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나라만 더 돌다 보면 시준이 아무리 발이 넓다 한들 다른 나라에서까지 제멋대로 모든 일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을 터였다.송하나는 가슴이 철렁했다.“그럼 제가 뭘 도와드리면 될까요?”시아는 가볍게 고개를 젓고 눈가에 걱정이 서렸다.“아니야. 괜찮아, 하나야.”“앞으로 당분간은 너랑 나랑 거리를 좀 둬야겠어. 일단 내가 떠나면 시준이 격노할 게 뻔한데 그때 널 끌어들이고 싶지 않아.”송하나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잠시 침묵하더니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선배 말대로 할게요.”“하지만 나중에라도 무슨 어려운 일 생기면 꼭 바로 말해야 해요. 혼자 끙끙 앓지 말고요.”시아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응.”그녀는 앞으로 다가가 송하나를 가볍게 안아주었다가 이내 떨어졌다.“고마워, 하나야.”“널 알게 된 건 암울한 내 삶에 몇 안 되는 행운이었어.”“됐어, 얼른 돌아가 봐. 너희 심 대표님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말고.”두 사람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송하나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심성빈이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긴 다리를 쭉 뻗고 휴대폰 화면을 빠르게 터치하며 업무 메시지를 처리하다가 인기척 소리에 휴대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얘기 다 끝났어?”“네.”송하나는 등 뒤로 문을 닫으며 대충 둘러댔다.“시아 선배가 콩쿠르 경험이 많다 보니 무대 위에서 주의할 점 같은 걸 여쭤봤어요.”도피 계획은 시아가 그녀에게만 털어놓은 비밀이다.그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심성빈조차 이 일에 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하지만 심성빈은 이미 모든 것을 꿰뚫었다.그는 시아가 먼 이국땅에 온 것이 단순히 대회 참가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짐작했다.다만 알아도 모르는 것처럼 행동하기로 했다.“프런트에 뜨거운 우유 좀 가져다 달라고 했어. 테이블 위에 놓아뒀어.”심성빈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종일 피곤했을 텐데 우유 마시고 일찍 쉬어.”송하나는 아직 그에게 온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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