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준은 키가 크고 훤칠했다. 뚜렷한 이목구비와 이국적인 분위기에는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고, 기세는 위압적이었다.서로의 시선이 마주치자 두 사람은 단번에 상대를 알아봤다.한 사람은 화인국의 최정상급 자본을 움직이는 권력자로, 차분하면서도 범접하기 어려운 기품을 지녔다.다른 한 사람은 외국 재벌가의 후계자로, 차갑고 어두운 기운에 강한 존재감을 풍겼다.길가에 나란히 선 최고급 승용차 두 대와 그 옆의 눈에 띄는 남자 둘, 순식간에 수많은 시선이 그들에게 쏠렸다.시준이 먼저 다가와 예의상 미소를 짓고 손을 내밀었다.“심 대표님, 어젯밤 시아를 집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시아의 오빠, 시준이에요.”심성빈은 적당히 예의를 갖춰 악수하며 담담하게 답했다.“별일 아닙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그때 강의동 안에서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송하나와 허지안은 나란히 강의실을 나왔다가 마침 옆 강의실에서 나오는 시아와 반혜라를 만났다.송하나를 발견한 시아의 눈에 반가운 기색이 스쳤다. 시아가 먼저 다가와 인사했다.“하나야.”“시아 선배.”송하나도 반가운 얼굴로 답했다.“잘 만났네요. 같이 가요.”네 사람은 함께 강의동 밖으로 걸어갔다.건물을 나서자마자 허지안이 길가에 선 남자를 발견하고 웃으며 놀렸다.“하나야, 너희 심 대표님은 진짜 시간을 칼같이 지키네. 매일 데리러 오는 것이 정말 끔찍하게 널 아끼는구나.”“그런데 옆에 있는 남자는 누구야? 처음 보는 사람인데?”시아는 허지안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시준을 보자마자 그녀는 몸이 뻣뻣하게 굳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시아는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걸음을 멈췄다.“나 강의실에 두고 온 게 있어. 너희 먼저 가. 난 다시 가지러 갈게.”시아는 사람들 앞에서 시준과 마주치기 싫어 곧바로 돌아서려 했다.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사람들 사이를 뚫고 낮고 힘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시아야.”시준이었다.시아의 발걸음이 그대로 멎었다.지금 못 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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