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이혼 후 전설이 된 여자: Chapter 351 - Chapter 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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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1화

강시원은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온몸에 전기가 통한 듯 전율이 척추를 타고 휘감겨 올라와 몸 깊숙한 곳까지 부드럽게 녹이며 파고들었다.“기훈 씨, 술 너무 드셨어요...”강시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배기훈은 눈을 반쯤 감은 채 붉게 물든 작은 귓불을 살짝 물었다. 그녀의 가는 허리를 감싼 탄탄한 팔은 근육이 팽팽해지며 핏줄까지 도드라졌다. 이 한 가지 동작에서도 긴장감과 강한 소유욕이 뿜어져 나왔다.“이거 놔요... 배기훈 씨!”얼굴부터 목까지 붉게 물든 강시원은 급한 나머지 배기훈의 이름을 불렀다. 귀는 저릿하면서도 간지러워 알 수 없는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결혼 생활을 해봤어도 연애는 해본 적이 없었기에 이렇게 자극적이면서도 과감한, 그 속에 애틋함까지 담겨 있는 스킨십을 해본 적이 없었다.그러다 보니 왠지 모르게 억울한 기분이 들면서도 마치 잘못을 저지른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눈가에 물기가 살짝 어린 강시원은 눈썹이 투명하게 빛나며 코끝까지 붉게 물들었다.‘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안 돼!’강시원이 문손잡이를 더듬어 잡은 뒤 아래로 내리며 문을 열려는 순간, 남자가 큰 손으로 강시원의 턱을 움켜잡아 홱 들어 올리더니 떨리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웁...”고개를 젖힌 강시원은 작은 신음을 흘렸다. 가는 목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이 순간 온몸의 힘이 쭉 빠진 강시원은 벽에 기댔지만 온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배기훈... 한 번 더 불러봐...”배기훈은 뜨거운 숨결을 내뿜으며 강시원 입술에 닿은 채 낮고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내 이름을 한 번만 더 불러줘.”“술 취했어요, 이러지 마요. 이거 놔요...”손으로 문손잡이를 꽉 쥔 강시원은 당황해 몸을 비틀었다.술을 많이 마신 배기훈은 취한 상태였지만 정신은 아주 또렷했다.정신이 든 채로 이 여자에게 빠져들면 더욱 무서운 일이 생길 것 같았다.더 이상 머물면 큰일이 날 것만 같았다.“알았어, 안 불러도 돼...”배기훈의 복숭아꽃 같은 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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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2화

집에 돌아온 강시원은 불도 켜지 않은 채 거실에 멍하니 앉아, 여전히 후끈 달아오른 얼굴을 감싸고 생각에 잠겼다.첫 키스는 아니었지만 배기훈이 그녀에게 입을 맞췄을 때의 느낌은 마치 첫 키스를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그때보다 만 배는 더 얼굴이 뜨겁고 심장이 두근거렸다.강시원의 첫 키스는 서정혁과의 결혼식에서였다.두 사람은 결혼식도 아주 간소하게 대충 치렀다. 게다가 서근호 회장이 병중이라 경사스러운 날임에도 모두들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다.그날 박해순은 경시 최고 재단사에게 웨딩드레스를 부탁해 강시원에게 입혔다. 정교하게 머리를 올린 모습은 그야말로 새색시 같은 모습이었다.박해순은 원래 서정혁에게도 커플 디자인의 정장을 맞춰줬다.하지만 당일 서정혁은 그 옷을 입지 않았다. 그저 평소 입던 정장을 걸치고 와 신랑다운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박해순이 여러 차례 재촉하자 서정혁은 내키지 않는 듯 가볍게 입술을 스치듯 키스했을 뿐이었다.작은 키스만으로도 당시의 강시원은 행복해서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강시원은 쓴웃음을 지었다.예전의 순수하고 단순한 본인이 어이가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그때는 서정혁이 웨딩촬영도 꺼리고 드레스도 입으려 하지 않았으며 키스마저 대충 했던 이유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게 이해가 갔다. 서정혁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임지민이 바로 자리에 앉아 눈물을 글썽이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서정혁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실망시킬 리가 없었다.마음을 가라앉힌 강시원은 손을 들어 배기훈이 얼굴을 파묻었던 어깨를 살짝 어루만졌다.손끝이 어깨에 닿는 순간 표정이 굳어지며 마음이 저도 모르게 요동쳤다.강시원의 옷자락이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던 것이다....배기훈은 오늘 정말 만취했다. 평소 자기 관리만큼은 철저했던 배기훈이 다음 날 오후가 돼서야 겨우 잠에서 깼다.“황근우!”침대 머리에 기대 이마를 부여잡은 채 숨을 내쉴 때마다 진한 술 냄새가 풍겼다.어젯밤 대체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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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설마 내가 강시원과...’침을 꿀꺽 삼킨 배기훈은 머리를 세차게 저었다.‘그럴 리 없어.’워낙 본성 자체가 냉정하고 자제력이 강해, 여자 때문에 감정을 주체 못 하는 일은 절대 없었다.설령 상대가 강시원이라 해도 스스로에 대한 자신은 있었다.“대표님, 오늘 강시원 씨한테 전화해서 제대로 감사드리고 가능하면 식사라도 한번 사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남자는 싸늘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필요 없어.”“네?”“난 돌봐달라고 부탁한 적 없어. 본인이 하고 싶어서 한 일인데 나랑 무슨 상관이야.”배기훈은 침대 머리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쉬었다.황근우는 하도 어이가 없어 머리만 긁적였다.뭔가 배기훈이 강시원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 달라진 느낌이 들었다.예전에는 강시원을 각별히 생각했고 누가 그녀를 괴롭히면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아도 살기 어린 눈빛으로 상대방과 맞서려는 기세가 역력했다.그런데 지금은 왠지 모르게 차가워진 듯하다.‘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약은 거기 내려놓고 나가 있어.”배기훈은 담담하게 지시했다.황근우는 머릿속에 의문이 가득했지만 더 이상 묻지 못한 채 방을 나갔다.문이 닫히자마자 배기훈은 벌떡 일어나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로 성큼성큼 나가 소파 앞에 섰다.여전히 깨끗한 소파에 그 어떤 수상쩍은 흔적도 남아 있지 않았다.길고 가는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힘껏 움켜쥐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렇다면 조금 전 떠오른 아찔한 상상은 그저 어젯밤 꾼 꿈에 불과했을 것이다.낮에 생각한 일이 밤에 꿈으로 이어진 것일 뿐...숨을 깊게 들이마신 배기훈은 소파에 주저앉은 뒤 구부린 다리를 벌리고 은은히 아픈 머리를 두 손으로 감쌌다.“천천히 잊어, 배기훈. 결과도 희망도 없는 꿈은 꾸지 마.”...그날 밤 이후, 강시원은 혼자 조용한 일주일을 보내며 마음 정리를 했다.일주일 동안 서정혁도, 배기훈도 그녀에게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강시원에게 있어 그날 밤 배기훈의 키스와 포옹은 인생의 작은 에피소드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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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강시원은 잘 알고 있었다. 강용호는 임성호가 운도 테크 회장이라는 지위를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앞으로 사업상 자주 부딪힐 일이 있었기에 임씨 가문을 적으로 돌리는 건 자신과 영원 테크 모두에게 득 될 게 없다고 생각해 임성호와 겉으로는 좋은 사이를 유지하려 한 것이다.하지만 어릴 적부터 함께 자라온 핏줄을 고작 이런 허황된 이익 때문에 이토록 가볍게 여겨도 되는 걸까?임성호는 강부안의 피를 빨아 부를 쌓은 늙은 능구렁이 같은 나쁜 남자다. 강부안을 이용하다 못해 끝내 정신병까지 걸리게 만들었다. 강부안의 친오빠인 강용호는 어떻게 이 모든 걸 참고 견딜 수 있을까?“외삼촌, 다른 사람도 아니고 피를 나눈 친혈육인데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요.”강시원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 착한 내 조카딸답네. 이 외삼촌을 기억해 주는 것만으로도 좋아.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로 전화한 거야?”“오늘 영원 테크에 계세요? 직접 찾아뵙고 싶어요.”강시원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부드럽게 웃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저 최근에 서정 그룹에서 나왔어요. 아직 새 직장을 구하지 못한 상황이에요. 경기가 좋지 않아 일자리 구하기도 힘든데 외삼촌께서 조카딸 좀 돕는다 생각하고 영원 테크에 자리 하나 마련해주실 수 없을까요? 이 세상에 남은 친척이라곤 외삼촌밖에 없어요.”영원 테크 창립자 강부안 대표의 딸로서, 사실 강시원이야말로 이 회사의 정식 상속인이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당시 나이가 너무 어려 회사를 외삼촌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니 지분 대부분도 강용호의 손에 쥐여 있었다.강시원은 지분도 권력도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았다.그래서 지금 떠오른 유일한 방법은 핏줄이라는 점을 내세워 먼저 영원 테크에 들어간 뒤 차차 계획을 꾸미는 것이었다.“서정 그룹을 그만두고 내 밑으로 온다고? 세상에... 궁궐에서 쌀밥 먹다 질려서 거친 보리밥 먹으러 나오는 꼴이구먼!”강용호는 놀란 듯 한마디 한 뒤 의심스럽게 물었다.“이상한데... 시원아, 솔직히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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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5화

외삼촌이 다시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자 강시원은 다시 한번 심장이 아릿하게 조여왔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말했다.“외삼촌, 충고 감사해요. 오늘 몇 시쯤 시간 나세요? 찾아뵙고 싶은데.”강용호는 어물쩍거리며 말을 돌렸다.“오늘은 안 돼... 시원아, 외삼촌이 이 일만 끝내고 시간 나면 바로 알려줄게, 어때?”“출장 가세요?”“그건 아니고... 큰 고객과 사업 일로 약속이 있고 저녁에는 접대 일정도 잡혀 있어.”“알겠습니다. 그럼 먼저 일 보세요.”전화를 끊자마자 강시원은 바로 옷을 갈아입고 콜택시를 불러 곧장 영원 테크로 향했다.바보가 아닌 이상 강용호가 얼버무리며 시간 끄는 걸 못 알아챌 리 없었다.지금 분명 회사에 있을 것이다. 게다가 영원 테크는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은행 사람 말고는 굳이 강용호와 사업 상담할 사람이 없었다.직접 영원 테크로 가서 강용호를 기다릴 생각이었다. 하루 종일 앉아 기다리면서 반드시 만나고 말 것이다....얼마 지지 않아 강시원은 영원 테크 정문 앞에 도착했다.출입증이 없으니 경비원이 당연히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그녀도 일부러 신분을 밝히거나 소란을 피우지 않고 그저 조용히 로비 소파에 앉아 커피를 시켜 마시며 기다렸다.강시원은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곳 모든 풍경이 십여 년 전과 거의 달라진 게 없었다.유리창 넘어 계단들을 바라보자 눈시울이 점차 축축해졌다.어릴 적 학교 안 가는 주말이면 늘 이곳에 와 엄마와 만나 함께 점심을 먹곤 했다. 식사를 마치면 모녀는 정문 계단에 앉아 햇볕을 쬐곤 했다.강부안은 회사 대표였지만 일부러 도도한 척하지 않았다. 언제나 소박한 캐주얼 차림에 편안하게 바닥에 앉았다.예전에는 임성호가 늘 강부안한테 품위가 없다고 말하곤 했다.어릴 적에는 품위 따위 잘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임성호는 자기 아내를 못마땅하게 여겼을지도 모른다.그런데 강부안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자신의 결혼은 흔들릴 리 없다고 굳게 믿으며 이 능구렁이 같은 남자를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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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6화

“와! 서 대표님이야!”여직원들은 눈빛을 반짝이며 소리 지르고 싶은 충동을 억눌렀다.“서 대표님이 임지민 씨 곁에 딱 붙어 있네. 업무 상담 왔는데도 데리고 오다니, 너무 아끼는 거 아니야?”“임지민 씨는 지금 서정 그룹 연구 개발팀 부장이잖아. 오늘 같은 자리니 서 대표님 입장에서 당연히 임지민 씨 같은 기술 인재를 곁에 두고 싶겠지. 그냥 얼굴만 예뻐서 곁에 두는 거 아니야. 그 속에 더 깊은 뜻이 있다고.”“얼굴도 예쁘고 집안도 좋은데 재능까지 겸비했으니... 이런 여자를 서 대표님이 어떻게 안 사랑할 수가 있겠어? 같은 여자인데도 반할 것 같은데.”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은 강시원은 마음속에 온갖 의문이 들었다.‘서정혁은 왜 갑자기 영원 테크에 온 걸까?’지금의 영원 테크는 강부안이 살아 있을 때 활발히 발전하던 그런 상황이 아니었다. 강부안이 죽은 후 강용호는 줄곧 옛날 쌓아둔 명성에 의지해 버텼다. 하지만 십여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며 그 명성마저 거의 바닥났다. 새로 개발한 제품도 시장 반응이 좋지 않아 회사는 해가 갈수록 날로 쇠약해지는 처지가 됐다.그래서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런 영원 테크에 서정혁이 강용호와 상담할 만한 어떤 사업이 뭐가 있단 말인가.강시원은 조용히 시선을 내리고 생각에 잠겼다.떠올려 보면 지난 5년 동안 여러 차례 서정혁에게 영원 테크를 좀 살펴봐달라고, 자금이나 기술적 지원을 요청했지만 남자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영원 테크는 날이 갈수록 기울어지는 반면, 임성호의 운도 테크는 나날이 번창했다.지난 5년간 서정혁이 운도 테크의 프로젝트에 여러 차례 투자했을 뿐만 아니라, 경시 정부의 야경 조명 사업까지 따내도록 힘을 보탰기 때문이다. 덕분에 운도 테크는 기업 성격 자체가 바뀌는 전환점을 맞았다.정부와 연이 생기니 투자 유치나 프로젝트 협의를 할 때 일석이조로 수월해졌다.임성호가 이런 성과를 낸 건 모두 서정혁이라는 좋은 사위 덕분이었다.하지만 웃긴 건, 남자가 이 모든 일을 한 건 아내인 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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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7화

한수현은 서정혁이 강시원과의 관계를 풀고 싶어서 몰래 노력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런데 이런 생각도 잠시, 서정혁이 다시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어차피 버텨봤자 이곳도 2년 이상 못 갈 거야. 마지막까지 마음껏 즐기게 내버려 둬.”한수현은 말문이 막혔다....오늘 연한 회색 캐주얼 츄리닝을 입은 강시원은 옷에 쏟은 커피 흔적이 너무 선명해 어쩔 수 없이 1층 화장실로 가서 닦아야 했다.막 닦고 있을 때, 갑자기 가장 안쪽 칸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오늘 서 대표님은 왜 오신 거야? 설마 우리 영원 테크에 투자하러 오신 건가?”“투자? 웃기지 마. 서 대표님 아무리 돈 많다고 해도 바보처럼 막 쓰지는 않지. 영원 테크에 투자하는 건 옥상에서 돈 뿌리는 거나 다름없어.”다른 여직원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도 들은 건데 강 회장님께서 회사 의료 관련 특허 두 건을 팔려고 준비하고 있대. 하나는 심장외과 수술용 지능형 로봇 팔이고, 다른 하나는 뭐더라... 기억이 안 나네.”눈이 휘둥그레진 강시원은 온몸에 한기가 몰려들었다.“뭐? 심장 수술 그 제품은 창립자 강부안 여사님이 개발하신 거 아니야? 어떻게 그렇게 쉽게 팔아치울 수가 있어?”“그럼 뭘 어떡하겠어? 제품 자체는 괜찮지만 몇 년 동안 개선도 안 해서 이미 시장에서 도태됐잖아. 지금 회사 자금 회전도 부족하고 신에너지 자동차 사업은 그냥 돈 태우는 일만 반복되니, 강 회장님께서 안 조급할 수 있겠어? 특허 파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강부안 여사님이 개발하신 제품은 당시 시대 흐름을 선도했었는데! 여사님 기술을 바탕으로 업그레이드만 했어도 어쩌면 잘 됐을 텐데...”“지금 회사에 그만한 돈이 어디 있겠어? 연구팀도 제대로 안 돌아가잖아. 당분간 자산 팔아가며 버티다가 다 팔리고 나면 영원 테크도 끝장이지 뭐.”강시원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어찌나 힘을 줬는지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될 정도였다. 심장이 욱신거리며 쓴 통증이 몰려왔다.강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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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8화

이 말을 듣자 얼굴이 확 어두워진 임지민은 저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다.성인이 된 뒤로 그녀는 과거 이 일이 다시 거론되는 걸 몹시 싫어했다. 더욱이 강씨 가문 모녀를 눈앞에서 운운하는 걸 극도로 혐오했다.어릴 적에는 가치관이 제대로 자리 잡지 않아 아빠가 엄마를 데리고 강시원 어머니 조문을 간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어차피 사람은 세상을 떠났으니, 국화꽃 하나 올려주는 것은 그 여자에게 충분히 예의를 갖춘 거라 생각했다.지금 돌이켜보면 당시 엄마는 사람들의 인정을 지나치게 갈구해 서두른 감이 있었다.임성호의 아내라는 지위를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앞서 자리 가릴 줄 몰라 오히려 남들 입방아에 오르곤 했다. 다행히 그때는 인터넷과 언론이 발달하지 않아 강시원 엄마도 유명인이 아니었기에 이 일이 크게 퍼지지 않았을 뿐이다.만약 지금이었다면 모녀 둘 다 사람들의 비난 속에 헤어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말하는 사람은 무심할지 모르지만 듣는 이의 심장을 찌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잘생긴 얼굴을 살짝 찌푸린 서정혁은 알 수 없는 듯한 어두운 시선으로 임지민을 한 번 쳐다본 뒤 시선을 거두었다.강시원과 임지민은 겨우 한 살 차이였다. 그래서 서정혁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임지민이 임성호의 사생아였고 강시원 엄마가 세상을 떠난 뒤에야 임지민과 박영주가 임씨 가문으로 들어왔으며 그때야 박영주도 정실부인으로 자리 잡았을 뿐이다.어찌 됐든 첩의 자식이자 제삼자인 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윤리에 어긋나고 풍속을 어기는 일이다.하지만 아이에게 무슨 죄가 있겠는가? 윗세대의 원한을 아랫세대에게 뒤집어씌울 순 없다.그래서 서정혁은 그런 이유로 임지민을 얕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자신의 은인이었기에 더욱 소중한 사람이라 상각했다.그런데 오늘 강용호의 입에서 이 이야기를 듣자 왠지 모르게 마음이 몹시 불쾌해졌다.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남편인 임성호가 서둘러 새 여자와 사생아를 사람들에게 내세운 건 정말 뻔뻔하고 지나친 짓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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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하지만 후에 강부안이 중병에 걸려 쓰러진 뒤 다시 일어나지 못했고 영원 테크의 발전도 그와 함께 멈춰 섰다. 이후 핵심 연구팀이 임성호에게 스카우트되어 지금의 운도 테크를 창립했다.서정혁은 이 모든 과거 일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강시원과 얽힌 일이라 할지언정 그저 무관심하게 바라볼 뿐이었다.어차피 비즈니스는 전쟁터와 같아 승자는 왕이 되고 패자는 물러설 수밖에 없는 법, 어떤 형태의 실패든 그의 눈에는 그저 실패일 뿐이었다.강시원의 어머니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강 회장님, 그 말로 모르는 사람을 속일 수 있을지 몰라도 저희 서 대표님 앞에서 하기에는 좀 자격지심 아닌가요?”임지민은 경멸 어린 표정으로 서류를 탁하고 탁자에 내려놓았다.“특허에도 유효 기간이 있는 법이죠, 개발해 놓기만 한다고 계속 돈 벌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정말 그렇게 한번 해 놓고 평생 다리 뻗고 잘 수 있다면 회사 운영이 얼마나 쉽겠어요.”강용호는 이를 꽉 깨물었다.“시대 기술 흐름에 맞춰 제때 혁신하고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예전의 영광도 그저 고철 덩어리에 불과할 뿐입니다.”너무 모욕적인 말이 아닐 수 없었다.강용호는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사람이지만 임지민이 자기 여동생 연구 성과를 이렇게 비웃자 속이 몹시 불쾌했다.하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꾹 참아야 했다. 상대방이 인수 의향이 있는 갑인 이상 거래를 성사하려면 묵묵히 참을 수밖에 없었다.줄곧 말을 아끼던 서정혁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다소 태연하고 무관심한 듯한 태도로 손끝으로 탁자를 가볍게 두드렸다.“제시한 가격이 얼마야?”한수현이 곧바로 대답했다.“두 건 특허 합쳐 200억입니다, 대표님.”“200억?”임지민은 경멸하는 듯 웃었다.“강 회장님, 그냥 가져가셔도 될 걸 굳이 특허 두 건까지 저희한테 챙겨주시니 정말 고맙네요.”얼굴이 점점 굳어진 강용호는 이를 악물었다.“두 건 특허에 200억이 과한가요?”임지민은 긴 생머리를 뒤로 넘기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저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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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0화

한수현도 깜짝 놀랐다.물론 서정혁이 얼마나 영리하고 냉혹한 자본가인지 잘 알고 있었다. 비즈니스에서 조금도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긴 하지만 강시원 친인척에게까지 이토록 계산적으로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대표님이 언제쯤 사모님을 아껴주는 법을 배울까...’“공은 공이고, 사는 사죠. 비즈니스 바닥에는 부자지간의 정도 통하지 않는데 하물며 부부 사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어요.”서정혁은 일말의 여지도 없이 차갑게 말했다.“강 회장님께서 마땅한 구매자를 찾을 수 있었다면, 애초에 저희 서정 그룹까지 찾아오지 않으셨겠죠, 안 그런가요? 제가 직접 영원 테크까지 와서 협상해 주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원이 체면을 충분히 살려준 거라 생각해요. 그렇지 않다면 이 뒤처진 특허 두 건 따위에 지민이까지 데리고 올 이유도 없겠죠.”이 말은 곧 이미 벼랑 끝에 몰린 강용호가 친인척 인연을 이용해 자신에게 기댈 수밖에 없음을 단정 짓는 것이나 다름없었다.한수현은 이마를 짚고 한숨을 내쉬었다.‘말 안 하면 멋진 대표님인데 입만 열면 참...’“60억 원은 절대 안 돼요! 저희 영원 테크 제품이 이토록 천대받을 정도는 아니니까요!”강용호는 억울한 듯 화를 내며 말했다.“장 비서, 손님 배웅해.”서정혁은 잘생긴 얼굴에 감정 하나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우아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갔다.“흥, 체면만 차리다 고생만 사서 하겠네요.”임지민은 냉소를 지으며 서정혁의 뒤를 따랐다.서정 그룹 일행이 떠나자 연구 개발팀 담당자가 서둘러 물었다.“강 회장님, 60억 원이 적긴 하지만... 그래도 꽤 큰 돈입니다. 지금 신에너지 자동차 사업에 자금이 절실한 상황이에요. 서정 그룹에 팔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도 받아주지 않을 겁니다. 결국 혹 덩어리를 손에 쥐고 있는 거나 다름없어요!”“쯧, 네가 뭘 알아.”소파에 편안하게 기댄 강용호는 모든 걸 쥐고 있는 것처럼 맹목적인 자신감을 드러냈다.“이게 협상의 기술이란 걸 몰라? 내가 쉽게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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