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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별이 되어 빛나리: Chapter 1121 - Chapter 1130

1161 Chapters

제1121화

송하나는 심성빈의 눈빛에서 진심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토스트를 한 입 베어 물었다.“네, 좋아요.”“근데 돌아갈 때 연고 꼭 챙겨요. 아무리 일이 바빠도 아침저녁으로 꾸준히 발라야 해요. 절대 게으름 피우면 안 돼요. 알았죠?”자신을 향한 그녀의 간절한 눈빛에 심성빈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따뜻한 온기가 차올랐다.그는 나지막이 고개를 끄덕였다.“응, 꼭 네 말대로 제때 바를게. 절대 게으름 안 피워.”사랑하는 그녀가 힘들게 사다 준 연고인데 어찌 그 마음을 저버릴 수 있을까.아침 식사를 마친 후, 심성빈은 송하나를 학교까지 태워다주었다.차가 학교 정문에 멈췄고 그녀는 안전벨트를 풀며 문을 열려 했다. 그때 심성빈이 나지막이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하나야.”그녀가 돌아보자 심성빈이 몸을 기울여 그녀를 가볍게 안았다. 품 안으로 끌어당기며 남자는 낮은 목소리로 귓가에 속삭였다.“나 없는 동안 몸 잘 챙겨.”송하나는 그의 품에 안겨 이마를 어깨에 기댄 채 몸에서 배어 나오는 깨끗한 향기를 맡았다.곧이어 알겠다며 나직이 대답했다.“성빈 씨도요. 너무 무리하지 말아요.”심성빈은 그녀의 등을 감싸며 천천히 쓸어내렸다. 잠시의 온기를 갈망하듯 왠지 놓아주기가 아쉬웠다.짧은 포옹이 끝나고 심성빈은 서서히 팔을 풀었다.송하나는 차에서 내려 문을 닫고 창문을 향해 그에게 손짓했다.차 안에서 심성빈도 그녀가 학교 건물로 들어가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았다.가녀린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시선을 거두고 차를 몰아 회사로 향했다.회사에 도착한 남자는 넓은 사무실 의자에 몸을 기댔다. 머리가 은근히 무겁게 느껴졌고 관자놀이가 욱신거렸다.그는 이마를 문지르며 책상 위 서류를 펼쳤지만 좀처럼 집중하기 어려웠다.그때, 책상 위 컴퓨터 화면에 영상 통화 요청이 떴다. 상대는 바로 그의 비서 공수현이었다.심성빈은 잠시 자세를 바로잡고 통화를 수락했다. 화면에 공수현의 얼굴이 나타났다.“대표님, 결정적인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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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2화

어제 바람을 맞고 또 오랜 시간 찬물로 샤워하며 마음을 억누르느라 결국 몸이 버텨주지 못했다.심성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내가 돌아가는 일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 그 누구한테도 발설하지 마.”“네, 알겠습니다.”영상 통화를 끊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 조심스럽게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비서가 감기약과 따뜻한 물을 들고 공손한 자세로 들어섰다.“대표님 일정에 맞춰 오늘 오후 돌아가시는 비행기 표를 예약했습니다. 그리고 이건 공 비서님께서 특별히 분부하신 감기약입니다.”심성빈은 책상 위에 놓인 약을 흘끗 보고는 덤덤하게 말했다.“알았어.”비서는 곧장 소리 없이 물러났다.심성빈은 감기약을 두 알 꺼내 따뜻한 물과 함께 삼키고는 수중의 업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모든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후, 그는 잠시 별장에 들러 몇 가지 필요한 짐을 챙겨서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비행기가 착륙했을 때는 이미 깊은 밤이었다.공수현은 미리 공항 출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심성빈이 나오는 것을 보자마자 그는 즉시 다가가 캐리어를 받아 들고 낮은 목소리로 보고했다.“대표님,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거짓 정보를 흘렸더니 아니나 다를까 심명재 씨 쪽에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재단이 잘 된 짙은 색 정장을 입은 심성빈은 곧고 품위 있는 자세를 유지했다.그는 얇은 입술을 열어 담담하게 말했다.“계속 주시해. 사소한 단서라도 놓치지 말고.”“네.”심성빈의 이번 귀국은 매우 조용하게 이루어졌다. 부모님마저 알리지 않은 이유는 오롯이 심명재를 허를 찌르기 위해서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 한 고급 주택 앞에 멈춰 섰다.이곳은 비교적 한적한 위치에다 오랫동안 비어 있어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공수현은 세심하게 짐을 안으로 옮겨 정리한 후, 허리를 숙여 말했다.“대표님, 장시간 이동으로 피곤하실 텐데 얼른 쉬세요. 내일에 최신 진행 상황을 보고해 드리겠습니다.”심성빈은 외투를 벗어 소파 팔걸이에 대충 걸쳤다.“아니야. 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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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3화

순간 공수현은 모든 것을 깨달았다.“대표님, 이 흉터 연고... 송하나 씨가 챙겨주신 겁니까?”심성빈은 딱히 부인하지 않고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공수현은 속으로 무릎을 탁 치고 저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어쩐지 대표님께서 이토록 신경 쓰시더라니.’송하나가 당부한 일이라면 당연히 성실하게 해낼 터였다.남들이 볼 때는 범접할 수 없는 높은 자리에 계신 그룹 총수겠지만 유독 송하나에게만큼은 더없이 다정하고 순종적인 사람이었다.송하나가 이토록 그를 걱정하는 것은 두 사람이 마음이 통한다는 증거였다.‘대체 언제쯤이면 우리 대표님과 송하나 씨의 좋은 소식을 들을 수 있을까? 이제 국수도 먹어줘야 할 텐데.’해외.심성빈이 국내로 돌아간 후에도 송하나는 여느 때처럼 하루하루 꾸준히 수업을 듣고 피아노 연습을 했다.떠나기 전에 심성빈은 매일 그녀를 픽업해 줄 운전기사를 특별히 배정해 두었다.그리고 약속대로 매일 시간을 내어 송하나에게 먼저 연락했고 자신의 일정을 빠짐없이 전해주었다.연고를 바르는 일조차 출석 체크하듯 아침저녁으로 그녀에게 보고했다.또한 시차를 세심하게 고려하여 송하나가 한가로운 시간에 맞춰 연락했다.이날 오후.송하나는 연습실에 앉아 악보를 넘기고 있었다. 그때 휴대폰 화면이 반짝였다.고개를 숙여 확인해 보니 심성빈에게 온 메시지였다. 심지어 연고를 바르는 사진까지 첨부되어 있었다.사진을 보던 송하나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옅은 미소가 번졌다.왜 이렇게 은근히 몸매를 자랑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걸까?옆자리에 앉아 있던 허지안이 고개를 돌려 사진을 힐끗 보고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장난스럽게 말했다.“하나야, 또 너희 심 대표님한테서 온 거지? 명색이 대기업 총수인데 매일 아침저녁으로 여자친구한테 스케줄을 보고하다니. 너무 착하신 거 아니야? 대체 어떻게 길들인 거야?”송하나는 허지안의 말을 듣고 눈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착하고 길들인 문제가 아니라 단지 심성빈이 그녀를 마음에 깊이 담아두고 있다는 증거였다.하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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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4화

탈의실.시아는 송하나를 등지고 서 있었다. 드레스 지퍼가 반쯤 올라가 등과 어깨 부분이 살짝 드러났다.송하나는 그녀의 지퍼를 끝까지 올려주었다.다만 지퍼가 완전히 닫힌 후에도 시아는 바로 몸을 돌리지 않고 재빨리 가방에서 몇 가지 물건을 꺼내 송하나의 손에 쥐여주었다.“하나야, 부탁 좀 할게. 이것들 좀 팔아줄래?”송하나는 고개를 숙여 내용물을 확인했다. 다이아몬드 귀걸이 한 쌍, 얇은 체인 팔찌, 그리고 여성용 손목시계였다.모두 세련된 디자인에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았다.그녀는 이 물건들이 낯설지 않았다. 시아가 얼마 전 새로 구입한 것들이니까.거의 착용하지도 않았고 상태가 새것과 다름없었다.송하나는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시아를 올려다보았다. 눈동자에는 의아함이 가득 찼다.“선배, 왜 이걸 다...”중고로 팔면 가격이 많이 내려갈 텐데 너무 손해 아닌가?얼마 전에 큰돈을 들여 산 것인데 정말 이렇게 쉽게 팔아도 괜찮을까?시아의 눈에는 무어라 설명하기 어려운 체념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자조적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하나 넌 똑똑하잖아. 나랑 시준의 관계에 대해 대충 짐작하고 있을 거라 믿어.”“그 사람 지금 권력을 하나씩 장악하고 있어. 완전히 실권을 쥔 날이 오면 절대 나를 놓아주지 않을 거야. 어떻게든 여기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야 해.”“시준이가 한도 제한 없는 부카드를 주면서 마음껏 쓰라고 했어. 내 소비를 전혀 제한하지 않았거든. 바로 그 때문에 내 모든 소비 내역이 투명하게 공개될 수밖에 없어.”“내가 이곳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하면, 다른 도시로 가는 비행기 표를 몰래 예약하는 것조차 즉시 알게 될 거야. 난 이제 도망칠 기회가 없어.”“그래서 미래를 위해서라도 돈을 좀 모아야 해. 이 명품들을 파는 게 빨리 돈을 모으면서도 시준이한테 들키지 않을 유일한 방법이야.”시아는 고개를 들어 송하나를 바라보았다.“이 일은 아무한테도 맡길 수 없어. 오직 너에게만 부탁하는 거야. 빨리 현금화할 수만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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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5화

시아는 진열대 위의 셔츠들을 무심히 훑어보더니 아무거나 대충 하나 가리켰다.“기본 스타일로 하나 포장해주세요.”“네. 남자친구분 선물인가요? 남자친구분은 평소 사이즈가 어떻게 되시나요?”‘남자친구’라는 단어가 귀에 들어오자 시아는 본능적으로 약간의 거부감을 느꼈다.그녀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지만 길게 설명하지는 않았다.다만 사이즈 문제는 그녀 역시 알 수 없었다.시준에게 단 한 번도 사적인 물건을 사준 적이 없었기에 사이즈를 알 리가 만무했다.마침 그때, 시준과 비슷한 체격의 남자가 막 계산을 마치고 떠나려 했다.시아는 그 남자를 가리키며 무심코 말했다.“저기 저분 사이즈로 주세요.”“네, 알겠습니다.”점원은 재빨리 셔츠를 포장하여 쇼핑백에 담아 건넸다.시아는 결제를 마치고 쇼핑백을 든 채 매장을 나섰다.그 시각, 시준은 럭셔리한 술자리에서 접대에 한창이었다.말끔한 정장 차림에 날카롭고 깊은 눈매를 지닌 이 남자, 제스처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장악하는 기운이 묻어났고 능숙하게 상황을 이끌어갔다.휴대폰에서 틈틈이 결제 알림이 울렸는데 앞선 몇 건은 모두 가방이나 여성 의류와 관련된 것이었다.시준은 힐끗 쳐다볼뿐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그는 늘 시아에게 관대했다. 그녀가 뭘 사고 얼마나 쓰던 전적으로 그녀의 자유이니 단 한 번도 이런 소비에 대해 간섭한 적이 없었다.사랑하는 사람의 쇼핑 욕구조차 채워주지 못하는 남자는 애초에 함께하길 바라는 자격조차 없으니까. 적어도 시준은 그렇게 생각했다.여자가 블링블링하고 예쁜 걸 좋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그러나 다음 알림 메시지가 뜨고 소비 품목을 확인하는 순간, 시준은 술잔을 든 손가락이 멈칫했다.그는 미간을 구기며 알림 메시지를 빤히 쳐다봤다.시아가 남성 의류 매장에서 무엇을 산 걸까?그녀는 늘 자신에게 선을 그었고 의도적으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왔다.선뜻 시준에게 물건을 사줄 리는 없고, 그렇다면 설마 그의 돈으로 다른 남자를 위한 선물을 사준다는 말인가?순간 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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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6화

한밤중, 시준은 짙은 술 냄새를 풍기며 별장으로 돌아왔다. 약간의 취기가 남자의 눈빛에 담긴 집착을 더욱 짙게 만들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미 모두 잠든 상태라 별장 전체가 쥐 죽은 듯 고요했다.그는 정장 재킷을 벗어 팔에 걸치고 차분한 걸음으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남자는 소리 없이 시아의 방으로 향했다.방 안은 매우 조용했고 은은한 플로어 스탠드 하나만 켜져 있었다.시아는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고른 숨소리, 부드러운 조명 아래 얼굴은 더욱 여리고 평온해 보였다.시준은 침대 곁에 서서 그녀의 잠든 얼굴을 조용히 응시했다. 눈빛에는 쉽게 가시지 않는 탐욕이 어려 있었다.‘젠장! 자는 모습마저 이렇게 예쁘다니. 확 키스해버릴라.’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가 남자 옷을 샀다는 사실이 또다시 뇌리를 스치고 그 씁쓸한 질투심이 다시 한번 거세게 밀려왔다.지난번에 분명 그녀의 방에 함부로 들어가지 않겠다고 약속했건만 오늘은 시아가 먼저 그 약속을 깼다.시준의 마음을 뒤흔들고 불안하게 했으니까.그는 더 이상 자신을 억누르지 않았다. 곧장 이불을 들치고 그녀의 옆에 눕더니 긴 팔을 뻗어 그녀를 뒤에서 단단히 끌어안았다. 그 힘은 꿈쩍도 하지 못할 만큼 강렬했다.강압적인 포옹과 속박감 때문에 깊이 잠든 시아가 정신을 번쩍 차렸다.등 뒤로 남자의 뜨거운 가슴이 닿았고 익숙한 압박감이 온몸을 휩쓸었다. 시아는 온몸이 팽팽해졌고 본능적으로 힘껏 버둥거렸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경계심과 짜증이 묻어났다.“시준아, 또 왜 그래?”시준은 그녀를 놓아주긴커녕 오히려 더 세게 끌어안았다.얼굴을 그녀의 목덜미에 파묻고 몸에서 나는 매혹적인 향기를 들이마셨다.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부드러운 살결에 닿았고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어졌다.“오늘 쇼핑했어?”시아는 그의 품에 안겨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함과 거리감을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알면서 뭘 물어?”“뭐 뭐 샀어?”시준은 그녀의 목덜미에 콧등이 스치며 집요하게 계속 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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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7화

“애기야, 고마워.”시준은 시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뜨거우면서도 거친 목소리로 속삭였다.“이 선물 너무 마음에 들어.”물론 사이즈가 조금 안 맞지만 그건 시아의 문제가 아니라 키가 크고 체형이 건장한 본인 탓이었다.뜨거운 숨결이 연달아 목덜미에 쏟아졌고 남자의 뜨거운 몸이 그녀에게 바짝 달라붙었다. 흥분한 탓인지 신체 특정 부위까지 덩달아 요동치기 시작했다.명확한 변화와 압박감이 순식간에 전해지자 시아의 몸이 뻣뻣하게 굳으며 소름이 쫙 돋았다.그녀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불쾌함과 거부감을 느끼며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힘껏 그를 밀어냈다.“제발 좀 얌전히 있으란 말이야! 자꾸 이러면 앞으로 국물도 없어!”단지 그의 돈으로 대충 선물 하나 챙기면서 호의를 가장했을 뿐인데, 이 남자의 경계를 늦추고 자신의 탈출 계획을 위한 발판으로 삼으려 했을 뿐인데 반응이 이렇게까지 클 줄이야.한편 경고를 들은 시준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그는 즉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아쉬움을 삼키며 시아에게서 손을 뗐다.두 손을 높이 들고 항복하는 시늉을 하며 눈가에 약간의 체념과 애원이 담겨 있었다. 행여나 그녀를 화나게 할까 봐 두려운 듯했다.“알았어, 애기야. 더 이상 딴짓 안 할게. 화내지 마. 너무 기쁜 마음에 좀 흥분했던 거야.”시아한테서 피드백을 받아본 지가 얼마 만이던가?이처럼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호의조차 시준에겐 이성을 잃을 만큼 큰 의미였다.시아는 고개를 홱 돌리며 남자의 눈빛에 담긴 뜨거운 시선을 피했다. 곧이어 차가운 말투로 그를 내쫓았다.“나가. 이제 자야 해.”시준은 여전히 차가운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마음속에는 아쉬움이 그득했지만, 감히 더 강요할 수는 없었다.그녀의 태도가 겨우 조금 누그러졌는데 더 몰아붙였다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갈까 봐 두려웠다.“알았어.”시준은 나지막이 대답했다.“일찍 자, 애기야.”그는 몇 번이나 뒤돌아보며 겨우 방을 나섰다.살며시 문을 닫고 나가자 마침내 방 안이 조용해졌다.시아는 침대에 반듯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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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8화

그 말을 내뱉으면서도 시준의 시선은 여전히 시아에게 닿을 듯 말 듯 맴돌았다.시아는 포크를 쥔 손가락을 미세하게 굳혔다.그녀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빽빽한 속눈썹은 길게 드리워져 눈동자 속에 담긴 모든 감정을 감추었다. 마치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한 듯 조용히 접시 속 음식만 먹었다.이 광경을 본 시경운은 아들 시준이가 여전히 그 스캔들이 났던 신인 연예인과 만나는 줄로만 여겼다.평소 감정이라곤 찾아보기 힘들었던 시준이 어울리지도 않는 선물을 이토록 신경 쓰는 것을 보니 상대방을 꽤 중요하게 여기는 모양이었다.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묵직하게 입을 열었다. 경고이자 다짐 같은 목소리였다.“시준아, 잠시 즐기는 연애는 괜찮다만 너무 빠져들진 마라.”“넌 시씨 가문의 유일한 후계자야. 앞으로 가문 전체를 이끌어갈 사람이고. 재벌가에서 권력을 쥐려면 진심으로 사랑에 빠지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어. 그 여자랑은 빨리 정리해. 작은 일 때문에 큰일을 그르치진 마.”시준은 평온한 표정으로 나지막하게 대답했다.“제가 알아서 할게요.”말을 마친 그는 시아 옆 빈자리에 곧장 앉았다.남자의 체취와 함께 익숙한 압박감이 밀려왔다.시아는 문득 어젯밤 늦게 제멋대로 방에 들어와 이불 속에 파고들었던 그의 체온을 떠올렸다. 그리고 자신을 끌어안았을 때 숨김없이 드러났던 남자의 신체 변화까지.시아의 마음속에서 불편함이 겹겹이 밀려 올라왔고 몸은 극도로 부자연스러웠다.테이블 아래, 시준은 느긋한 자세로 앉아 긴 다리를 살짝 뻗었다. 무릎이 의도치 않게 그녀에게 닿았다.다만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몸은 본능적으로 뒤로 움츠러들었고 재빨리 다리를 거두며 그와의 접촉을 피했다.이런 답답한 분위기 속에선 단 1초도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서둘러 아침 식사를 마친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아버지, 어머니, 저 다 먹었어요. 먼저 학교 다녀오겠습니다.”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뒤돌아 식당을 나섰다.시준은 시선을 들어 그녀가 서둘러 떠나는 뒷모습을 묵묵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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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29화

비서는 속으로 깨달음을 삼키며 표정을 갈무리하고는 침착하게 업무 보고를 시작했다.보고가 끝날 무렵, 그는 자연스럽게 금박으로 장식된 초대장을 건넸다.“대표님, 내일 오전 자선 경매회가 있습니다. 주최 측에서 초대장을 보내오셨습니다.”시준은 별생각 없이 초대장을 받아 무심하게 넘겨보았다.그러다 첨부된 경매품 도감에 시선이 닿자 그의 눈빛이 아주 살짝 멈칫했다.경매의 하이라이트인 엔딩 아이템은 희귀한 블루 사파이어가 박힌 ‘문라이트 목걸이’였다.메인 보석은 희귀한 타원형 사파이어였고 그 주위를 얇은 다이아몬드들이 세팅되어 있었는데 디자인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다만 체인과 펜던트가 이어지는 지점에 아주 은은한 곡선이 들어가 있어 마치 달빛이 수면 위로 흩어질 때 생기는 얇은 은빛 테두리처럼 보였다.사진을 내려다보는 시준의 머릿속에 이 목걸이를 착용한 시아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창백하리만치 희고 고운 피부, 예쁘게 뻗은 쇄골 라인. 이 목걸이는 그녀의 분위기와 찰떡이니 틀림없이 아름다울 것이었다.그는 초대장을 덮으며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지시했다.“내일 일정 비워둬. 이번 경매회 내가 직접 갈 테니까.”“네, 대표님.”비서는 공손하게 대답하고 뒤돌아 물러났다.그 역시 짐작하고 있었다. 대표님이 이 행사에 가는 이유가 두말할 것 없이 시아 씨 때문일 터였다.그날 오후, 송하나의 수업은 많지 않았다.그녀는 학교를 일찍 떠나 시내 중심가에 있는 중고 명품 위탁 판매점에 들렀다.가게는 규모가 크지 않았고 한적한 골목길에 숨어 있었다.주인은 40대 중반의 화인국 여성으로 손님을 대하는 태도가 무척 살가웠다.“아가씨, 뭐 필요한 거라도 있어?”송하나는 가방에서 시아가 부탁한 보석과 손목시계들을 꺼내 놓았다.“아, 네. 몇 가지 좀 위탁 판매하려고요.”주인은 송하나가 내놓은 물건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살폈다.“어머! 이거 다 정품이고 상태가 아주 깨끗하네. 거의 차지도 않은 것 같은데 아까워서 어쩌려고 그래?”송하나는 아무렇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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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알았어.”송하나는 시아를 바라보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준비되면 언제든 연락해.”두 사람은 짧게 눈을 맞춘 뒤, 각자의 강의실로 향했다.같은 시각, 경매장 현장.내로라하는 재계 거물들이 아름다운 파트너와 함께 자리를 채우고 있었다.오늘 참석한 상당수가 마지막에 등장할 경매품을 노리고 온 이들이었다.시준은 정문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인파를 피해 측면 통로를 통해 경매장으로 들어선 그는 2층에 예약해 둔 별실로 향했다.별실은 시야가 매우 뛰어나 경매장 전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완벽한 위치였다.직원이 허리를 굽혀 룸으로 들어와 테이블 위에 경매 번호판을 올려두고 나갔다.시준은 번호판을 힐끗 보더니 의자에 나른하게 기대어 앉아 아래쪽 전시대를 무심한 눈길로 훑었다.앞선 경매품들은 희귀한 빈티지 와인이나 이름난 예술가의 작품 따위였다. 애초에 관심 밖이었던 터라 시준은 눈길 한번 제대로 주지 않았다.그 정적이 깨진 건 경매사가 화제의 목걸이를 단상 위로 올린 직후였다.하얀 조명이 정확히 목걸이를 비추자 타원형의 블루 사파이어가 깊고 푸른 광채를 뿜어냈다. 마치 깊은 밤바다 위로 은은하게 내려앉은 달빛을 방불케 했다.경매사가 시작가를 부르자마자 객석은 금세 치열한 각축장으로 변했다.“10억!”“12억!”“17억!”너나 할 것 없이 팻말을 들어 올리며 가격을 올렸다.다들 이 희귀한 목걸이를 손에 넣어 사랑하는 여인의 환심을 사려는 속셈이었다.몇 번의 공방이 오가자 가격은 시작가의 몇 배로 치솟았다.하지만 2층 별실에 있던 시준은 줄곧 냉랭한 태도로 일관할 뿐 좀처럼 팻말을 들지 않았다.경매장 안의 열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가격이 수십억 원대를 넘어설 무렵, 시준이 그제야 천천히 번호판을 집어 들었다. 그는 직원이 내민 전자 단말기에 담담히 숫자를 입력했다.다음 순간, 경매사의 목소리가 장내에 높게 울려 퍼졌다.“2층 익명의 귀빈께서 40억 원을 제시하셨습니다!”순식간에 객석이 술렁였다.중간 단계를 몇 번이나 건너뛴 파격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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