곁눈질로 송하나가 미간을 찌푸린 채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금세 알아차렸다.하지만 그는 시준의 속셈을 굳이 들추지 않고 송하나의 관심을 다른 데로 돌렸다.“저녁에 뭐 먹고 싶어? 네가 좋아하는 식당에 가자. 밥 먹고 거리도 좀 걸으면서 바람 쐬면 어때?”부드럽고 낮은 목소리에 송하나는 생각에서 빠져나왔다.송하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한편, 또 다른 검은색 고급 승용차 안에는 답답한 침묵이 흘렀다.한참을 참던 시아가 결국 먼저 입을 열었다.“시준, 앞으로는 학교에 데리러 오지 마.”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던 시준이 옆을 힐끗 보았다. 태연한 말투였지만 반문하는 목소리에는 강압적인 기색이 섞여 있었다.“내가 왜 데리러 가면 안 되는데? 아까 네가 친구들 앞에서 내가 오빠라고 했잖아. 오빠가 동생을 학교에서 데려오는 게 뭐가 문제야? 뭘 그렇게 피하려고 하는데?”“피하는 거 없어.”시아는 자신의 모든 일에 간섭하려 드는 시준 때문에 숨이 막혔다.오랫동안 쌓인 감정이 끝내 터져 나왔다.“나도 이제 성인이야. 내 삶이 있다고. 네가 일일이 간섭할 필요 없어. 그리고 난 너를 보는 것도 싫어.”시아의 눈에는 혐오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 말들은 날카로운 바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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