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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김하이
잠시 후, 주은호가 깨끗한 셔츠를 받쳐 들고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대표님, 차 준비됐습니다. 병원에 가서 다시 한번 검사를 받아보시는 게 좋겠어요. 상처에 큰 이상은 없는지 확인도 할 겸...”

“됐어.”

이강우의 손끝은 여전히 붕대 위에 머물러 있었다. 마치 세상에 둘도 없는 진귀한 보물을 만지는 듯.

그녀가 직접 감아준 것이었기에 풀어내기가 아까웠다.

주은호는 멈칫하더니 그의 손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러고는 뒤늦게 무언가를 깨닫고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한편, 송하나는 비상 통로를 가로질러 빠르게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곧이어 휴대폰을 꺼내 차정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울리기도 전에 통화가 연결되었다.

“하나야.”

수화기 너머로 그의 목소리와 함께 약간의 소음이 들려왔다.

송하나의 말투가 한결 누그러졌다. 본인조차 알아채지 못한 변화였다.

“정원 씨, 저 끝났어요.”

“알았어, 지금 바로 갈게.”

차정원과 통화하느라 여념이 없는 그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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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05화

    송하나의 짧은 한마디에 심성빈은 온몸이 덜컥하고 떨렸다.평소 냉철하고 침착하던 남자의 깊은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믿을 수 없다는 당혹감이 그의 눈빛에 가득 고였다.심장이 제멋대로 날뛰고, 흉곽을 뚫고 나올 듯 요동치는 심장박동과 함께 밀려든 벅찬 기쁨이 온몸을 휘감았다. 자칫하면 이성마저 무너뜨릴 기세였다.그는 송하나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눈빛으로 그녀의 표정 하나하나를 놓칠세라 집요하게 응시했다.심성빈은 빈 그릇을 쥔 손끝이 가늘게 떨려왔다. 가슴 속에서 요동치는 거센 파도를 가까스로 억누르며 갈라진 음성을 쥐어짜고 재차 확인했다.“하나야... 지금 그 말 진심이야?”섣불리 기뻐할 엄두가 안 났다. 고열에 시달리는 그녀가 순간적인 연민으로 그런 말을 내뱉은 건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앞섰으니까.그때 송하나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나지막이 대답했다.“네, 진심이에요.”그녀는 이불을 쥔 손가락을 살짝 오므렸다. 마음속 깊은 곳에 말할 수 없는 불안감이 숨어 있었다.잠시 망설인 끝에 송하나는 결국 마음속 응어리와 염려를 전부 털어놓았다.“다만... 제 마음속에는 여전히 넘지 못할 벽이 있는 것 같아요. 친밀한 관계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이랄까. 성빈 씨, 저는 마음의 빗장을 열고 당신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나가고 싶어요.”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나긋하고도 진중한 어조로 덧붙였다.“만약 제가 마음의 벽을 무너뜨릴 수만 있다면 우리 그때 진짜 연인이 되어봐요.”말이 끝나고 잠시 정적이 감돌았다. 송하나는 천천히 시선을 떨구었고 길게 뻗은 속눈썹이 떨렸다.“하지만...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된다면 그땐 너무 탓하지 말아요.”용기를 내어 한 발짝 내디뎠지만, 그 끝이 어디일지는 그녀 자신도 알 수 없었다.이토록 솔직한 고백을 들은 심성빈의 가슴 깊은 곳에서 형용할 수 없는 애틋함과 뭉클함이 벅차올랐다.그는 누구보다 송하나의 성격과 그녀가 가진 내면의 상처를 잘 알고 있었다.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04화

    이곳의 음식은 아무래도 국내에서 먹던 것과 달랐다.그는 막 열이 내린 그녀가 이곳의 음식이 입에 맞지 못할까 걱정했다. 문밖의 여직원에게 방에서 지켜보라고 한 뒤, 자신은 직접 주방으로 가 그녀를 위해 죽을 끓였다.침실에서 송하나가 천천히 눈을 떴다.머리는 아직 조금 멍했고 온몸은 시큰거리며 힘이 없었다. 지난밤 고열과 두통으로 괴로웠던 감각도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그녀는 어렴풋이 기억했다. 어젯밤 그녀는 일찍 방으로 돌아가 잠이 들었다.잠결에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온몸이 추웠던 것도 생각났다.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지만 대답할 힘조차 없었다.흐릿한 의식 속에서 많은 사람이 소란스럽게 움직였고, 관리인이 리조트의 전담 의사까지 부른 것 같았다.그녀는 손을 들어 미간을 가볍게 문지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자기 몸이 갈수록 약해지는 모양이었다.그저 실수로 물에 한 번 빠졌을 뿐이고, 이후 몸을 덥히는 생강차와 감기 예방약까지 먹었는데도 결국 병이 났고 하마터면 버티지 못할 뻔했다.곁을 지키던 여직원은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자 즉시 다가와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송하나 씨, 드디어 깨어나셨네요! 지금은 어떠세요? 아직도 불편한 곳이 있어요?”송하나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지만 쉬어 있었다.“이제 괜찮아요. 어젯밤 내내 돌봐 주셔서 고마워요. 고생 많으셨어요.”“송하나 씨, 저희에게 감사하다고 말씀하시면 안 돼요.”직원이 연신 손을 저었다.“어젯밤에는 심 대표님이 한 걸음도 떠나지 않고 밤새 곁을 지키셨어요. 저희는 밖에서 대기만 했을 뿐, 제대로 도와드린 것도 없습니다.”‘심 대표님이라고? 그럼 성빈 씨가 온 거야?’송하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굳었다. 눈에는 놀라움이 가득했다.어젯밤 고열로 정신이 흐릿할 때 분명 심성빈을 본 것 같았다.설’마 꿈이 아니라 정말이었던 걸까? 하지만 성빈 씨는 회사에서 긴급한 일을 처리하고 있지 않았나? 어떻게 갑자기 이곳에 나타난 거지?’그녀의 의문을 알아챈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03화

    며칠 동안 두 사람 곁에서 지낸 관리인은 심성빈이 송하나를 얼마나 애지중지하는지 이미 알고 있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귀하게 여기며 그녀에게 조금의 문제도 생길까 봐 두려워했다.더 권해 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안 관리인은 허리를 숙이고 물러나며 공손하게 말했다.“그럼 직원 몇 명을 밖에 대기시킬게요. 나중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심성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여 허락했다.곧 관리인과 의사 일행은 방에서 물러나 조심스럽게 문을 닫았다.심성빈은 의자를 끌어와 침대 곁에 앉아 한 걸음도 떠나지 않고 그녀를 지켰다.그는 30분마다 체온을 재고 줄곧 상태를 살피며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긴 밤, 그는 그렇게 조용히 곁을 지키며 한숨도 자지 않았다.예상대로 한밤중이 지나자 해열 주사의 약효가 서서히 떨어졌고, 송하나의 체온이 다시 치솟았다.심성빈은 가슴이 조여 와 서둘러 의사가 알려 준 대로 미지근한 물을 준비하고 수건으로 몸을 닦아 열을 내렸다.먼저 이마와 목, 손목과 발목처럼 밖으로 드러난 피부를 꼼꼼히 여러 번 닦았다. 하지만 열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았고 효과도 만족스럽지 못했다.고열을 낮추려면 몸통과 사지 안쪽을 넓게 닦아 열을 식혀야 했다.송하나는 헐렁하고 얇은 면으로 만든 잠옷을 입고 있었다. 식은땀에 젖은 천이 피부에 부드럽게 달라붙어 가늘고 여린 몸의 윤곽을 고스란히 드러냈다.심성빈은 마른침을 삼켰다. 그는 이를 악물고 손끝으로 치맛자락 한쪽을 아주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따뜻한 노란색 조명이 그녀의 몸 위로 내려앉았다.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매끄러웠으며, 가늘고 곧은 두 다리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심성빈은 감히 그녀의 몸을 훑어보지도 못한 채 조심스럽게 무릎 뒤와 허벅지 안쪽을 닦았다. 그의 억누르듯 길고 느린 숨소리가 들려왔다.심성빈은 선을 넘지 않으려 애썼다.오랫동안 반복해서 닦은 뒤에야 불덩이처럼 뜨겁던 온도가 조금 내려갔다.고열로 정신이 흐릿한 가운데 송하나는 힘겹게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02화

    “대체 얼마나 급한 일이기에 한밤중에 꼭 처리해야 한다는 거니? 내일 날이 밝은 다음에 가면 안 돼?”그녀는 겨우 두 사람이 함께 있을 기회를 만들었고, 한방에서 지내도록 이어 놓았다. 오늘 밤이면 두 아이가 함께 잠들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하필 이런 돌발 상황이 생겨 좋은 기회가 끊어져 버리다니.“아주 급한 일이에요. 지체하면 안 돼요.”심성빈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조금도 의논할 여지가 없었다.고여진은 이 기회를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몇 마디 더 설득해 아들을 붙잡으려던 순간, 백지유가 방에서 나왔다.백지유는 단정하고 부드럽게 웃으며 때맞춰 두 사람 사이를 중재했다.“어머님, 성빈 씨가 맡는 일은 모두 그룹의 핵심 업무예요. 한밤중에 급히 움직여야 할 정도라면 정말 한시가 급한 일이 분명해요. 그냥 보내 주세요. 일을 지체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생길지도 몰라요.”고여진은 백지유가 이렇게 이해심 깊게 얘기하니 더는 무어라 말하기 어려웠다.정말 백지유의 말대로 일을 지체해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생기면 누구도 책임질 수 없을 터였다. 고여진은 아쉬운 마음을 안고 길을 비켜 줄 수밖에 없었다.심성빈이 빠른 걸음으로 떠나는 모습을 눈앞에서 바라보며 고여진은 결국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아휴, 오늘처럼 좋은 기회가 또 어디 있다고. 결국 수포가 되고 말았네.’먹물처럼 짙은 어둠이 산 전체를 뒤덮었다.산속 리조트로 향하는 산길은 구불구불하고 굴곡이 많아, 낮에도 오가는 차량이 속도를 줄여 조심히 달려야 했다.밤이 되면 산안개가 자욱해 시야까지 나빠져 도로는 더욱 위험해졌다.하지만 지금 심성빈은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심성빈의 마음이 온통 송하나에게 쏠려 있었다. 그는 내내 차를 빠르게 몰았다. 당장이라도 그녀 곁으로 날아가고 싶은 심정이었다.평소 두 시간은 걸리는 산길을 그는 최대한 시간을 줄였다.차가 리조트 안뜰로 막 들어서자 그는 차를 제대로 세울 틈도 없이 문을 열고 뛰어내려 송하나의 방을 향해 성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01화

    “뭐라고요?”심성빈의 몸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는 소파에서 벌떡 일어났다. 늘 냉정하고 침착하던 눈에는 짙은 당혹감과 긴장이 번졌고, 목소리마저 저도 모르게 낮고 쉬어 버렸다.“갑자기 왜 열이 난 거죠?”어제 그가 떠날 때만 해도 그녀는 분명 멀쩡했다.고작 하루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어떻게 병이 난단 말인가.관리인은 죄책감 가득한 목소리로 서둘러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심 대표님, 송하나 씨가 오늘 오후 호수에서 배를 타고 바람을 쐬다가 사고를 당했어요. 맞은편에서 오던 유람선이 너무 빠르게 달리다 송하나 씨가 탄 작은 배와 부딪혔고, 그 바람에 물에 빠졌어요.”“돌아온 뒤부터 계속 기운이 없었고 저녁도 입맛이 없다며 먹지 않았어요. 저희는 송하나 씨가 놀란 탓이라고 생각해 괜히 방해하지 못했습니다.”“조금 전 직원이 잠들기 전에 먹을 감기약을 가져다드렸는데 안에서 아무런 대답이 없었어요. 걱정돼 문을 열어 확인해 보니, 송하나 씨가 고열이 내리지 않은 채 의식이 흐릿해졌더라고요.”그 말을 들은 심성빈은 누군가 자기 심장을 심하게 움켜쥐어진 것처럼 조여왔고, 쓰라리고 안타까운 감정에 사로잡혀 숨조차 막혔다.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았으며 억누를 수 없는 분노와 추궁이 담겨 있었다.“오후에 생긴 일을 왜 이제야 나한테 보고하세요?”심성빈의 차가운 목소리에 압도된 관리인은 순간 말문이 막혀 우물쭈물할 뿐 대답하지 못했다.한참 뒤에야 그는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설명했다.“그, 그건 송하나 씨가 일부러 대표님께 말씀드리지 말라고 당부하셔서... 대표님이 바쁘신데 이 일을 알면 신경 쓰실까 봐 걱정된다고 하셨습니다.”심성빈은 떠나기 전 관리인에게 반드시 그녀를 잘 돌보라고 특별히 당부했다. 직원들도 내내 조심했고, 그녀가 어디를 가든 누군가가 곁에 따라붙었다.물에 빠졌을 때도 직원들이 즉시 달려가 구했고, 불과 1,2분 만에 사람을 물 밖으로 끌어냈다.곧바로 씻고 옷을 갈아입도록 도왔고 머리카락도 말려 주었

  • 별이 되어 빛나리   제1000화

    “괜찮아요. 가정부를 불러 침구를 갈게요.”심성빈은 차분하게 말하며 밖으로 나가려 했다.“아니, 아니야.”고여진은 빠르게 따라 나와 그를 막아섰다.“벌써 한밤중인데 가정부들도 진작 쉬고 있을 거야. 굳이 사람을 깨워 번거롭게 할 필요는 없지. 게다가 매트리스 안쪽까지 물이 스며들어서 당장 마르지도 않을 테니 침구만 바꿔 봤자 소용없어. 오늘 밤만 어떻게든 넘기면 돼.”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옆방 백지유의 문을 두드렸다.백지유가 의아한 얼굴로 문을 열었다.“무슨 일이세요, 어머님?”고여진은 온화한 미소를 띠고 조심스럽게 부탁했다.“지유야, 정말 미안하다. 내가 방금 실수로 성빈이 침대를 흠뻑 적셔 버렸어. 도저히 사람이 잘 수가 없을 것 같은데 오늘 밤만 성빈이가 네 방에서 자도록 해도 괜찮겠어?”갑작스러운 부탁에 백지유는 순간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그녀는 어른이 이런 시기로 나올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머릿속이 텅 비었고 2초간 멍하니 서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슬쩍 뒤에 서 있는 심성빈을 쳐다보았다. 그의 난감한 표정을 통해 그 역시 피해자임을 알 수 있었다.무어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숙인 그녀가 어색한 목소리로 말했다.“저, 저는 괜찮아요, 어머님.”그 말을 들은 고여진의 얼굴에 즉시 기쁨이 번졌다.아가씨가 거절하지도 않고 부끄러운 듯 고개까지 숙였으니 사실상 허락한 것이나 다름없었다.고여진은 즉시 심성빈을 향해 돌아보았다. 그녀의 두 눈에는 명확한 재촉과 기대의 눈빛이 담겨 있었다.“왜 멀뚱히 서 있어? 얼른 들어가.”심성빈은 처음부터 어머니의 속셈을 알아차렸다.사고를 핑계로 난처한 상황을 만들어 자신과 백지유를 억지로 이어 주려는 것뿐이었다.마음속에서는 거부감이 가득했지만 이성은 더없이 또렷했다.지금 단호하게 거절하고 딱딱한 태도를 보였다가는 어머니의 의심만 살 뿐이었다. 지금까지 애써 연기한 것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다.잠시 고민한 끝에 그는 불쾌함을 억누르고 가볍게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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